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장 뒤에 숨은 ‘검머외’ 김범석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8 10:40: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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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쏙쏙’ 한국은 곳간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필수재’ 쿠팡이 소비자를 배신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다. 충성 고객들마저 속속히 돌아서는 사이, 쿠팡은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해외 체류 중이라며, 그와 이번 사태를 별개로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사실상 쿠팡의 모든 고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대응이랄 것 없이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2015년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김범석 의장을 향해 막대한 과징금 부과 검토와 국내로의 소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 소환
요구 빗발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Coupang, Inc.)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쿠팡의 모든 지분을 보유한 미국 모회사 쿠팡Inc 이사회는 의결권 74.3%를 보유하는 실질적 지배자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의 국내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보안 체계 부실과 대응 지연의 책임을 기필코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 의장은 2021년 한국 쿠팡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미국 모회사 쿠팡Inc를 통해 실질적 경영을 좌우하며, 국내 법적 책임을 ‘월급 사장’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로써 연매출 50조원 규모의 한국 1위 유통업체는 한국 법률상 책임 소재가 모호한 미국 법인 그림자 성격을 띠게 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며 직접 출석 및 사과를 요구했다.

과방위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가 이번 사태가 단지 한국 법인 책임이라고 반복하며 김 의장의 잘못을 묵인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훈기·박정훈 의원 등이 “김 의장은 왜 숨어 있나. 직접 나와 사과하라”라고 질타했다.

박 대표는 쿠팡 지배 구조상 김 의장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한국 법인 임원이라고 해봐야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며 “모든 결정은 미국에서 내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 전문가가 아닌 대관 전문가가 대표라는 점도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 보상이나 추가 조치에 관한 선언적 움직임조차 없던 것은 결국 김 의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김 의장에게 즉각 사죄하고 배상안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를 보호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고 과징금 부과와 함께 김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이사회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는 현대건설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명문 사립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에 진학했으나, 쿠팡 설립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계정 ‘3370만개’
해외 체류 중…이번 사태 관계없다?

1998년 하버드 재학 시절 대학생 대상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2001년 미국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졸업 후에는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설립했으나 쿠팡 창업 전에 매각했다.

두 차례의 창업 경험과 엑시트 경험, 하버드 시절 구축한 네트워크는 쿠팡 초기 미국 투자 자금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쿠팡의 주요 초기 투자사들(파운더 컬렉티브, 로즈파크 어드바이저스 등)이 모두 미국 기반인 점, 2021년 한국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글로벌 자본 확보를 노린 전략이었다. 2010년 하버드에서 친분을 쌓은 윤선주 이사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과 함께 쿠팡을 설립했다.

김 의장의 경영 모델은 미국 기업 아마존(Amazon)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창업 초기에 아마존의 기업 운영 방식과 조직문화를 쿠팡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플라이휠’ 전략을 적용해 초저가 판매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시장을 장악,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물류를 필두로 유료 멤버십, 배달앱, 영상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도 아마존과 유사하다. 김 의장은 창업 초기에 아마존 출신 경영진을 주로 영입했으며, 현재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거라브 아난드도 아마존 출신이다.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을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한 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전국적 물류망을 확충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20년 쿠팡 국내 법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김 의장은 쿠팡Inc의 미국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의장은 공식적으로 쿠팡Inc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 기준으로 73.7%를 행사하는 최대주주다.

김 의장은 과거 “한국인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정직하지 않은 민족”이라고 비하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전부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삭제됐다고 뜨지만, 일부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장의 한국 비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부분의 자본 증자를 미국 및 일본 자본으로 진행하고 미국인 대표이사를 포함해 상당수의 임원이 미국인이며 미국 증시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회장임에도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볼 수 있다.

쿠팡 미국 상장 후 그는 <CNBC>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쿠팡은 언제 수익이 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계속해 “롱텀, 롱런” 등의 대답으로 회피했다. “언제 수익화의 길로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투자자를 만난 것”과 “장기 투자와 장기 전략”만을 반복할 뿐 쿠팡의 수익 전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책임론
불가피

앵커가 “본래 리테일 비즈니스는 마진이 박한데, 쿠팡의 수익화 시점은 언제인가?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라고 질문했지만 김 의장은 계속 장기 투자 가치만을 언급했다. 사실상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며 동문서답하다가 갑자기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쿠팡 임원들도 논란이다. 전·현직 주요 임원이 수십억원대 자사 주식을 현금화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였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증건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0195달러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32억원)다.

이뿐만 아니라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고, 매도가액은 77만2000달러(11억3000만원)로 신고했다.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사임했다. 앞서 쿠팡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지난달 6일 오후 6시38분(한국시각) 자사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고, 이를 12일 만인 18일 오후 10시52분 인지했다고 밝혔다.

