<정치를 만나다> 총선 대열 합류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정치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의 정치는 평등을 추구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따릉이’의 기틀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기득권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평등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마포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한때 ‘마표 대표 친명(친 이재명)’이라는 수식어로 잠시 논란이 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로 뭉쳐야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요시사>와 만난 오 전 비서실장은 “약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치”라고 연거푸 강조했다. 다음은 오 전 비서실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서 서울시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나라가 더 무너지기 전에 내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윤석열정부는 심각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그것도 사회적 약자에게로 향한다. 이 지경으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완전히 무너진다.

-서울 마포갑으로 출마하는 이유가 있는지?


▲내가 만든 말이지만 마포는 ‘민주정치 1번지’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은 마포 동교동으로 ‘동교동계’의 유래다. 공덕역 옆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신민당사서가 있고 마포서만 22년을 살았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 나를 믿고 함께하는 사람과 뜻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이 바로 마포다. 나는 마포의 재개발 이슈를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 비싼 아파트만 빽빽하게 짓자는 게 아니다. 김포공항이 가깝다는 장점을 이용한 마이스 사업(Meetings, Incentives Travel, Conventions, Exhibitions)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문화관광이라는 마포의 ‘미래 먹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할애하는 현명한 재개발이 필요하다.

비난에도 ‘대표 친명’ 자처 이유는?
“이재명 팔이 아닌 비주류 향한 경고장”

-기자들에게 ‘마포 대표 친명’이라는 제목의 출마 선언 메일을 보냈다. ‘이름팔이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친명을 부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총선이 다가오면 당 대표를 흔들어서 기득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 문재인 대표 시절에는 박근혜라는 무능한 정부가 있었고, 지금은 윤석열이라는 검찰 독재 정부가 눈앞에 있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비주류 세력은 치열하게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오직 당 대표를 흔들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한다.

우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싸워야 한다. 나라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는 상황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2020년 ‘박원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렸다. 피해자의 자필 편지를 온라인에 공개했기 때문인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총 다섯건의 고소·고발이 이루어졌는데 한 건은 각하, 나머지 네 건은 무혐의를 받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편지를 공개한 건 내가 아니다. 계속 재판 받고 있는 김민웅 교수가 그 편지를 SNS에 올렸다가 잘못을 인지하고 삭제했다. 나는 그 게시글을 SNS에 공유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추후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한 의견을 묻고 싶다. 21대 국회가 ‘혐오 정치’로 물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왜 정치인은 혐오 정치를 펼칠까? 원래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겉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혐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자발적 배제’다. 국민이 정치에 학을 떼게 만들어서 “정치는 정치인들끼리 하고 국민은 몰라도 돼”라는 여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인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도 편하고 서로의 뒤만 잘 봐주면 된다. 국민의 배제는 특정 세력의 카르텔을 만들고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정당과 정치에 개입하고 참여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CCTV 역할이 돼야 한다.

국민에게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는 약한 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약한 자들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를 격파해야 한다.

“잇속 챙기는 여, 동조하는 야”
“국민의 CCTV로 악순환 막아야”

-기득권 카르텔 속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안타깝지만 민주당도 일정 부분 카르텔에 동참한 측면이 있다. 적극적인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중간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도 동참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내가 친명을 부각한 이유도 같다. 싸움에는 깃발이 필요하다. 지금의 깃발은 이 대표다. 만약 이낙연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잘 싸웠으면 ‘이낙연 깃발’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윤정부가 출범하고 두 번째 새해가 밝았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검찰의 속성은 과거의 잘못을 캐는 거다. 미래에 대한 해답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말에는 비전이 없다. 당선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재명 죽이기’에만 혈안이다. 그러는 사이 ‘검찰 독재’ ‘언론탄압’으로 인한 민주주의 도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윤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심판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50억 특검법’이 이 대표의 방탄이라는 여당 측의 비판이 있다. 어떻게 보시는지?

▲대선 패배 후 이 대표에게 무슨 권력이 있나? 사법 권력도 없이 사방이 뚫려 있다. 검찰과 국민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들어선 이후 이 대표는 셀 수 없이 소환당하고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검찰이 진행하는 모든 수사는 ‘기우제식 수사’다.


-끝으로 현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라가 무너지는 걸 뼈저리게 느껴야 할 테다. 문제를 해결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표 제거에만 집착하는 ‘마’가 씐 것 같다. 앞으로는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왕 집중할 거라면 기회의 공정성 문제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다.

‘흙수저’ ‘다이아수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특히나 청년 세대의 공정성이 상실됐다. 기회는 공기처럼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제는 마를 걷어내고 민생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제발 일 좀 하시라. 그래야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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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