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2라운드 관전 포인트

반환점 돌고 남은 과제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강대한 여당의 힘과 여론의 지지가 모여 출범한 3대 특검이 수사 반환점을 넘었다.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한을 마무리했고 김건희 특검은 총 수사 기간의 50%가량을 사용했다. 여러 진술을 확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모든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특검 수사를 인정하는 것만 남았다.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2달여가 지났다. 그중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이 마무리됐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하고 있는 의혹이 많은 만큼 아직 80여일의 수사 기간이 남은 상황이다. 각 특검 모두 내로라할 성과를 거둔 만큼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재정비
재출격

지난 6월 이재명정부 출범 후 닻을 올린 3대 특검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와 주변에 있던 권력을 향해 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3대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기한을 늘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하고 VIP 격노설의 진상을 확인하는 등 계속해서 성과를 보여왔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리는 동안 내란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은 약 1주일가량 남았고,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을 마치고 2차 수사에 돌입했다. 김건희 특검은 절반가량을 남기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3대 특검은 국회에 특검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형 감면 규정 신설·인력 증원·기간 연장 등 각 특검별로 향후 수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특검 측 의견을 종합해 3대 특검법 개정안 당론 발의까지 마쳤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지난달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특검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범행 자수·신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특검은 내란·외환 관련 범죄 성격상 내부자의 진술이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점을 고려해 국가보안법상 자수 시 형의 필요적 감면이나 공소 보류 제도 도입 등을 요청했다.

국가보안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등에는 자수한 사람에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는데 이를 준용한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다.

박지영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지난달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내부자의 진술이 중요한데 본인이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내부자의) 적극 협조가 필요하므로 관련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내란 특검은 수사 대상과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사건’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공범들 간 재판 결과의 통일성을 위해 군사법원 재판에 대해서 특검 지휘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인력 증원’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전달했다. 기존 수사 대상이 16개에 달하는 데다 ‘집사 게이트’ 사건 등이 추가돼 수사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향후 특검이 기소한 재판이 시작하면 공소유지 인력도 빠지게 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출범 두 달 중간 점검해보니…
수사 절반 소요…굵직한 성과

구체적으로 특검보 1~2명, 파견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증원을 요청했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40명, 파견 공무원 80명으로 이뤄져 있다.

특검은 수사 대상 추가와 관련해서도 별도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으나 ‘집사 게이트’ 사건 등 일부 의혹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특검법 개정안에 ‘집사 게이트’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힌 이명현 채 상병 특검은 최장 수사 기간도 연장하길 희망한다고 공개 표명했다.

채 상병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1차로 30일, 2차로 30일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0일 수사가 가능한 반면, 내란·김건희 특검은 최장 150일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은 수사외압 의혹·구명로비 의혹·호주대사 임명 의혹 등을 전방위로 살피고 있으나 핵심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장·차관 소환 등이 남아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수사를 진행하는 3개 특검 중 우리 특검만 최장 수사 기간이 30일 짧게 규정된 문제가 있다”며 “가능하면 다른 특검과 마찬가지로 최장 150일 정도 수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조사할 대상이 많고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파견 공무원 10명가량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3대 특검은 필요 시 공문을 통해 국회 측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해 오는 29일까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개시 당일이었던 지난 7월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동시에 수사외압·구명 로비 의혹 등의 중심에 서 있다.

상징적 인물인 임 전 사단장을 1호로 소환한 채 상병 특검은 이후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2023년 7월3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채 상병 사망
VIP 격노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걸 봤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임기훈 전 국방비서관도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 7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인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탄력을 받은 채 상병 특검은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해 모해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도망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특검팀의 첫 신병 확보 시도가 실패했다.

이후 채 상병 특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수차례 소환 조사하며 ‘수사외압 의혹’의 경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사외압 의혹과 더불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이 전 장관 호주대사 도피 의혹도 진척을 보였다. 채 상병 특검팀은 구명 로비의 경로를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의 해병대 출신 인사들과 개신교계 인사 등 두 갈래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주요 관계자들과 법무부·외교부 청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개최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교부 실무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또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도 머지않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채 상병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최장 10월 말까지인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다른 특검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체 드러낸
집사 게이트

내란 특검은 지난 6월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가장 먼저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곧바로 ‘정점’을 노린 특검은 그를 두 차례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구속 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뒤 국무위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 전 장관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특검의 눈에 들어온 수사 대상자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 전 장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특정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사건 수사를 위해 행안부 및 소방청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추가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에 하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 폭동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지난 7월 조사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두 차례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곧바로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에 이어 수사 대상자로 꼽히는 국무위원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30분께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고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킬 것을 지시하고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을 요청한 의혹 등을 받는다.

내란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지난달 25일 박 전 장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또 내란 특검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계획을 인지했던 시점, 의원총회 장소가 여러 차례 변경되고 계엄 해제 표결이 늦어진 이유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 등 외환 사건 수사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으며,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등 군 관계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주변 인물 파헤치기 성공
윤·김 부부는 응하지 않아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를 여섯 차례 소환한 끝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연계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기소 시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하며 범죄수익 약 10억3000만원 상당을 명시했다.

이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 이후 김 여사를 포함해 소환 조사를 80회 이상 진행하며 관계자들과 김 여사 간의 ‘공범 관계’를 입증해 낸 덕이다. 주가조작에서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돼 약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공천 개입에선 윤 전 대통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와의 청탁 의혹은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 이에 김 여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일교 측으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80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수수한 당사자가 됐다.

그간 특검팀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 관리인이자,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 전 대표, 금품 등 전달자로 지목된 전씨, 금품 제공자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들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김 여사에 앞서 이들을 재판에 넘기며 혐의를 다져왔다.

통일교 관련 의혹은 한학자 총재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거물급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특검 주변의 시각이다. 한 총재는 구속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교단 현안을 청탁하고자 권 의원과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맡게 된 것은 김 여사의 구속 당일,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면서부터다. 특검팀은 귀국한 김씨를 공항에서 체포한 뒤 구속 수사하며 그가 김 여사를 내세워 184억원을 부적절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의 실체에 다가갔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달리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 여사와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의 이일준 회장·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으나, ‘그림자 실세’ 이기훈 부회장이 도주하며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적 관심
역시 김건희

3대 특검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는 신병을 확보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신병 구속도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는 이제는 3대 특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서 자발적인 진술을 얻을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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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