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이진숙·강선우 물러나야”

이재명정부 1기 내각 걸림돌

새 정부 첫 인사가 정권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이뤄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주요 인사 대상이다 보니 취임사에서 강조한 통합 정부의 면모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인사가 만사’인 만큼 공존과 화해 역시 인사에 투영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

앞으로 이어질 장관 인사에선 탕평과 협치의 노력이 뚜렷하게 나타나길 기대하지만, 장관 지명자 중 여성가족부 강선우, 교육부 이진숙 장관 지명자의 과거 품행과 논문 표절 등의 논란이 국민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나 보인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 이어 두 딸을 미국에 조기 유학시켰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사퇴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학자나 행정가로서 초·중등 교육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자녀를 국내 공교육에 맡기지 않았다니 교육 수장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눈높이
한참 벗어나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 팬 카페에도 “지명 철회”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겠는가.

이 후보자는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거나 자신의 논문을 부당하게 중복해서 게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이 후보자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만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성실히 해명할 의무가 있다. 무작정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여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믿고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자가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교육부 장관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장관 인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를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대학을 제외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 정책에 대해선 면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자가 두 딸을 중·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조기 유학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지만,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교육에 대한 고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재명 캠프 출신이 아니다. 현 집권여당의 인사도 아닌 인물을 중용한 셈이니, “정치적 보은”이라고 보기엔 맥락이 애매하고, “정무적 포용”이라 하기엔 내부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셈이다. 도리어 ‘인사 검증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먼저 앞선다.

이 제자 논문 표절·논문 중복 게재
두 딸 미국 조기 유학시키고 공교육?

실제로 지명 직후 여당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지명은 오히려 여권 내부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부라는 자리가 단순한 정책 집행 부처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교육부는 이념과 이해관계가 겹겹이 얽힌 다층적 구조 위에 서 있다. 교사 집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보수 교육단체, 전국 시도교육청,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입시 당사자인 학생·학부모 등 교육 정책의 수용 주체만 해도 수두룩하다. 이 모든 층위에서 신뢰와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진숙 후보자는 장점과 동시에 뚜렷한 위험을 지닌다. 강점이라면 국립대 총장으로서 국립대학 네트워크와 교육 재정 구조,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에 대한 현실 감각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거점 전략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국정 과제와 맞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는 이보다 더 명확하다. 여야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탓에 정치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언론·교육계·정당 모두로부터 미온적 반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 추진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교육부 장관 자리에서 ‘정무적 미숙함’이라는 낙인은 치명적이다.

인사는 만사다. 이 후보자 지명이 단지 한 명의 적당한 전문가를 골라낸 것이라면, 이 정부는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설득력을 빠르게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이 인사가 숙고한 ‘정무적 승부수’였다면 그 배경과 구상이 구체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장점 동시에
뚜렷한 위험

결국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평가의 분수령은 여론이 아니라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의문과 우려가 크지만, 인사에 말을 아껴왔던 필자 역시 이번만큼은 한 가지 말은 남겨둔다.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이 인사가 향후 어떤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차분히 지켜볼 이유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인사의 정무적 의미를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여지는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새롭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재선 강선우 의원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전문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본인의 보좌진에게는 상식 밖의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강 후보자의 전 보좌진 A씨는 “강선우 후보자가 시도 때도 없이 집 쓰레기를 버려 달라는 ‘특명’을 내렸다”라고 증언했다. 쓰레기 상자 안에는 치킨 먹고 남은 뼈부터 만두 찌꺼기까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고 하는데 A씨는 이 쓰레기들을 국회나 지역구 사무실에서 직접 분리해서 버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보통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런 일까지 시킬까? 군대에서도 시키지 않을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니 황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 후보자는 자택 화장실 변기가 말썽이라며 또 다른 보좌진 B씨에게 SOS를 쳤다고 한다. B씨가 가보니 비데 노즐이 고장 나 물줄기가 계속 새어 나와 집이 물바다가 될 지경이었다는데 직접 고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수리업체를 부르고 나서야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보좌진이 여러 명에 달했으며, 이를 지켜본 목격자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피해 보좌진은 “시간이 없어서 잠시 부탁하는 정도를 넘어, 마치 사적인 집사 노릇을 한 기분이라 모멸감마저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군대도
아니고…

더욱이 강 후보자는 21대 국회 당시 ‘태움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약자 보호와 갑질 근절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2020년에는 “(종사자들에 대한) 각종 갑질이나 위법 행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철저하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강 후보자 측도 해명에 나섰다. “평소 가사도우미가 있어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을 보좌진에게 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며, 변기 수리와 관련해서는 “집이 물바다가 돼 과거 한 보좌진에게 상황을 말한 적은 있지만, 직접 고쳐 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고 변명했지만 반박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 후보자는 또, 2020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5년간 보좌진을 46번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이 정도로 잦은 보좌진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후보자 곁에는 늘 고용불안이 존재한 것이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최근 5년간 51명의 보좌진을 임용했고, 같은 기간 46명이 면직됐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통상 4급 상당의 보좌관 2명과 5급 상당의 선임비서관 2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다.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첫해인 2020년 11명을 임용했고, 같은 해 보좌관(4급 상당) 2명과 선임비서관(5급 상당) 1명이 면직됐다. 2021년엔 5명을 임용하고 6명이 면직됐고, 2022년엔 8명을 임용하고 7명이 면직됐다. 2023년에도 7명이 임용됐고 7명이 면직됐다. 강 후보자가 두 번째 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엔 보좌진 14명을 임용했다.


강 보좌진에 상식 밖 갑질했단 폭로
5년간 보좌관 46차례 교체 이유는?

올해는 현재까지 6명이 임용됐고, 9명이 면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회사무처에선 “개인별 직급 변동 내용을 포함함에 따라 동일인이 중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잦은 보좌진 교체는 보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은 “보좌진의 잦은 교체를 볼 때 강 후보자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조직을 책임지고 잘 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청문회 때 답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강 후보자는 남편이 바이오 업체 감사로 스톡옵션 1만주를 받았지만, 강 후보자의 국회의원 재산 신고에는 빠져 있었다. 남편 회사 대표가 강 후보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인이란 직책은 공적인 영역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특히 여성을 위한 정책을 이끄는 여가부 장관 후보라면 ‘존중과 배려’는 기본 덕목이다.

국민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며 명확한 해명 없이 뭉개고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금전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가 임명된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라 하려는 것 아닌가.

“무책임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이 이해할 만한 해명을 당장 내놓든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도리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순기능을 발휘해 왔다. 청문회 개최 이전에 자료와 증언 등을 통해 도덕성 검증이 상당 부분 미리 이뤄지면서 스스로 사퇴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재명정부 1기 장관 청문회의 경우,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과 소명을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양상이 뚜렷하다.

버티면 된다
2명 버린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며 후보자들은 뭉개고, 여당은 감싸기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행태다. 꼼꼼한 검증,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정한 인사, 적재적소 배치라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인재 등용만이 국민 정서에 맞는 인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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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