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VS 대통령실 ‘영남내전’ 막전막후

폭풍전야 보수 텃밭 ‘장 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제는 영남마저 뒤흔든다. 뒤에 누가 있는 걸까?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에 원하는 사람으로만 꾸리려는 느낌이 강하다. 곳곳에 구멍이 나고 있는데, 애꿎은 페인트칠만 하는 격이다. 이러다 영남 총선마저도 위태로워질 분위기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의원은 수도권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백같은 희생이 필요하다며 뜬 사람들이 선거를 도와야 한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인물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당내가 술렁였다.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요한발
험지론

김 대표는 “기회가 되면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윤 원내대표는 “이제 막 혁신위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며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 눈에 봐도 지도부와 영남 의원의 불편한 기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 위원장이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중진 험지 차출론은 당내서 분란을 키울 수 있는 주제다. 더욱이 공천 시기도 다가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민감한 소재다. 국민의힘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차출론이 제기돼왔다. 일부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안한 기류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당내서 가장 먼저 험지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인물은 하태경 의원으로 그는 부산서만 내리 3선을 해왔다. 그런 그가 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폈다. 


당에서도 하 의원의 험지 출마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몇가지 우려를 내비쳤다. 바로 모든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상범 수석 대변인은 “지역구 변경이 의미가 있지만, 쉽게 공천될 수 있는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지역에 갔는데 그 사람이 지면 가진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켜버리는 꼴”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진의 험지 출마론은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권과 강원권, 서울 강남권의 3선 이상 의원과 당 지도부가 험지로 분류되는 곳에 출마에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중진들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하 의원 외에는 영남권 의원들 중 나서서 험지 출마론에 동의하는 중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남권 의원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다져온 지역을 버리고 떠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남권서 최근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도 악화해 이를 방어하기에도 벅차다. 

영남 65석 중 국민의힘 의석수만 56석으로 상당히 압도적이다. 일단 인 위원장의 ‘험지 출마론’은 당내 비영남권 인사들로부터는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영남권 중진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의 변화 시그널로 느껴져 수도권 표심은 물론,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배경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남권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게다가 총선은 각자도생으로 일단 본인부터 살아야 한다. 영남 중진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내 역할 맡아온 인원도 물갈이?
중진 수도권 가면 TK·PK도 험지

부산서 3선 이상을 한 의원들은 6명이다. 김도읍·이헌승·장제원·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상임위 중 권한이 세다고 알려진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장 의원 역시 험지 출마에 관해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상태다.

5선의 서병수·조경태 의원도 있다. 서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인물로 비대위를 반대하다 전국위원회 의장직서 사퇴하기도 했다. 윤핵관 입장서 그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조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시작해 현재 국민의힘까지 5선째다. 민주당서 3번, 국민의힘서 2번 당선됐다. 현재 부산 민심도 다소 악화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부산의 재배치를 고려해야 할 시기다. 

울산의 경우 재선 이상 의원은 2명이며, 3선은 이채익 의원이 유일하다. 이 의원은 울산광역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울산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울산의 터줏대감이다. 현직 당 대표로서 자신의 지역구를 내주고 수도권에 출마해 낙선한다면 그만큼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 입장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대구는 소속 의원 중 12명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으로 3선 이상은 3명이다. 김상훈·주호영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가 있다. 대구 서구서만 내리 3선을 해온 만큼 지역서 조직을 무시할 수 없다. 윤 원내대표 역시 대구 달서구을서 3선을 했다. 

19~21대를 거치며 입지를 쌓아온 윤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서 65%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 역시 지역구서 입지가 탄탄하다. 현재 원내대표인 점을 고려했을 때 그 역시 자신의 지역구를 옮기는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로 직전 원내대표를 지냈던 주 의원은 대구 수성구을서만 4선을 지냈고, 지난 총선 당시 수성구갑으로 옮겨 당선됐다. 당내서도 안정감, 협상력을 인정받아왔다.

강서 패배
영남 책임?

선거서도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당시 현직 의원이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기도 했던 만큼 국민의힘에 없어선 안 되는 전력으로 여겨진다. 

