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딴따라’라면서 비하하고,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표현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신흥 귀족’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벌지 못할 돈을 짧은 시간에 벌어들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한 유명 연예인에게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해당 연예인에게 추징한 금액은 무려 200억원.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추징금이 200억원대라면 매출은 대체 얼마였을까? 동시에 누리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떠오른
신흥 귀족
2017년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수입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연예인(배우·가수·모델) 수입 신고 현황’ 자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입 상위 1%와 하위 90%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극심한 양극화였다.
배우와 가수, 모델 중에서도 가수의 소득 쏠림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액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은 연평균 42억6000만원으로, 가요계 전체 수입의 52%에 달했다. 상위 1%가 가요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번다는 뜻이다. 상위 10%(연평균 7억3200만원)까지 넓히면 전체 수입의 90%까지 늘어난다.
하위 90%의 연평균 수입은 87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와 하위 90% 간 소득 격차는 490배에 이른다.
배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입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0억800만원, 상위 10%는 3억6700만원으로 각각 전체 수입액의 47.3%, 86.6%를 차지했다. 하위 90%의 연평균 소득은 62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90%의 324배다.
세 부문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모델도 수입 상위 1%(5억4400만원)가 하위 90%(270만원)의 201배로 소득 격차가 낮았다.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상위 1%에 해당하는 연예인의 수입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이 출연료로 지급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배우 가운데서도 주연에게 고액의 출연료가 책정됐다. ‘스타 마케팅’의 대가였다. 출연료 외에 다른 부분에도 비용을 넣으려니 제작비 자체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OTT 업계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결국 대표 OTT인 넷플릭스가 배우의 출연료에 상한선을 두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출연료 상승으로 덩달아 제작비가 오르고 자금력 부족으로 콘텐츠 제작이 난항을 겪자 나름의 처방을 내린 셈이다.
넷플릭스의 출연료 상한 정책은 인기 연예인의 몸값이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연예인의 인기는, 곧 출연료와 광고료로 치환된다. 대중이 얼굴과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고 여기에 높은 호감도까지 더해지면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과 함께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차은우 논란으로 과거 사례 떠올라
국세청 VS 연예인 ‘법 해석 차이?’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은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팬덤은 아이돌의 든든한 지원자다.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고 콘서트에 찾아간다. 팬덤이 커지면서 얻은 인기로 아이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실제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 데뷔한 뉴진스는 2023년 기준 멤버당 50억원대의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총 5명으로 정산금으로만 250억원 이상이 지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이런저런 비용을 다 뗀 뒤 소속사와 맺은 계약의 비율대로 책정된다. 뉴진스가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심지어 K-팝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 활동도 활발해졌고 아이돌 그룹 자체의 수명도 길어졌다.
문제는 연예계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한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거나 편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행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대중에게 들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잘못을 지적받은 연예인은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슬그머니 복귀한다.
높은 자리에 있던 연예인일수록 복귀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대중 이미지는 무너졌을지언정 팬덤이 든든하게 남아 있는 경우, 작품의 성공으로 다시 주류에 합류하는 경우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OTT의 발달로 복귀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 역시 사고를 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옅어진다. 말 그대로 ‘무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 수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절세를 위시한 탈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의 편법 사용 등 돈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연예인을 ‘신흥 귀족’ 등으로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톱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수입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연예인도 열심히 일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많은 돈을 줘야 할 정도냐는 것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이 같은 생각에 불은 지핀 건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최근 탈세 의혹이다. 국세청은 차은우에게 200억원대의 소득세를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따져도 순위권에 오를 만한 액수다. 차은우 탈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돈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연예인들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 톱스타라 불렸고, 일부는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에 탈세 관련 의혹에 휘말린 이들이 대부분 ‘1인 기획사’에 소속돼있다는 점이다. 이 1인 기획사를 개인으로 볼 것인지, 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탈세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세를 위한 선택인지, 탈세를 위한 수단인지를 두고 국세청과 연예인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일반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연예인 앞에는 몇 가지 선택지가 나타난다. 원소속사와 재계약을 진행하거나 다른 소속사로 갈아타거나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재계약과 이적, 1인 기획사 설립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눈여겨볼 대목은 과거와 비교해 1인 기획사를 선택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1인 기획사는 경영진을 가족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연예인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가족이 직원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는 이른바 ‘가족회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이다.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면 번 돈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면서 소속사와 나눠 갖지 않고 오롯이 확보할 수 있다. 소득과 지출 부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많아진다. 어느 모로 보나 장점밖에 없어 보인다.
