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국민의힘 ‘3파’ 마지막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9 13:09:21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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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선서 40% 넘게 득표했고, 큰 실수 없이 대선을 치렀다. 김 전 장관이 향후 당권 투쟁에 뛰어들면, 국민의힘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분화돼 친윤·친김(친 김문수)·친한(친 한동훈) 등 3개 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서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해 패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날 상황실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들은 후 자리를 떠났고, 김 전 장관은 자택서 개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1시35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승복 메시지를 발표했다.

패배 속
소기 성과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혼란은 약 6개월여 만에 완전히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샅바 싸움이 이어지던 지난달 10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막고, 김 전 장관이 약 41%를 득표한 것 자체가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일컬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아 임명장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구설을 일으켰다. 부인 설난영 여사도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청중에게 “제가 노조하게 생겼느냐”고 물은 후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못생겼지만,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선거를 망칠 만큼의 파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평소의 과격한 보수 성향 발언을 자제했고, 큰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계 일각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친한의 암묵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반발 덕분에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는 등 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외도’를 했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항변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국민의힘 대표직서 쫓겨난 후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이 의원 개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창당됐다.

‘우두머리’ 잃은 친윤계
친윤·친김 분화 가능성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도, 이 의원의 지지 기반이 온전히 김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인해 진행됐다. 이 의원의 관점에선 단일화에 응하는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숙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의 체질 개선이다. 대선서 패배한 후보는 2선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이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서 패배한 후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손에 넣었다. 김 후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친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후보로 등극했으나 이를 회피한 김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는 대선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 전 총리는 평생 관료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것은 친윤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곧바로 꺾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새벽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정치적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내란죄 피의자로서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곧 진행될 수사로 인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서 계파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수 계파 친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건재하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 후보
2선 후퇴?

하지만 친윤에선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아무도 없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한 ‘다이묘’ 정도의 위상을 가진 정치인만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친윤의 지원을 업어 대권주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도, 홍 전 시장의 대권 재도전이 좌절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잃은 친윤은 이제 새 머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머리는 김 전 장관밖에 없다. 머리를 잃은 친윤과 손발을 찾아야 하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모든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김 전 장관의 간접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시도에 가장 반발한 정치인은 6선 윤상현 의원이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 4적의 명단을 게시했다.

여기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후보 교체 절차를 진두지휘했던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교체가 좌절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서 후보 교체 시도를 두둔한 정치평론가의 글을 띄우다가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정치적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직접 개입해 난투극을 벌이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은 이미 후보 교체 시도 당시에도 측근들과 중앙당사 내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왕년의 노조위원장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난투극은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 주특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30대 중반 초선 김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정치적 감각을 아직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과 윤 전 대통령의 절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은 사실상 출당”이라며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김 전 장관이 아직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은 전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민의힘에 유입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서 대권을 쥐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강성한 팬덤 형성이다. 일각에선 친윤이 다시 당권을 쥐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를 물색해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유입 가능성
여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계파의 목소리가 이전만큼 셀 순 없을 것이다.

두 전씨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대권주자 위상을 가진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친윤을 온전히 친김으로 재편하려면, 김 전 장관도 물량 동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과 두 전씨는 모두 강경보수 성향을 지녔단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물량 공세에 맞서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앙숙인 두 전씨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손을 잡으면 국민의힘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비슷한 구도의 대결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근거로 다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이 머리를 잃은 현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세가 건재했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서도 62.84%를 득표하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에 비해 열악한 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 모두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서 겨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력을 토대로 보수의 적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과 김 전 장관도 감히 “비상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엔 반대하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도 안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제시했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애매한 입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중 스스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쌍권 체제 재정비
한동훈과 재대결?

국민의힘은 곧바로 여러 당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한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를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다. 친윤으로선 친한의 공세를 못 이겨 권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끊임없이 당내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 교체 시도에도 가담해 오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윤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을 당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보여줬다. 박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고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서 김 전 장관을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친 친한과 달리 친윤은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내세울 얼굴 정도로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김 전 장관과 친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계파 구도는 친윤, 친한, 친김이라는 3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당권에만 몰두하는 계파라고 하더라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권주자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주자라는 2개의 선택지에 따라 친윤이 분화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만 국민의힘엔 여유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연대를 맺은 정당들의 의석수까지 포함하는 국회 내 190석을 지배하는 절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일극 체제로 당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나온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는 상대방의 실책과 기행을 타고 진행됐다. 지금까진 국민의힘이 저지른 기행이 많았다. 기행을 저지를 만한 요소가 정리된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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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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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