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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12.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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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불원재, 정부·학계는 왜 상고사 논쟁 비워뒀나?

2025년의 마지막 페이지에 서면, 우리는 늘 비슷한 질문 앞에 멈춘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은 끝내 바뀌지 않았는가. 정치는 새로움을 말했고 제도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우리의 뿌리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돈다. 한 해의 끝에서 고대사를 꺼내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고대사를 말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환빠’, 그리고 ‘식빠’다. 이 두 단어는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토론을 끝내기 위해 쓰인다. 누군가 환국과 단군조선의 상고사를 담은 <환단고기>나 단군의 계통과 고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단군세기>를 언급하면 '환빠'라는 낙인이 찍히고, 식민사관의 형성 과정을 비판하면 '식빠 몰이'라는 반격이 돌아온다. 이 싸움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주체들은 언제나 조용하다. 정치권과 제도권 학계다. 먼저 학계를 보자.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출발한 역사 서술의 틀은 해방 이후에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섰던 인물이 이병도를 비롯한 실증사학 계열이라는 점은 이미 학계 내부에서도 널리 알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