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따라붙는 ‘프리미엄’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인 트램 노선이 지나는 지역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램은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 전차를 말한다. 트램은 전기, 수소를 연료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유해가스 등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노면과 같은 높이의 레일을 따라 운행해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수도권은 물론 대전, 부산 등 지방 대도시서도 트램 노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트램은 2개 노선으로 추진 중이며, 2024년 착공해 2027년 개통 예정이다.

분양 단지들
높은 경쟁률

동탄트램 1호선은 수원 망포역서 출발해 동탄역을 지나 오산역으로 이어지며, 2호선은 병점역서 동탄역을 거쳐 차량기지로 연결된다. 이들 노선을 통해 수인분당선, 전철 1호선, GTX-A노선과 SRT 환승이 가능해진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거의 모든 지역서 트램 정거장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는 트램 호재로 지역 전체 집값이 오르고 있다.

KB시세트렌드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가 속해 있는 화성시 청계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억7241만원이다. 5년 전, 5억2091만원 대비 2배가량 올랐다. 업무시설은 2021년 7월 동탄2신도시 동탄테크노밸리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동탄역 멀티플라이어’ 오피스가 동탄 트램 등 교통 호재의 장점을 내세워 678실 모두 단기간에 완판됐다.


대전에서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이 트램으로 건설된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대전 전역을 ‘ㅁ’ 자 형태로 도는 순환선(33.4㎞)과 일부 지선(3.2㎞) 구간으로 조성되며 2027년 개통될 예정이다. 3호선은 연장 50㎞ 내외로 2028년 착공해 2033년 완공하는 로드맵이 마련될 계획이다.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 
수혜 부동산 훈풍 불까

대전 트램 신규 역 인근에 분양한 단지들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램이 지역 내 들어서면 역세권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출퇴근이나 자녀 통학이 편리하고, 트램역을 중심으로 구축된 쇼핑, 문화, 편의시설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시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램 구경을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유동인구가 늘면서 일대 부동산 가치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우여곡절 속에 위례신도시 핵심 대중교통 사업 중 하나인 위례트램도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이 처음 발표된 지 15년 만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했던 위례신사선서 오랜 기간 사업이 지연됐던 트램이 착공하자 일대 부동산시장은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경기도 성남 위례중앙광장서 위례트램 착공식을 열었다. 위례트램이 계획대로 오는 2025년 개통한다면 트램이 1968년 서울서 사라진 이후 57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1899년 서대문~종로~동대문~청량리 구간에 최초 도입됐던 트램은 1968년까지 약 70년간 운행되다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사라졌다.

57년 만에 
화려한 부활


위례트램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노선이다. 2008년 7월 국토교통부가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하며 발표됐다. 하지만 사업 방식을 두고 장기간 표류하다 결국 발표 15년 만에야 착공에 들어갔고, 2025년부터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출발해 송파IC 남단을 통과, 8호선 복정역에 이르는 본선과 창곡천서 분기돼 8호선 남위례역으로 연결되는 지선으로 나뉜다. 노선 길이는 총 5.4㎞로 정거장 12개소(환승역 3곳), 차량 기지 1개소로 건설된다.

객차 5칸으로 구성된 위례트램 차량 한 대에는 260명이 탈 수 있다. 총 10대의 열차가 본선 기준 출퇴근 시간대는 5분, 평시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될 계획이다. 지선 운행 간격은 출퇴근 시간대 10분, 평시에는 15분이다. 트램이 전용신호로 전용도로 위를 달리는 만큼 자차나 버스보다 빠르게 5·8호선과 수인분당선 역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억원씩 떨어진 위례신도시 아파트값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위례는 서울 강남권과 인접해 고가 아파트가 많은 2기 신도시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행정구역상 위례동에만 총 4만3000여 가구(약 14만명)가 거주 중이지만 지하철역은 2021년 12월 개통한 8호선 남위례역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위례신도시 남쪽 끝에 위치해 위례 주민 대부분은 강남역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8호선 장지역이나 거여역으로 이동해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다행히 강남역, 잠실역, 고속터미널역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위례 주민의 다리 역할을 했다.

자가용 출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를 통해 빠져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일쑤다. 그래도 ‘준 강남권’이라는 입지 덕분에 위례 주요 신축 단지 매매가는 최초 분양가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위례 대장주로 꼽히는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1673가구)’ 전용 84㎡는 지난 1월 9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14억9000만원)와 비교하면 4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1540가구) 같은 평형도 최근 11억1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2021년 8월 최고가가 16억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5억원 넘게 하락했다.

