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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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으로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야당의 3선 중진 출신인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지명했다. 동시에 장관급 자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발탁했다. 경제·예산의 심장부에 야권 출신 인사를 앉힌 이 선택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는 “누가 우리 편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묻겠다는 국정 운영 방식의 선언에 가깝다. 정권 초반 인사는 늘 메시지다. 특히 예산과 재정을 쥔 자리는 대통령의 철학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 자리에 진영의 충성도가 아닌 조정과 설득의 능력을 앞세운 인물을 앉혔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향후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지에 대한 예고편처럼 읽힌다. 기획예산처는 돈을 나누는 부서가 아니다. 국가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곳이다. 중장기 재정 전략을 세우고, 부처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국회와의 협상을 통해 정책을 말이 아니라 숫자로 구현한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 이 자리는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통제와 신뢰의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 출신 인사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어 관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한 채 시간에 끌려 다니고 있다. 새벽과 오전, 점심과 오후, 저녁이 서로 다른 시간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개인과 조직, 정치와 사회 모두 하루 전체를 동일한 긴장과 속도로 밀어붙인다. 그 결과는 만성 피로, 판단 오류, 감정 과잉, 그리고 사회 전반에 퍼진 번아웃이다. 이는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사회 구조의 실패다. 새벽은 원래 하루의 방향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개인에게는 사고가 가장 맑고, 조직에게는 전략이 정리되며, 국가로 치면 정책의 기본 철학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새벽은 이미 소진된 시간이다. 야근의 연장이거나, 과도한 일정 속에서 겨우 잠을 청하는 최소한의 휴식일 뿐이다. 숙의 없이 밀어붙인 정책, 충분한 검토 없이 쏟아지는 개혁 구호는 이 ‘새벽 없는 사회’의 단면이다. 출발선이 무너진 하루는 방향을 잃고, 방향 없는 하루가 쌓이면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 오전은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이고 판단력이 높은 시간이다. 개인에게는 핵심 업무를, 조직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이제 곧 2026년이 시작된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같은 다짐을 한다. 덜 아프게 살자, 덜 지치게 버티자, 이번만큼은 건강을 놓치지 말자고. 그러나 직장인의 현실은 새해 인사만큼이나 빠르게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일정은 다시 빽빽해지고, 회의는 늦어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또다시 자정 너머로 밀려난다. 건강은 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건강을 지킬 시간은 늘 가장 먼저 양보된다. “매일 7~8시간 충분히 주무세요.”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직장인에게 이 문장은 권고라기보다 이상에 가깝다. 매일 충분히 자는 삶이 가능했다면, 우리는 애초에 이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방식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매일 잘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필자는 평일엔 평균 4시간 정도 잠을 자며 늘 약간의 피로를 안고 살지만, 금요일 밤 10시부터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12시간을 푹 자고 나면 한 주의 피로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 긴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시 한 주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재충전 시간이다. 토요일 오후에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2025년의 마지막 페이지에 서면, 우리는 늘 비슷한 질문 앞에 멈춘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은 끝내 바뀌지 않았는가. 정치는 새로움을 말했고 제도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우리의 뿌리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돈다. 한 해의 끝에서 고대사를 꺼내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고대사를 말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환빠’, 그리고 ‘식빠’다. 이 두 단어는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토론을 끝내기 위해 쓰인다. 누군가 환국과 단군조선의 상고사를 담은 <환단고기>나 단군의 계통과 고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단군세기>를 언급하면 '환빠'라는 낙인이 찍히고, 식민사관의 형성 과정을 비판하면 '식빠 몰이'라는 반격이 돌아온다. 이 싸움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주체들은 언제나 조용하다. 정치권과 제도권 학계다. 먼저 학계를 보자.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출발한 역사 서술의 틀은 해방 이후에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섰던 인물이 이병도를 비롯한 실증사학 계열이라는 점은 이미 학계 내부에서도 널리 알려진
2025-12-2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황인경의 <목민심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 중 하나다. 책 이름을 모르는 공무원이 거의 없고, 한 번쯤 펼쳐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2014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650만 권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면 <상록수>와 <토지>에 이어 거론되는 역대 베스트셀러 3~4위권이다. 소설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닌 한 권의 고전이 이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의 위상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놀라운 숫자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질문하게 된다.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이 왜 행정의 언어로는 살아 움직이지 못했는가. <목민심서>는 흔히 “백성을 사랑하라”는 도덕서로 오해된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은 훨씬 냉정하다. <목민심서>는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집필한, 철저히 실무적인 행정 지침서다. 세금을 어떻게 걷을 것인가, 송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관리가 부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정약용은 인간이 선하다는 전제 위에 행정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2025-12-2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제안한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및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간 “검토 가치가 없다”며 선을 그어왔던 입장을 선회해 여야 정치인 모두를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대대적인 전수조사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대통령실도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이 야당의 요구에 버티다가 특검 수용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여론의 지형 변화 때문이었다. 민주당 지지층마저 통일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3분의 2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게다가 정치권 로비 의혹에 여야 인사가 모두 연루된 만큼 편파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통일교 특검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통일교 특검이 일단 속도를 내게 됐지만 특검 후보 추천권 등을 두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2025-12-24 김명삼 대기자