석연찮은
가족회사
실제 1인 기획사가 절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현행 세법상 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세 포함 49.5%)에 이른다. 소득세로 계산하면 번 돈의 절반을 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수입을 ‘개인 소득’이 아니라 1인 기획사의 소득, 즉 ‘법인소득’으로 처리하면 세금은 절반 가까이(최고세율 24%) 줄어든다. 세금이 반으로 적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1인 기획사의 활동 여부가 중요해진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획사를 운영했느냐는 것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차은우에게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물린 건 그와 원소속사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법인 때문이었다.
그 법인이 기획사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존재만 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이다.
최근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 논리에 몇몇 연예인이 포착됐다. 배우 이하늬는 2024년 9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6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게 된 사실이 지난해 초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국세청이 부과한 60억원의 추징금은 앞서 탈세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송혜교 사례(25억원)와 비교해도 큰 액수였다.
당시 이하늬의 소속사 팀호프 측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과 절차를 준수해 납세의 의무를 다해왔다”며 “이번 처분은 법인사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 소득을 법인세와 소득세 중 어느 세목으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하늬 측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냈는데 국세청은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하늬의 소득을 개인이 벌어들인 돈으로 봤다는 의미다.
상위 1% 소득에 상대적 박탈감
의혹 계속될수록 대중 신뢰 바닥
소속사는 “이하늬는 본업인 연기 활동과 더불어 매니지먼트에서 수행하거나 관리해줄 수 없는 국악 공연, 콘텐츠 개발 및 제작,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호프프로젝트(법인)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며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연예 활동 수익이 법인 사업자의 매출로써 법인세를 모두 냈더라도 그 소득은 법인 수익으로 법인세 납부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소득으로 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과세 관청의 해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세 추가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전액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호프프로젝트는 2015년 이하늬가 설립한 개인 법인이다. 주식회사 ‘하늬’에서 2018년 주식회사 ‘이례윤’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했다. 현재 이하늬의 남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늬 측은 “탈세는 없었다. 오히려 (국세청이) 이중과세로 부과했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국세청이 배우 유연석에게 7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하늬의 추징금을 넘어서는 액수다. 차은우 탈세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연예인 추징액 중 가장 많았다. 유연석의 사례도 세금 처리를 법인세로 해야 하는지, 소득세로 해야 하는지의 다툼이었다. 이하늬와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에 포착된 건 유연석이 대표로 있는 ‘포에버엔터테인먼트’였다. 포에버엔터테인먼트는 유연석이 2015년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가적인 사업·외식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이 소속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소속사도 “국세청이 포에버엔터테인먼트 수익을 법인세가 아닌 개인 소득세 납부 대상으로 보고 종합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법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조세 심판 및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유연석은 과세 전 적부심사를 통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30억원의 세금만 내게 됐다. 현재 세금 전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냐
법인세냐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1인 기획사 간의 세금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본다. 1인 기획사가 많이 늘어난 점,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적극성을 보이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차은우 탈세 의혹이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 국세청과 세금 관련 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중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사회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에 의해 깨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인 기획사 또 다른 논란 ‘미등록 운영 걸렸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연예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예술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나 1인 초과 개인사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줄줄이 걸려들고 줄줄이 사과하는 모양새다.
성시경 시작으로 줄줄이
가수 씨엘은 2020년 1인 기획사 ‘베리체리’를 설립한 후 약 5년간 당국에 신고 없이 운영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우 강동원도 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그는 기획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작은 지난해 9월 가수 성시경이 속한 1인 기획사가 10여년간 미등록 상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일부 연예 기획사들이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연이어 적발됐다.
최근 ‘주사이모’ 의혹에 연루된 방송인 박나래도 미등록 기획사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