경남 상황도 비슷하다. 경남은 부산 다음으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비율이 높다. 김영선 의원(5선), 김태호 의원·윤영석·박대출·조해진 의원(3선)으로 총 5명이다. 이들 역시 나서서 수도권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딱히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의원은 총 16명이다. 하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수도권 출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영남 지역도 양지와 험지가 있다”며 “나가라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한 석을 잃게 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부산서 7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로 표심이 바뀌었다.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도 양산에 사저가 있는데, 전직 대통령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 역시 민주당이 승리를 위해 바짝 고삐를 죌 것으로 본다. 그는 “부산의 경우, 이미 7석이 민주당이다. 섣불리 중진 의원을 수도권으로 출마시켰다가 더 내줄 수 있다”며 “중진을 수도권으로 보내도 영남권서 대체할 인원이 없다”고 우려했다.

혁신위가 총선 공천룰에 관한 내용을 혁신안에 담을지는 미지수지만, 여전히 해당 이슈는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추후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시 경선 페널티 조항 등을 넣는다면 혁신위가 현역 의원보다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영남권 의원들은 혁신위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편이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에 “혁신위 사람들이 아마추어적 사고를 가졌다”며 “영남을 모르고, 전체 판을 읽을 줄 모른다. 본말이 전도된 꼴이다. 혁신위를 꾸리는 이유가 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서울시 강서구청장 패배 때문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패배 원인을 알아내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단순히 중진 험지 출마론만 띄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권 민심에게 영남권 의원의 출마를 물어봐도 돌아올 답은 뻔해 보인다. 

다선들
불만 폭발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영남 다선을 건드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의원들도 다 비슷한 의견이다. 서울서 패배한 선거를 서울 사람이 책임져야지, 영남 사람이 책임지는 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영남권 재선 의원들에게도 불안감이 더해진다. TK와 PK의 재선 이상 의원 수는 28명이다. 현재 대통령실에서는 30명 정도 인원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통령실 인사들이 영남권을 노리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중 절반 정도가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지역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영남권 출마 인원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김인규 행정관을 시작으로 이창진·배철순 행정관 등이 대표적이다. 비서관 중에서는 영남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더욱 많다. 이 중 이진복 정무수석의 부산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이 각각 부산과 경북 구미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영남권은 총선 때마다 물갈이 대상 1순위였다. TK의 경우 물갈이 비율이 50%에 달했을 정도다. 그러나 매번 물갈이 대상은 중진 의원들이 아니었다. 

이 같은 연유로 영남 물갈이론은 김 대표를 물러나게 할 명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서 김 대표에게 겉으로 재신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대표가 당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용단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대통령실과 당내 영남 중진 의원들의 물밑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영남 의원들 대부분은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 많았다. 

당·실 출마 인원수 비슷해
또 다시 분란으로 부글부글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몰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보낸다. 당초 혁신위가 처음 발족됐을 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뒤에 있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영남 차출론을 띄운 이유를 두고 대통령실이 뒤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대통령실이 직접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탓에 인 위원장의 입을 통해 총선 전략을 내놓고 있다는 것. 

명분은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라는 측면이다. 이런 점은 대체로 동의하지만,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여전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당내 중진 의원들의 반발은 이제 시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남의 집토끼마저 떠나가는 중이다. 영남권 의원들의 수도권 차출론은 오히려 당내 상황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수도권 민심이 폭락했는데, 상식적으로 이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혁신위의 1호 안건마저도 비판이 쏟아진다. 1호 안건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인물을 ‘사면’하겠다는 안건이다. 

겉으론 끌어안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윤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듭된 공개 비난 등을 이유로 1년6개월의 당원권 정지가 내려졌다.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을 받았다. 

두 사람은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혁신위서 이들의 사면을 언급한 이유는 보수의 분열과 균열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이 전 대표가 끊임없이 국민의힘을 때리자, 중도층 표심도 점차 떨어져 나가고 있다. 중도층은 매번 총선서 캐스팅보트로 불리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들의 이탈이 상당히 뼈아플 수밖에 없다. 사면을 언급하자 오히려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디테일
떨어져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에서 관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매번 YS(김영삼), DJ(김대중) 생각에만 빠져 있다. 혁신위 이름에 걸맞게 혁신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혁신위 전면에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권 사람들로 지방의 민심을 모른다.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a.co.kr>


<기사 속 기사> 총선 또 다른 포인트 ‘김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공식적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띄웠다.

총선 전략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특별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전략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보다는 함께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킨다.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는가”라고 어깃장을 놨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는 마당”이라며 덧붙였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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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