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고 질긴’ 택배 파업의 이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8 16:39:08
  • 호수 1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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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에 발목 잡힌 92% 어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택배 파업이 벌써 두 달째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비노조 택배 노동자와 시민들은 염증을 느낀 지 오래다. 비단 택배 파업으로 생긴 불편함 때문만이 아니다. 파업 현장은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이들은 ‘택배 파업 쟁점이 무엇이든 간에’ 속히 해결되길 원한다. 

지난해 6월22일 택배산업 이해관계집단과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그리고 정당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2차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이 발표됐다.  이 합의문에는 택배기사들의 ▲분류 작업 배제 약속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활성화 ▲주당 60시간 근무 초과 금지 등 장시간 노동 완화 방안 ▲운송 위탁계약 체결 ▲택배 적정 요금 등이 들어있었다.

날아간
합의문

당시 합의안을 ‘택배 기사 사회적 합의 이정표’라고 칭했다. 그러나 이 합의문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난 뒤 택배노조의 장기간 파업이 시작된다. 

합의문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는 “정부는 사회적 합의사항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이를 지속적 점검, 관리 및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택배기사의 과로사는 계속됐다. 유성욱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4일 물류 전문 매체에서 택배 파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판가 인상을 단행했다. 그중 51원만 분류작업과 사회보험 지원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회사 이익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2일에 발표한 ‘생활물류법에서 정한 표준계약서’의 부속합의서에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당일 배송 ▲주 6일제 근무 ▲터미널 도착 상품 전부 배송 등의 내용이 여전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과 정부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파업은 지난해 12월23일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93.6%로 찬성이 가결되면서 결정돼 28일에 시작됐다.

이들은 택배 파업을 통해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이는 ▲표준계약서의 부속합의서 폐지 ▲택배 판가 인상을 택배기사에게 사용할 것 ▲택배기사들이 허리 부상을 당하기 쉬운 저상 탑차에 대한 대책 ▲별도 운임과 수수료 폐지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인정이다. 이 파업은 무기한 파업으로 ‘최소 한 달 이상 두 달까지 지속한다는 각오’로 시작됐다.

불법이 난무하는 파업 현장
다수 반대편 목소리 들어보니…

택배노조 집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2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했다. 파업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지난해 12월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택배노조는 1인 시위, 기자회견, 결의대회와 함께 물과 소금을 먹지 않는 아사 단식, CJ대한통운 본사 무단 점거 농성, 곤지암 허브 점거, 상경 투쟁, 선거법 위반까지 행사하는 실정이다. 

택배노조의 불법 무단 점거는 계속되고 있다. 우선, CJ대한통운 본사 무단 점거는 50일째 이어갔다. 처음에는 1층과 3층을 동시에 점거했으나 진입 11일 만에 3층 점거는 해제하고 1층만 점거했다.

건물에는 현수막을 여러 개 걸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쯤에는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100여명이 간선 차량의 출차를 막고 터미널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간선 차량 출차 시간이 평소에 비해 4시간 가까이 지연됐고, 각 지역 터미널로의 배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CJ대한통운·CJ프레시웨이는 택배노조를 상대로 ‘택배기사 노동조합이 본사를 점거하는 행위를 못하게 해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다.

끝나길 
기다리다

사측 대리인은 ▲노조의 본사 건물 점유 해제 ▲1층 계단 앞 천막 등을 철거 명령 ▲노조 측 이행 강제를 위한 간접강제금 부과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쟁의로 이뤄진 점거가 아니기 때문에 건물 점거 자체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진보성)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일반 집회는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이 299명으로 제한된 데 비해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따라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방역수칙과 집합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택배노조는 지난 16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과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800여명의 인원이 집결했지만, 경찰과의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촛불 문화제’가 일반 집회가 아닌 선거운동으로 신고됐다고 밝혔다.

300명이 넘는 택배노조의 농성은 많이 벌어졌다. 이는 방역지침에 따라 불법 집회가 되지만, 근처에 있던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가 출정 연설을 해 선거 유세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진행이 가능했다.


