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8.09 08:05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도 하반기 정부 업무보고’를 보면서 문득 종합병원의 다학제 진료회의가 떠올랐다. 병원장과 각 분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부라는 종합병원의 병원장이고, 장관들은 각 분야를 맡은 전문의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는 ‘과연 국가의 병은 제대로 진단되고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 병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오진이다. 감기인데 암으로 진단하면 불필요한 수술을 하게 되고, 암인데 감기로 진단하면 치료 시기를 놓친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진단이 틀리면 처방은 실패한다.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나 추진 속도가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했느냐에 달려 있다. 의학에는 치료의 순서가 있다. 먼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백신을 맞는다. 그래도 몸이 조금 약해지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인다. 병이 확인되면 약을 처방한다.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끝내 수술이 필요하면 그때 메스를 든다. 어느 단계도 불필요하지 않지만 순서를 거꾸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가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의 경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경선을 거치며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흐름을 보인 것도 이번 경선이 사실상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제주·인천과 강원·대구·경북을 지나 호남과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판세는 여러 차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마지막 승부를 결정할 변수는 지역도, 조직도, 연설 능력도 아닌 한 문장의 선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한 문장은 바로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라는 약속이다. 김 후보와 정 후보 가운데 누가 먼저 이 말을 국민과 당원 앞에 분명하게 선언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두 후보의 정치적 경력과 조직력, 인지도와 지지 기반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기존 방식만으로 상대를 확실하게 앞서기 어렵다. 상대보다 더 강한 표현을 쓰거나 더 많은 공약을 내놓는다고 해서 당원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민주당 당원들이 바라는 것은 당에 대한 전락보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는 모두 386세대로 정치를 시작해 지금은 686세대가 됐다.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이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서 시대를 이끌어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김보미(36) 강진군 의원은 “화염병과 짱돌 들고 싸우던 세대가 아직도 민주당의 주인이다. 686이 786, 886까지 가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은 다소 거칠었지만, 그 한마디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전체에 세대교체라는 화두를 던졌다. 같은 686세대인 필자 역시 그 질문을 외면할 수 없었다. 686세대는 현재 60대이면서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60년대에 태어난 정치·사회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고, 이후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386에서 시작된 이들의 시대는 어디까지 이어져야 할까? 386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 후반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이라는 뜻이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40대가 되자 486, 50대가 되자 586, 그리고 지금은 60대가 돼
정치는 가끔 실패할 수 있고, 정책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 정책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세금 제도는 일부 수정할 수 있고, 복지 정책은 보완할 수 있으며, 행정 절차 역시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그리고 적법 절차를 다루는 형사사법제도만큼은 그 무게가 다르다. 한번의 잘못된 제도 설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부작용이 생기면 빨리 고쳐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입법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의를 갖고 새로운 제도를 설계했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며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 데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으로 피해자들의 피해가 악화하거나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실상과 맞지 않는다면 신속히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
이번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보면 드라마 <흑기사>가 떠오른다. 선악 구도를 만들어 한쪽은 도시를 살리는 천사, 다른 한쪽은 개발이익을 노리는 악마처럼 배치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 재생이 ‘철거보다 보존’ ‘개발보다 사람’이라는 감성 프레임을 입고 등장했다면, 이번 토론회는 ‘수급불균형’ ‘전 정권 악마화’ ‘불로소득’ ‘똘똘한 1채’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더 강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이를 종합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형식은 국민 의견수렴이었지만, 시장이 느낀 본질은 달랐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 잡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은 2022년~2025년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수급불균형으로 돌리고, 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양도세 감면 축소, 대출 우회로 차단, 재건축·재개발 통제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잡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목은 대통령이 직접 주택담보 기반 사업자대출의 용도 증빙 문제를 거론한 부분이다. 이것은 단순한 대출 관리가 아니다. 주담대, 사업자대출, 전세대출, 잔금대
2026-08-04 윤준 SH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순회 경선을 마치면서 전체 판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45.05%를 얻어 44.61%의 정청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고, 지난 2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는 정 후보가 46.6%를 기록하며 43.8%를 얻은 김 후보를 앞질렀다. 송영길 후보는 두 지역 모두 약 10% 안팎의 지지를 받으며 선호투표제의 변수로 남아 있다. 두 차례 순회 경선을 합산하면 김 후보는 5만4309표(44.52%), 정 후보는 5만5518표(45.51%), 송 후보는 1만2156표(9.97%)를 기록했다. 정 후보가 누적 기준으로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각 캠프 역시 남은 경선 결과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승부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 발표되는 이 숫자를 실제 투표자 수로 이해하면 이번 전당대회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발표되는 수치는 권리당원과 대의원, 그리고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해 계산한 ‘최종 유효 득표수’다. 실제 몇 명이 투표했는
2026-08-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webmaster@ilyosisa.co.kr>
2026-08-03 김홍기 화백
