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통로’ 1인 기획사 대해부

세금 다 내면 바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딴따라’라면서 비하하고,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표현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신흥 귀족’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벌지 못할 돈을 짧은 시간에 벌어들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한 유명 연예인에게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해당 연예인에게 추징한 금액은 무려 200억원.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추징금이 200억원대라면 매출은 대체 얼마였을까? 동시에 누리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떠오른
신흥 귀족

2017년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수입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연예인(배우·가수·모델) 수입 신고 현황’ 자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입 상위 1%와 하위 90%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극심한 양극화였다.

배우와 가수, 모델 중에서도 가수의 소득 쏠림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액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은 연평균 42억6000만원으로, 가요계 전체 수입의 52%에 달했다. 상위 1%가 가요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번다는 뜻이다. 상위 10%(연평균 7억3200만원)까지 넓히면 전체 수입의 90%까지 늘어난다.

하위 90%의 연평균 수입은 87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와 하위 90% 간 소득 격차는 490배에 이른다.


배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입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0억800만원, 상위 10%는 3억6700만원으로 각각 전체 수입액의 47.3%, 86.6%를 차지했다. 하위 90%의 연평균 소득은 62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90%의 324배다.

세 부문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모델도 수입 상위 1%(5억4400만원)가 하위 90%(270만원)의 201배로 소득 격차가 낮았다.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상위 1%에 해당하는 연예인의 수입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이 출연료로 지급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배우 가운데서도 주연에게 고액의 출연료가 책정됐다. ‘스타 마케팅’의 대가였다. 출연료 외에 다른 부분에도 비용을 넣으려니 제작비 자체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OTT 업계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결국 대표 OTT인 넷플릭스가 배우의 출연료에 상한선을 두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출연료 상승으로 덩달아 제작비가 오르고 자금력 부족으로 콘텐츠 제작이 난항을 겪자 나름의 처방을 내린 셈이다.

넷플릭스의 출연료 상한 정책은 인기 연예인의 몸값이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연예인의 인기는, 곧 출연료와 광고료로 치환된다. 대중이 얼굴과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고 여기에 높은 호감도까지 더해지면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과 함께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차은우 논란으로 과거 사례 떠올라
국세청 VS 연예인 ‘법 해석 차이?’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은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팬덤은 아이돌의 든든한 지원자다.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고 콘서트에 찾아간다. 팬덤이 커지면서 얻은 인기로 아이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실제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 데뷔한 뉴진스는 2023년 기준 멤버당 50억원대의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총 5명으로 정산금으로만 250억원 이상이 지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이런저런 비용을 다 뗀 뒤 소속사와 맺은 계약의 비율대로 책정된다. 뉴진스가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심지어 K-팝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 활동도 활발해졌고 아이돌 그룹 자체의 수명도 길어졌다.

문제는 연예계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한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거나 편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행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대중에게 들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잘못을 지적받은 연예인은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슬그머니 복귀한다.

높은 자리에 있던 연예인일수록 복귀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대중 이미지는 무너졌을지언정 팬덤이 든든하게 남아 있는 경우, 작품의 성공으로 다시 주류에 합류하는 경우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OTT의 발달로 복귀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 역시 사고를 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옅어진다. 말 그대로 ‘무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 수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절세를 위시한 탈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의 편법 사용 등 돈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연예인을 ‘신흥 귀족’ 등으로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톱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수입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연예인도 열심히 일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많은 돈을 줘야 할 정도냐는 것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이 같은 생각에 불은 지핀 건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최근 탈세 의혹이다. 국세청은 차은우에게 200억원대의 소득세를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따져도 순위권에 오를 만한 액수다. 차은우 탈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돈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연예인들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 톱스타라 불렸고, 일부는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에 탈세 관련 의혹에 휘말린 이들이 대부분 ‘1인 기획사’에 소속돼있다는 점이다. 이 1인 기획사를 개인으로 볼 것인지, 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탈세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세를 위한 선택인지, 탈세를 위한 수단인지를 두고 국세청과 연예인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일반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연예인 앞에는 몇 가지 선택지가 나타난다. 원소속사와 재계약을 진행하거나 다른 소속사로 갈아타거나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재계약과 이적, 1인 기획사 설립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눈여겨볼 대목은 과거와 비교해 1인 기획사를 선택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1인 기획사는 경영진을 가족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연예인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가족이 직원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는 이른바 ‘가족회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이다.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면 번 돈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면서 소속사와 나눠 갖지 않고 오롯이 확보할 수 있다. 소득과 지출 부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많아진다. 어느 모로 보나 장점밖에 없어 보인다.

