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4.11 09:36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채율이 이미희 작가의 개인전 ‘땅이 기억한 시간’을 준비했다. 이미희는 0.1㎜의 세밀한 펜 끝으로 촘촘히 기록한 자연의 지형과 그 사이 심어 놓은 스와로브스키에서 발현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독창성 넘치는 시각적 서사를 선보인다. 이미희 작가의 화면은 세밀한 드로잉으로 축조된 자연의 형상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오직 펜선의 농담과 굵기만으로 화면의 원근을 구축했다. 화면 곳곳에 흩뿌려진 미세한 점은 산 너머의 산, 생명의 기운을 상상하게 만드는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특히 화면에 숨을 불어넣는 하얀 여백은 밀도 높은 작업 방식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이 시각적 정화를 경험하는 것과 함께 작품 내부의 고요 속으로 깊이 침잠하게 한다. 쓰레기 산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스와로브스키를 활용한 이미희의 독창적인 자연 해석이다. 단색의 선과 점 사이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스와로브스키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다. 작가에게 산은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그 내부에 씨앗과 잎, 꽃과 열매를 품으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밀도의 덩어리’다. 낮 동안 대지에 스며든 빛은 사라지지 않고 토양과 지형 속에 저장돼있다가
2022년 한 해에만 3340명의 이주노동자가 죽었다(<이주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 빠르게 휘발된다.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탓이다. 김달성 목사가 그 죽음을 붙잡아 엮은 소설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내 아들은 개가 아닙니다. 상생시. 일요일 오후에 시내에 나가 보면 이채롭다. 마치 동남아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낯선 말소리와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공중에 떠다닌다. 평일 이곳의 새벽은 탄내 나는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꿈이 타버린 연기인지,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낸 독기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2020년 10월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많은 시민이 단풍놀이를 위해 산과 들로 나갔다. 하지만 시 외곽 변두리에 있는 ‘그린환경’의 풍경은 달랐다. 이 건축 폐기물 재활용 업체의 마당에는 대형 컨베이어벨트는 돌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아가리였다. 춤추는 검은 아가리였다. 돌과 시멘트 조각들이 계속 갈려 나갔다. 부서진 잔해들이 쉴 새 없이 밀려 나갔다. 대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20대 이주노동자 청년이 15년 만에 폐병 환자가 됐다. 치료만 받아도 버거운 상황인데, 송사까지 진행 중이다.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는 사이 이 소송은 이제 40대가 된 노동자에게 ‘목숨줄’이 돼버렸다. “내 골든 에이지(Golden Age)”. 그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20대 중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던 청년은 지나가 버린 시간을 골든 에이지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황금 시절을 한국에서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읽혔다. 20대 청년 40대 됐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와 법무법인 원곡 등이 준비한 이날 기자회견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로이 아지트의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아지트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명문대인 자간낫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처음 한국에 왔다. 2016년까지 일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뒤 2018년 다시 한국에 노동자 신분으로 들어왔다. 2011년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아지트는 이후 소방설비 제조업체를 거쳐 2021년 농기계 제조공장에 들어갔다. 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데이트갤러리에서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데이트갤러리에서 진행한 김춘환의 두 번째 전시다.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은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색채 대비를 넘어서 동일한 행위로 만들어낸 두 가지의 감각적 모습을 조망한다. 작품마다 빛의 반사로 드러나는 색, 인쇄물의 고유한 물성, 작가가 가하는 압력과 밀도의 조절 등의 조건 속에서 현대사회를 시각적·물질적으로 재현한다. 인쇄물 김춘환은 “2000년도 초반 프랑스에서 잡지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할 즈음 많은 양의 잡지를 구하는 게 문제였다. 초기엔 한인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서 패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학생들에게서 (잡지를) 구하며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작업실로 이사 온 후부터는 프랑스 동네 주민들이 제가 잡지로 작업하는 걸 알고 작업실 문 앞에 잡지들을 놓고 가곤 했다”며 “프랑스 재활용협회장이 제 작품을 구입하고 각종 포장지를 2t 정도 후원해 줘서 사용하고 있다. 항상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작업 구상 중에 필요한 종이를 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길은 삽시간에 공장을 뒤덮었다. 고립된 직원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실종된 이들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만 남았다. 다 타버린 현장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책임 공방과 고성이 울려 퍼졌다. 그동안 숱하게 반복된 화재 현장의 모습이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안전공업’에서 불이 났다. 