최근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찰 보완수사에 대한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기소와 수사라는 완전한 기능적 분리가 검찰개혁의 핵심이기에 검찰의 보완수사는 폐지돼야 한다고 외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찰의 오판, 오류, 그리고 비리 등으로 있을 수 있는 수사상의 문제들을 검찰 단계에서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검찰의 수사권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는 경고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위 말하는 표적 수사나 별건 수사 등 그 막강한 권한이 오용되고 남용된 사례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로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라는 가히 혁명적인 개혁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무릇 모든 개혁이나 심지어 작은 변화라도 그 목표나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이유는 어떤 정책이라도 그 정책이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집단, 또는 조직이나 단체, 더 나아가서는 계층의 의견과 이익이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번 보완수사 논란이 보완수사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
2026-08-03 이윤호 교수
조정식 국회의장이 언급한 대통령 연임이 연일 화제다. 조 의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과 선택의 문제”리고 말하면서 개헌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서 ‘연임은 없다’ , 이 다섯 글자를 말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8-03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몇 달 전 한 방송에서 프랑스에서 살던 젊은 부부가 제주도로 건너와 행상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왜 안정적인 삶을 포기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싫었다. 우리는 지금을 즐기며 살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는 단순히 직업을 바꾼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철학에 차이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 느꼈다. 선진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왜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산업화 시대에는 그것이 맞는 길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최근 코스피 7000 시대를 넘어서면서 경제 규모와 국가 경쟁력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국가 경쟁력 새로운 단계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에서 현재를 누릴 줄 아는 나라로 생각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미래 위해 현재를 포기한 나라= 대한민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잘살아
2026-08-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31일 국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 입법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민주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 전 대표는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님,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보고드립니다"라며 17년 만에 검찰개혁의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은 노무현정부에서 첫발을 뗀 이후 단계적으로 진전시켜 온 민주당의 개혁 과제였다. 그러나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여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한 사람은 노무현의 이름으로 개혁 완수를 선언했고, 다른 한 사람은 노무현의 가족이라는 위치에서도 국민을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다. 같은 노무현을 말했지만 정치적 결론은 달랐다. 사실 곽 의원의 반대는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지난 11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제기했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경찰에 독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면 또 다른 권력 집중이 생길 수 있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사소송법이 통과된 뒤에도 그는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2026-08-0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권이 출범하면 가장 먼저 손대는 분야가 있고, 임기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늘 정치적 저항이 가장 큰 과제이고, 경제와 민생은 그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다. 이재명정부 역시 출범 이후 검찰과 사법제도 개혁에 가장 많은 정치적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리고 이제 그 긴 여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31일 국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저지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무제한 토론을 종결한 뒤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이송받아 공포하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완성하는 검찰개혁은 제도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사실 권력기관 개혁은 이번 검찰개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사법개혁 3법인 법왜곡죄 도입, 재판소원법 제정, 대법관 증원법이 지난 3월5일 공포되면서 법원 제도를 손보는 큰 틀의 사법개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재판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을 확대하는 한편, 대법원의 만성적인 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2026-08-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권력은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무너진다. 거창한 비리나 노골적인 청탁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과 “별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자기합리화가 쌓일 때 국민의 신뢰는 가장 먼저 무너진다. 그리고 그 균열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문자메시지 한 통이 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30일, 한 언론매체는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회장님,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장면을 포착했다. 카메라에 잡힌 휴대폰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답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에선 31일 “개인적 친분으로 가볍게 의견을 전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윤 의원은 가타부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윤 의원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문자는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더 잘 배려해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이 짧은 한 문장이 던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일각에서는 “질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청탁은 없었다”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된 의례적인 표현이었다
