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윤석열부터 노린 이유

기선 제압부터 ‘우두머리 몰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란 특검팀이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두문분출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시도했다. 당초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경찰에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즉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출석 의지를 보이며 체포는 무산됐지만 내란 특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행보였다.

예상과 다른
파격적 행보

지난 24일 특검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번째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면서 출석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6시 20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특검은 수사 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법불아귀’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지난해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뒤 이 총장이 국민에게 ‘대리 사과’하면서 다시 한번 인용한 바 있다.

박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엔 “조사를 위한 청구이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추가 영장 청구 등에 대해선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조사할 시설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박 특검보는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느냐”며 “조사실 같은 경우는 다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혐의 및 12·3 비상계엄 직후 관련자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수사해오던 혐의다.

특수단은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며 조사에 불응했다. 이 과정 중에 특검이 출범했고 경찰에게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청구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며 방어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안의 중대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체포 저지·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
체포 영장 기각되자 곧바로 출석 요구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해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면서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무산됐다.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출석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저녁 “법원은 어제(24일)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28일 오전 9시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비공개 출석을 요청하며 특검이 요구한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입장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은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변호인단이 절차상 문제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특검은 검찰사건 사무 규칙에 따라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장소에 관해 협의해야 하고,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며 “특검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조사 일정을 고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드렸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일방적인 명령과 경직된 태도는 위 사무 규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임의 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소환 요구에 대해 “‘망신주기 수사’이자 ‘체포 목적으로 출석 자체를 어렵게 만들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소환 요구는 정식 통지서가 발송돼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특검은 신속한 절차를 밟기는커녕, 선제적으로 언론에만 소환 여부를 알렸다”며 “적법 절차의 기본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과
힘겨루기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쯤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면서,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 검찰의 인권보호 수사 규칙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례를 들며 “검찰은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인권보호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출석을 거부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경찰 소환 통지는 기한이 지난 후 송달됐고, 두 번째 요청에 대해 서면조사 또는 대면조사를 제안했으나 일방적으로 묵살됐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3차 소환 통보에 불응한 것에 대해선 “사건이 특검에 이첩될 상황이어서 윤 전 대통령은 특검과 출석일정을 조율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수사기관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26일, 윤 전 대통령 측의 비공개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출석 장소나 시간이 다 공개된 이상 비공개 소환 요청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저희에게 요구한 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며 “출입 방식 변경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리인단에) 말했다”고 전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지하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경찰에 이어 특검 수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출석 거부로 보고 체포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특검보는 오는 28일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는 윤 전 대통령 측 결정”이라며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불러 조사

한편, 특검은 조사 시각을 28일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로 1시간 미뤄 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요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검팀 일부는 윤 전 대통령에 출석을 요청한 25일 오후 11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는 등 대면 조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조사실에 투입될 담당 검사를 이미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사엔 일부 특검보가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정리한 질문지도 정리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조사 전까지) 질문지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일반 조사이기 때문에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체포영장 청구 당시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교사 혐의 외에도 내란·외환 혐의 등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다룰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당초 특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김용현 전 장관 등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우선순위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특검팀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신경전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특검의 정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바 있다”며 “이에 특검으로서는 피의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니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견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해 내란 특검이 재판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하는 것에 이의제기를 했다.

변호인은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주도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게 하는 건 전례가 없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시간·비공개 여부 두고 신경전
“다 계획에 있던 일이라 덤덤해”

한 특검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갖고 있는 수가 더 많은데,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자 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그 반증”이라며 “체포는 단 48시간밖에 못하는데 이어질 구속영장까지 갈 증거가 없다면 특검이 굳이 위험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은 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될 당시에도 침착했다고 한다.

또 다른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때부터 특검팀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소환에 응할 의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기각되면 바로 날짜를 정해 출석 요구를 준비 중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출석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기각한 것도 계획 중 일부”라며 “적용된 혐의에 대한 기각이 나오지 않아 소환 조사 이후 바로 신병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도 입을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지난 1월15일, 공수처 조사에서 10시간 넘게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사 시작과 함께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 신문에서도 대답하지 않았고, 녹화마저도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 조사에 대해선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우리도 변소할 것을 변소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에서 ‘경고성 계엄’ 등을 주장하는 만큼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해 오전 10시14분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점심 식사 뒤인 오후 1시30분 조사를 재개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를 수사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오전에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는데, 오후 들어 그의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경찰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박 총경이 있었고, 현장의 경찰관들을 자신들이 고발했으므로 피고발인인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저지한 건 범죄가 아니라는 그간의 궤변과 비슷한 논리였다.

이번도
묵비권

특검팀은 박 총경이 1차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없었고 2차 집행 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머무르며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검사들을 투입해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죄 관련 조사로 넘어가야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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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