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고 질긴’ 택배 파업의 이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8 16:39:08
  • 호수 1364호
  • 댓글 0개

8%에 발목 잡힌 92% 어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택배 파업이 벌써 두 달째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비노조 택배 노동자와 시민들은 염증을 느낀 지 오래다. 비단 택배 파업으로 생긴 불편함 때문만이 아니다. 파업 현장은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이들은 ‘택배 파업 쟁점이 무엇이든 간에’ 속히 해결되길 원한다. 

지난해 6월22일 택배산업 이해관계집단과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그리고 정당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2차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이 발표됐다.  이 합의문에는 택배기사들의 ▲분류 작업 배제 약속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활성화 ▲주당 60시간 근무 초과 금지 등 장시간 노동 완화 방안 ▲운송 위탁계약 체결 ▲택배 적정 요금 등이 들어있었다.

날아간
합의문

당시 합의안을 ‘택배 기사 사회적 합의 이정표’라고 칭했다. 그러나 이 합의문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난 뒤 택배노조의 장기간 파업이 시작된다. 

합의문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는 “정부는 사회적 합의사항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이를 지속적 점검, 관리 및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택배기사의 과로사는 계속됐다. 유성욱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4일 물류 전문 매체에서 택배 파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판가 인상을 단행했다. 그중 51원만 분류작업과 사회보험 지원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회사 이익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2일에 발표한 ‘생활물류법에서 정한 표준계약서’의 부속합의서에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당일 배송 ▲주 6일제 근무 ▲터미널 도착 상품 전부 배송 등의 내용이 여전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과 정부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파업은 지난해 12월23일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93.6%로 찬성이 가결되면서 결정돼 28일에 시작됐다.

이들은 택배 파업을 통해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이는 ▲표준계약서의 부속합의서 폐지 ▲택배 판가 인상을 택배기사에게 사용할 것 ▲택배기사들이 허리 부상을 당하기 쉬운 저상 탑차에 대한 대책 ▲별도 운임과 수수료 폐지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인정이다. 이 파업은 무기한 파업으로 ‘최소 한 달 이상 두 달까지 지속한다는 각오’로 시작됐다.

불법이 난무하는 파업 현장
다수 반대편 목소리 들어보니…

택배노조 집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2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했다. 파업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지난해 12월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택배노조는 1인 시위, 기자회견, 결의대회와 함께 물과 소금을 먹지 않는 아사 단식, CJ대한통운 본사 무단 점거 농성, 곤지암 허브 점거, 상경 투쟁, 선거법 위반까지 행사하는 실정이다. 

택배노조의 불법 무단 점거는 계속되고 있다. 우선, CJ대한통운 본사 무단 점거는 50일째 이어갔다. 처음에는 1층과 3층을 동시에 점거했으나 진입 11일 만에 3층 점거는 해제하고 1층만 점거했다.

건물에는 현수막을 여러 개 걸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쯤에는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100여명이 간선 차량의 출차를 막고 터미널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간선 차량 출차 시간이 평소에 비해 4시간 가까이 지연됐고, 각 지역 터미널로의 배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CJ대한통운·CJ프레시웨이는 택배노조를 상대로 ‘택배기사 노동조합이 본사를 점거하는 행위를 못하게 해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다.

끝나길 
기다리다

사측 대리인은 ▲노조의 본사 건물 점유 해제 ▲1층 계단 앞 천막 등을 철거 명령 ▲노조 측 이행 강제를 위한 간접강제금 부과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쟁의로 이뤄진 점거가 아니기 때문에 건물 점거 자체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진보성)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일반 집회는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이 299명으로 제한된 데 비해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따라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방역수칙과 집합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택배노조는 지난 16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과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800여명의 인원이 집결했지만, 경찰과의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촛불 문화제’가 일반 집회가 아닌 선거운동으로 신고됐다고 밝혔다.

300명이 넘는 택배노조의 농성은 많이 벌어졌다. 이는 방역지침에 따라 불법 집회가 되지만, 근처에 있던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가 출정 연설을 해 선거 유세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진행이 가능했다.


