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부부 상대 계엄 손배 계산서

그날의 충격 “보상해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여러 범죄를 저지르며 모은 돈이 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이야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관련 첫 손해배상이 인정된 이후 전국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됐다. 심지어 예정인 건도 있다. 하지만 범죄수익 환수도 있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재산이 국고로 환수될지, 국민들에게 손해배상액으로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향한 손해배상청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접수된 손해배상은 그중 가장 많은 시민이 청구했다. 약 1만명이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등에서 수사한 이후 범죄수익이 환수되면 이들이 손해배상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건희도
공동 책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불법 계엄 위자료’를 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배우자인 김 여사에게도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시민 소송이 제기됐다. 불법 계엄의 동기가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김 여사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경호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 18일 제기했다. 김 변호사가 모집한 소송 참여자는 지난 17일 오후 6시 기준 총 1만2000여명이다.

김 변호사는 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단순한 직무상 과실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며 “민사상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이 불법행위의 핵심 동기는 ‘김건희 특검’ 저지라는 사적 목적”이라며 “(김 여사가) 내란 공범들과 소통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했으므로 민법상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 참여자들에게 각각 3만원의 소송 대리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페이스북 등에 올린 모집 글을 통해 “1심에서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대리)할 것이다. 추가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등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부부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 아파트를 처분해 재산을 숨길 소지를 없애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변호사는 “내란 주범 윤석열과 공동불법행위 채무자 김건희를 상대로 제기한 12억2250만원의 위자료 청구권(피보전권리)에 기초해 김건희 소유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 여사는) 대통령 파면과 구속, 자신을 향한 수사와 거액의 민사소송 등 중대한 사법적 위기 상황에서 장래의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유일한 주요 재산인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매매, 증여 등으로 처분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본안 소송 중에 해당 부동산이 처분된다면, 1만명이 넘는 채권자들은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가압류 신청 이유를 밝혔다.

7월 10만원 손해배상 판결
너도나도 줄줄이 청구 제기

아울러 “채권자들은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피보전 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라며 “채무자의 부당한 재산 처분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향후 판결이 확정됐을 때 채권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손해배상은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지난 20일 시민 1030명을 대리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은 박강훈 법률사무소 강성 변호사가 대리한다.


사세행은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중 계엄 선포를 포함한 무수한 불법행위로 국민 개인에게 막대한 정신적 피해를 끼쳤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자신의 정적을 위협하기 위해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2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을 상대로 200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고 1인당 청구액은 30만원이다.

소송을 낸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율과 법무법인 휘명은 “국민이 겪은 정신적 충격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안감, 사회적 혼란 등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지속적인 참여 신청에 따라 3·4차 소송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크로비스타
가압류 신청

사람법률사무소의 이제일 변호사와 사단법인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한 국민소송단 공개 모집을 통해 2200여명의 도민이 참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현재까지 소송비용 입금자 수는 1400명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믿음은 온라인 신청자와 소송비용 입금자 대조를 통해 이달 24일까지 최종 원고를 확정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믿음은 송순호 경남도당 위원장을 원고 선정당사자로 지정해 원고 1인당 10만원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첫 변론기일이 지정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5단독 이미주 부장판사는 오는 10월21일 광주시민 23명이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광주여성변호사회가 소송을 제기한 지 8개월 만이다.

소송을 낸 시민들은 소장을 통해 “무장 군인이 국회 등에 투입된 한밤의 위헌·위법 계엄으로 충격에 휩싸이고 공포에 떨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이 시민 104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이후 이 같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당시 가집행도 가능하다고 선고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막기 위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시민 104명에 대해 1인당 10만원 공탁을 조건으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예상액
30억원

윤 전 대통령은 최근 공탁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탁 액수는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과 같은 1040만원이다. 해당 재판은 현재 민사항소2-2부(오연정·예지희·최복규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손해배상이 모두 인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배상을 인정한 이성복 부장판사가 원고 개개인의 피해 상황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폭넓은 기본권 침해만으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는 해당 판단의 근거로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가족 등 71명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다. 원래 대법원의 태도는 ‘긴급조치가 위헌이고 무효이긴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국가가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2년 ‘경찰, 검사, 법관 등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경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따질 필요 없이 전체적으로 국민 기본권 보장 의무를 소홀히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기존 판례를 바꿨다.

국가의 위법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처음 배상 판결을 받은 법무법인 이우스 김정호 변호사도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인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손해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구체적·개별적으로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 구제 범위를 넓힌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앞서의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앞으로 원고들이 구체적·개별적 입증을 하지 않아도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배상액을 지불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접수되거나 접수 예정인 손해배상소송 배상액은 총 20억3020만원에 달한다. 법조계에서는 각종 법무법인과 변호사 단체에서 손해배상 청구인을 모집 중이라 최종 배상액은 3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부부 재산 약 80억원
“범죄수익 환수시 어려울 듯”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재산 대부분이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있어 모든 배상액을 지불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7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발표한 ‘7월 고위 공직자 수시 재산등록 사항’을 살펴보면 윤 전 대통령의 재산은 79억9115만원이다.

신고 재산을 살펴보면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복합건물(주택+상가) 19억4800만원, 예금 57억4224만원, 토지 3억90만원 등이다. 특히 아크로비스타 가격이 15억6900만원에서 3억7900만원가량 올랐다. 80억원에 육박하는 재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본인 예금(6억9369만원)을 뺀 나머지는 배우자 김 여사 명의다.

우선 특검팀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 8억1144만원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통령 관저 공사 등 뇌물 의혹과 관련해서도 현대건설이 윤석열정부로부터 8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대가로 관저 리모델링을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부당하게 얻은 이익도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의 여러 의혹에서도 형사 처벌 대상 범죄로 인정되고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추가적으로 범죄수익이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범죄수익환수부 소속 한 검사는 “현재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범죄수익 환수가 어렵다”며 “하지만 재판 과정까지만 넘어간다면 이들의 재산 중 범죄수익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모두 환수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환수 목적
상설 기구도

민주당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범죄수익 환수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이후 “범죄수익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범죄수익 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상설기구를 두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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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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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