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금지’ 민노총, 쿠팡 잡도리 속내

정부·여당은 ‘방관자 모드’?
쿠팡노조 “탈퇴하자 보복”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김준혁 기자 = 최근 쿠팡 ‘새벽 배송 제한’을 놓고 노동계, 택배업계, 소상공인, 소비자 사이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당 제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소상공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또다시 민노총 노조를 향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이제 새벽 배송은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 서비스이자, 소상공인에게도 너무 중요한 서비스”라며 “노조의 무리한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정부는 민노총, 노조의 목소리를 줄일 어떠한 힘도 가진 것 같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과 민노총의 반민생연대가 국민의 일상을 멈추려 하고 있다”며 “민노총과 민주당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야간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기사와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노동계를 포함한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마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제 금지가 아닌 과로사 방지 기준을 만들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책임의원’으로 조정을 이끌고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에서 “(새벽 배송) 전면 금지가 아닌, 총량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분리 작업을 따로 맡기는 등 과로사를 줄일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당정협의회 직후 “새벽 배송 전면 금지로 가느냐에 대해선 소비자 단체도 있고 당사자들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도 지난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야간 노동 규제 방안은 논의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와 여당이 새벽 배송 문제를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논쟁의 한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야간 노동 규율체계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에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보다 ‘정치적 부담 회피’가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의의 무게 중심이 이미 민노총 노조의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회의에서 심야 시간인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새벽 배송 종사자 중 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 내에서 이들의 발언권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실제 현장의 다수 의견보다 노조의 구호가 논의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노조는 새벽 배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배제됐고, 민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 택배연합 대표는 지난 5일 회의를 참관하려 했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여당이 ‘신중론’을 명분 삼아 거리를 두는 태도는 사실상 정책적 공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요구와 산업계의 현실, 국민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해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만 공격하는 방식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객관적 현장 데이터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함께 개선할 종합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벽 배송은 이미 국민의 생활 리듬과 중소 유통업계의 생존구조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권 보장’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새벽 배송 금지 논란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모되는 사이, 정작 현장의 택배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맞고 있다.

쿠팡의 야간 노동환경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고 장덕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다만 당시 논의의 중심축은 쿠팡의 시스템 구조를 직접 규제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개별 사건을 둘러싼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요구,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규율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쿠팡노조가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정치적 활동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실질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민노총을 탈퇴한 이후, 노동계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쿠팡노조 탈퇴 직후인 그해 12월엔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일산지회가 파주 쿠팡 캠프 앞에서 ‘사람 잡는 쿠팡’을 슬로건으로 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듬해엔 택배노조의 제안으로 노동계·시민단체·진보 정당 등이 함께 만든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가 국회 앞에서 “로켓 살인 끝장 내자. 국회는 지금 당장 쿠팡 청문회를 열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당시 과로사대책위는 쿠팡 택배·물류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 야간 노동 구조와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쿠팡 갑질 방지법’ 등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하며 하루 3회전 배송, 300개가 넘는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들고, 배송 마감 압박과 ‘클렌징’(사실상 해고) 위협까지 더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과로사 기준 초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와 최소 수면시간 보장을 취지로 새벽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서도 쿠팡 배송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쿠팡CLS 새벽 배송기사와 물류시설 일용직(헬퍼) 등 26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중 66.1%를 차지한 특수고용직(특고) 기사의 76.8%가 ‘야간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고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38분, 주당 근무일수는 5.5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직고용 직원의 주당 근무일수가 4.5일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특고 기사들이 더 많은 시간과 물량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배송을 이어가는 비율 역시 특고에서 더 높았다. 폭우나 폭설 등에도 배송을 계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특고가 77%에 달한 반면, 직고용은 42.3%에 그쳤다.

근무일에 새벽 배송을 하지 못했을 때 계약 해지나 배송구역 조정 등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고는 절반에 가까운 48.6%가 ‘있다’고 답했으나, 직고용은 ‘없다’는 응답이 96.9%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자 처우 문제만으로 이미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새벽 배송 시스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시사됐지만 새벽 배송 제한이 자칫 일자리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생계 역시 민노총 측이 주장하는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 배송 전면 금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고,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필요한 것까지 다 새벽에 배송하는 점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정작 쿠팡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임에도 민노총이 규제 도입을 주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민노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민노총은 쿠팡노조는 물론 다른 택배기사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강행 의지를 밝혔다”며 “민노총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들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쿠팡노조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조합원 비율은 약 40% 이상에 달하며, 이들의 고용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를 우리는 절대 납득할 수 없다. 일자리와 임금 보전 대책 없이 무작정 금지하려는 것은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의도가 섞인 행보일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민노총은 노동자를 위해 새벽 배송 금지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쿠팡노조가 소속됐던 당시에는 한 번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며 “노조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가능하며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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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