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01 07:1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작가 임희조의 개인전 ‘서툰 행복’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삼청동으로 이전해 개최하는 첫 전시다. 임희조에게는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작가는 30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임희조의 작업은 색채와 형상이 서로 밀고 당기며 만들어낸 시각적 질서 위에 세워졌다. 정확히 맞물리는 듯하면서도 어긋나는 색, 의도된 것 같지 않으면서도 화면의 균형을 지키는 구도에서 ‘서툰 행복’이라는 감정의 실마리를 잡았다. 일정한 균형감 김나리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임희조의 작품은 귀엽고 따뜻한 감성을 발산하는 것이 매력이다. 선명하고 부드러운 색채의 화면 구성이 자아낸 회화적 언어유희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감성”이라고 전했다. 임희조의 그림에 주로 등장하는 소녀, 동물, 사물은 언제나 구체적이지만 결코 이야기의 중심이 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화면의 비례 안에서 일정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제각각의 형태를 가진 색채 덩어리는 그만의 회화적 구성과 질서에서 새로운 조형적인 완결을 이룬다. 20세기 이후 회화는 점점 서사에서 벗어나 자기 매체의 조건, 이른바 평면·색채·형태를 중심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 강력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은 주변을 살폈다. 치정, 금전 등 범죄의 주요 동기와 연관된 용의자를 찾았다. ‘왜 그랬어?’라는 질문에 대부분 범죄자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가 늘고 있다. 묻지마 범죄,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 어느 범죄든 피해자에게는 ‘날벼락’이다. 살의를 가진 공격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는 일도 일어난다. 피해자나 유가족은 이유를 묻는다. 왜 자신이 범행 대상이 돼야 했고 내 가족이 길에서 사망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아무나 하지만 때론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가해자는 멀뚱히 쳐다보거나 도망쳐 버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 묻는다. ‘왜 그랬나?’ ‘아는 사람인가?’ 몇몇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최근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저지르는 범죄, 이른바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가 늘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성태진은 ‘태권브이’를 소재로 무기력한 청년 백수의 현실을 담아냈다. 유쾌하고 사회 풍자적인 작업을 주로 한다. 우리 조상이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호국의 의지를 다진 것처럼 글과 그림에 자신의 염원을 담는다. 서울 강남구 삼청동에 자리한 갤러리 ‘도로시 살롱’서 성태진의 개인전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평의 밤하늘과 솔숲을 바라본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학문적 관심이 결합해 탄생한 밤하늘, 우주 등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기심 넘어 성태진은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태권브이를 ‘청년 백수’로 희화화해 표현했다. 더 이상 지구를 지킬 필요가 없는 태권브이에 직업을 잃은 사람을 빗댄 것이다. 그는 청년실업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그린다. 묵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작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서 성태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을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특히 가평서 본 밤하늘에 영감을 받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이 쌍방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합원이 조합이나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조합 측에서 먼저 불을 댕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8~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의 아파트 29개동이 들어선다. 306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다. 4·7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하며 2호선 방배역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도보와 버스로 통학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학세권이기도 하다. 내년 입주 랜드마크 시행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5구역 조합),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9월 정비구역 지정 후 2012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7월 사업 시행, 2016년 7월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7월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방배5구역 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번 지적받지만 대체할 수가 마땅찮다. 여론조사 이야기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를 둘러싼 정쟁도 시작됐다. 앞으로 대선일까지 두 자리 혹은 세 자리 숫자에 온 나라가 휘둘릴 전망이다. 대선과 여론조사의 상관관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표본만 잘 뽑으면 1000명으로도 전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 나이, 지역별로 정해진 수에 맞게 표본을 정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숫자 놀음 언뜻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점, 질문의 순서, 문구 등에 따라 조사 결과는 널을 뛸 수 있다. 신뢰 구간과 표본오차를 통해 ‘여지’를 두지만, 문제는 그 오차범위를 아득하게 벗어날 때 일어난다. 불신론과 무용론이 동시에 불거지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잠룡으로 분류된 여야 인사들은 저마다 유불리를 계산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대선 구도는 압도적 ‘1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다자 대결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봄 기획전으로 월전 장우성의 20주기 특별전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를 준비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장우성의 중·후반기 회화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월전 장우성은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의 전개와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 문인화의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대감각을 접목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산수화는 장우성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독특한 소재 장우성은 다양한 자연현상을 작품에 담아내며 산수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백두산과 금강산, 설악산은 물론 외국의 풍경까지 폭넓게 아울렀다. 