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윤석열부터 노린 이유

기선 제압부터 ‘우두머리 몰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란 특검팀이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두문분출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시도했다. 당초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경찰에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즉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출석 의지를 보이며 체포는 무산됐지만 내란 특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행보였다.

예상과 다른
파격적 행보

지난 24일 특검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번째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면서 출석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6시 20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특검은 수사 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법불아귀’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지난해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뒤 이 총장이 국민에게 ‘대리 사과’하면서 다시 한번 인용한 바 있다.

박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엔 “조사를 위한 청구이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추가 영장 청구 등에 대해선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조사할 시설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박 특검보는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느냐”며 “조사실 같은 경우는 다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혐의 및 12·3 비상계엄 직후 관련자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수사해오던 혐의다.

특수단은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며 조사에 불응했다. 이 과정 중에 특검이 출범했고 경찰에게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청구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며 방어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안의 중대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체포 저지·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
체포 영장 기각되자 곧바로 출석 요구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해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면서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무산됐다.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출석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저녁 “법원은 어제(24일)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28일 오전 9시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비공개 출석을 요청하며 특검이 요구한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입장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은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변호인단이 절차상 문제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특검은 검찰사건 사무 규칙에 따라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장소에 관해 협의해야 하고,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며 “특검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조사 일정을 고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드렸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일방적인 명령과 경직된 태도는 위 사무 규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임의 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소환 요구에 대해 “‘망신주기 수사’이자 ‘체포 목적으로 출석 자체를 어렵게 만들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소환 요구는 정식 통지서가 발송돼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특검은 신속한 절차를 밟기는커녕, 선제적으로 언론에만 소환 여부를 알렸다”며 “적법 절차의 기본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과
힘겨루기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쯤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면서,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 검찰의 인권보호 수사 규칙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례를 들며 “검찰은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인권보호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출석을 거부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경찰 소환 통지는 기한이 지난 후 송달됐고, 두 번째 요청에 대해 서면조사 또는 대면조사를 제안했으나 일방적으로 묵살됐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3차 소환 통보에 불응한 것에 대해선 “사건이 특검에 이첩될 상황이어서 윤 전 대통령은 특검과 출석일정을 조율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수사기관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26일, 윤 전 대통령 측의 비공개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출석 장소나 시간이 다 공개된 이상 비공개 소환 요청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저희에게 요구한 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며 “출입 방식 변경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리인단에) 말했다”고 전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지하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경찰에 이어 특검 수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출석 거부로 보고 체포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특검보는 오는 28일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는 윤 전 대통령 측 결정”이라며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불러 조사

한편, 특검은 조사 시각을 28일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로 1시간 미뤄 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요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검팀 일부는 윤 전 대통령에 출석을 요청한 25일 오후 11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는 등 대면 조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조사실에 투입될 담당 검사를 이미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사엔 일부 특검보가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정리한 질문지도 정리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조사 전까지) 질문지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일반 조사이기 때문에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체포영장 청구 당시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교사 혐의 외에도 내란·외환 혐의 등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다룰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당초 특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김용현 전 장관 등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우선순위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특검팀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신경전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특검의 정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바 있다”며 “이에 특검으로서는 피의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니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견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해 내란 특검이 재판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하는 것에 이의제기를 했다.

변호인은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주도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게 하는 건 전례가 없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시간·비공개 여부 두고 신경전
“다 계획에 있던 일이라 덤덤해”

한 특검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갖고 있는 수가 더 많은데,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자 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그 반증”이라며 “체포는 단 48시간밖에 못하는데 이어질 구속영장까지 갈 증거가 없다면 특검이 굳이 위험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은 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될 당시에도 침착했다고 한다.

또 다른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때부터 특검팀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소환에 응할 의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기각되면 바로 날짜를 정해 출석 요구를 준비 중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출석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기각한 것도 계획 중 일부”라며 “적용된 혐의에 대한 기각이 나오지 않아 소환 조사 이후 바로 신병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도 입을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지난 1월15일, 공수처 조사에서 10시간 넘게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사 시작과 함께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 신문에서도 대답하지 않았고, 녹화마저도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 조사에 대해선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우리도 변소할 것을 변소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에서 ‘경고성 계엄’ 등을 주장하는 만큼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해 오전 10시14분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점심 식사 뒤인 오후 1시30분 조사를 재개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를 수사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오전에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는데, 오후 들어 그의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경찰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박 총경이 있었고, 현장의 경찰관들을 자신들이 고발했으므로 피고발인인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저지한 건 범죄가 아니라는 그간의 궤변과 비슷한 논리였다.

이번도
묵비권

특검팀은 박 총경이 1차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없었고 2차 집행 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머무르며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검사들을 투입해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죄 관련 조사로 넘어가야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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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