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정당’ 국민의힘 해산 시나리오

‘내란’ 꼬리표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1대 대선서 국민의힘이 패배했다. 과반에도 못 미치는 107석 국민의힘에는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꼬리표만 덩그러니 남았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깨끗이 이별하지 못한 탓이었을까? 대선 이전부터 솔솔 나오던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한마디가 보수 진영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9일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개혁신당행에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이재명정권은 ‘내란 동조’와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을 이유로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 정당 해산 청구할 것으로 본다”며 “그 출발이 내란 특검법 통과”라고 말했다.

107석 공중분해?

대한민국서 첫 정당 해산은 이승만정부 때였다. 독립운동가 출신이자 이승만정부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조봉암 전 장관이 대중의 지지를 받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위협을 느껴 그를 간첩 협의로 구속했다. 조 전 장관이 창당한 진보당 역시 195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강제 해산했다.

이후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 선포 전 국회 해산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당 해산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2011년 창당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 정당 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정당이다. 박근혜정부이던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 핵심이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정당 해산 마지막 심판서 “통진당 주도 세력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을 가졌다”며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RO 회합’에 대해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한 채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당이 해체됨에 따라 통진당 소속이었던 이 전 의원을 포함한 김미애·김재연·오병균·이상규 의원 등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당을 국가기관이 해체한 만큼 파장은 컸다.

통진당 해산심판 14년 만에 주목
그때는 ‘의혹’이었지만 지금은…

해당 판결은 2025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통진당은 ‘인식’ ‘주장’ 등 실행 계획만으로도 해산이 결정됐지만 국민의힘은 실제 군사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공격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윤 전 대통령을 수호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일부 극우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폭동부터 한남동 점거 사태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 국민의힘 의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통진당 사례서 알 수 있듯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25조에 의해 법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소송을 진행하며 헌법재판소법 제57조에 따라 헌재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따라 종국 결정의 선고 시까지 피청구인의 활동을 중단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 해산의 결정을 할 때는 헌법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법무부와 헌법재판소 등이 진보 인사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국민의힘 정당 해산 심판 청구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는 설명이다.

신임 헌법 재판관 임명을 놓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거라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깊게 박힌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 초반부터 탄핵안 표결에 의도적으로 불참하고, 이후에도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거나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등의 업보를 쌓았다.

밤사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교체하고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영화를 감상하는 듯 전 정권이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진보 인사 들이닥칠 법무부·헌재
마침내 쥔 칼자루 ‘척결’ 나설까?

민주당 주도로 국민의힘이 해체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면 107명의 의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탈당·제명으로 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하거나, 끝까지 당에 남아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대선 패배 이후 당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분열로 이어진다면 파국은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권을 잡으려는 이들의 세력 다툼이 불거질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후자를 택하더라도 헌재의 심판이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돌파구를 찾거나 민주당을 향해 반기를 드는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 측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란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없어 헌재의 해산 결정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탄핵 남발, 법안 폭주를 일삼는 민주당이 해체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강경 지지층에서는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지만, 이제 막 출범한 민주당 역시 고민되긴 매한가지다. 지금 곧바로 야당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출범 초기부터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민주당 역시 허니문 기간인 취임 100일 동안은 입법 과제와 국정 안정을 위해 분열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과연 정당 해산만이 답일지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진당 해체 당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으로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진보주의자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국민 손으로

김 상임대표는 지난 4월 “통진당을 해산시켰던 논리대로라면 100번도 더 해산시킬 수 있다는 말씀들을 광장에서 많이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내가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봐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반민주적인 제도로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자의 태도가 아니다. 나아가서 진보 정치를 책임지고자 하는 진보주의자의 태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해산을 위해선 “내란 특검, 명태균 특검, 내란 척결 특별법 등으로 처벌을 제대로 하고 국민의힘에 최저 득표를 안겨서 해체 수준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며 정당 해체 방식도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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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