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김용 카드 딜레마

꽃가마 타고 여의도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6·3 재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역시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전역에 김용 대세론이 퍼지면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김용 카드’는 신의 한 수일까? 자충수일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소개되곤 한다. 제6·7대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대변인, 경기도청 대변인, 선대위 총괄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당시 직접 X(구 트위터)에 “김용 시의원님 역시 달라요” 등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돌아온
찐찐명

김 전 부원장의 발목을 잡은 건 대장동 사건이다. 그는 2021년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이던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6억원을 전달받은 혐의와 2013년 성남시의원 시절 약 7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선고를 받으며 구속 수감됐다.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석방된 건 지난해 8월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김 전 부원장을 ‘보증금 5000만원’ ‘주거 제한’ 조건으로 풀어준 것이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1·2심에서도 보석 청구가 인용돼 풀려났었다.

보석 당일 김 전 부원장은 “2022년도 10월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들어간 게 벌써 3년 전이다. 들어가서 ‘아, 검찰이 창작 소설을 썼구나. 금방 나오겠구나’고 확신하고 재판 과정에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3년 동안 세 번의 구속, 세 번의 보석을 겪었다. 지금 나온 것도 무죄 판결 확정이 아니라 보석으로 나온 것이다. 여러 가지 억울한 것은 남아있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검찰의 민낯이 윤석열 검찰 정권으로 드러난 것처럼 주변에 함께 싸운 동지들의 억울함과 무고함도 조만간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이 정치 기소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매우 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특위는 “이 당연한 결정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것은 유감스럽다”며 “오랜 기간 구금 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했던 김용 전 부원장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모든 것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우리 특위는 정치검찰의 억지 수사와 조작 기소로 억울하게 구금되고 재판을 받아야 했던 우리 동지들의 결백함을 끝까지 증명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부원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정부를 적극 호위하기도 했다.

행동반경 넓히는 김, 여의도 곳곳 출몰
이대로 배지 달고 ‘친명’ 구심점 될까

저서 <대통령의 쓸모>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에 여당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날 현장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이언주 최고위원,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했다. 이 밖에도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박지원 의원 등 50여명의 현역 의원이 함께했다.

강단에 선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 고비의 순간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제발 버텨달라고 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 대통령이 탄생해서 저도 영광스럽게 이 자리에 섰다”며 “이 대통령의 쓸모는 제가 보니까 국민의 행복과 비례한다. 민의를 대신해 국회의원이 쓸모를 하듯이 우리 모두 대통령의 쓸모에 동참해서 우리의 뜻을 이어가는 쓸모의 주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을 옆에서 지키고 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감옥도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참 꿈 같은 세월”이라며 “김용이 옹이를 박아가면서 꿋꿋히 버텨왔는데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한 의원들 역시 입 모아 김 전 부원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날개를 단 듯했지만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은 아니다. 보석인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은 소환을 받으면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3일 이상 여행을 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출소 이후 인천 계양을 출마가 점쳐진 송영길 전 대표 등과 한데 묶어 ‘범죄 3종 세트’로 규정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들을 겨냥해 “범죄자 전성시대”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 역시 범죄자 프레임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김 전 부원장에게 여의도로 향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민주당 양문석 전 의원이 공석이 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 양 전 의원은 편법 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는데, 김 전 부원장을 향해 그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 와달라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첫 스텝
어디로?

양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두렵지만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께서 안산 갑의 지역위원장을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양 전 의원은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정치검찰의 조작 사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김용 대변인의 복귀를 원하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시 갑 지역구를 맡아주면, 어쩔 수 없이 떠나면서도 여전히 무거운, 안산시민께, 상록구민께 제가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문석에게 조금이라도 남은 애정이 있는 분들께 호소한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에서, 윤석열에 의해 수년간 정지됐던 정치활동을 재개하여, 시민들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설에 불을 붙였을뿐더러 안산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깔아줬다. 당초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의원, 경기도청 대변인 등을 지낸 만큼 경기 평택을 출마설이 돌았지만 양 전 의원의 공개 메시지로 안산을 지역구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안산의 한 교회를 찾아 예배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본격 출마론에 힘이 실렸다.