김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을 옆에 대규모 집회를 연 적도 있다.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여한 적도 있다.

쌓여가는 불법 행위에 비노조 택배 노동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뜻하지 않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속히 택배노조의 파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택배노조의 파업 이후 가장 큰 피해는 업무량이 감소한 것이다.

매출 30% 이상 줄어들어
소상공인 피해도 심각해

통상적으로 매년 11월부터 1월은 10~15%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입도 증가한다. 하지만 파업이 시작된 이후 전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는 거래처들이 이탈했기 때문에 적게 잡아도 30% 이상 빠졌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 대표는 “CJ대한통운은 법률이 허락하는 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고, 택배노조는 대화하자고 한다 ”며  이 와중에 택배노조는 대리점주에게 연차를 주거나 1일 연차수당 20만원, 택배노조만을 위한 사무실과 회의실 만들기 등의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고소·고발을 취하하라고 했다. 자신들의 죄를 면책받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며 “택배노조는 경비원을 밀어내고 문을 깨고 들어가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으로 점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뭘 하고 있는 건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 복구는
비노조의 몫

이밖에도 김 대표는 SNS에 노조 조끼를 입은 사람이 택배를 위아래로 내려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댓글에는 김 대표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국민청원에도 택배노조를 반대하는 글이 있다. 자신을 택배 노동자라고 설명한 A씨는 택배노조와 개인사업자 파업쟁의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A씨는 우선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과로사 문제를 반대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서 육체적 업무 강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미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가 하지 않도록 분류 도우미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A씨는 오전에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을 시작한다고 설명하며, 구역의 규모와 업무수행 능력에 따라 개인의 업무량이 결정된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누구도 택배 노동자에게 업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는 개입사업자인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다.

그 때문에 배달과 집화 수량에 따라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지, 누군가의 지시를 통해 일하는 형태가 아니다. 

A씨는 택배노조의 업무 행태도 지적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는 보통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에 터미널에 도착하고 오전 11시 전에 배송을 시작한다.

이후에도 평균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추가적으로 택배 하차가 진행되지만, 택배노조는 파업쟁의권이 있어서 자신들이 배송을 원할 때만 배송을 한다는 것이다. 

2년 동안 과로사 22명
업무량은 개인이 선택

이런 상황에서도 파업으로 생긴 피해 때문에 회사는 택배노조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결국 택배노조에 속한 택배 노동자에게 택배가 배정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는 늦어지는 택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A씨는 이런 상황에 택배노조가 원하는 ‘당일배송 금지’와 ‘토요일 휴무’가 보장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염려했다.

또 한국의 택배회사는 4곳이고 가격과 서비스가 달라서, 소상공인들이 택배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파업 중단 및 처벌을 촉구하는 이도 있었다. B씨는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는 2만여명인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1650여명인 8%라고 지적했다.

즉, 소수의 움직임에 국민들의 권리와 재산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어 CJ대한통운과 계약한 판매업체 피해에 대해서도 밝혔다.

택배 파업이 시작된 후, 다수의 판매업체는 다른 택배사로 대체해 물건을 발송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CJ대한통운만 들어오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어서 소비자에게 일일이 주문 취소 안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B씨는 “‘전국 규모 장기 파업’ ‘대체 인력을 통한 반송 및 운송 업무 방해’ ‘밤낮없는 택배 지키기’ 등의 행위가 누구를 위한 행위인지 모르겠다”며 “택배 노동자 8%가 택배노조의 권리를 찾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다. 이른 시일 내 파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택배노조 탄압이 정당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역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넷에 ‘택배 파업 지역’을 검색하면 매일 추가되는 파업 지역과 ‘파업 철회 지지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고 택배 파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해결해야

시민 C씨는 “새벽 배송, 총알 배송 같은 것이 최근에 많이 생겼다. 나도 일을 하고 있으니 택배 노동자들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택배노조의 파업을 이해했다”면서도 “그런데 알아보니 택배 노동자들이 권리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월급도 굉장히 많았다. 택배노조 파업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왜 노조의 파업에 관대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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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