국회가 지난 23일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혐의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설치하도록 한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를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고, 여당은 필리버스터 종료 이후 표결을 통해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의 취지는 명확하다. 국가 질서를 흔든 중대 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사법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내란·외환과 같은 범죄는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정치·군사·헌정 질서 전반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정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전담 재판’이라는 개념 자체보다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사법부가 오랫동안 지켜온 무작위 배당 원칙은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정 사건을 위해 별도의 기준을 설정하고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식은 그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다. 민주당은 당초 외부 인사가
2025-12-2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22일, 춘추관으로 첫 출근하는 후배 기자의 모습이 실린 뉴스를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브리핑룸, 새로 걸린 휘장, 이전과 달라진 출입 동선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겨있었다. 뉴스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어 “어때?”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짧았다. “아, 진짜 청와대 시대가 다시 열리는구나, 그게 제일 먼저 느껴졌어요.” 공간이 바뀌면 말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 기자의 출근길은 언제나 권력의 동선을 가장 먼저 비추는 거울이다. 정치의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이런 장면에서 먼저 체감된다. 기자가 다시 춘추관으로 돌아오고, 브리핑 공간의 상징이 돌아오는 순간, 권력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비로소 분명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는 단순한 행정 동선의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자신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왔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어떤 공간이 국정의 중심이 되느냐다. 이 질문의 핵심에는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 여민관과 위민관이라는 정치적 언어의 변천사가 놓여 있다.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은 한번도 고정된 적이 없다. 노무현정부에서 ‘여민관’이었던 이 공간이 이명박·박근혜정부를
2025-12-2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이재명 대통령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이 사장이 생중계 업무보고 중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이 “참 말이 길다.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 면박을 준 것이 화근이었다. 업무보고 후 이 사장은 자신의 SNS에 해명 글과 함께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하고 뒤에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저격했고, 이 사장은 외화 밀반출 단속 책임을 관세청으로 돌리며 “사실에 입각해 보고해 줄 것을 국정 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드린다”고 참모들을 꼬집었다. <webmaster@ilyosisa.co.kr>
2025-12-22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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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2 김홍기 화백
사회적 관심과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 이별 범죄, 가정폭력, 스토킹 등 다양한 유형의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경찰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친밀한 관계 폭력으로 경찰의 안전조치를 받은 피해자가 2020년 이후 5년 동안 무려 5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더 심각한 것은 이 친밀한 관계 폭력 10건 중 9건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힘과 권력의 우위에 있는 남성이 취약한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그 패해가 더 심각하다. 우리가 이런 유형의 범죄를 특별히 우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용어가 말해주듯 친밀한, 가까운 관계이자 믿고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폭력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폭력보다 더 심각한 배신감과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자신의 지지자, 보호자로 믿고 있었던 사람이 가장 위험한 장소, 사람이 되는 현실 앞에서 그 피해자는 몸과 마음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도 친밀한 관계의 폭력은 피해자에게 건강과 기회를 빼앗고 평생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폭력
2025-12-22 이윤호 교수
정치는 늘 새 출발을 말한다. 새 정부, 새 여당, 새 국정 기조라는 언어는 정권 교체기의 필수 문장처럼 반복된다. 출범 초기의 메시지는 강하다. 과거와의 단절과 전 정부와 다른 방식, 국민 체감 중심의 국정 운영이 약속된다. 새로운 권력은 언제나 “이번은 다르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다. 6개월 전 출범한 이재명정부와 여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국민이 체감하는 장면은 묘하게도 낯설지 않다. 언어는 달라졌지만, 위기를 다루는 방식은 전 정부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움의 선언 뒤에서 반복되는 대응 구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 낯익음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실패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식, 즉 같은 대응을 반복하며 누적되는 불신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를 설명하는 데 수학의 개념 하나가 유용하다. 바로 ‘레퓨닛 수(repunit)’다. 반복은 작게 시작…‘1’로 보이는 정치의 착시 수학에서 레퓨닛 수는 숫자 1이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수다. 1, 11, 111, 1111처럼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나 자리수가 늘어날수록 그 크기와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반복은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되지만, 누적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무
