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허생과 쿠팡, 300년의 침묵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11.24 10:03:56
  • 호수 1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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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사들였다. 과일나무는 여전히 열매를 맺었고, 말총도 여전히 장마와 바람에 자라났다. 생산이 멈춘 게 아니었는데도, 시장은 한순간에 흔들렸다. 백성은 값을 탓했고 상인은 입을 다물었으며, 물건 하나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장사꾼의 욕심을 저주했다.

허생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나라를 전복할 야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허생전>의 세계관을 통해 조선의 허약한 경제와 몰지각한 국가를 보여줬을 뿐이다.

단돈 1만냥에 매점매석이 시장을 장악하고 유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이후 300년이 지났다. 과일 상자는 택배 상자로 바뀌었고, 말총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시장의 심장은 여전히 유통이고, 그 심장을 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손이다.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쿠팡은 ‘혁신의 얼굴’로 불린다. 새벽에 도착하는 상자, 자동화된 물류센터의 로봇 팔, 끊임없이 달리는 새벽 트럭들. 겉으로 보이는 속도는 세상을 바꾸는 듯하지만, 그 속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팔린 상품의 대금은 내일 판매자에게 가지 않는다. 쿠팡의 공식 공지와 판매자 계약구조를 보면, 업종에 따라 30일에서 60일까지 결제 지연이 가능하다. 실제로 판매자들의 증언을 들어 보면, 시즌별로 45일을 넘어가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한다.


예컨대 100만원의 물건이 팔리면 계좌에 100만원이 즉시 찍히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반 동안 돈이 쿠팡의 금고 안에서 돌아간다. 100개, 1000개, 10만개의 판매자가 있다면 그 현금흐름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단순한 예로, 월 5000억원 규모의 거래액 중 단 15%만 한 달 동안 회사에 묶여 있어도 750억원의 현금이 회사 내부에서 자본처럼 굴러간다. 이 돈은 소비자가 지불하지만, 판매자가 받지 못한 돈이 된다.

이 구조는 ‘운영 효율’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효율이란 이름으로 판매자의 자금흐름이 끊어지면, 그 사이 판매자는 월세를 내기도, 재고를 채우기도, 인건비를 주기도 어렵다. 누군가는 버티지만, 누군가는 버티지 못하는데 위메프는 버티지 못한 쪽이었다.

위메프는 쿠팡과 거의 똑같은 방식을 택했다.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세웠고, 대금 정산을 미뤘으며 판촉비를 공격적으로 썼다.

그러다가 결국 올해 파산했다. 법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위메프가 납품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금액은 58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피해 판매자는 10만명 이상. 그중에는 자금이 묶여 폐업한 소상공인도, 빚을 내서 재고를 메운 자영업자도 있었다.

한 달 이익이 몇십만원 남짓한 소상공인에게 정산 한 번 미뤄지는 것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생존의 붕괴였다.

여기서 정작 어이없는 건 사회의 반응이다. “위메프가 문제였다” “실력이 없으니 망한 거다”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된 것” 등 사람들은 위메프를 비난했고 언론은 부실 경영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아무도 ‘왜 같은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쿠팡은 혁신 기업으로 불리는지’는 묻지 않았다. 쿠팡도 판매자 대금을 붙들어두며, 판매자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버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금을 무이자 자금처럼 활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둘의 방식은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위메프는 버티지 못했고, 쿠팡은 버텼을 뿐이다. 이 나라에서는 행위가 아니라 생존 기간이 도덕을 결정한다. 버티면 혁신, 무너지면 악덕이다. 그런 기준이라면, 앞으로도 같은 구조는 영원히 반복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판매자의 대금을 붙잡아 만들어진 현금흐름이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은 여러 차례다. 2021년 10월, 쿠팡 부천센터 20대 노동자가 과로 후 집에서 숨졌다. 2021년 11월, 진천센터 노동자가 야간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2022년 3월에는 고양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끼어 숨졌다. 반복되는 죽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과로와 안전 미비’를 지적했지만, 회사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판매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돈이 노동자의 안전장비, 인력 확충, 휴식 공간, 의료 대응체계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악덕한 구조를 유지, 강화하는 데 쓰였다.

문제는 단순한 기업 윤리가 아니라, 착취의 재투자다. 약자를 희생시켜 만들어진 자본이 약자를 더 많이 희생시키고 소모시키는 데 다시 사용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은 돈이 흘러가는 곳은 어딜까? 쿠팡은 매년 적자를 내는 쿠팡플레이에 수천억원을 쏟아붓는다. 근로자를 과로로 내몰고 판매자에게 줄 대금을 끌어모아 쿠팡 회원들에게 광고성 유흥비를 제공하듯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퍼준다는 얘기다.

손흥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초청하는 이벤트에만 해마다 700억원이 투입된다. 이런 사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가 죽고, 판매자가 쓰러진다면, 그것은 경영이 아니라 범죄다.

쿠팡은 ‘21세기형 3S 정책’을 기업 모델로 구현하고 있다. 노동자는 과로로 죽고, 셀러는 대금도 못 받지만, 소비자는 쿠팡이 제공하는 Shopping·Screen·Sports 중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쿠팡의 현대판 ‘빵과 서커스’의 재해석은 매우 놀랍다. 즉각적 쾌락으로 국민을 달래는 기업, 정치마저도 무력화시키는 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은 플랫폼이 됐다. 명백히 드러난 범죄조차 검사들이 나서서 무마시켜 주는 나라에서 기업이란 도대체 어떤 짓을 더 해야 범죄가 될까?

그런데도 왜 국가는 가만히 있을까? 사람들은 위메프를 욕했지만, 쿠팡에 대해서는 침묵해서일까? ‘살아남았으니 성공한 사업’이라는 결론에 우리 사회가 동의를 한 것일까? 성공한 일탈은 혁신이 되고, 실패한 일탈만 처벌된다면 이런 문화 속에서 구조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판매자는 결제 지연에 익숙해지고, 노동자는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게 되고, 국가는 침묵을 합리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성공은 더 많은 침묵을 요구한다. 그리고 더 많은 침묵은 더 많은 피해를 낳는다. 그건 또다시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사업자의 가면을 씌운 노동자다.


대한민국은 지금 유통의 정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 가장 높은 전자상거래 비중, 가장 편리한 쇼핑 경험. 그러나 정점은 멈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올라야 지켜지는 자리다. 더 올라가지 못하는 순간, 정점은 한계로 바뀐다.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산은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는다.

유통의 기술은 21세기지만, 유통의 정의는 19세기에 묶여 있다. 클릭하면 오늘 물건이 오지만, 판매자의 대금은 한 달, 두 달 뒤에 들어간다. 소비자는 편안하고 기업은 성장하지만, 그 성장의 그림자에 10만명의 위메프 피해자, 수천억원의 미정산 금액,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이 있다.

그래서 <허생전>을 옛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다. 현대판 경제 기사고, 사회 비평이고, 예언서다. 불의에 침묵하는 국가, 국민의 피해를 외면하는 국가에서 다음 피해자는 이미 예정된 미래다. 지금도 누군가의 폐업이나 파산, 죽음으로 치르는 ‘악덕의 사회 비용’을 끊어낼 올바른 정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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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