이날 오후 1시17분께 시작된 화재는 대부분 불이 꺼지기까지 10시간 넘게 이어졌다. 실종자로 분류됐던 14명이 모두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부상자를 포함해 총 74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참사였다. 건물까지 다 태웠다 이번 화재가 큰 피해로 이어진 원인으로는 기름 찌꺼기나 유증기 등이 지목된다. 문제는 앞서 진행됐던 점검 과정에서 이 부분이 여러 차례 지적 사항으로 언급됐지만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대전소방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안전공업에 화재가 일어나 소방당국이 출동한 건수는 모두 7건이다. 대부분 작업 공정과 집진기 등에서 나온 기름때와 분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 절망으로 끝났다. 꿈의 끝에는 텅 빈 공간만 남았다. 날린 투자금과 쌓인 빚이 어깨를 짓눌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워졌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자식이 눈에 어른거려 죽지도 못했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김이경 카페 드 페소니아 대표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아트홀 ‘카페 드 페소니아(이하 페소니아)’ 앞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이들 뒤편 한때 페소니아가 있던 자리는 텅 빈 채였다. 비까지 내리던 이날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김 대표의 딸도 함께 자리했다. 꿈 찾아서 상경했는데… 김 대표는 페소니아에 강제 집행을 단행한 서울시의 행정을 ‘관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비판했다. 민간이 운영하고 있던 공간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회수했다는 주장이다. 또 서울시가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카드 압류 등 갖은 수를 사용한 것은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법률적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목 디스크 등으로 거동이 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에서 오승아 작가의 개인전 ‘DREAM’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오승아의 15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이어온 구상 회화의 흐름 속에서 꿈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한층 깊어진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오승아의 시선은 일상과 자연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이 시선은 개인전 ‘DREAM’에서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유로 더 넓게 확장됐다. 오랜 시간 등장해 온 익숙한 이미지와 함께 한층 조용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준다. 집과 새 오승아의 화면에는 나무와 잎, 새, 집, 나룻배, 달, 소녀와 같은 익숙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 풍경은 특정한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온 감정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에 가깝다. 단순하게 정리된 공간과 색면 속에서 사물은 또렷한 서사를 이루기보다는 서로 느슨하게 관계를 맺으며 화면 안의 균형을 만든다. 그 사이에서 현실의 풍경과 내면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관람객은 어느 순간 그 장면을 자신의 기억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색채와 공간의 절제다. 화면을 감싸는 청색과 녹색의 층위는 차분하면서도 깊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중동 지역의 혼란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사이 한국 경제도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전쟁이라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달 28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이란 국민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중 봉기’를 부추기며 이란의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한낮의 기습 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듯했던 전쟁이 이란의 거센 저항으로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란은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새 수장을 뽑고 무너진 지도부를 추슬렀다. 동시에 인근 중동 국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원유가 오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NH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벼락 떨어진 듯 다가온 사고라기엔 징조가 뚜렷했다. 피해자는 불안을 호소하면서도 일상을 영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죽음이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법망을 촘촘하게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이 40대 남성의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출근 동선을 파악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는 10개월 전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정쟁에 밀려 가해자는 범행을 저지르기에 앞서 피해자의 직장 주변을 살피면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 그는 외길에서 피해자의 차량을 가로막고 사전에 준비한 전동드릴로 차창을 깬 뒤 흉기로 살해했다. 이후 가해자는 약물을 복용했지만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조사를 받았다. 과거 성범죄 이력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던 가해자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 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화랑에서 사진작가 송영숙의 개인전 ‘Meditation on the Road 길 위에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송영숙은 길 위에서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자연,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와 풀, 그리고 이름 없는 생명체를 꾸준히 기록해 온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송영숙은 꽃이 만개했다가 지는 찰나의 시간을 포착해 사라져가는 순간을 이미지에 붙잡아두는 작가다. 