2025-12-2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현대는 기억을 가장 많이 저장하는 시대이자, 기억을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시대다. CCTV와 휴대전화 영상, 각종 로그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이 요약한 기록과 영상 정보는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그러나 기록과 영상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경험한 기억은 오히려 더 자주 의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흔히 “기록과 영상이 있으니 명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명확함이 과연 사람의 경험 전체를 대변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드라마 속 회상 장면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이제 기술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판단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드라마 속 회상, 왜 늘 제3자의 시선인가 드라마에서 회상 장면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극중 인물이 과거를 떠올리면, 시청자는 이미 한 차례 방영된 장면을 다시 보게 된다. 회상의 주체는 인물이지만, 시선은 언제나 외부에 있다. 이 방식은 이해를 돕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은 과거를 장면 전체로 저장하지 않는다. 감정과 인식이 엮여 기억을 이룬다. 회상을 사실의 재생으로 처리하는 연출은 기억을 기록과 영상으로 동일시하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결과 기억이 지닌 왜곡과
2025-12-2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하루 동안 국내 언론이 보도하는 기사 수는 ‘과잉’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업계 추산으로 하루 평균 3만~4만건의 기사가 인터넷 공간에 쏟아지고, 이 가운데 6000~8000건이 네이버 뉴스에 노출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매일 기사를 훑어보는 뉴스 소비자의 체감은 다르다. 뉴스는 많으나 전반적이지 않고, 다양해 보이나 균형이 부족하다. 속도는 빠르나 맥락이 남지 않는다. 정보는 넘치는데 이해는 축적되지 않는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뉴스를 보는 국민이다. 뉴스 넘치나,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는 정치·경제·사회·생활문화·IT과학·세계라는 여섯개의 카테고리로 정리돼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세상을 고르게 담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를 갖춘 듯 보인다. 각 영역을 나눠 배치한 구조는 정보의 균형을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순간, 이 질서는 빠르게 흔들린다. 주제는 여러개인 듯 보이지만, 시선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같은 인물, 같은 발언, 같은 갈등이 반복되며 뉴스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채 닮아간다. 겉으로는 다양해 보이지만, 실제로 다뤄지는
2025-12-2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025년 한반도는 “자연은 고요하되, 정치와 외교는 폭풍”이라는 역설 속에 놓여 있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 확장으로 실제 태풍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는 16년 만에 찾아온 극히 드문 기후현상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침묵이 오히려 더 불안한 신호였는지, 정치·외교·경제에서는 연중 내내 태풍급 충격이 이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전국을 흔든 조기 대선, 정권교체, 그리고 트럼프의 관세 폭풍까지 겹치며 한반도는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거대한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태풍이 오지 않았다는 단순한 기상 통계는 올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딜레마를 상징한다. 태풍 없는 자연의 고요가 준 것은 평온이 아니라, 정치의 소용돌이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 풍경이었다. 16년 만에 태풍 0개가 남긴 기후 이례성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1951년 기상관측 이후 단 세 번뿐인 기록이고, 무려 16년 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적은 자연의 자비도, 우연의 선물도 아니었다. 북태평양고기압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이례적으로 확장됐다. 평년에는 8월 말이면 물러나는 고기압이 9월 내내 한반
2025-12-1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 전 위원이 장동혁 지도부의 ‘강성 기조’ 행보를 비판하며 했던 발언들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김 전 위원의 발언이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했으며, 국민의힘을 북한 노동당에 비유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밝혔다. 또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과 장동혁 대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당무감사위는 김 전 위원의 행위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자기 정치를 일삼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당무감사위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2년 정지’를 권고하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장 대표는 김 전 최고위원의 징계를 통해 당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김 전 최고위원 징계는 국민의힘 내홍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한(친 한동훈)계'의 반발과 당내 갈등은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은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25-12-18 김명삼 대기자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당연하게 제공되던 일회용컵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게 됐다. 정부가 지난 17일부터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커피숍의 일회용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회용컵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매장에 100~2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일회용컵 가격을 얼마나 받을지 가가게 자율적으로 정하되, 100~200원 정도는 되도록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최저선’은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일회용(플라스틱컵) 시장 가격은 50~100원, 식음료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100~200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컵을 유상으로 판매하거나 텀블러 사용을 사실상 강제해야 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취지는 이해하나 일회용컵 무상 제공 금지 정책이 과연 환경을 위한 합리적 대안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행정 편의적 규제이자 소비자 부담 전가에 불과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환경 문제의 책임을 지나치게 개인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이 늘어난 원인은 소비자의 도덕
2025-12-18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정보보호 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사건의 규모와 파급력을 감안하면, 유출 원인과 사후 대응의 적절성을 엄정하게 따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다만 논의의 방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비판이 기업 전체와 최고경영자의 존재까지 부정하는 흐름으로 확장될 때,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흐려질 수 있다. 쿠팡 사태는 정보 유출이라는 단일 사안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하나의 잘못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를 되묻게 한다. 사건 및 쟁점은 명확하다 쿠팡에서 약 3700여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보호 실패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공공적 책임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유출 경로는 무엇이었는지, 보안 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피해자 보호와 사후 조치는 충분했는지다. 이는 기술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책임을 중심으로 한 검증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 명확한 질문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논의는 곧바로 쿠
2025-12-1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