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마켓컬리 속살 대해부

대박과 쪽박 경계서 불안한 줄타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마켓컬리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은 7년 만에 대기업 수준으로 불어났고,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된 상태. 다만 불안요소도 엿보인다. 그럴싸한 겉모습과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현실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2014년 12월 출범한 ‘컬리(브랜드명 마켓컬리)’는 다소 생소했던 새벽 배송이라는 개념을 연착륙시킨 일등공신이다. 마켓컬리의 등장과 함께 전날 주문한 신선 식품을 새벽에 건네받는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렸고, 틈새시장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은 유통업계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다.

주류가 된
비주류

마켓컬리가 제시한 성공모델은 새벽 배송 시장을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그 결과 2015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은 어느덧 3조원대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시장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마켓컬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 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불과 3년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고, 급기야 지난해(연결기준)에는 1조5616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년(9509억원)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마켓컬리의 눈부신 상승세는 쿠팡을 떠올리게 한다. 쿠팡이라는 기존 성공모델이 밟아온 길을 마켓컬리가 착실히 뒤따라가는 양상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2014년 5월 기업가치를 90억달러(10조7000억원)로 평가받으며,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됐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쿠팡은 연평균 67%에 달하는 성장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매출 규모를 23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마켓컬리 역시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2015년 이래 500배 이상 매출을 키우며 쿠팡과 엇비슷한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증시 상장을 기업가치 극대화를 꾀했다는 점도 두 회사를 연결짓는 공통분모였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2011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2년 안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직전 현지 언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조~5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켓컬리의 상장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선정한 마켓컬리는 지난 3월28일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예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에 성공하면 마켓컬리는 이커머스 업계 1호 상장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불안정
재무구조

흥미로운 점은 쿠팡에서 목격된 작지 않은 불안요소가 마켓컬리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표면화됐다는 사실이다.


쿠팡은 오랫동안 흑자를 기대하기 힘든 회사였고, 지난해에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상 최대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은 14억9396만달러(약 1조8868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적자 규모는 전년(5억2773만달러·약 6667억원) 대비 180%가량 확대됐다.

다소 숨통이 트였을 뿐,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쿠팡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2억575만달러(약 265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6% 증가한 51억1668만달러(약 6조5900억원)를 기록했지만, 적자에서 빠져나오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마켓컬리의 급격한 외형적 팽창은 동전의 단면을 비춘 것에 불과하다. 작지 않은 불안요소가 급성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으며, 해당 사안은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특히 업계 1위라는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는 적자 행진은 회사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시작점이나 마찬가지다. 마켓컬리는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둔 시점이지만,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현실에 처해 있다.

게다가 적자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2017년 100억원대에 진입한 영업손실은 불과 3년 만에 1000억원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2177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 합산치는 4300억원을 훌쩍 넘긴다.

과도한 변동비가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변동비는 매출액과 연동되는 비용으로 생산량에 따라 증감한다. 상품 판매와 직접 관련되는 운반비, 지급수수료, 포장비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말 기준 마켓컬리의 운반비는 273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127%, 지급수수료는 815억원으로 전년(465억원) 대비 75% 상승했다.

잘나가지만…곳곳에 허점
빛과 그림자 공존하는 현실

마켓컬리 측은 공헌이익(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으로 평가하면 3년 연속 흑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물류센터 확충과 인력 증가의 영향으로 비용 지출이 많아졌지만, 제반시설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 흑자 전환이 이뤄질 거란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조8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배가량 확대됐다. 순손실 1조2766억원이 결손금으로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기록한 천문학적인 순손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평가에 따른 손실이 금융비용으로 잡힌 데 따른 장부상 착시현상이라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RCPS를 재평가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커진 게 손실로 잡힌 것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RCPS를 부채로 인식함에 따른 회계상의 착시”라며 “지난해 말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장부상 손실은 이미 해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RCPS 평가에 따른 손실분을 감안하더라도 결손금을 단시일 안에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회계상 착시의 원인이 된 금액(1조659억원)을 제외한 지난해 결손금 규모는 약 7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외부에서 차입한 금액이 좀처럼 줄지 않는 점도 불안요소다.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한 ▲단기차입금 98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250억원 ▲장기차입금 247억원 ▲비유동성 리스부채 2463억원 등의 총합은 3058억원 수준이다. 총자산(664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다.

그나마 완전자본잠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해소된 상태다. RCPS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며 대규모 자본 확충이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상장요건을 갖추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회사 경영권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라는 점도 마켓컬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이유다. 2016년 경 최대주주는 지분 54.8%를 보유한 이상혁 옐로모바일의 대표였다. 이 대표는 이듬해 마켓컬리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이 무렵부터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11.89%를 보유한 ‘HH SUM-XI Holdings’이고 ‘SCC Growth V Holdco H, Ltd.(10.19%)’ ‘DST Global VII, L.P.(10.17%)’가 지분 10%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RCPS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마켓컬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RCPS를 활용해왔다. RCPS는 기업의 주식가치가 커지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이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어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시 자주 활용되는 투자 방식이다.

유입된 외부 자금은 경영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김슬아 현 대표의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2016년 27.6%였던 김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75%로 낮아졌다.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부 투자 세력이 보유 중이며, 김 대표는 6대 주주에 그친다.


경영권
위험 노출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부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지분율 방어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김 대표의 경영권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마켓컬리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분류하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해외 자본이 특정 시기에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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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