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통로’ 1인 기획사 대해부

세금 다 내면 바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딴따라’라면서 비하하고,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표현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신흥 귀족’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벌지 못할 돈을 짧은 시간에 벌어들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한 유명 연예인에게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해당 연예인에게 추징한 금액은 무려 200억원.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추징금이 200억원대라면 매출은 대체 얼마였을까? 동시에 누리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떠오른
신흥 귀족

2017년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수입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연예인(배우·가수·모델) 수입 신고 현황’ 자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입 상위 1%와 하위 90%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극심한 양극화였다.

배우와 가수, 모델 중에서도 가수의 소득 쏠림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액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은 연평균 42억6000만원으로, 가요계 전체 수입의 52%에 달했다. 상위 1%가 가요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번다는 뜻이다. 상위 10%(연평균 7억3200만원)까지 넓히면 전체 수입의 90%까지 늘어난다.

하위 90%의 연평균 수입은 87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와 하위 90% 간 소득 격차는 490배에 이른다.


배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입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0억800만원, 상위 10%는 3억6700만원으로 각각 전체 수입액의 47.3%, 86.6%를 차지했다. 하위 90%의 연평균 소득은 62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90%의 324배다.

세 부문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모델도 수입 상위 1%(5억4400만원)가 하위 90%(270만원)의 201배로 소득 격차가 낮았다.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상위 1%에 해당하는 연예인의 수입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이 출연료로 지급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배우 가운데서도 주연에게 고액의 출연료가 책정됐다. ‘스타 마케팅’의 대가였다. 출연료 외에 다른 부분에도 비용을 넣으려니 제작비 자체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OTT 업계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결국 대표 OTT인 넷플릭스가 배우의 출연료에 상한선을 두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출연료 상승으로 덩달아 제작비가 오르고 자금력 부족으로 콘텐츠 제작이 난항을 겪자 나름의 처방을 내린 셈이다.

넷플릭스의 출연료 상한 정책은 인기 연예인의 몸값이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연예인의 인기는, 곧 출연료와 광고료로 치환된다. 대중이 얼굴과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고 여기에 높은 호감도까지 더해지면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과 함께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차은우 논란으로 과거 사례 떠올라
국세청 VS 연예인 ‘법 해석 차이?’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은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팬덤은 아이돌의 든든한 지원자다.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고 콘서트에 찾아간다. 팬덤이 커지면서 얻은 인기로 아이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실제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 데뷔한 뉴진스는 2023년 기준 멤버당 50억원대의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총 5명으로 정산금으로만 250억원 이상이 지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이런저런 비용을 다 뗀 뒤 소속사와 맺은 계약의 비율대로 책정된다. 뉴진스가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심지어 K-팝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 활동도 활발해졌고 아이돌 그룹 자체의 수명도 길어졌다.

문제는 연예계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한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거나 편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행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대중에게 들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잘못을 지적받은 연예인은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슬그머니 복귀한다.

높은 자리에 있던 연예인일수록 복귀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대중 이미지는 무너졌을지언정 팬덤이 든든하게 남아 있는 경우, 작품의 성공으로 다시 주류에 합류하는 경우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OTT의 발달로 복귀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 역시 사고를 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옅어진다. 말 그대로 ‘무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 수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절세를 위시한 탈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의 편법 사용 등 돈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연예인을 ‘신흥 귀족’ 등으로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톱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수입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연예인도 열심히 일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많은 돈을 줘야 할 정도냐는 것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이 같은 생각에 불은 지핀 건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최근 탈세 의혹이다. 국세청은 차은우에게 200억원대의 소득세를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따져도 순위권에 오를 만한 액수다. 차은우 탈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돈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연예인들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 톱스타라 불렸고, 일부는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에 탈세 관련 의혹에 휘말린 이들이 대부분 ‘1인 기획사’에 소속돼있다는 점이다. 이 1인 기획사를 개인으로 볼 것인지, 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탈세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세를 위한 선택인지, 탈세를 위한 수단인지를 두고 국세청과 연예인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일반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연예인 앞에는 몇 가지 선택지가 나타난다. 원소속사와 재계약을 진행하거나 다른 소속사로 갈아타거나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재계약과 이적, 1인 기획사 설립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눈여겨볼 대목은 과거와 비교해 1인 기획사를 선택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1인 기획사는 경영진을 가족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연예인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가족이 직원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는 이른바 ‘가족회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이다.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면 번 돈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면서 소속사와 나눠 갖지 않고 오롯이 확보할 수 있다. 소득과 지출 부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많아진다. 어느 모로 보나 장점밖에 없어 보인다.

