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총선 대열 합류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정치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의 정치는 평등을 추구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따릉이’의 기틀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기득권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평등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마포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한때 ‘마표 대표 친명(친 이재명)’이라는 수식어로 잠시 논란이 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로 뭉쳐야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요시사>와 만난 오 전 비서실장은 “약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치”라고 연거푸 강조했다. 다음은 오 전 비서실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서 서울시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나라가 더 무너지기 전에 내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윤석열정부는 심각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그것도 사회적 약자에게로 향한다. 이 지경으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완전히 무너진다.

-서울 마포갑으로 출마하는 이유가 있는지?


▲내가 만든 말이지만 마포는 ‘민주정치 1번지’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은 마포 동교동으로 ‘동교동계’의 유래다. 공덕역 옆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신민당사서가 있고 마포서만 22년을 살았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 나를 믿고 함께하는 사람과 뜻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이 바로 마포다. 나는 마포의 재개발 이슈를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 비싼 아파트만 빽빽하게 짓자는 게 아니다. 김포공항이 가깝다는 장점을 이용한 마이스 사업(Meetings, Incentives Travel, Conventions, Exhibitions)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문화관광이라는 마포의 ‘미래 먹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할애하는 현명한 재개발이 필요하다.

비난에도 ‘대표 친명’ 자처 이유는?
“이재명 팔이 아닌 비주류 향한 경고장”

-기자들에게 ‘마포 대표 친명’이라는 제목의 출마 선언 메일을 보냈다. ‘이름팔이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친명을 부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총선이 다가오면 당 대표를 흔들어서 기득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 문재인 대표 시절에는 박근혜라는 무능한 정부가 있었고, 지금은 윤석열이라는 검찰 독재 정부가 눈앞에 있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비주류 세력은 치열하게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오직 당 대표를 흔들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한다.

우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싸워야 한다. 나라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는 상황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2020년 ‘박원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렸다. 피해자의 자필 편지를 온라인에 공개했기 때문인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총 다섯건의 고소·고발이 이루어졌는데 한 건은 각하, 나머지 네 건은 무혐의를 받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편지를 공개한 건 내가 아니다. 계속 재판 받고 있는 김민웅 교수가 그 편지를 SNS에 올렸다가 잘못을 인지하고 삭제했다. 나는 그 게시글을 SNS에 공유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추후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한 의견을 묻고 싶다. 21대 국회가 ‘혐오 정치’로 물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왜 정치인은 혐오 정치를 펼칠까? 원래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겉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혐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자발적 배제’다. 국민이 정치에 학을 떼게 만들어서 “정치는 정치인들끼리 하고 국민은 몰라도 돼”라는 여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인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도 편하고 서로의 뒤만 잘 봐주면 된다. 국민의 배제는 특정 세력의 카르텔을 만들고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정당과 정치에 개입하고 참여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CCTV 역할이 돼야 한다.

국민에게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는 약한 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약한 자들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를 격파해야 한다.

“잇속 챙기는 여, 동조하는 야”
“국민의 CCTV로 악순환 막아야”

-기득권 카르텔 속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안타깝지만 민주당도 일정 부분 카르텔에 동참한 측면이 있다. 적극적인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중간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도 동참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내가 친명을 부각한 이유도 같다. 싸움에는 깃발이 필요하다. 지금의 깃발은 이 대표다. 만약 이낙연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잘 싸웠으면 ‘이낙연 깃발’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윤정부가 출범하고 두 번째 새해가 밝았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검찰의 속성은 과거의 잘못을 캐는 거다. 미래에 대한 해답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말에는 비전이 없다. 당선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재명 죽이기’에만 혈안이다. 그러는 사이 ‘검찰 독재’ ‘언론탄압’으로 인한 민주주의 도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윤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심판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50억 특검법’이 이 대표의 방탄이라는 여당 측의 비판이 있다. 어떻게 보시는지?

▲대선 패배 후 이 대표에게 무슨 권력이 있나? 사법 권력도 없이 사방이 뚫려 있다. 검찰과 국민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들어선 이후 이 대표는 셀 수 없이 소환당하고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검찰이 진행하는 모든 수사는 ‘기우제식 수사’다.


-끝으로 현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라가 무너지는 걸 뼈저리게 느껴야 할 테다. 문제를 해결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표 제거에만 집착하는 ‘마’가 씐 것 같다. 앞으로는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왕 집중할 거라면 기회의 공정성 문제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다.

‘흙수저’ ‘다이아수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특히나 청년 세대의 공정성이 상실됐다. 기회는 공기처럼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제는 마를 걷어내고 민생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제발 일 좀 하시라. 그래야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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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