남북 분단, 환경오염, 인성의 타락 등 현실 인식에 기반한 산수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는 장우성의 20주기를 맞아 작품 세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르인 산수화를 집중 조명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붓과 먹, 그리고 색으로 작업한 풍경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각 탐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우성은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이 전면적으로 서구화돼 가던 20세기 전통 시대 문인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확정 후 6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후보가 난립 중인 보수 진영과는 달리 진보 진영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국은 대선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부는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치권은 60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잠룡이냐 잡룡이냐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6월3일을 대선일로 정하면서 다음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튿날인 12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투표 기간은 다음 달 29~30일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여야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말을 코앞에 둔 일요일 오전 들려온 비행기 사고 소식에 전 국민이 경악에 빠졌다. 바퀴 없이 활주로에 착륙한 여객기는 길게 미끄러지다가 이내 폭발했다. 승객 대부분이 사망했다. 대형 참사였다. 그로부터 100일이 흘렀다. 지난해 12월 한국 사회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는 탄핵소추, 파면으로 이어졌다. 대통령 궐위에 따라 조기 대선이 결정됐다. 전 국민의 관심은 이제 새 대통령에 쏠리고 있다. 진상 규명 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탄핵 심판 등 정치 이슈를 제외한 각종 사건이 완전히 매몰됐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정치 블랙홀’에 빠진 모양새였다. ‘제주항공 참사’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 12월29일 승객 등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사고기는 랜딩기어가 나오지 않아 동체로 착륙해 미끄러지다 구조물과 충돌한 뒤 불길에 휩싸였다.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사망했다. 제주항공 참사는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국내 항공기 사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가 노혜리의 개인전 ‘August is the cruelest’를 준비했다. 노혜리는 2017년 ‘두산아트랩 전시 2017’에 참여했다. 두산갤러리가 지속적으로 주목해 온 작가이기도 하다. 노혜리는 사물과 몸을 매개로 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개인사와 이주, 도시, 장소, 언어, 기억 등 다층적인 서사가 연결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개인전 ‘August is cruelest’에서는 조각, 설치, 영상 등 작품 8점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한·미 오가며 서울서 태어난 작가는 서울, 경기,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한국서 대학교를, 미국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쪽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것에 관심을 갖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이동의 여정과 사적 서사에 기인한다. 이번 전시서 노혜리는 여름, 이동, 여정, 이별, 상실 등에 관한 기억을 펼쳐냈다. 그동안 그가 다룬 사물은 특정한 대상을 연상시키지 않는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조각으로 변화했다. 자동차, 텐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온 천지가 쑥대밭이 됐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다.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갈등을 빚는 사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도 무너져 내렸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다. 비로소 탄핵 정국이 끝났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6 소추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122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중 가장 오랜 숙의 기간을 거쳤다. 결론까지 120여일 문제는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은 4개월 만에 나라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했고 정부는 기능이 마비돼 공회전을 거듭했다. 그사이 국민 여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붕괴했다.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교다. 특히 미국발 공격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상 외교는커녕 실무진 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4월은 ‘고통’ 그 자체다. 이들은 2014년 이후 11번의 4월을 거치는 동안 부서지고 상처 입었다. 누군가는 ‘또?’라며 눈을 흘겼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 끝난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눈을 돌리고 외면했다. 세월호 침몰 11년,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간 듯한 이 시점에 한 영화가 등장했다. 2014년 4월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다. 전 국민이 배가 기울었다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했다.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은 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가운데 250명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당시의 참상은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왜 꺼냈나 세월호 참사가 한국 정치사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된 탄핵 심판 사건에 단초를 제공했고 이후 정권교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구조에 나서야 할 국가가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4·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서 성낙희와 손지형의 2인전 ‘the gradient’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각자의 추상회화 안에서 서로 다르게 구현하고 있는 감각의 기울기를 발견하고 그것의 성격을 깊게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점진적인 효과를 그레이디언트(Gradient)라고 한다. 색과 명암이 경계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은 색 자체의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며 안정감을 준다. 부드럽고 날카로운 석양이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부터 그래픽 디자인 툴의 색상 편집기에 이르기까지 그레이디언트는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이는 현대 디지털 매체 환경서 새로운 시각 언어로 자리 잡았다. 추상회화서도 주디 시카고, 이우환을 비롯한 작가들의 영향과 맞물려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낙희와 손지형이 준비한 2인전 ‘the gradient’에서는 드로잉 작업 6점을 포함해 총 18점의 추상회화가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회화에 나타나는 그레이디언트 궤적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낙희의 추상 작업은 다채로운 색채와 유기적인 형태를 바탕으로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개혁’이라는 이름의 큰 그림은 이미 사라졌다. 한쪽이 제안하면 다른 한쪽이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화폭은 누더기가 됐다. 수십년 전, 첫 붓질부터 잘못 칠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 이 문제에 천착한 한 노(老) 교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이른바 의정 갈등의 시발점이다. 같은 달 전공의는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학교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공의-개업의-의대생-의대 교수 등 의료계는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정부에 맞섰다. 