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장 뒤에 숨은 ‘검머외’ 김범석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8 10:40: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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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쏙쏙’ 한국은 곳간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필수재’ 쿠팡이 소비자를 배신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다. 충성 고객들마저 속속히 돌아서는 사이, 쿠팡은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해외 체류 중이라며, 그와 이번 사태를 별개로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사실상 쿠팡의 모든 고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대응이랄 것 없이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2015년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김범석 의장을 향해 막대한 과징금 부과 검토와 국내로의 소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 소환
요구 빗발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Coupang, Inc.)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쿠팡의 모든 지분을 보유한 미국 모회사 쿠팡Inc 이사회는 의결권 74.3%를 보유하는 실질적 지배자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의 국내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보안 체계 부실과 대응 지연의 책임을 기필코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 의장은 2021년 한국 쿠팡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미국 모회사 쿠팡Inc를 통해 실질적 경영을 좌우하며, 국내 법적 책임을 ‘월급 사장’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로써 연매출 50조원 규모의 한국 1위 유통업체는 한국 법률상 책임 소재가 모호한 미국 법인 그림자 성격을 띠게 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며 직접 출석 및 사과를 요구했다.

과방위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가 이번 사태가 단지 한국 법인 책임이라고 반복하며 김 의장의 잘못을 묵인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훈기·박정훈 의원 등이 “김 의장은 왜 숨어 있나. 직접 나와 사과하라”라고 질타했다.

박 대표는 쿠팡 지배 구조상 김 의장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한국 법인 임원이라고 해봐야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며 “모든 결정은 미국에서 내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 전문가가 아닌 대관 전문가가 대표라는 점도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 보상이나 추가 조치에 관한 선언적 움직임조차 없던 것은 결국 김 의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김 의장에게 즉각 사죄하고 배상안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를 보호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고 과징금 부과와 함께 김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이사회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는 현대건설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명문 사립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에 진학했으나, 쿠팡 설립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계정 ‘3370만개’
해외 체류 중…이번 사태 관계없다?

1998년 하버드 재학 시절 대학생 대상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2001년 미국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졸업 후에는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설립했으나 쿠팡 창업 전에 매각했다.

두 차례의 창업 경험과 엑시트 경험, 하버드 시절 구축한 네트워크는 쿠팡 초기 미국 투자 자금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쿠팡의 주요 초기 투자사들(파운더 컬렉티브, 로즈파크 어드바이저스 등)이 모두 미국 기반인 점, 2021년 한국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글로벌 자본 확보를 노린 전략이었다. 2010년 하버드에서 친분을 쌓은 윤선주 이사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과 함께 쿠팡을 설립했다.

김 의장의 경영 모델은 미국 기업 아마존(Amazon)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창업 초기에 아마존의 기업 운영 방식과 조직문화를 쿠팡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플라이휠’ 전략을 적용해 초저가 판매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시장을 장악,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물류를 필두로 유료 멤버십, 배달앱, 영상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도 아마존과 유사하다. 김 의장은 창업 초기에 아마존 출신 경영진을 주로 영입했으며, 현재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거라브 아난드도 아마존 출신이다.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을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한 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전국적 물류망을 확충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20년 쿠팡 국내 법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김 의장은 쿠팡Inc의 미국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의장은 공식적으로 쿠팡Inc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 기준으로 73.7%를 행사하는 최대주주다.

김 의장은 과거 “한국인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정직하지 않은 민족”이라고 비하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전부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삭제됐다고 뜨지만, 일부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장의 한국 비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부분의 자본 증자를 미국 및 일본 자본으로 진행하고 미국인 대표이사를 포함해 상당수의 임원이 미국인이며 미국 증시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회장임에도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볼 수 있다.

쿠팡 미국 상장 후 그는 <CNBC>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쿠팡은 언제 수익이 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계속해 “롱텀, 롱런” 등의 대답으로 회피했다. “언제 수익화의 길로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투자자를 만난 것”과 “장기 투자와 장기 전략”만을 반복할 뿐 쿠팡의 수익 전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책임론
불가피

앵커가 “본래 리테일 비즈니스는 마진이 박한데, 쿠팡의 수익화 시점은 언제인가?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라고 질문했지만 김 의장은 계속 장기 투자 가치만을 언급했다. 사실상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며 동문서답하다가 갑자기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쿠팡 임원들도 논란이다. 전·현직 주요 임원이 수십억원대 자사 주식을 현금화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였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증건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0195달러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32억원)다.

이뿐만 아니라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고, 매도가액은 77만2000달러(11억3000만원)로 신고했다.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사임했다. 앞서 쿠팡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지난달 6일 오후 6시38분(한국시각) 자사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고, 이를 12일 만인 18일 오후 10시52분 인지했다고 밝혔다.

