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이재명-민주당 투트랙 전략

거침없이 달리는 쌍두마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주권정부가 순항하고 있다. ‘친명 일색’ 꼬리표를 단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합심해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란 우려와 달리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움직인다. 민생회복을 앞세운 이 대통령의 앞은 적군 투성이지만 민주당이 비판의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6·10 대선이 끝난 뒤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재정비를 마쳤다.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당 대표를 뽑기 위한 8월 전당대회 준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전투력
최대치

지난 13일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제22대 국회 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26년간 국가정보원에 근무한 정보통으로 서울 동작구에서 3선을 지낸 인물이다. 선거를 앞두고 아들 국정원 청탁 의혹 등의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재명의 최종병기’를 내세워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함께해주신 서영교 후보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린다”며 함께 겨뤘던 서 의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1년 안에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 사법, 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당선 즉시 반헌법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의 마지막 조각까지 찾아내겠다. 내란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두 번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권 극 초기지만 여야는 벌써 각종 안건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회복에 집중한 반면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더불어 그동안 산적한 과제를 막힘 없이 수행하며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전 정부를 겨냥한 특검을 벼르고 있다. 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 등 3대 특검을 앞세워 윤석열 부부와 국민의힘까지 압박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씨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것을 두고는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각 특검 사무실과 특검보가 속속들이 정해지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보들은 외부 압력에 흔들림 없이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해서도 날을 겨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부원장이 대장동 사건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대법원을 향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난 18일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10월13일 자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조서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피의자로 표기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의도적 공작을 벌여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영학의 진술이 검찰의 압박과 회유 등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됐고 김만배와 최윤길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장동 프레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잡기 위해 허위와 왜곡에 기반했다는 내용이 법원 판결로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제자리인 야, 치고 나가는 여
손발 착착, 이유 있던 ‘친명’ 공천?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오던 검찰개혁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한 뒤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신설하고 국가수사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검찰개혁 4법을 앞세워 “검찰개혁이 아니라 해체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권력을 위한 맞춤형 사법 구조를 짜겠다는, 입법이라는 옷을 입은 사법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맡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길 것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은 지속적인 의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과반이 넘는 의석에 법사위원장 자리 까지 민주당의 몫인 만큼 입법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에 이를 넘기라는 요구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상호 견제를 위해 법사위만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만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넘긴다면 국민의힘이 맡은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등 3개 위원장 자리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임위는 2년 단위 협상이기 때문에 1년 지난 현 시점에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여야 갈등만 불거지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민생법안은 뒷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 파열음이 계속되는 사이 이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일단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공격 대상이었던 ‘일극 체제’ ‘표퓰리즘’ 등의 프레임을 깨고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된 ‘친중 정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시작으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순으로 통화했다. 동맹국인 미국과 첫 번째 통화를 한 뒤 중국이 아닌 일본과 소통했다. 아울러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서 이시바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일 공조와 ‘셔틀외교’ 재개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강조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의 시작이자 한미일 동맹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를
낮추다

이번 회의에는 G7 회원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호주·브라질·인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우크라이나 등 정상을 비롯한 이 대통령이 초청받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캘거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정상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 G7 플러스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분명히 한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재명정부는 정상외교를 더 높은 단계로 강화하는 동시에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적극 실천해나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기본소득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은 화두에 오를 때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생 지원금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는 빠르게 실행에 옮겼지만, 과거와 달리 분배 방식을 놓고 신중을 가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보편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취약계층에게 추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부터 경기를 최소한으로 방어하기 위한 추경 규모로 35조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했던 1·2차 추경을 합한 것으로 비슷한 규모라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일반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되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원,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가족은 40만원, 소득 상위 10%는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25만원을 지급하자는 과거와 달리 기초생활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이재명 방탄 법안’으로 불리던 법안들도 올스탑이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증원하거나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입법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주당의 숨 고르기에는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의 의중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입법 독주 비판을 우려해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023년 이 대통령이 당 대표였을 당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하면서 불거진 진정성 논란과 ‘방탄 정당’ 논란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정권
반사이익?

이 대통령이 민주당과 거리는 두는 것은 여야 정쟁에서 발을 떼고 나랏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비친다.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전 정권과의 대비가 뚜렷해 지지자 사이에서는 ‘효능감 두 배 이벤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신임 대통령의 행보가 하나하나 전해질 때마다 사람들이 때로는 신기해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바로 ‘정치 효능감’”이라며 “대통령이 자기의 일을 하니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국민이 느낀다. 오죽했으면 출근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다가 이제는 퇴근하지 않는 대통령을 본다는 말이 나올까”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이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해 나갈 것인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벌어질 갖가지 특검으로 인해 야당과 심하게 부딪힐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 1주일 동안 느꼈던 정치적 효능감과 안정감, 믿음, 이 모든 게 우리 대한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었다는 잊었던 자존감이 되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공격, 정부가 수비를 맡으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당정 일체에 합심해 야당과 대립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당정이 분리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의힘의 결집력이 약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이 야당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 같냐”며 “이 대통령이 말 한마디, 민주당이 법안 하나 낼 때만 우르르 몰려가서 소리치고 남은 시간에는 당권을 놓고 입씨름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당정 분리 전략은 국민의힘의 결속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총선과 조기 대선 모두 ‘현 정부 심판론’이란 공통된 목적이 있었기에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승기를 쥘 수 있었다. 탄핵 정국 이후 자중지란 하고 있지만 정부가 압박을 넣을 경우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 프레임을 들고 나와 항의할 여지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거듭 강조한 “보복 정치는 없다”는 발언을 의식했단 해석도 나온다.

악셀 밟는 순간 ‘야 탄압’ 프레임
사분오열이지만…똘똘 뭉쳐 덤빌라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누구를 괴롭힐 때 별로 행복하지 않다. 정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해 할 때 진짜 행복했다. 성남시장 때가 재미있었고 행복했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정치보복을 하면 안 되는 게 명확한데 실제로 그 점에 대해 의심이 많다. 아무리 약속해도 이해하지 않더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튜브 방송에서는 “누군가가 통합과 정치보복 없는 합리적 국정을 얘기하니 ‘그러면 다 봐주는 것 아니냐’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다”라며 “할 것은 하되 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3대 특검법을 발의하며 내란 종식을 앞세웠지만 국민의힘은 “보복성이 짙은 특검”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한 특검”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특검이라는 것은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제(12일) 지명된 분들은 민주당 성향, 친여 성향이 강한 인사로 기억한다”며 “특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놔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대선후보 시절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던 이 대통령이 가장 거대한 정치 사정으로 돌아왔다”며 “국민의 기대였던 ‘민생 최우선’은 사라지고 대대적 정치보복 수사로 첫 국정의 방향타가 꺾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정치보복이 아닌 국민 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이런 의도된 특검을 멈추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당정 관계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인사든 정책이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당정 관계도 수평적으로, 일상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능하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에 함께 쓸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기조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현재는 정권 극 초기인 만큼 역할 배분이 뚜렷하지만, 앞으로의 관계는 곧 치러질 전당대회 성격에 달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직은
순풍인데…

청와대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관건은 이 대통령이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의 탄생을 지켜볼지 여부”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후계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인물이 아닌, 정권이 바뀌어도 자신을 보호해줄 것 같은 인물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도 한발 멀어지는 게 당정 관계”라며 “지난 총선서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석을 차지했지만 신흥 세력이 탄생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이재명 키즈를 자처하는 인물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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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br>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세부섬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