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전·현직이 전한 정보사는 지금…

“북한 상대하는데…행정조직 전락?”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군정보사령부는 12·3 내란 이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는 계파 싸움을 넘어 직원들끼리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분위기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은 역대급으로 조직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정보사 개혁’을 단행할 적절한 시기라고도 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에 이어 2차 종합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이 닻을 올렸다. 과거 특검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조직은 국군정보사령부가 유일하다. 정보사는 현재 소극 공작만 하고 있을 정도로 위축돼있다. 직원 대부분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까 노심초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수십년간 지속된 정보사 내부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망가진
정보망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소통해 왔다. 1년이 넘는 설득 끝에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에 이어 복수의 정보사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 요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휴민트 요원들은 보안을 숙명으로 삼는다. 외부인에게 내부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들은 지금껏 배운 대로 내부절차를 밟아 윗선에 쓴소리와 변화를 요구했으나 헛수고였다고 한다.

정보사 A 여단은 국군에서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영관급 장교인 B씨는 “지금까지 변화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2018년과 2024년 내부 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2024년 내란 가담까지 일개 조직이 겪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이때가 변화와 혁신의 기회였다”고 주장했다.

정보사는 국가정보원과 같이 매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인원과 작전 위험도로 따지면 국정원보다 소수 정예로 움직인다. 그만큼 인원을 뽑을 때도 최고의 엘리트 인원들을 선발해야 한다.

B씨는 “전 세계 어느 정보기관들을 보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려 노력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국정원, 방첩사도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그리고 연수 기간을 통해 인원들을 선발한다. 하지만 정보사 A 여단은 다르다. 아니 틀리다. A 여단은 820 선발 차원에서 이런 선발 과정이 아닌 서류심사, 면접으로 이뤄지고 선발된 인원들은 소정의 연수 과정을 끝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애초 선발할 때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도 모자라다. 현실에서 해외 체류 경험이나, 어학 능력 수준과 기본소양만 보고 선발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점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B씨는 “정보기관, 그리고 100여단에 적합한 인원을 선발해야 한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정원이나 방첩사처럼 확실한 기준을 갖고 우수한 인재들만 선발해야 하는데, 과거부터 인력이 부족하니 대거로 채용해서 채워넣기에 급급하다”고 토로했다.

휴민트, 해외 경험·소양·어학만 보고 선발?
필드 경험 전무한 지휘관들 “대외공작 몰라”

정보사의 이런 채용 방식은 채용 인원 대비 진급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을 낳는다. 진급 대상자는 수십명에 달하는데 진급 자리는 고작 10명도 되지 않는 형국이다. 군대라는 특성상 계급 정년과 나이 정년이 있기에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을 택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막 들어온 신입 직원들은 A 여단에 전입하면 짧게는 1년, 길면 2~3년 내 소령 진급을 바라본다.

또 다른 정보사 영관급 장교 C씨는 “위관급들끼리 진급 경쟁을 시작하는데 무슨 경력으로 진급할 수 있겠나. 이제 막 들어와 내부 분위기 파악에 적응 기간을 지나고 나면 진급 시즌이 수차례 지나간다. 필드 활동으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실적보다는 인맥 쌓기, 힘든 데스크 포지션을 수행하면서 주로 진급 자리만 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에 좋지 않은 성품을 가진 이들도 있다. 개인 노예 부리듯 시도 때도 없이 후배들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킨다. 진급을 위한 상납금 등 예산을 남용하거나 직장 내 갑질을 부리기도 한다. 어린 친구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수긍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절대 명령, 절대 복종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A 여단 대부분의 대위에서 소령 진급자들이 이런 식으로 진급한다”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정보사에는 현재 현장 필드 경험이 없는 지휘관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필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지휘관이기에 현장 요원들을 제대로 감독하거나 지도할 수 없고 공작 계획도 부실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스크
포지션

정보사 HID 원사 출신인 D씨는 “우리 조직은 수집기관이다. 현장 경험이 없는 지휘관들로 인해 정보사는 지금 행정조직에 가깝게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12·3 내란 때 A 여단 직무대리였던 대령이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사림이었다”고 말했다.

