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국민의힘 ‘3파’ 마지막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9 13:09:21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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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선서 40% 넘게 득표했고, 큰 실수 없이 대선을 치렀다. 김 전 장관이 향후 당권 투쟁에 뛰어들면, 국민의힘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분화돼 친윤·친김(친 김문수)·친한(친 한동훈) 등 3개 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서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해 패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날 상황실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들은 후 자리를 떠났고, 김 전 장관은 자택서 개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1시35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승복 메시지를 발표했다.

패배 속
소기 성과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혼란은 약 6개월여 만에 완전히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샅바 싸움이 이어지던 지난달 10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막고, 김 전 장관이 약 41%를 득표한 것 자체가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일컬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아 임명장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구설을 일으켰다. 부인 설난영 여사도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청중에게 “제가 노조하게 생겼느냐”고 물은 후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못생겼지만,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선거를 망칠 만큼의 파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평소의 과격한 보수 성향 발언을 자제했고, 큰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계 일각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친한의 암묵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반발 덕분에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는 등 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외도’를 했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항변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국민의힘 대표직서 쫓겨난 후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이 의원 개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창당됐다.

‘우두머리’ 잃은 친윤계
친윤·친김 분화 가능성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도, 이 의원의 지지 기반이 온전히 김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인해 진행됐다. 이 의원의 관점에선 단일화에 응하는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숙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의 체질 개선이다. 대선서 패배한 후보는 2선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이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서 패배한 후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손에 넣었다. 김 후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친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후보로 등극했으나 이를 회피한 김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는 대선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 전 총리는 평생 관료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것은 친윤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곧바로 꺾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새벽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정치적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내란죄 피의자로서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곧 진행될 수사로 인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서 계파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수 계파 친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건재하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 후보
2선 후퇴?

하지만 친윤에선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아무도 없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한 ‘다이묘’ 정도의 위상을 가진 정치인만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친윤의 지원을 업어 대권주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도, 홍 전 시장의 대권 재도전이 좌절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잃은 친윤은 이제 새 머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머리는 김 전 장관밖에 없다. 머리를 잃은 친윤과 손발을 찾아야 하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모든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김 전 장관의 간접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시도에 가장 반발한 정치인은 6선 윤상현 의원이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 4적의 명단을 게시했다.

여기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후보 교체 절차를 진두지휘했던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교체가 좌절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서 후보 교체 시도를 두둔한 정치평론가의 글을 띄우다가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정치적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직접 개입해 난투극을 벌이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은 이미 후보 교체 시도 당시에도 측근들과 중앙당사 내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왕년의 노조위원장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난투극은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 주특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30대 중반 초선 김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정치적 감각을 아직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과 윤 전 대통령의 절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은 사실상 출당”이라며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김 전 장관이 아직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은 전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민의힘에 유입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서 대권을 쥐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강성한 팬덤 형성이다. 일각에선 친윤이 다시 당권을 쥐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를 물색해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유입 가능성
여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계파의 목소리가 이전만큼 셀 순 없을 것이다.

두 전씨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대권주자 위상을 가진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친윤을 온전히 친김으로 재편하려면, 김 전 장관도 물량 동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과 두 전씨는 모두 강경보수 성향을 지녔단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물량 공세에 맞서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앙숙인 두 전씨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손을 잡으면 국민의힘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비슷한 구도의 대결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근거로 다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이 머리를 잃은 현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세가 건재했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서도 62.84%를 득표하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에 비해 열악한 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 모두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서 겨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력을 토대로 보수의 적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과 김 전 장관도 감히 “비상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엔 반대하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도 안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제시했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애매한 입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중 스스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쌍권 체제 재정비
한동훈과 재대결?

국민의힘은 곧바로 여러 당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한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를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다. 친윤으로선 친한의 공세를 못 이겨 권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끊임없이 당내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 교체 시도에도 가담해 오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윤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을 당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보여줬다. 박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고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서 김 전 장관을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친 친한과 달리 친윤은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내세울 얼굴 정도로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김 전 장관과 친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계파 구도는 친윤, 친한, 친김이라는 3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당권에만 몰두하는 계파라고 하더라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권주자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주자라는 2개의 선택지에 따라 친윤이 분화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만 국민의힘엔 여유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연대를 맺은 정당들의 의석수까지 포함하는 국회 내 190석을 지배하는 절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일극 체제로 당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나온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는 상대방의 실책과 기행을 타고 진행됐다. 지금까진 국민의힘이 저지른 기행이 많았다. 기행을 저지를 만한 요소가 정리된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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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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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