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족한’ 산모 지원사업 실상

빚내서 운영하는 산후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수천명의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며 저출산 복지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산모건강관리서비스 업체들의 지원금이 수개월째 밀리고 있다. 정부는 매년 ‘저출산 대책’을 내세워 새로운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이미 운영 중인 출산·돌봄 지원사업조차 제때 예산을 받지 못해 중단 위기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출산 직후 집으로 찾아가 산모의 회복을 돕고,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은 대표적인 국가 돌봄 서비스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체불

일부 지역은 지난 5월부터, 다른 지역은 7월 이후부터 비용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제공 기관이 감당해야 하는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억대 규모까지 쌓였다. 지급이 한두 달 밀리는 것을 넘어, 3개월 이상 밀린 지역도 적지 않아 제공 기관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은 산후관리사가 산모와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직접 방문해 일정 기간 돌봄을 제공하는 국가 바우처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산모와 신생아가 가장 취약한 시기인 출산 직후에 제공된다.

산후관리사는 가정으로 직접 방문해 산모의 회복을 돕고, 육아가 낯선 부모 대신 신생아의 기본 돌봄을 맡는다. 출산 후 산모의 회복을 돕고, 초기 신생아 돌봄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출산 후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원 방식은 출산 가정이 복지로에 신청을 하면,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각 가정으로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바우처를 신청한 가정은 등록된 제공 기관 중 한 곳을 선택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제공 기관은 산후관리사를 배정해 해당 가정을 방문하도록 한다.

이 사업은 2022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돼 현재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광역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 기초자치단체에 내려보내면, 기초자치단체는 이 돈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예탁한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이 예탁금을 운용해 산모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에 비용을 지급한다.

7월부터 예산 조기 소진
매년 지원금 지급 지연

그런데 올해 들어 일부 지역의 예탁금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며 지급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경기도의 경우, 여름 이후 일부 시·군 지역에서 예탁금이 모두 소진돼 지난 7~10월 사이 제공 기관들이 수개월간 비용을 받지 못했다.

충청권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지급이 중단됐다. 부산은 5월부터 정산 지연이 시작됐고, 9월에는 당해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는 업체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연말에 지급이 조금씩 밀리는 경우는 많았지만, “올해처럼 오랫동안 지급이 밀린 적은 처음”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러 지역 제공 기관들은 청구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예탁금 부족이라는 이유로 지급이 무기한 ‘대기’로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지급 지연의 피해는 제공 기관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서비스는 시기와 상관없이 먼저 제공되기 때문에 지급 지연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대부분 제공 기관이 감당하게 된다.


산후관리사는 매일 가정에 방문해 정해진 시간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제공 기관은 이들의 급여를 우선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부터 임금·보험료·운영비 전부가 제공 기관 부담이 된다. 실제 지원금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기관들은 사비나 대출을 통해 대금을 충당하고 있다.

실제 평택에 위치한 한 산후 조리업체는 “석 달간 밀린 비용을 온전히 개인 대출로 메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구조는 제도 자체가 ‘선제공-후지급’ 형태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제공 기관은 서비스 중단이 불가하고, 지자체가 예탁금을 보충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금 문제가 바로 인력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지역 제공 기관들은 “몇 년간 함께 일한 관리사들이 그만두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지급일이 일정하지 않아 관리사들이 생계 문제로 하나둘 떠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관리사가 늘면서, 신규 인력 충원도 어려워졌다. 특히 오랜 기간 함께한 베테랑 관리사들이 떠나면 신규 인력이 대체하기 어려워 서비스 질도 낮아졌다.

기관 운영비 대출로 충당
생계 어려워 관리사 이탈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의 예산 부족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원금 지급이 밀리는 상황은 매년 있었다. 일부 기관들의 지난해 미지급분이 올해로 이월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해의 부족분이 다음 해 예산을 압박하면 연말 미지급이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산이 부족해진 이유로 지적되는 건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예산이 충분히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용 인원은 크게 증가했는데, 예산은 정해진 틀 안에서 운영되면서 일부 시·군의 예탁금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됐다.

부산의 한 제공 기관은 “실제 수요 증가와 단가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예산 편성 때문에 매년 연말마다 정산 지연이 반복돼왔다”고 말했다.

2022년 지방이양 이후 변화된 사업구조도 영향을 줬다. 예전에는 국비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은 도·시군이 함께 예산을 부담하는 구조다. 시군이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으면 그 지역은 예산이 조기 소진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한편 평택시, 화성시, 수원시, 용인시, 오산시 등 5개 시도협회(이하 협회)가 속한 한국산모신생아건강관리협회는 미지급된 지원금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수개월째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아 기관들은 대출과 차입에 의존한 채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기관은 사실상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에서는 예산 집행 지연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은 혼란에 빠졌으며, 산후관리사 인건비 지급 지연으로 노동청 신고,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적인 지급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명확한 지원금 지급 시점에 대한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지지부진

경기 지역의 한 산후관리업체 대표 A씨는 “정부에서는 매년 ‘저출산 대책’을 말하지만 정작 출산 후 산모를 돌보는 복지사업은 지원금이 끊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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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