경력을 쌓지 못한 장교들은 다수 진급에 실패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도 없는 인원은 윗선으로부터 ‘차라리 참모직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사 참모직 중 대표적인 부서가 ‘특수사업처’다. A 여단의 공작 계획을 관리·감독하는 부서로 현장 경험이 없는 지휘관이 이끌게 되면 말 그대로 공작 진행이 초기 단계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C씨는 “정보기관은 어느 조직보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한다. 방첩사는 군사교육 성적 상위 10%, AI 면접 등 우수한 인재 선발을 위해 노력하는데, A 여단도 그래야 한다”며 “수집 활동에 적합한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과 적합성을 보고 채용해야 하는데, 만약 충족되는 인원이 없으면 채용하지 않아야 한다. 수집성과가 우수한 인원들을 위주로 진급시키고 지휘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A 여단은 매년 보험회사처럼 실적을 기준으로 연말에 전 인원의 수집 성과를 점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매번 비슷한 인원들만 상위권에 든다. 나머지는 그저 안일하게, 편하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필요하다면 조직을 축소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A 여단에는 정말 능력이 탁월한 인원들이 있다. 이들을 위주로 조직을 축소시켜 실력 있는 사람만이 남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수집기관의 사명이다. 대한민국은 매우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분단국가라는 특성을 안고 살아가는 국가”라며 “이런 현실 속에서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전장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남은
특검 수사

아울러 “이번 군 정보기관의 개혁만이 대한민국 군 정보의 올바른 방향과 미래 지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정보사는 내란 특검팀에 이어 2차 종합특검팀의 수사를 받게 된다. 어쩌면 내란 특검팀보다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지금보다 조직의 사기가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 전·현직 정보사 관계자들은 종합특검팀 수사로 내부에서 부정한 공작과 악행을 일삼는 이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는 “과거 특검팀 수사에서 솔직하게 진술하지 않은 인원이 적지 않다. 한 장교는 비상계엄 다음 날 증거인멸까지 했는데 이 부분이 수사되지 않았다. 물론 입을 다물고 있는 직원들에 대해 특검팀이 ‘라포 형성’을 하면서 진술을 끌어내는 방식도 필요하지만 노상원의 경우 이 방법이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아예 묵비권만 행사하는 직원들에 대해선 확실한 물적 증거를 잡았다면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내란 특검팀 수사에서부터 협조하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씨의 재판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진술뿐이었다. 오는 항소심 재판에서 이른바 ‘노상원 수첩’ 내용의 진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증거로 인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먼저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윤씨 등 8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이래 구체적인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특검법상 항소하고 7일 이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력 못 채운 장교는 진급하려 참모직으로
엘리트 인재 지원 규모 해마다 줄어 인력난

내란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은 ‘우발적 조치가 아니라 2023년 10월 이전부터 기획되고 장기간 준비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자필로 작성한 70쪽 분량의 수첩을 제시했다.

해당 수첩에는 이 사건 비상계엄 및 그 후속 조치와 관련된 단계적 내용이 다수 적혀있었다. 수첩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일 만인 2024년 12월15일 노 전 사령관 모친 주거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1심은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작성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윤씨가 계엄을 결심한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특정했다.

수첩의 신빙성을 입증할 핵심 단서는 노 전 사령관의 증언이다. 노 전 사령관은 특검팀 수사 초기 일정 부분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심 재판 과정에서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종합특검팀도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필요하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 가운데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국회 해산, 비상 입법기구 창설, 별도 수사단 구성 및 집결 계획 등이 포함됐다. 다만 수첩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이 종합특검 수사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부터 내란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정보사 관계자들 전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앞서 박 전 여단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보사 현직 요원들이 특검팀 조사에서 솔직하게 말하겠나. 부담감이 클 것이다. 나 같아도 현직이었다면 먼저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휴민트 상급 요원들은 상당수 내란 준비 및 실행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처벌 피하려
소극적 협조?

검찰 특수본 조사를 받았던 한 정보사 관계자는 “검사가 묻는 것에 대해서만 답했다. 공작이 어떻게 진행되고 언제부터 비상계엄을 알았는지, 주로 누구와 연락했는지는 답했지만 주로 내가 어떤 임무를 하고 향후 작전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판단되는 건 답변을 거부하거나 먼저 말하지 않았다. 이건 나 말고 다른 요원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노상원과 만났던 이들은 대부분 기소되거나 파면됐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입을 좀 더 열어야 한다고 본다. 정보사를 망쳤다면 마지막에라도 옳은 선택을 하는 게 맞지 않나.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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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