시간의 흐름을 마주해 온 작가의 삶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시간의 흐름 삼라만상을 담아온 이번 작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스턴트 컬러 필름 위에 유화 물감을 덧입히는 독자적인 형식이다. 송영숙은 촬영 당시의 시간대와 빛, 그림자, 공기의 밀도를 되살려 사진 이미지 위에 색을 더해 순간의 인상을 회화적 감각으로 확장했다.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의 미묘한 진실을 조색의 과정을 통해 다시 드러내려 한 것이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1980년대 송영숙이 주로 사용하던 SX-70 폴라로이드 필름이 단종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폴라로이드 필름은 내부에 현상 물질이 두텁게 내장돼 있어 촬영 직후 유제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풍경에 대한 인상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가가 롤러코스터급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큰 폭으로 하락해도 곧바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모양새다. 문제는 진입 비용이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이재명정부 들어 ‘주식’이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올랐다. 어딜 가나 주식 이야기가 나온다. 평생 주식에 손대지 않았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주식시장 통념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징크스마저 깨지고 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현재 ‘불장’ 상태다. 도박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도록 ‘머니 무브’를 만들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은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규제,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코스피 지수에 반응했다. 동시에 국장을 불신하던 투자자들도 움직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랜 시간 코스피 3000 수준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터라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돼있다는 말은 있었지만 고점을 뚫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아파트를 올린다. 목표는 같지만 진행 방법은 달랐다. 의견이 갈라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상황을 조율하고 정리해야 할 지자체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그사이 서울에 몇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이 다섯 조각으로 쪼개졌다. ‘부동산 좀 안다’ 하는 사람들에게 서울 용산구 원효로 일대는 ‘알짜배기’ 지역이다. 부동산 가치의 첫 번째 조건인 위치가 좋고 무엇보다 다수의 사람이 꿈꾸는 ‘한강뷰’를 구현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뜨고 있는 용산 지역의 숨겨진 수혜 지역이라는 말이 과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아파트 꿈 동상이몽 최근 원효로3가 지역 재개발 문제를 두고 추진 단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원효로3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효로3가 재개발은 앞으로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핵심사업으로 이곳에 들어설 국제업무존에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를 세우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에서 작가 장종완의 개인전 ‘거울 회랑’이 열린다. 장종완은 이상향으로 보이는 자연의 풍경과 생태계를 꾸준히 그려왔다. 이번 전시는 그 작업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전시다. 장종완이 개인전 ‘거울 회랑’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데칼코마니 기법처럼 접히고 펼쳐지며 하나의 지형을 형성한다. 실제 시공간이라기보다 반복과 복제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가상의 세계다. 낯설고 명확한 서사 구조를 지니지 않지만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의 세계관을 닮은 작업은 현실 요소를 기반으로 재창조된다. 즉 장종완의 회화는 현실과 가상이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에게 기인한 하나의 시공간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는 멀리 우리와 분리된 곳이 아니라 밀착된 공간에 가깝다. 상상은 작가의 삶과 미래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는 가상의 시공간이기에 가능한 것으로서, 그의 그림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품 속 풍경은 낯설고 신비롭다. 폭포 주변에는 동물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들판은 나방의 날개 문양을 띤다. 민들레는 역동적인 동물의 모습이나 거대한 구조물로 등장한다. 대지와 하늘은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이 흔들리고 있다. 사법개혁과 관련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잡아먹는 모양새다. 사법부의 수장은 사퇴 갈림길에 서 있다. 말 그대로 사법부 수난 시대다. ‘조희대 코트’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집권여당은 입법으로 한번, 말로 또 한 번 사법부를 때리고 있다. 궁지에 몰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읍소하고 있지만 반향은 없는 상태다. 사방이 훤히 뚫린 벌판에서 우산 없이 비를 맞는 형국이다. 대통령 판결 지난달 28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법안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된다. 국민의힘은 대법관 증원 시 이재명 대통령이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했다. 