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인터뷰>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 베일 속 정보사를 말하다

“내란 가담자들, 그 안에 지금도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이 세상에 공개된 2024년 12월이다. 일각에서는 신빙성을 낮게 봤다.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건 한 장성의 증언 이후다. 증언자는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이다. 30년 넘게 블랙 요원이었던 그의 실명은 지난해 2월 국회 내란 청문조사특위를 통해 알려졌다. 신분상 얼굴조차 공개된 적 없던 박 전 여단장은 12·3 내란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뿌듯했고 행복했고 아쉽다.” <일요시사>와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만난 박민우 전 국군정보사령부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의 말이다. 지난해 말 전역한 그는 30년간 정보사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으로 일했다. 이른바 ‘블랙’이었다. 박 준장은 군 생활 중 아쉬우면서도 ‘최악’이었던 순간을 12·3 내란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보사 조직이 동원된 일을 꼽았다.

대북공작
수행 30년

박 준장은 육군사관학교 47기다. 생도 때부터 죽마고우로 알려진 장성 대부분이 유명 인사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위탁교육을 마친 20대 후반, 강원도 속초 HID(북파 공작부대) 팀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의 대북공작 인생이 시작된 셈이다.

박 준장은 “휴민트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원래 정보사에 들어가기 전의 내 꿈은 기자였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항상 무언가를 잘 기록했다. 기자들도 사건을 취재할 때 출입처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외곽 취재로 정보를 습득한다. 휴민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군도 임무 수행 과정에서 기록이 생명이지 않나”면서도 “다만 휴민트 업무는 평시에 어떤 오퍼레이션이라서 상당히 변화무쌍, 복잡다단하고 위험이 수반된다. 30여년간 보람찬 기간이었지만 마무리가 좀 비정상적이었다. 개인적인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 가장 심각한 건 12·3 내란에 내가 30년 넘게 근무한 조직이 동원되면서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준장의 대북공작 생활은 어땠을까? 그는 소령부터 중령까지 필드에서 뛰던 때를 회상했다. 공작 성과를 인정받아 실제 여러 차례 정부 포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공작 임무를 100% 성공할 순 없다.

박 준장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내 에이전트가 피해를 보거나 체포돼 북한 내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마음의 짐으로 남는 휴민트의 숙명이다. 그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기에 일부러 확인까지 하진 않았다. 나중에 통일이 된 이후 대한민국을 위해 일했던 이들에 대해선 국가가 최소한 그들의 가족들에라도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대북공작 휴민트·블랙 임무 수행·지휘
“계엄법 없는 정보사 임무 노상원 때문에 쑥대밭”

박 준장은 북한의 대남공작 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휴민트 강국이자 사이버 심리·여론전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국내에서 드러난 간첩 사건들만 봐도 북한의 능력을 알 수 있다는 게 박 준장의 평가다.

“확인되지 않았거나 드러나지 않은 북한의 대남공작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북한은 우리와 다르게 공산주의 국가다. 공산주의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정해서 그 임무를 국가가 필요한 부서 및 조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그는 “개인적인 능력이든 국가 시스템이든 휴민트의 공작 여건과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데, 그건 모든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가 그렇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의 정보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세계적인 정보 강국은 과학기술 강국이 아니다. 휴민트의 문제”라고 짚었다.

정보사와 국정원은 경쟁 관계이자 협력·갑을 관계다. 정보사의 공작 예산을 국정원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정원에는 대테러·사이버·방첩 등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국정원 내에는 한 부서가 정보사의 휴민트 활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준장은 “갑을 관계라고 보는 게 옳다. 경험상 국정원의 갑질이라고 느껴지는 게 많았다. 에이전트를 데려가거나 우리가 선점하기로 한 정보를 중간에서 가져간다는 등 좋지 않은 일들로 인해 부딪히기도 했다. 어떤 좋은 성과나 영향력을 미치면 괜찮은 건데 정보사의 역량을 제한하고 통제하기도 한다”며 “해외 출장을 나가거나 해외 블랙 거점에 대한 모든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 블랙이라고 하면 국정원 요원으로서 총칼 빼들고 멋있는 액션을 보여주지만 국정원은 그런 위험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아하고 좋은 곳을 선점하고, 우린 두만강·압록강과 같은 북한과 직접 접촉하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뭐가 더 위험하겠나.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블랙의 위험 임무는 정보사가 맡는다. 국정원이 블랙? 그레이가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다른 건…

이런 정보사 블랙 요원들의 명단 등 군사기밀이 유출된 적도 있다. 지난 1월2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직 정보사 군무원 천모씨의 일반이적 등 혐의 재판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하며 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천씨는 2017년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정보기관 소속 인물로 추정되는 B씨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천씨는 2019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문서 12건, 음성 메시지 18건 등의 형태로 블랙 요원 명단, 정보사 조직 편성, 작전 계획 등 총 30건의 군사기밀을 B씨에게 유출했다. 천씨는 그 대가로 2억7852만원을 요구해 1억6205만원을 받았다.

