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박희영 기자 = 지난해 3월7일 정성주 전북 김제시장(더불어민주당)이 도박판에 동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은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지만, 정 시장은 근무시간 중 도박 현장으로 향했다. 뇌물수수 혐의 등 각종 비리로 조사 중이던 만큼 공직자로서의 자질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보에 따르면 정성주 전북 김제시장은 이날 오후 4시50분경 김제 지역 한 사무실에서 판돈이 오가는 화투판에 참여한 상태였다. 현장 TV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었다. 공직자가 근무시간 중 사적 도박 현장에 등장한 이유를 두고 김제시 주민들은 직무태만 및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유유자적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적 정치 상황이 급박했던 시점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시장이 도박판에 있었다면 중대한 자격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서 정 시장이 근무시간 중 도박 현장에 머물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 시장이 김제의 한 사무실에서 지인들이 벌인 화투판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켜봤다는 것이다. 당시 시점은 이른바 ‘윤석열 내란’ 사태와 관련해 핵심 인물의 석방 여부를 두고 법원의 판단에 전국적 관심이 집중됐던 시기였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행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신뢰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 사례와 비교하며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카드놀이 전력만으로도 공천에서 배제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사안 역시 공직자 윤리 기준에 따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 시장의 행위가 향후 정치적 책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시장은 숱한 비리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온 인물이다. 그의 가족을 둘러싼 구체적인 뇌물수수 흐름도 드러났다. 수사를 받는 정 시장은 성형외과에서 미용 시술을 받고 이 비용을 제3자가 대신 내게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역 내 디자인 업체 대표 A씨는 성형외과에 약 2000만원을 현금으로 선결제했다. 이후 2023년 3월 정 시장과 배우자, 처제는 A씨가 결제한 금액으로 보톡스, 필러, 백옥주사 등 미용 시술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제보자가 제공한 녹취 자료에는 “930만원 시술 예정 금액 중 700만원이 남았고, 이를 배우자와 처제가 나눠 사용했다”고 언급됐다. 또 정 시장은 8000만원대 뇌물수수 의혹을 받아 경찰이 수사를 확대했다. 정 시장의 뇌물수수 의혹은 지난해 8월 전직 청원경찰이 제기했다.
1억 수수 혐의 와중에도···
도박하는 정성주 김제시장
수의계약을 노린 A씨가 뇌물을 전달하고 이 돈이 그대로 김제시청 전직 국장 B씨 등과 정 시장에게 흘러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앞서 정 시장이 8000만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던 전직 김제시 청원경찰 김모씨는 “정 시장이 알고 지내던 사업가 A씨에게 자신이 20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받아 해당 성형외과에 직접 선결제했다”고 제보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실제 병원 진료 내역에 A씨가 대납했다고 추정되는 전체 2000만원 가운데 정 시장이 230만원을 시술비로 사용했고, 정 시장 부인이 470만원을, 청원경찰 김씨가 6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적시됐다.
이와 관련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정 시장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정 시장 뇌물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기각됐다. 지난달 17일 김신영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A씨와 B씨에 대해 뇌물수수, 뇌물공여 혐의로 신청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주거가 일정해 도망의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의혹 확인을 위해 김제시청을 압수수색하고, 지난해 12월16일에는 정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미용 시술 비용 대납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이 인정되면 형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대가성 없이 단순한 호의였다고 하더라도 공직자에게 일정 금액 기준을 넘는 금품이 제공됐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이에 대해 정 시장은 인터뷰를 거부한 채 추후 답변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시청 발주사업 수주를 대가로 뇌물이 오갔단 의혹에 이어 정 시장과 가족이 부적절한 돈으로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 시장에 대한 추가 수사 향방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도덕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제주도 여행 경비를 제3자가 부담했다는 제보도 잇따른다. 제보자 김모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2023년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제주도 여행에서 당시 김제시장 정성주와 그 가족, 지인들이 동행했으며, 여행 경비 상당 부분을 본인이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배우자 의전 논란 반복
조폭 의혹에도 재임 성공
당시 제주도 왕복 항공료 약 170만원을 여행사 대표에게 현금으로 지급했고, 현지 식당에서 발생한 식비 170만2000원 중 100만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70만2000원은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 또한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 등 약 900만원 상당은 동행자가 부담한 것으로 진술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카드 사용 내역 및 여행 자료를 첨부하며, 해당 비용 지출이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 시장이 직접 지출한 비용은 해삼·멍게 구입 등 약 25만~30만원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이 같은 비용 부담 구조에 대해 “사실상 여행 경비 전반을 제가 제공한 것”이라며, 정 시장 측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정 시장을 둘러싼 폭력 전과 및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 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보도에 따르면 정 시장은 폭력 관련 전과 이력으로 공천 당시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범죄단체 관련 전력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정 시장이 민주당 전북도당 공천 신청서에 제출한 전과 기록에 따르면 폭력 전과 2범으로 1차 폭력은 1986년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2차 폭력 범죄는 1차 폭력의 집행유예(2년)가 끝난 직후인 1988년 8월25일 판결에 따른 것으로 이때는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 됐다.
김제 정가와 지역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이 같은 폭력 전과는 단순 폭력이 아닌 조폭 활동과 관련돼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수사 기관 출신이나 사회단체에서는 정 후보의 폭력은 ‘살인 미수’나 ‘살인 교사’와 관련돼있고 재판 과정에서 폭력으로 변모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방선거 공천 심사를 앞두고 ‘살인미수’와 ‘범죄단체 구성과 가입, 활동한 자(후보자 부적격 1호)는 공천서 배제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도당 공천심사위는 서류상 살인미수나 범죄단체(조폭) 활동 사안이 없다는 이유로 정 시장에게 경선 참여를 허용했다.
정 시장은 공심위 면접에서 전과와 관련 “20대 시절 치기 어린 행동으로 그동안 반성하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과 보니···
이 같은 의혹이 누적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리심판 청구가 제기됐다. 청구 측은 “도박, 뇌물, 비리 의혹이 중첩된 사안으로 공직자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출당 수준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정 시장 측은 대부분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영상, 녹취, 시간대까지 특정된 만큼 단순 의혹 수준을 넘어선 사안”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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