아난드 CFO와 콜라리 전 부사장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때보다 며칠 전이지만, 사건 이후 거래가 이뤄진 점에서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8일 이전에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사람이 사내에 없었는지 여부를 수사를 통해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공동 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18일 고객 4500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침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비공개 정부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신 쿠팡 고객들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너무 죄송한 말씀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질문에는 “지금은 피해 범위와 유출된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다음으로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급하고, 이런 부분이 확정되고 나면 피해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쿠팡을 100% 지배하는 쿠팡의 본체 ‘쿠팡 Inc’는 미국에 있다. 김 의장 소유의 쿠팡 Inc 주식 8.8%는 주당 29배의 차등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김 의장은 적은 주식으로 쿠팡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 미국 국적을 이유로 한국 규제는 받지 않는 그림자 경영을 하는 셈이다.

나몰라
회피형

올해에만 정부와 국회에서 18명이 쿠팡으로 넘어갔다. 국회 보좌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검찰, 경찰, 공정위 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관’을 영입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마자인 지난 6월 이후에만 14명을 뽑았다.

2010년 창업 당시 쿠팡은 시장 1위였던 티몬·위메프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김 의장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운영 모델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은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쿠팡은 2011년 국내 업계 최초로 주말·공휴일 무휴 365일 고객센터를 도입하며 고객 응대 체계를 혁신했다. 쿠팡에 따르면 당시 전체 직원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객센터 인력으로 배치된 비중 높은 구조로, 비효율성 논란 속에서도 고객 만족 최우선 원칙을 지키는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쿠팡이 소비자로부터 빛을 발한 순간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의장은 쿠팡을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통의 핵심은 물류라고 판단했다.

그는 소비자 친화적인 물류 환경이 조성돼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김 의장은 국내 커머스 기업 최초로 직접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배송 차량을 운영하며 문 앞까지 배달하는 배송을 시작했다.

김 의장의 주도로 49일 만에 개발된 이 서비스는 ‘와우 딜리버리’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결과로, 오전 주문·오후 배송 테스트를 거쳐 지방 도시부터 시범 운영됐다.

그러나 쿠팡의 로켓배송 도입은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 성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쿠팡은 1215억4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배가량 늘어난 수치로,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쿠팡은 이 같은 손실을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후 쿠팡은 2015년 매출액 약 1조13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매출액 대비 3.3배 늘어난 결과였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로켓배송을 통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2018년 월 정액제 상품인 ‘와우 멤버십’을 출시해 2025년 기준 월 7890원의 구독료로 다양한 혜택과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멤버십 가입자들에게는 모든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배송이 무료며, 금액 제한 없이 로켓 직구 상품도 무료배송이 가능케 했다. 또 3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돼있다.

쿠팡은 또 2019년 1월부터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하고 있다. 오전(00:00~11:59)에 주문된 신선식품을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하도록 했다. 2020년 2월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쿠팡을 찾는 고객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5000억 현금화
8000억 물어낼 가능성

하루 평균 주문량이 평소 180만건 안팎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300만건으로 급격히 불어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수도권 위주의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과 차별화된 쿠팡은 대규모 투자로 전국 물류 인프라를 완비해 마스크와 생필품 수요 급증 시 고객 유입이 폭주했다.

김 의장은 당시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이익 계산보다 소비자 곁에 서는 것이 우선”이라며 직매입 생필품 가격 동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 수익 추구 대신 ‘필요하다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유통 파트너’라는 브랜드 신뢰를 각인시킨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2020년 12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며 콘텐츠 분야로도 진출했다. 이는 로켓배송의 대성공 이후 사업 운영 초기에 적용했던 플라이휠 전략에 따른 확장으로, 2024년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됐다.

그러던 2021년 3월, 김 의장과 쿠팡은 뉴욕 증시에 입성해 상장 오프닝 벨을 울렸다. 지난달 28일 28.44달러를 기록했으나 해킹 사실이 알려진 후인 지난 1일 25.7달러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 주가는 현재도 26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쿠팡은 2027년까지 국내 전역을 100%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대체 불가능한 유통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아시아의 아마존’ 청사진을 그렸다.

에릭 차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쿠팡은 한국에서 전국적 자체 물류 및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직매입 위주의 전자상거래 모델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었다”며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2023년 28%, 2030년 4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켓배송 서비스 출범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장에 총 6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 추가 투자’를 공식 발표하며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를 포함한 물류시설을 확충,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 지역(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이 투자 규모가 무려 1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가 지난 3월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에서 쿠팡은 아마존(8위)을 제치고 2위에 올랐으며,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상장 신고서에서 7개 지역에 물류센터 구축에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쿠팡의 혁신적 투자와 운영 전략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며, 전국적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신속 배송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워지는
투자 계획

이로써 물류 구축에만 누적 10조원을 집행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국내에 부재했던 ‘신속 배송’ 가치를 상용화한 것에 대해, 전용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가져온 새롭고 편리한 패러다임에 빠른 배송 없는 시장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됐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고객 우선 원칙’을 배달 서비스 등 타 사업 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며 시장 점유를 놓치지 않았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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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