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국민의힘 ‘3파’ 마지막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9 13:09:21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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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선서 40% 넘게 득표했고, 큰 실수 없이 대선을 치렀다. 김 전 장관이 향후 당권 투쟁에 뛰어들면, 국민의힘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분화돼 친윤·친김(친 김문수)·친한(친 한동훈) 등 3개 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서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해 패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날 상황실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들은 후 자리를 떠났고, 김 전 장관은 자택서 개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1시35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승복 메시지를 발표했다.

패배 속
소기 성과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혼란은 약 6개월여 만에 완전히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샅바 싸움이 이어지던 지난달 10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막고, 김 전 장관이 약 41%를 득표한 것 자체가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일컬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아 임명장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구설을 일으켰다. 부인 설난영 여사도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청중에게 “제가 노조하게 생겼느냐”고 물은 후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못생겼지만,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선거를 망칠 만큼의 파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평소의 과격한 보수 성향 발언을 자제했고, 큰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계 일각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친한의 암묵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반발 덕분에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는 등 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외도’를 했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항변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국민의힘 대표직서 쫓겨난 후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이 의원 개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창당됐다.

‘우두머리’ 잃은 친윤계
친윤·친김 분화 가능성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도, 이 의원의 지지 기반이 온전히 김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인해 진행됐다. 이 의원의 관점에선 단일화에 응하는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숙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의 체질 개선이다. 대선서 패배한 후보는 2선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이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서 패배한 후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손에 넣었다. 김 후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친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후보로 등극했으나 이를 회피한 김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는 대선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 전 총리는 평생 관료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것은 친윤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곧바로 꺾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새벽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정치적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내란죄 피의자로서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곧 진행될 수사로 인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서 계파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수 계파 친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건재하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 후보
2선 후퇴?

하지만 친윤에선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아무도 없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한 ‘다이묘’ 정도의 위상을 가진 정치인만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친윤의 지원을 업어 대권주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도, 홍 전 시장의 대권 재도전이 좌절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잃은 친윤은 이제 새 머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머리는 김 전 장관밖에 없다. 머리를 잃은 친윤과 손발을 찾아야 하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모든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김 전 장관의 간접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시도에 가장 반발한 정치인은 6선 윤상현 의원이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 4적의 명단을 게시했다.

여기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후보 교체 절차를 진두지휘했던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교체가 좌절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서 후보 교체 시도를 두둔한 정치평론가의 글을 띄우다가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정치적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직접 개입해 난투극을 벌이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은 이미 후보 교체 시도 당시에도 측근들과 중앙당사 내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왕년의 노조위원장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난투극은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 주특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30대 중반 초선 김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정치적 감각을 아직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과 윤 전 대통령의 절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은 사실상 출당”이라며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김 전 장관이 아직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은 전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민의힘에 유입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서 대권을 쥐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강성한 팬덤 형성이다. 일각에선 친윤이 다시 당권을 쥐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를 물색해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유입 가능성
여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계파의 목소리가 이전만큼 셀 순 없을 것이다.

두 전씨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대권주자 위상을 가진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친윤을 온전히 친김으로 재편하려면, 김 전 장관도 물량 동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과 두 전씨는 모두 강경보수 성향을 지녔단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물량 공세에 맞서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앙숙인 두 전씨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손을 잡으면 국민의힘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비슷한 구도의 대결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근거로 다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이 머리를 잃은 현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세가 건재했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서도 62.84%를 득표하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에 비해 열악한 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 모두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서 겨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력을 토대로 보수의 적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과 김 전 장관도 감히 “비상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엔 반대하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도 안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제시했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애매한 입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중 스스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쌍권 체제 재정비
한동훈과 재대결?

국민의힘은 곧바로 여러 당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한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를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다. 친윤으로선 친한의 공세를 못 이겨 권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끊임없이 당내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 교체 시도에도 가담해 오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윤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을 당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보여줬다. 박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고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서 김 전 장관을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친 친한과 달리 친윤은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내세울 얼굴 정도로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김 전 장관과 친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계파 구도는 친윤, 친한, 친김이라는 3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당권에만 몰두하는 계파라고 하더라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권주자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주자라는 2개의 선택지에 따라 친윤이 분화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만 국민의힘엔 여유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연대를 맺은 정당들의 의석수까지 포함하는 국회 내 190석을 지배하는 절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일극 체제로 당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나온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는 상대방의 실책과 기행을 타고 진행됐다. 지금까진 국민의힘이 저지른 기행이 많았다. 기행을 저지를 만한 요소가 정리된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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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