2026-07-31 강주모 기자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침묵으로 더 큰 메시지를 남길 때가 있다. 어떤 말은 한 번만 하면 모든 논란이 종식된다. 반대로 누구나 기다리는 한마디를 끝내 하지 않을 때는 그 침묵 자체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대통령 연임 개헌 논란도 결국은 ‘무슨 말을 했는가’보다 ‘왜 그 말을 하지 않았는가’에서 시작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였다. 이날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문제”라며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합의하면 가능한 문제”라는 취지로 답했다.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는 연임 개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드디어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며 “대통령이 연임 개헌을 추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내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이 직접 연임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잇따라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개혁신당과 무소속 인사들까지
2026-07-3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는 겁니까?” “아이를 낳고 싶어도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국민은 정치권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하나 같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이구동성 중이다. 묻고 싶다. 민주당에게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만 존재하는 나라인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당 대표 후보들은 누가 더 강한 검찰개혁론자인지를 경쟁하듯 외치고 있다. 검찰청 폐지부터 수사·기소권 분리, 권력기관 개편까지 후보들의 입에서는 검찰개혁이 떠나지 않는다. 반면 부동산은, 민생은 어디에 있는가. 집값과 전세 문제는 어디로 갔으며, 청년들의 절망과 서민들의 한숨은 왜 전당대회의 언어에서 사라졌는가.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민석 후보는 SNS에 45건, 송영길 후보는 120건, 정청래 후보는 153건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중 ‘검찰’을 언급한 빈도는 김 후보 16회, 송 후보 46회, 정 후보 54회였으며, ‘부동산’ 키워드에선 송 후보만 4차례 언급됐을 뿐,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외에 김 후보는
2026-07-30 강주모 기자
며칠 전 사당동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20여명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모두 고희(칠십)을 눈앞에 둔 나이지만 친구를 만나면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동창회의 묘미다. 친구들의 근황을 듣다 보니 은퇴 후 삶의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대부분은 평생 해오던 일을 조금 더 이어가고 있었다. 대기업 출신 친구는 협력업체에서 기술 자문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이 몸담았던 업계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을 조금 더 확장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반면 한 친구는 지금도 현역 한의원 원장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다. 최근에는 질병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담은 <담음병리학>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오랜 세월 태양광발전소 개발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여전히 현업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꾸준히 발전시키며 현재진행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필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사람은 따로 있
2026-07-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인공지능은 화면 속에서 작동하지만 그 기반은 현실의 전기와 물이다. 챗봇의 답변과 대규모 학습은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고,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가 있어야 돌아간다. 지난 1월22일 AI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의 기반은 마련됐지만, 규제 적용에는 계도기간이 남아 있고 AI 산업의 성장은 법과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력망과 용수시설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투자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시설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부 반도체 공장은 착공 후 약 2년 안팎이면 장비 반입 단계까지 갈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송전선로와 변전소, 용수관로는 입지 선정과 환경 검토, 주민 협의와 보상을 거쳐야 하므로 사업에 따라 7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를 “공장은 2년, 전선은 10년”이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다만 공장 건설보다 기반시설 준비가 늦어질 위험이 크다는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로 거론되는 16기가와트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접속·계약 수요의 누계에 가깝고, 어느 한순간 실제로 쓰는 최대전력과 같은 숫자가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2026-07-29 배성훈 박사
학생 인권 과잉시대에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이 공감을 얻듯, 권리의 균형 상실은 시스템의 붕괴를 부른다. 환자와 의사 간 권리의 균형이 무너진 오늘날의 대한민국 의료 역시 전례 없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발생한 모 대학병원의 중동 의사 무면허 대리 수술 사태와 고질적인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이는 필수 의료, 건강보험, 사법제도, 의료전달체계가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해당 병원 사태의 내막은 상급종합병원의 일그러진 생존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학병원이 무리하게 여러 수술방을 열고 국내 의사면허가 없는 외국인 의사에게 집도를 맡긴 근본 원인은 결국 ‘돈’과 ‘인력 부족’이다. 기형적인 수가 체계 속에서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는 행할수록 적자가 난다. 병원은 이를 메꾸기 위해 고가의 비급여 로봇 수술을 적극 권유하며 수술방을 늘렸지만, 정작 방을 채울 대한민국 서전(Surgeon)의 씨가 이미 말라버렸다. 그 빈자리를 중동에서 온 연수 의사들이 채우는 황당한 주객전도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 젊은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사라진 까닭은 필수 의료 현장을 사법적 단죄의 대상
2026-07-29 조석주 교수
“권력구조 개편 관계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에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개헌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질문에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같이 답했다. 논란이 일자 조 국회의장은 이튿날인 29일, 자신의 SNS에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썼다. 그는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켜 유감”이라면서도 “여아가 합의 가능하고 국민이 찬성하는 개헌 주제들을 중심으로 추진해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의 발언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임기와 권력구조를 결정하는 헌법 문제라면 말 한마디조차 무게를 달리해야 한다. 언뜻 보면 민주주의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을 이야기할 때 이 말은 가장 위험한 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국회의장이라면 더
2026-07-29 강주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