김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을 옆에 대규모 집회를 연 적도 있다.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여한 적도 있다.

쌓여가는 불법 행위에 비노조 택배 노동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뜻하지 않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속히 택배노조의 파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택배노조의 파업 이후 가장 큰 피해는 업무량이 감소한 것이다.

매출 30% 이상 줄어들어
소상공인 피해도 심각해

통상적으로 매년 11월부터 1월은 10~15%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입도 증가한다. 하지만 파업이 시작된 이후 전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는 거래처들이 이탈했기 때문에 적게 잡아도 30% 이상 빠졌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 대표는 “CJ대한통운은 법률이 허락하는 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고, 택배노조는 대화하자고 한다 ”며  이 와중에 택배노조는 대리점주에게 연차를 주거나 1일 연차수당 20만원, 택배노조만을 위한 사무실과 회의실 만들기 등의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고소·고발을 취하하라고 했다. 자신들의 죄를 면책받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며 “택배노조는 경비원을 밀어내고 문을 깨고 들어가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으로 점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뭘 하고 있는 건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 복구는
비노조의 몫

이밖에도 김 대표는 SNS에 노조 조끼를 입은 사람이 택배를 위아래로 내려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댓글에는 김 대표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국민청원에도 택배노조를 반대하는 글이 있다. 자신을 택배 노동자라고 설명한 A씨는 택배노조와 개인사업자 파업쟁의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A씨는 우선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과로사 문제를 반대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서 육체적 업무 강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미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가 하지 않도록 분류 도우미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A씨는 오전에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을 시작한다고 설명하며, 구역의 규모와 업무수행 능력에 따라 개인의 업무량이 결정된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누구도 택배 노동자에게 업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는 개입사업자인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다.

그 때문에 배달과 집화 수량에 따라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지, 누군가의 지시를 통해 일하는 형태가 아니다. 

A씨는 택배노조의 업무 행태도 지적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는 보통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에 터미널에 도착하고 오전 11시 전에 배송을 시작한다.

이후에도 평균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추가적으로 택배 하차가 진행되지만, 택배노조는 파업쟁의권이 있어서 자신들이 배송을 원할 때만 배송을 한다는 것이다. 

2년 동안 과로사 22명
업무량은 개인이 선택

이런 상황에서도 파업으로 생긴 피해 때문에 회사는 택배노조에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결국 택배노조에 속한 택배 노동자에게 택배가 배정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는 늦어지는 택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A씨는 이런 상황에 택배노조가 원하는 ‘당일배송 금지’와 ‘토요일 휴무’가 보장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염려했다.

또 한국의 택배회사는 4곳이고 가격과 서비스가 달라서, 소상공인들이 택배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파업 중단 및 처벌을 촉구하는 이도 있었다. B씨는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는 2만여명인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1650여명인 8%라고 지적했다.

즉, 소수의 움직임에 국민들의 권리와 재산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어 CJ대한통운과 계약한 판매업체 피해에 대해서도 밝혔다.

택배 파업이 시작된 후, 다수의 판매업체는 다른 택배사로 대체해 물건을 발송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CJ대한통운만 들어오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어서 소비자에게 일일이 주문 취소 안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B씨는 “‘전국 규모 장기 파업’ ‘대체 인력을 통한 반송 및 운송 업무 방해’ ‘밤낮없는 택배 지키기’ 등의 행위가 누구를 위한 행위인지 모르겠다”며 “택배 노동자 8%가 택배노조의 권리를 찾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다. 이른 시일 내 파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택배노조 탄압이 정당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역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넷에 ‘택배 파업 지역’을 검색하면 매일 추가되는 파업 지역과 ‘파업 철회 지지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고 택배 파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해결해야

시민 C씨는 “새벽 배송, 총알 배송 같은 것이 최근에 많이 생겼다. 나도 일을 하고 있으니 택배 노동자들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택배노조의 파업을 이해했다”면서도 “그런데 알아보니 택배 노동자들이 권리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월급도 굉장히 많았다. 택배노조 파업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왜 노조의 파업에 관대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