석연찮은
가족회사

실제 1인 기획사가 절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현행 세법상 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세 포함 49.5%)에 이른다. 소득세로 계산하면 번 돈의 절반을 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수입을 ‘개인 소득’이 아니라 1인 기획사의 소득, 즉 ‘법인소득’으로 처리하면 세금은 절반 가까이(최고세율 24%) 줄어든다. 세금이 반으로 적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1인 기획사의 활동 여부가 중요해진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획사를 운영했느냐는 것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차은우에게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물린 건 그와 원소속사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법인 때문이었다.


그 법인이 기획사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존재만 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이다.

최근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 논리에 몇몇 연예인이 포착됐다. 배우 이하늬는 2024년 9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6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게 된 사실이 지난해 초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국세청이 부과한 60억원의 추징금은 앞서 탈세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송혜교 사례(25억원)와 비교해도 큰 액수였다.

당시 이하늬의 소속사 팀호프 측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과 절차를 준수해 납세의 의무를 다해왔다”며 “이번 처분은 법인사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 소득을 법인세와 소득세 중 어느 세목으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하늬 측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냈는데 국세청은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하늬의 소득을 개인이 벌어들인 돈으로 봤다는 의미다.

상위 1% 소득에 상대적 박탈감
의혹 계속될수록 대중 신뢰 바닥

소속사는 “이하늬는 본업인 연기 활동과 더불어 매니지먼트에서 수행하거나 관리해줄 수 없는 국악 공연, 콘텐츠 개발 및 제작,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호프프로젝트(법인)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며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연예 활동 수익이 법인 사업자의 매출로써 법인세를 모두 냈더라도 그 소득은 법인 수익으로 법인세 납부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소득으로 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과세 관청의 해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세 추가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전액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호프프로젝트는 2015년 이하늬가 설립한 개인 법인이다. 주식회사 ‘하늬’에서 2018년 주식회사 ‘이례윤’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했다. 현재 이하늬의 남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늬 측은 “탈세는 없었다. 오히려 (국세청이) 이중과세로 부과했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국세청이 배우 유연석에게 7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하늬의 추징금을 넘어서는 액수다. 차은우 탈세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연예인 추징액 중 가장 많았다. 유연석의 사례도 세금 처리를 법인세로 해야 하는지, 소득세로 해야 하는지의 다툼이었다. 이하늬와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에 포착된 건 유연석이 대표로 있는 ‘포에버엔터테인먼트’였다. 포에버엔터테인먼트는 유연석이 2015년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가적인 사업·외식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이 소속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소속사도 “국세청이 포에버엔터테인먼트 수익을 법인세가 아닌 개인 소득세 납부 대상으로 보고 종합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법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조세 심판 및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유연석은 과세 전 적부심사를 통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30억원의 세금만 내게 됐다. 현재 세금 전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냐
법인세냐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1인 기획사 간의 세금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본다. 1인 기획사가 많이 늘어난 점,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적극성을 보이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차은우 탈세 의혹이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 국세청과 세금 관련 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중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사회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에 의해 깨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인 기획사 또 다른 논란 ‘미등록 운영 걸렸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연예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예술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나 1인 초과 개인사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줄줄이 걸려들고 줄줄이 사과하는 모양새다.

성시경 시작으로 줄줄이

가수 씨엘은 2020년 1인 기획사 ‘베리체리’를 설립한 후 약 5년간 당국에 신고 없이 운영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우 강동원도 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그는 기획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작은 지난해 9월 가수 성시경이 속한 1인 기획사가 10여년간 미등록 상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일부 연예 기획사들이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연이어 적발됐다.

최근 ‘주사이모’ 의혹에 연루된 방송인 박나래도 미등록 기획사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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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