김 전 부원장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미확정 상태인 점에 대해선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비례로 당선이 됐다”며 “출마 자격에 제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당헌·당규상 2심에서 실형을 받으면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규정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확정 판결 조건이 있으나 이는 3심을 뜻하는 것으로 그전까지는 미결 상태인 만큼 출마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쩌면
꽃놀이패?

남은 건 정청래 지도부의 선택이다. 앞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물리적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아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전 부원장의 출마 여부는 당의 손에 달려있다. 정 대표는 김 부원장이 “이재명 죽이기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라면서도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당내 교통정리가 첫 번째 난관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산갑 후보로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주당 김남국 대변인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은 친문(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만큼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김 대변인과의 ‘친명 VS 친명’ 구도로, 집안싸움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적임자인가’가 아닌, 안산 시민들께서 우리 당에 보내주시는 기대와 막중한 책임을 겸허히 경청하는 일”이라며 “누군가의 ‘추천’이 아닌 안산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쌓아온 ‘실력과 책임감’으로만 (선거를)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안산 시민과 존경하는 당원 동지, 그리고 당이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을 전적으로 믿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진입에 성공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친명계가 다시 뭉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일찌감치 ‘친명 마케팅’에 나섰고, 이 대통령의 복심인 김 전 부원장이 선거판 한가운데로 뛰어들면서 빠르게 줄을 댔다.

각종 강연, 축사는 물론 지방선거 후원회장 요청이 쏟아졌다. 현재 김 전 부원장은 현근택 용인시장 예비후보, 이인화 성동구청장 예비후보, 정명근 화성시장 예비후보 등 11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을 후원회장으로 둔 후보들은 저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찐명 핵심’ ‘이재명 측근’ 등 명심을 강조했다.

“안산갑 오셔라” 샤라웃에 ‘술렁’
“대법원 판결 아직” 불안한 시선도

친명계는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재촉했다. 한준호 의원은 양 전 의원의 게시글을 언급하며 “지역에서 쌓아온 시간과 애정,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더 깊이 존중한다”며 “양문석 선배님을 믿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제 김용 선배님의 몫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결단이 제대로 이어진다”며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독려했다. 강성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역시 김 전 부원장 출마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힘으로 원내 입성한다면 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견제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또다시 계파 갈등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다면 민주당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 처럼 보일 것”이라며 “지금도 자칭 타칭 친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김 전 부원장 이름을 필승 카드로 쓰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줄 세우기가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것이지 무죄가 아니”라며 “만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오고, 이로 인해 지역구가 또다시 공석이 된다면 지도부도 김 전 부원장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안산갑 재보궐도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민주당 후보가 연달아 날아가면 민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부원장은 친명계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지만 당내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면서 출마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의) 평택 출마설이 돌 때부터 당에서도 반신반의했다”며 “보석으로 풀려난 후보가 공천을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마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면전에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어 당에서도 고심이 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아서
자중해야”

핵심 친명계로 통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이 정치검찰로 대장동 수사 등 많은 부분에서 억울한 조작 기소를 당해서 재판받았고,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도 “그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타당하냐 아니냐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작 기소(를 당했다는 점에서)의 억울함은 있지만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황이고 대법원 판결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가는 것이 타당하느냐”며 “(이제까지)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게끔 판단해서 재판 중인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한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가 당해봤다” 정치검찰 겨누는 김용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의 녹취록을 겨냥하며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 전혀 새롭지 않다”며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썼다.

이어 “정치검찰의 만행은 20대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 사냥을 위해 벌인 행각들에 대해 저는 4년 전 구속 직후부터 얘기했다”며 “법정에서 싸웠지만 검찰의 의견서만을 신봉한 법원에 의해 1, 2심 법정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은 박상용 검사를 “불법, 조작에 무감각한 괴물 같은 정치검찰의 상징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정적 사냥을 위해 윤석열-한동훈 사단이 벌였던 만행이 낱낱이 밝혀져 그에 합당한 처벌과 단죄가 검찰개혁, 검찰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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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