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나락행 차은우

한방에 훅 간 ‘얼굴 천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얼굴 천재’ 차은우가 ‘탈세 천재’로 불리게 됐다. 러브콜을 보내던 광고계도 이미 손절을 시작했다. 그간 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외모 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12년간 구설수 없이 ‘바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견고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난달 22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를 둘러싼 대형 세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차은우와 관련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소득세 등 약 2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절세 미남
탈세 천재

내용의 핵심은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 사이에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A법인이 개입돼있었고, 차은우의 수익이 판타지오·A법인·개인 명의로 분배됐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친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중간에 두고 소득을 분배한 구조에 주목했다.

차은우가 벌어들인 연예 활동 수익이 판타지오와 해당 법인, 그리고 개인에게 나뉘어 귀속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에 적용된 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세청은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의상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를 피하고, 20% 안팎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체 없는 법인을 활용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은 경영 혼란 상황 속에서 매니지먼트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최종적으로 확정·고지된 사안이 아니고, 과세 전 적부심사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세가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은 곧 법인의 ‘주소지’ 문제로 번졌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인천 강화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당 주소지는 차은우 가족이 운영하는 장어 음식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유령회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해당 법인이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장어집 주소지가 공개되고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이 더 거세졌다. 이 장어집은 차은우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2022년 9월 SNS에 해당 식당 방문 사진을 올렸고, 이후 식당 측이 이를 공유하며 “차은우가 방문했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게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화도 맛집으로 소개되며 ‘차은우 단골’로 언급된 대목도 재조명됐다. 문제는 이 식당이 ‘차은우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단골 맛집’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대중은 차은우가 가족 식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뒷광고’를 한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한 매체 확인 결과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법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도 정식 등록돼있었다. 다만 그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로 인해 혼선이 커졌다.

200억 포탈 의혹에 본격 맞대응
사과문 올리고 대형 로펌 선임

문제의 법인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국세청이 지적한 대상이 어느 법인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은우 측 가족 법인은 복수의 법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화도 장어집 주소와 김포 주소 법인의 관계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차은우 가족 법인의 구조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였다. 대표는 차은우, 사내이사는 모친, 감사는 부친이 맡았다. 사업 목적은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비롯해 광고, 공연, 외식업, 부동산 관리 등 30여개에 달했다.

차스갤러리는 이후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주소지를 이전했고, 2020년 이후 모친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유한책임회사 ‘엘앤씨’ ‘디애니’가 차례로 설립되며 법인 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된 점이 주목받았다.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재무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사 회피 목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에게 “국세청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2025년 봄께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차은우 측 요청으로 통지 시점이 장기간 미뤄졌고, 결국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30일 이내 납세 고지가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개별 보안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일반 납세자에게도 동일한 조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이어오던 차은우가 지난달 26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차은우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상한
단골집


차은우는 “최근 저와 관련된 여러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진 뒤 비교적 늦게 입장을 낸 데 대한 부담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도피성 입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차은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이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세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관계 기관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차은우가 사과문을 올린 당일,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5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형 로펌이다. 특히 조세·행정 소송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으로, 고액 탈세·조세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과문 공개 직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법적 대응을 병행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선도 제기됐다. 반면 사안의 성격상 법률대리인 선임은 불가피한 절차라는 반론도 맞섰다.

같은 날, 인천시 강화군은 차은우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섰고, 조사 결과 실제 사무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던 강화군 소재 해당 장어집 주소지를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한 결과, 사무용 집기나 업무 공간, 인력 상주 흔적 등 법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는 국세청이 제기한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 법인이라면 일정 규모의 사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음식점이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로 그날, 해당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조사 당일 법인 측의 주소 이전 신청을 접수했고, 행정 절차에 따라 전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를 인지한 뒤 급히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화군은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도 손절
나라도 손절

이 같은 행보가 밝혀지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사과문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 여론의 큰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차은우가 설립한 법인의 지분 100%를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차은우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군 복무와 관련한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현재 차은우는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 차원의 검토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차은우의 군악대 보직 적정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다.

민원인은 차은우에게 “고액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악대라는 대외 노출이 많은 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직 조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악대는 일반 보직과 달리 각종 공식 행사, 대외 행사,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는 특성상 군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 병사의 경우, 과거에도 일반 병과로 보직이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감찰실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차은우와 관련된 의혹의 성격과 현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탈세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보직 변경이나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직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그렇다고 단정하지도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차은우가 출연했던 일부 콘텐츠가 비공개로 처리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사안에 대한 내부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도 손절이 시작됐다. 탈세 의혹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고계가 차은우를 손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빠른 대응은 뷰티·금융권에서 나왔다.

뷰티·금융·패션·교육 광고 아웃
커지는 논란에 광고계 줄줄이 손절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브’는 차은우가 등장한 광고 영상과 SNS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고, 신한은행 역시 공식 SNS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내렸다. 두 브랜드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탈세 의혹 보도 이후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미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차은우가 참여한 캠페인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고, 교육 브랜드 대성마이맥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광고 영상을 논란 확산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닷컴’은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온 ‘바디프랜드’는 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설 명절은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미 기획된 대규모 프로모션을 갑작스럽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계약이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재계약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우는 의혹이 터지기 전 최근 수년간 광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 연예인 중 한 명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비주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차은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계기는 비주얼이다.

당시 아스트로는 비주류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차은우의 외모 덕에 그룹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뜨지 못했고 차은우는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기에 도전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과 <여신강림>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차은우가 각광받은 이유 역시 이 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차은우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 외모로, 금융·교육·헬스케어·패션·뷰티 등 폭넓은 업종의 모델로 기용됐다.

실제로 그는 은행, 화장품, 패션 브랜드, 교육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얼굴로 활동하며 ‘전 세대 호감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광고주들이 주목한 부분은 사생활 리스크가 거의 없었던 점이다. 데뷔 이후 큰 구설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성실하고 조용한 이미지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신뢰를 얻었다.

사생활
리스크

이는 곧 광고계에서의 높은 몸값과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몸값이 7억~10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차은우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위약금만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