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빠진 <왕과 사는 남자> 관전 포인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2.23 15:22:21
  • 호수 1572호
  • 댓글 0개

코믹으로 빚은 눈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엄흥도의 짧은 인연이 왜 영원한 미담으로 남았는지 묘사한다.

지난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사육신의 단종 복위 기도 여파로 상왕에서 폐위돼 강원도 영월로 유배 간 조선 6대 임금 단종과 단종 사후 시신을 수습한 호장 엄흥도의 인연을 영화화했다.

흥행 가도

군사독재의 여파가 이어졌던 20세기엔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수양대군을 미화하는 사극이 범람했다. 그 정점은 <단종실록>을 그대로 드라마화했던 1998년 작 KBS 대하드라마 <왕과 비>였다. <단종실록>에 대해선 “계유정난 주도 세력의 입김이 그대로 반영돼 기록을 곧이곧 대로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왕과 비>의 수양대군은 조카와의 애틋한 정과 김종서·황보인 등 고명대신의 전횡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거사를 일으키는 햄릿형 인물이다. <왕과 비> 극본을 집필했던 정하연 작가는 지난 2011년에도 JTBC에서 <왕과 비> 리메이크 드라마로 통하는 <인수대비> 극본을 맡아 거듭해서 수양대군 미화 논란에 휘말렸다.

수양대군을 미화한 작품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2007년 12월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 국역본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사라졌다. 이후 수양대군과 한명회 등 계유정난 주도자들의 이미지는 악역으로 굳어졌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에선 배우 이정재가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에서 소외돼 정치 깡패나 다름없어진 일부 무인을 모아 명분 없는 쿠데타를 일으켰던 수양대군을 연기했다. 이후 수양대군의 이미지는 악당으로 확실히 굳어졌다.

실제로 수양대군은 한밤중에 김종서를 찾아가 서찰을 보여줬고, 이를 읽으려던 김종서에게 철퇴를 휘두르도록 지시하는 등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왕과 사는 남자>엔 수양대군이 등장하지 않는다. 장 감독은 “작중에선 한명회가 수양대군의 기능까지 다 하고 있다고 본다”며 “수양대군은 전면에 나선 적이 없고, 정치적 입지·이미지 때문에 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내 계유정난을 다룬 1984년 작 시리즈 <설중매>에선 배우 고(故) 정진이 한명회를 맡았다. <왕과 비>에선 배우 최종원이 한명회를 맡았다. 2011년 작 SBS 시대극 <뿌리 깊은 나무>에선 배우 조희봉이 한명회를 맡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남 이미지와 거리가 있단 것이다. 특히 정진이 구현했던 한명회 이미지는 대중적 이미지로 굳어졌다.

영원한 미담 된 단종·엄흥도의 4개월 인연
기록 반영한 역대 가장 잘생긴 한명회 눈길

하지만 <실록>엔 “한명회의 외모가 뛰어나다”는 기록이 있다. <실록>에 수록된 한명회의 공신 책봉 교지엔 “한명회의 바탕은 괴위하다”고 기록돼있다. “괴위하다”라는 말은 “체격·용모·자질이 크고 우람하며, 위엄이 있어 당당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관상>에선 배우 김의성이 한명회를 맡아 새로운 한명회 이미지 구현을 시도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선 배우 유지태가 한명회를 맡아 ‘역대 가장 잘생긴 한명회’를 연기했다. 유지태는 작중 거사를 성공리에 주도한 승리감과 권력에 미쳐 억울하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 귀양 간 단종을 악귀처럼 조롱하는 한명회를 힘 있게 연기했다.

특이한 것은 조정 대신들이 한명회를 부르는 호칭이 ‘대감’이란 것이다. 작중 한명회는 정3품 당상관인 도승지를 맡았다. 종2품·정3품 당상관을 부르는 존칭은 영감이고, 대감은 정2품 이상 고위 관료를 부르는 존칭이다.

고증에 따르자면 한명회를 부르는 호칭은 영감이어야 하지만, 한명회는 계유정난 핵심 설계자로서 정난공신 1등에 책봉됐다. 직급은 영감일지 몰라도, 실제 위상은 ‘상감 다음’인 대감이었다.

장 감독은 의도적으로 고증을 비틀어 한명회에게 대감 호칭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단종에 대한 안타까움·동정심은 약 570여년 세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단종은 세종의 적장손으로 태어나 원손·세손·세자를 거치는 등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조선왕조에서 압도적인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종을 후견할 왕대비·대왕대비가 없어 황보인·김종서가 황표정사로 정국을 주도하는 등 폭정을 일으킬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 즉위 후 약 2년여가 지나 15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친정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은 오랫동안 비난받았다.

현대에 이르러 수양대군이 즉위 후 공신의 전횡을 거의 견제하지 않은 사실까지 알려져 비난하는 강도가 더 강해졌다. 수양대군이 공신을 견제하지 않아 형성된 거대 족벌 권력 집단 훈구파의 존재는 고려 권문세족을 몰아내려던 조선 창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었다.

예정된 비극 향해 달리는 희·비극 교차
15세기 강원 배경에 현대 서울말 아쉬워

이어 수양대군은 아버지 세종과 형 문종이 구축한 정책기관 집현전을 폐지했다. 또 노비종모법을 일천즉천제로 변경해 천인을 증가시켜 병역·납세를 담당할 양인 숫자를 줄이는 등 정책 판단에도 문제가 있단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존 인물 엄흥도는 영월로 유배 간 지 4개월여 만에 살해당한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후 일가족과 함께 잠적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선 엄흥도(유해진 분)를 영월 관내 광천골 촌장이자 단종의 보수주인으로 각색한다. 보수주인은 유배 온 죄인을 감시하면서 숙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왕과 사는 남자>에선 모든 것을 잃고 마음을 크게 다친 단종(박지훈 분)과 한양에서 큰 권세를 휘두르다가 일시적으로 귀양 온 대감을 맞이하면 마을 형편이 필 것으로 기대했다가 단종을 맞이한 엄흥도의 엇박자를 그린다.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 과정은 장 감독의 장기인 적절한 코미디로 각색돼 훈훈하게 묘사된다. 특히 박지훈은 배역 몰입을 위해 체중을 15kg이나 줄이면서 삶의 의욕을 잃은 단종을 훌륭하게 연기해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관객 모두는 결말을 알고 있다. 장 감독은 전반부에선 코미디 묘사에 집중한 뒤 이를 후반부 비극의 강도를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로 사용한다. 후반부에선 단종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과 형 수양대군에 맞서 조카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금성대군(이준혁 분)의 거병 준비를 교차시키는 데 큰 비중을 둬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극한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공간적 배경이 강원도 영월인데도, 등장인물 대부분은 현대 서울말을 구사한다. 최소한 강원도 방언의 흔적은 느낄 수 있게끔 대사 처리를 연출했다면, 단종과 광천골 주민의 초반부 이질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 감독 특유의 코미디 연출이 뚝뚝 끊기는 흐름으로 구성돼 이따금 몰입을 방해한다.

‘뚝뚝’ 몰입 방해

하지만 과도한 감성 자극을 자제하면서 예정된 비극을 향해 나아가는 연출은 장 감독의 재능이 여전하단 사실을 보여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약 138만 관객을 동원한 2017년 작 <기억의 밤>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