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나락행 차은우

한방에 훅 간 ‘얼굴 천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얼굴 천재’ 차은우가 ‘탈세 천재’로 불리게 됐다. 러브콜을 보내던 광고계도 이미 손절을 시작했다. 그간 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외모 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12년간 구설수 없이 ‘바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견고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난달 22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를 둘러싼 대형 세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차은우와 관련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소득세 등 약 2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절세 미남
탈세 천재

내용의 핵심은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 사이에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A법인이 개입돼있었고, 차은우의 수익이 판타지오·A법인·개인 명의로 분배됐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친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중간에 두고 소득을 분배한 구조에 주목했다.

차은우가 벌어들인 연예 활동 수익이 판타지오와 해당 법인, 그리고 개인에게 나뉘어 귀속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에 적용된 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세청은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의상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를 피하고, 20% 안팎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체 없는 법인을 활용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은 경영 혼란 상황 속에서 매니지먼트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최종적으로 확정·고지된 사안이 아니고, 과세 전 적부심사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세가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은 곧 법인의 ‘주소지’ 문제로 번졌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인천 강화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당 주소지는 차은우 가족이 운영하는 장어 음식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유령회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해당 법인이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장어집 주소지가 공개되고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이 더 거세졌다. 이 장어집은 차은우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2022년 9월 SNS에 해당 식당 방문 사진을 올렸고, 이후 식당 측이 이를 공유하며 “차은우가 방문했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게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화도 맛집으로 소개되며 ‘차은우 단골’로 언급된 대목도 재조명됐다. 문제는 이 식당이 ‘차은우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단골 맛집’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대중은 차은우가 가족 식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뒷광고’를 한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한 매체 확인 결과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법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도 정식 등록돼있었다. 다만 그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로 인해 혼선이 커졌다.

200억 포탈 의혹에 본격 맞대응
사과문 올리고 대형 로펌 선임

문제의 법인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국세청이 지적한 대상이 어느 법인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은우 측 가족 법인은 복수의 법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화도 장어집 주소와 김포 주소 법인의 관계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차은우 가족 법인의 구조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였다. 대표는 차은우, 사내이사는 모친, 감사는 부친이 맡았다. 사업 목적은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비롯해 광고, 공연, 외식업, 부동산 관리 등 30여개에 달했다.

차스갤러리는 이후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주소지를 이전했고, 2020년 이후 모친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유한책임회사 ‘엘앤씨’ ‘디애니’가 차례로 설립되며 법인 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된 점이 주목받았다.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재무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사 회피 목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에게 “국세청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2025년 봄께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차은우 측 요청으로 통지 시점이 장기간 미뤄졌고, 결국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30일 이내 납세 고지가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개별 보안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일반 납세자에게도 동일한 조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이어오던 차은우가 지난달 26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차은우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상한
단골집

차은우는 “최근 저와 관련된 여러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진 뒤 비교적 늦게 입장을 낸 데 대한 부담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도피성 입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차은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이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세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관계 기관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차은우가 사과문을 올린 당일,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5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형 로펌이다. 특히 조세·행정 소송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으로, 고액 탈세·조세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과문 공개 직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법적 대응을 병행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선도 제기됐다. 반면 사안의 성격상 법률대리인 선임은 불가피한 절차라는 반론도 맞섰다.

같은 날, 인천시 강화군은 차은우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섰고, 조사 결과 실제 사무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던 강화군 소재 해당 장어집 주소지를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한 결과, 사무용 집기나 업무 공간, 인력 상주 흔적 등 법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는 국세청이 제기한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 법인이라면 일정 규모의 사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음식점이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로 그날, 해당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조사 당일 법인 측의 주소 이전 신청을 접수했고, 행정 절차에 따라 전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를 인지한 뒤 급히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화군은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도 손절
나라도 손절

이 같은 행보가 밝혀지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사과문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 여론의 큰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차은우가 설립한 법인의 지분 100%를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차은우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군 복무와 관련한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현재 차은우는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 차원의 검토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차은우의 군악대 보직 적정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다.

민원인은 차은우에게 “고액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악대라는 대외 노출이 많은 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직 조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악대는 일반 보직과 달리 각종 공식 행사, 대외 행사,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는 특성상 군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 병사의 경우, 과거에도 일반 병과로 보직이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감찰실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차은우와 관련된 의혹의 성격과 현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탈세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보직 변경이나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직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그렇다고 단정하지도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차은우가 출연했던 일부 콘텐츠가 비공개로 처리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사안에 대한 내부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도 손절이 시작됐다. 탈세 의혹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고계가 차은우를 손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빠른 대응은 뷰티·금융권에서 나왔다.

뷰티·금융·패션·교육 광고 아웃
커지는 논란에 광고계 줄줄이 손절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브’는 차은우가 등장한 광고 영상과 SNS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고, 신한은행 역시 공식 SNS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내렸다. 두 브랜드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탈세 의혹 보도 이후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미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차은우가 참여한 캠페인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고, 교육 브랜드 대성마이맥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광고 영상을 논란 확산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닷컴’은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온 ‘바디프랜드’는 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설 명절은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미 기획된 대규모 프로모션을 갑작스럽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계약이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재계약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우는 의혹이 터지기 전 최근 수년간 광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 연예인 중 한 명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비주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차은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계기는 비주얼이다.

당시 아스트로는 비주류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차은우의 외모 덕에 그룹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뜨지 못했고 차은우는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기에 도전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과 <여신강림>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차은우가 각광받은 이유 역시 이 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차은우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 외모로, 금융·교육·헬스케어·패션·뷰티 등 폭넓은 업종의 모델로 기용됐다.

실제로 그는 은행, 화장품, 패션 브랜드, 교육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얼굴로 활동하며 ‘전 세대 호감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광고주들이 주목한 부분은 사생활 리스크가 거의 없었던 점이다. 데뷔 이후 큰 구설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성실하고 조용한 이미지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신뢰를 얻었다.

사생활
리스크

이는 곧 광고계에서의 높은 몸값과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몸값이 7억~10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차은우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위약금만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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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