1심을 맡은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2억원, 추징금 1억6205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오랜 기간 정보사에 근무하면서 정보관들의 인적 정보가 누설됐을 때 생명에 큰 위해가 가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동료들의 생명을 거래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벌금만 10억원으로 감형했다.

박 준장은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보기관 휴민트망이 와해돼 복구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사실보다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박 준장은 “언론에 나오기 이전 이미 사전 조치를 끝냈다. 물론 실명이 넘어가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던 만큼 전원 복귀했다. 또 개인적인 신상이 완벽하게 넘어갔던 게 아니다. 위험의 정도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자세한 사안을 말할 수 없지만 정보기관이 와해된 수준이라는 분석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예시로 동남아 국가 등에 블랙요원 거점이 드러났다고 치자. 정확한 현지 활동명, 주소,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북한 애들이 찾을 수도 없고 찾아다니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보사 업무 이해에 두세 달 걸렸다? 동의 못 해”
“군검찰, 공작보고서 턴 적 있어…압색 왜 안 했나”

그러면서 “제3국이라 북한 요원들의 활동도 노출될 수 있다. 우리도 문제지만 지금 북한도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공관 철수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김정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북한도 불필요한 위험과 노력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박 준장의 군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12·3 내란의 주요 피의자인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다. 이들 모두 휴민트가 아닌 일반 군사·야전(150) 정보병과다. 노 전 사령관과 박 준장은 초반부터 사이가 나빴다. 잠시 좋았던 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업무 스타일과 성격은 ‘상극’이었다.

박 준장은 “노상원은 공작의 ‘ㄱ’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정보사라는 조직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용한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휴민트 820을 파리똥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그건 휴민트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상원 같은 작자들이 무슨 북한군을 만나봤겠나, 뭘 했겠나. 그저 권력자 근처에 빌붙어 30년간 호의호식한 것이다. 노상원은 그런 인물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았다. 성폭력으로 옷을 벗은 것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던 인물이다. 그러니 임무 수행 중인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시는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박 준장이 속초 HID 부대장 시절 지시했던 내용이다. 실제 공작보고서가 존재한다고 한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해 북한 내 HID 요원들이 사망했다면 남북 간 전쟁이 벌어졌을 수도 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당시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이 노 전 사령관의 해당 지시와 연관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무너진
휴민트

박 준장은 “OO계획을 말하면 그로 인해 피해 볼 사람이 많다. 그 계획에 참여하고 실행하고 수행했던 인물 다수 중에는 아직 근무 중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후 내란전담수사본부나 종합특검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박 준장을 축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진술조서를 보면 여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 언급된 두 대령은 실제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제2수사단에 편성할 정보사 요원 40명을 직접 선발했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제2수사단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해 선관위 직원 30명을 붙잡아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계엄이 해제되면서 실행되지는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씨의 재판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수사를 제대로 끝내지 못해 법리구성에 실패했다거나 봐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상원이 김용현 말 적었다고?
김은 휴민트 임무 전혀 모른다”

문제는 지귀연 재판부도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대해 직권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특검팀 관계자들도 정보사를 수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박 준장의 생각은 달랐다. 특검팀이 애초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정보사 업무 보안 문제가 있는 데다 전문성이 있어도 수사하기 어렵다. 군 검사와 수사관 및 군 수뇌부도 자세히 알 수 없는 조직이 정보사인데 나에게 내란 특검 참고인 조사 당시 무인기 외에는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과 관련해 많은 걸 물어볼 줄 알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 수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이나 자문이 필요하다. 정보사 현직 요원들이 특검팀 조사에서 솔직하게 말하겠나? 부담감이 클 것이다. 나 같아도 현직이었다면 먼저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을 거다. 무엇보다 지금 휴민트 상급 요원들은 상당수 내란 준비 및 실행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기에 더더욱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준장은 “특검이 정보사를 압수수색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과거 군검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공작 문서를 싸그리 가져간 적도 있는데 군검찰보다 훨씬 강도 높게 수사가 가능한 특검이 왜 정보사를 압수수색하지 않고 노상원 수첩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사 의지 문제다. 수사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변호인을 선임한 이후 “계엄 선포 이후에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며 아이디어 차원으로 메모한 내용”이라며 진술을 뒤집었다.

박 준장은 “헛소리다. 수첩 내용을 보면 전부 휴민트 임무다. 김용현이 알 수가 없고 머릿속에서도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김용현이 말한 내용을 받아적었다는 진술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주장으로 보인다. 수첩은 내란 계획과 준비 과정을 김용현에게 보고하기 위해 자기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적은 내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노 수첩
미스터리

아울러 그는 “심각한 게 지금 휴민트 재건인데, 국방부의 관심이 약한 것 같다. 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내란에 가담한 인물 중 어떤 이는 처벌이 약하게 나오고 어떤 이는 과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현재 내부가 분위기에 휩쓸려 징계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 “정보사 안에는 여전히 내란에 가담했음에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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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