석연찮은
가족회사

실제 1인 기획사가 절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현행 세법상 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세 포함 49.5%)에 이른다. 소득세로 계산하면 번 돈의 절반을 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수입을 ‘개인 소득’이 아니라 1인 기획사의 소득, 즉 ‘법인소득’으로 처리하면 세금은 절반 가까이(최고세율 24%) 줄어든다. 세금이 반으로 적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1인 기획사의 활동 여부가 중요해진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획사를 운영했느냐는 것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차은우에게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물린 건 그와 원소속사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법인 때문이었다.


그 법인이 기획사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존재만 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이다.

최근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 논리에 몇몇 연예인이 포착됐다. 배우 이하늬는 2024년 9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6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게 된 사실이 지난해 초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국세청이 부과한 60억원의 추징금은 앞서 탈세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송혜교 사례(25억원)와 비교해도 큰 액수였다.

당시 이하늬의 소속사 팀호프 측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과 절차를 준수해 납세의 의무를 다해왔다”며 “이번 처분은 법인사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 소득을 법인세와 소득세 중 어느 세목으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하늬 측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냈는데 국세청은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하늬의 소득을 개인이 벌어들인 돈으로 봤다는 의미다.

상위 1% 소득에 상대적 박탈감
의혹 계속될수록 대중 신뢰 바닥

소속사는 “이하늬는 본업인 연기 활동과 더불어 매니지먼트에서 수행하거나 관리해줄 수 없는 국악 공연, 콘텐츠 개발 및 제작,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호프프로젝트(법인)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며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연예 활동 수익이 법인 사업자의 매출로써 법인세를 모두 냈더라도 그 소득은 법인 수익으로 법인세 납부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소득으로 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과세 관청의 해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세 추가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전액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호프프로젝트는 2015년 이하늬가 설립한 개인 법인이다. 주식회사 ‘하늬’에서 2018년 주식회사 ‘이례윤’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했다. 현재 이하늬의 남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늬 측은 “탈세는 없었다. 오히려 (국세청이) 이중과세로 부과했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국세청이 배우 유연석에게 7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하늬의 추징금을 넘어서는 액수다. 차은우 탈세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연예인 추징액 중 가장 많았다. 유연석의 사례도 세금 처리를 법인세로 해야 하는지, 소득세로 해야 하는지의 다툼이었다. 이하늬와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에 포착된 건 유연석이 대표로 있는 ‘포에버엔터테인먼트’였다. 포에버엔터테인먼트는 유연석이 2015년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가적인 사업·외식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이 소속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소속사도 “국세청이 포에버엔터테인먼트 수익을 법인세가 아닌 개인 소득세 납부 대상으로 보고 종합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법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조세 심판 및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유연석은 과세 전 적부심사를 통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30억원의 세금만 내게 됐다. 현재 세금 전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냐
법인세냐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1인 기획사 간의 세금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본다. 1인 기획사가 많이 늘어난 점,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적극성을 보이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차은우 탈세 의혹이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 국세청과 세금 관련 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중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사회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에 의해 깨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인 기획사 또 다른 논란 ‘미등록 운영 걸렸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연예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예술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나 1인 초과 개인사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줄줄이 걸려들고 줄줄이 사과하는 모양새다.

성시경 시작으로 줄줄이

가수 씨엘은 2020년 1인 기획사 ‘베리체리’를 설립한 후 약 5년간 당국에 신고 없이 운영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우 강동원도 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그는 기획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작은 지난해 9월 가수 성시경이 속한 1인 기획사가 10여년간 미등록 상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일부 연예 기획사들이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연이어 적발됐다.

최근 ‘주사이모’ 의혹에 연루된 방송인 박나래도 미등록 기획사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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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