아난드 CFO와 콜라리 전 부사장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때보다 며칠 전이지만, 사건 이후 거래가 이뤄진 점에서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8일 이전에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사람이 사내에 없었는지 여부를 수사를 통해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공동 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18일 고객 4500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침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비공개 정부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신 쿠팡 고객들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너무 죄송한 말씀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질문에는 “지금은 피해 범위와 유출된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다음으로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급하고, 이런 부분이 확정되고 나면 피해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쿠팡을 100% 지배하는 쿠팡의 본체 ‘쿠팡 Inc’는 미국에 있다. 김 의장 소유의 쿠팡 Inc 주식 8.8%는 주당 29배의 차등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김 의장은 적은 주식으로 쿠팡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 미국 국적을 이유로 한국 규제는 받지 않는 그림자 경영을 하는 셈이다.

나몰라
회피형

올해에만 정부와 국회에서 18명이 쿠팡으로 넘어갔다. 국회 보좌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검찰, 경찰, 공정위 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관’을 영입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마자인 지난 6월 이후에만 14명을 뽑았다.

2010년 창업 당시 쿠팡은 시장 1위였던 티몬·위메프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김 의장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운영 모델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은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쿠팡은 2011년 국내 업계 최초로 주말·공휴일 무휴 365일 고객센터를 도입하며 고객 응대 체계를 혁신했다. 쿠팡에 따르면 당시 전체 직원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객센터 인력으로 배치된 비중 높은 구조로, 비효율성 논란 속에서도 고객 만족 최우선 원칙을 지키는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쿠팡이 소비자로부터 빛을 발한 순간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의장은 쿠팡을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통의 핵심은 물류라고 판단했다.

그는 소비자 친화적인 물류 환경이 조성돼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김 의장은 국내 커머스 기업 최초로 직접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배송 차량을 운영하며 문 앞까지 배달하는 배송을 시작했다.

김 의장의 주도로 49일 만에 개발된 이 서비스는 ‘와우 딜리버리’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결과로, 오전 주문·오후 배송 테스트를 거쳐 지방 도시부터 시범 운영됐다.

그러나 쿠팡의 로켓배송 도입은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 성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쿠팡은 1215억4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배가량 늘어난 수치로,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쿠팡은 이 같은 손실을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후 쿠팡은 2015년 매출액 약 1조13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매출액 대비 3.3배 늘어난 결과였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로켓배송을 통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2018년 월 정액제 상품인 ‘와우 멤버십’을 출시해 2025년 기준 월 7890원의 구독료로 다양한 혜택과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멤버십 가입자들에게는 모든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배송이 무료며, 금액 제한 없이 로켓 직구 상품도 무료배송이 가능케 했다. 또 3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돼있다.

쿠팡은 또 2019년 1월부터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하고 있다. 오전(00:00~11:59)에 주문된 신선식품을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하도록 했다. 2020년 2월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쿠팡을 찾는 고객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5000억 현금화
8000억 물어낼 가능성

하루 평균 주문량이 평소 180만건 안팎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300만건으로 급격히 불어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수도권 위주의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과 차별화된 쿠팡은 대규모 투자로 전국 물류 인프라를 완비해 마스크와 생필품 수요 급증 시 고객 유입이 폭주했다.

김 의장은 당시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이익 계산보다 소비자 곁에 서는 것이 우선”이라며 직매입 생필품 가격 동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 수익 추구 대신 ‘필요하다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유통 파트너’라는 브랜드 신뢰를 각인시킨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2020년 12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며 콘텐츠 분야로도 진출했다. 이는 로켓배송의 대성공 이후 사업 운영 초기에 적용했던 플라이휠 전략에 따른 확장으로, 2024년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됐다.

그러던 2021년 3월, 김 의장과 쿠팡은 뉴욕 증시에 입성해 상장 오프닝 벨을 울렸다. 지난달 28일 28.44달러를 기록했으나 해킹 사실이 알려진 후인 지난 1일 25.7달러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 주가는 현재도 26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쿠팡은 2027년까지 국내 전역을 100%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대체 불가능한 유통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아시아의 아마존’ 청사진을 그렸다.

에릭 차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쿠팡은 한국에서 전국적 자체 물류 및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직매입 위주의 전자상거래 모델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었다”며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2023년 28%, 2030년 4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켓배송 서비스 출범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장에 총 6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 추가 투자’를 공식 발표하며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를 포함한 물류시설을 확충,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 지역(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이 투자 규모가 무려 1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가 지난 3월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에서 쿠팡은 아마존(8위)을 제치고 2위에 올랐으며,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상장 신고서에서 7개 지역에 물류센터 구축에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쿠팡의 혁신적 투자와 운영 전략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며, 전국적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신속 배송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워지는
투자 계획

이로써 물류 구축에만 누적 10조원을 집행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국내에 부재했던 ‘신속 배송’ 가치를 상용화한 것에 대해, 전용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가져온 새롭고 편리한 패러다임에 빠른 배송 없는 시장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됐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고객 우선 원칙’을 배달 서비스 등 타 사업 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며 시장 점유를 놓치지 않았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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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