무너진 단일대오 정부는 ‘의료 개혁’을 내세우며 의료 현장을 바꾸겠다고 나섰고 의료계는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의정 갈등은 12‧3 비상계엄 사태서 나온 포고령에도 언급될 만큼 지난해를 달궜던 이슈다. 당시 포고령에는 ‘48시간 이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처단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린 지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회사와 자회사 대표 간의 갈등에 소속 아이돌이 끼어들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다툼처럼 보였지만 팬과 여론이 연예인 쪽에 서면서 힘의 균형이 맞춰졌다. 최근 1년여 동안 이어진 갈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이돌 측의 완패였다. 모든 화살이 전면에 나섰던 아이돌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차별 피해자인가, 거짓말쟁이인가. 지난해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어도어는 하이브의 자회사로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하이브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갈등은 빌리프랩, 쏘스뮤직 등 또 다른 자회사로까지 번지며 법정 공방으로 확산했다. 등 돌린 여론 이때까지만 해도 뉴진스는 갈등의 주체가 아니었다. 민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실제 사태 초기에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맞다이’를 벌이는 모양새였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공세에 기자회견으로 맞섰다. 특히 민 전 대표의 1차 기자회견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여론을 흔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를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고 같은 날 김주영 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의 갤러리 ‘오에이오에이’는 일상의 경험이 작가의 고유한 예술 정신과 공명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작가의 내면이 직관적으로 표현된 작품에 주목한다. 오에이오에이가 이번에 준비한 전시는 작가 안주은의 첫 개인전 ‘남을 것 What Remains’이다. 안주은의 첫 개인전 ‘남을 것 What Remains’는 생업을 위해 만든 도구나 구조물을 매개로 생의 의지와 염원에 주목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안주은은 기능을 다한 뒤에도 남아 있는 구조물과 도구에 스며든 삶의 흔적을 포착하고 이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살아가려는 흔적’의 물리적 증거로 삼았다. 세대를 거친 안주은이 포착한 작물 지지대, 그늘막, 리어카 등의 대상은 대부분 본래 용도를 다한 뒤 기능을 잃었거나 자연의 순환 속에서 점차 해체되며 구조적인 흔적만 남은 것들이다. 시간과 환경을 견디며 스며든 노동의 흔적이자 세대를 거치며 지속된 생을 유지하려는 의지의 자취라고도 할 수 있다. 안주은은 이 같은 구조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변형하고 구성하며 그들이 놓인 환경을 새롭게 창조했다. 거센 바람과 강렬한 태양 등 사물이 있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임명직 인사의 명운은 임명권자에게 달려 있다. 임명된 순간 허리에 줄이 묶이는 형국이라 임명권자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함께 추락하게 된다. 헌정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서면서 이른바 ‘사단’ ‘최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수는 수천명에 이른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부터는 주요 요직을 둘러싼 ‘논공행상’이 시작된다. 이 시기 대통령의 각종 ‘인연’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다. 충정이냐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방향은 ‘검찰’로 귀결된다는 말이 많았다. 정치 경험이 아예 없이 첫 선출직 선거에 덜컥 당선되면서 뒷배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검찰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윤석열정부서 검찰 출신 인사는 약진을 거듭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윤정부에 입성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한때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이었다. 현재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대통령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 국민이 묻고 있지만 답을 듣지 못한 채 한 달이 흘렀다. 이미 예측은 무의미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정도, 결과도 모두 안갯속이다. 초반 기세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에 이제는 음모론까지 퍼질 기세다. 엉켜버린 타임라인에 사건을 뒤흔든 ‘트리거’가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탄핵 심판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반면 세 번째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은 최종변론 이후 한 달 넘게 공전 중이다. 최장 심리 어디서 삐끗?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24일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이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장 심리 기간이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탄핵 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이 예상 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오는 5월20일까지 작가 김덕용의 개인전 ‘宇宙를 품다: Embrace the Universe’를 선보인다. 김덕용은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덕용은 전시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그의 특성은 전시 제목에 가장 잘 드러난다. ‘결’ ‘빛’ ‘담다’ ‘스미다’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품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한국의 여인상, 차경 내부에 놓인 달항아리나 책과 같이 구상화된 시리즈 외에도 바다, 산수, 별, 우주 등을 추상화한 이미지로 그려낸 대형 신작을 소개한다. 옛 재료 김덕용은 한국의 색을 오랜 시간 품어온 단청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우주를 품고 생명의 순환과 영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품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이해, 끈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아이 한 명을 품는 일이 소녀를 어머니로 변화시키고 상처를 품은 조개의 생명력이 진주를 만들어낸다. 김덕용이 우주를 품는 방식은 정체성의 뿌리와 기억에 대한 사색,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저 멀리 닿지 않는 하늘을 향한 관찰, 생의 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으로 겪을 수 있는 흥망성쇠를 다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고 사건에 연루돼 감옥에도 갔다.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장면마다 지근거리에 자리했다. 지난해 복권돼 8년 만에 다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내릴 판결에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달려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탄핵 심판 사건에 또 하나의 변수를 던졌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변수가 많아 전문가들 사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 정치권은 변수가 등장할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탄핵 인용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러면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장외로 나서는 의원들을 말리진 않고 있다. 그 사이 국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 정국서 나타난 일련의 정치적 흐름을 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