친환경적 
가치 높아

그럼에도 위례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올 초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서 해제한 만큼 성남·하남권역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아파트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위례신도시 중에서도 위례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행정구역상 여전히 서울 송파구로, 규제지역에 해당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곳에 위치한 ‘송파꿈에그린위례24단지’ 등은 다주택자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중과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 등 규제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위례트램과 같은 시기 발표됐던 위례신사선이 내년 제때에 착공할지도 미지수다. 예정대로 착공한다고 가정해도 개통 시기는 빨라야 2028년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램 하나만으로는 위례신도시 교통 편의가 단번에 개선되기 힘든 만큼 당분간 불편은 이어질 거라는 지적도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 내 트램이 도입되면 교통망 개선과 함께 관광요소로 부각되며 인구 유입, 주변상권 활성화 등을 가져와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며 “특히 친환경적 측면서도 가치가 높아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어 트램 수혜지역 부동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트램 노선 예정 지역에 분양 중인 단지.

▲송도 하늘채 아이비원= 코오롱글로벌이 시공 책임을 맡은 인천 프리미엄 아파트 ‘송도 하늘채 아이비원’이 선착순 분양한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 공동주택 336세대, 근린생활시설 161호실, 517대의 주차공간으로 조성돼있다. 평면 타입은 32A, 32B, 59A, 59B, 59C 총 5가지로 구성됐다.

단지 내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과 입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작은 도서관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단지 인근에는 대형 마트부터 골프장까지 쇼핑과 여가시설을 즐길 만한 상권도 충분히 마련돼있다. 또 ▲영·유아 영재교육 ▲초·중·고 교과과정 ▲어학원 ▲예체능 등 학업시설이 완비돼있고, 송도 1공구 학원 특화거리에 위치해 있어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유입 주변 상권 활성화
교통망 개선·관광요소 부각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인천시 연수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9월보다 12월에 154.3%나 증가했고, 현재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입지적으로 봤을 때 지하철 1호선과 제2경인고속도로가 있어 서울 생활 이동권으로 포함돼있다.


GTX-B노선과 송도 내부 트램 유치가 확정돼 수도권은 물론 주변 지역과의 접근성을 높여 우수한 교통 인프라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 DL이앤씨(DL E&C)가 경기도 화성시 신동 동탄2택지개발지구 A56블록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2층, 13개동, 총 800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99㎡·706가구, 115㎡·94가구로 구성된다.

중저밀도 설계로 단지 내 쾌적성과 개방감을 높였고, 200% 미만의 용적률과 20% 미만의 낮은 건폐율 적용으로 동 간 간격을 최대화했다. 입구에는 다양한 물품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대형 현관 팬트리가 설치되며, 다용도실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병렬로 배치할 수 있는 원스톱 세탁존이 마련된다.

안방 전면 발코니에 배치되던 실외기실을 후면으로 배치했다. 

단지가 들어서는 동탄2신도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인덕원~동탄선, 트램 등 교통 호재가 풍부하다. 현재 주거개발은 마무리 단계다. 또 단지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수혜지다. 지난 3월15일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에 710만㎡ 규모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135만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동탄과 용인시 남사읍은 지리적으로 인접한다.

▲한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 대전 서구 정림동 산23-21번지, 도마동 산39-1번지에 공급되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이 인근 대형 호재와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분양 마감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8층, 16개동, 2개 단지, 총 1349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타입A부터 L까지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4억6400만~5억23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이는 최근 대전 서구에서 공급된 단지들의 분양가(5억9300만~6억3340만원, 전용 84㎡ 기준)보다 최대 1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확장되는 
도시 경쟁력

트램 2호선과 충청권광역철도가 교차하는 복수·도마역(예정)이 도보권에 개통될 예정이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대전시를 순환하는 총연장 38.1㎞(45개 정거장, 차량기지 1개) 규모로 건설된다. 올해 기본계획을 확정, 2024년 발주 및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충청권광역철도 사업은 대전·세종·충북·충남이 서로를 연결, 메가시티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계획돼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계룡~신탄진~조치원을 연결하는 1, 2단계와 대전~옥천 연결 구간, 대전~세종~충북 연결 구간, 호남선(가수원~논산) 연결 구간, 총 4개의 사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각 도시의 교통, 물류, 경제, 생활권을 하나로 묶어 도시 경쟁력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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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