대법관들이 임명권자의 의중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범여권 정당의 종결 동의 투표로 힘을 쓰지 못했다. 대법관 증원법의 국회 통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불장’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아무리 내다 팔아도 그 수요를 전부 개인, 즉 개미가 받아먹는 모양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장으로 진입하는 개미도 늘고 있다. 달리는 호랑이에 날개까지 생긴 듯한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놨을 때 국민 대다수는 반신반의했다. 전문가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5000에 이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4000도 터치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전인미답’. 즉, 아무도 밟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폭발적 성장세 이 대통령의 공약은 부동산에 몰리는 돈의 흐름을 주식시장으로 돌리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실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의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이전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을 거듭했다. 특히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더욱 몰렸다.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 평가가 수준이 비슷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돼있다는 말은 꾸준히 있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하랑갤러리에서 박나회의 개인전 ‘버리지 못한 마음들 : Still Life, Still Living’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물과 기억, 존재와 부재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박나회는 일상의 사물을 매개로 감정의 잔여와 시간의 층위를 포착해 온 작가다.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친숙한 형상을 띠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들은 명확한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지나간 관계의 흔적과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을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때 화면은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경계로 전환된다. 존재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프레임은 중요한 조형적 장치다. 프레임은 내부와 외부,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동시에 서로를 연결하는 경계로 작동한다. 그 안에서 사물은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고, 관람객의 기억과 만나며 새롭게 갱신된다. 정적이지만 응축된 화면은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결국 보내야 하는 시간 사이의 갈등을 조용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지금, 여기 살아 있음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떠나간 존재를 향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극적인 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갤러리마리는 매년 ‘세화’의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세화는 한 해의 액운을 막고 복과 생기를 맞이하기 위해 집 안에 걸던 그림이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다가올 시간을 향한 기원과 태도를 담았다. 갤러리마리가 병오년을 맞아 ‘말 참 많네- All the Horses’ 전시를 준비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반자였던 말은 때로는 거침없는 생명력으로, 때로는 고요한 사유의 풍경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11인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말의 형상을 통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생의 에너지와 내면의 목소리를 회복하고자 기획됐다. 달리는 말 먼저 극사실적 묘사로 시간의 영원성을 묻는 이석주, 한국적 서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석철주, 강인한 생명력으로 한국의 미학을 풀어내는 김선두의 깊은 울림을 마주할 수 있다. 강성훈이 조각한 선의 율동과 박방영의 거침없는 필치는 말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일깨운다. 추니박과 허진은 거대한 자연과 문명에서 말이라는 존재가 지닌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동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호재에도 악재에도 민감한 시기다. 정부 정책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실제 정치권은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작은 불씨가 승리와 패배를 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 최근 대통령이 연이어 ‘부동산’ 이슈를 던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 세금 등 돈 관련 이슈는 대중의 최대 관심사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얽혀있어 체감 수준도 크다. 선거가 다가오면 돈을 풀지언정, 세금 등으로 거둬들이는 정책을 자제하는 이유다. 특히 아주 작은 이슈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세제 정책이나 자산 이슈는 건드려선 안 될 ‘금기’나 다름없다. 잘못 건들면 민심 나락 그중에서도 단연 민감한 부분은 ‘부동산’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구성 자체가 부동산에 편중돼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금융자산에 눈을 돌리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집과 땅, 즉 부동산은 전통적인 ‘선호 자산’이었다. 대부분 국민이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자산을 불려왔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