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정국진 새미래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서울·경기 통합해야” 주장, 왜?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 지난 계엄·탄핵 정국과 맞물려 벌어진 개혁신당 내홍 사태에서 대중의 이목을 끈 인물이 있다. 당 주류 이준석계에 맞서 수적으로 열세인 허은아계의 입장을 조목조목 대변해 온 정국진 당시 선임대변인이었다. 이준석계에 의해 개혁신당에서 제명된 이후 ‘반 이재명’을 기치로 내걸고 새미래민주당에 입당했던 그가 6·3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돌아왔다. 그것도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큰 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다.

정국진 예비후보는 지난 3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9차 전국동시지방선거 ‘1호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출마 의사를 공개하면서 ‘변혁 도지사’가 되겠다고 천명해 온 바 있다. 변혁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경기-서울 통합, 기초·광역의회 통합 등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법한 굵직한 어젠다를 내걸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정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에 만연한 지방선거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야권 단일후보가 돼 당선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만 39세의 젊은 나이와 소수 정당 소속을 전전한 이력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변혁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정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 않은가?

▲소년이 무너지는 제방을 맨손으로 막지 않았다면 마을은 파괴됐을 것이다. 정치는 희생이자 헌신이다. 장판파에 선 장비나, 주군의 아이를 품에 안고 돌파한 조자룡이 적의 위세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젊은 나이에다, 소수정당 소속이라는 핸디캡이 있는데….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의 나이가 딱 나와 같다. 지금 나처럼 원외정당 소속이기도 했다. 올해 새 뉴욕시장이 된 34세 조란 맘다니를 보라. 해외에는 비슷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라 고되지만 큰 보람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

-그래도 현실의 벽은 높다. 복안이 있는가?

▲인지도가 부족한 내가 기댈 곳은 유권자께서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는 것뿐이다. 구태 정치가 회피하고 방치한 과제들의 해결사가 되겠다. 경기-서울 통합, 기초·광역의회 통합, 수원·성남비행장 이전 등의 공약은 내가 거대정당의 기성 정치인이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세가 강한 경기도에서 야당 후보로 당선되는 것은 물론, 그 전에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국민의힘은 경기지사 선거를 사실상 포기한 것 같다. 질까 봐 지레 겁먹고 아무도 나서는 이들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누가 나와도 필패다. 반면 새미래민주당의 젊은 후보인 나라면 경기지사 선거에 의외성을 부여하고 역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건 목동 다윗의 물맷돌이었다.

-경기·서울 통합 공약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가?


▲최근 경기 2개 시, 서울 1개 구에 걸쳐 있는 ‘한 지붕 세 가족’ 구조의 위례신도시를 방문했다.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 인프라와 행정 서비스가 단절된다. 이러니 버스나 택시 타기도 불편하고, 바로 집 앞에 학교가 있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 떨어진 학교로 가야 한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관할이 어디냐에 따라 각종 행정이 책임을 미루는 ‘핑퐁 행정’도 호소하더라. 주민들은 단일 행정구역으로 만들어 달라는데, 비단 위례신도시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경기도 도시들은 연담화돼있어서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를 보이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해야 한다.

- 경기·서울 통합의 또 다른 필요성과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경기·서울은 물론 인천까지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강원 철원군과 충남 천안·아산시까지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국토부 용역으로 중앙대 연구팀이 재작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메가시티의 범위가 여기까지 닿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쌓은 도시 브랜드인 ‘서울’을 공유하게 되면 경기도 각 시군별 경쟁력도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지난달 다녀온 해외 견학 출장을 통해 이런 구상을 더욱 정교하고 견고하게 다졌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해외 견학을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사무실에 앉아 지도와 각종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선거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열이틀 일정으로 해외 4개국 5개 메가시티를 자비로 다녀왔다. 일반적인 관광지 대신 ‘해외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이 구상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했는데 대만족이었다. 종일 걸어다니느라 온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몸무게가 빠지는 강행군을 한 보람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파리 사클레 대학교(Universite Paris-Saclay)는 우리로 치면 서울 밖 경기도 시흥, 안산 또는 안양시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특히 과학·공학 분야에서 유럽 너머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작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이곳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프랑스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교육·연구·산업시설을 빠르게 집적시켜나가고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인하공전, 한양대 안산ERICA캠퍼스가 한곳에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대학교에 현재 소속된 행정구역인 ‘에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지금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겠나.

-국내 일부 혁신도시의 실패 사례를 보면 단순히 기능 집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절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지 않은가?

▲허허벌판을 따라 파리지하철 18호선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활발히 건설 중에 있었다. 대략 안양에서 부천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잇는 느낌의 전철이다. 우리 교통망을 생각해 보면, 경기도의 각 시군이 서울로 빨려들어가는 식이라 서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리 메가시티(일드프랑스)는 파리 중심부로의 교통만큼이나 파리 근교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들끼리의 순환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건설 중인 15~18호선은 바로 이런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Grand Paris Express)’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파리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들도 ‘파리’라는 브랜드하에서 지역별 개성을 살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것이다.

구태 정치 과제들 해결사 자처
“현실 벽 높아도 통합 서둘러야”

이상의 파리 메가시티 전략을 세우는 곳이 APUR(Atelier Parisien d’Urbanisme: 파리도시계획연구소)다. 경기연구원, 서울연구원과 인천연구원 셋을 합친 격의 연구기관이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하는 곳은, 파리를 포함한 131개 지자체를 묶는 협력 틀로서 공공재단 성격을 가진 ‘메트로폴 뒤 그랑파리(Metropole du Grand Paris)’다. 파리를 찾았으니 에펠탑이나 개선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대신 이 두 곳 청사를 가봤다. 도지사가 돼 다시 돌아오겠다 다짐하며 말이다.

-하지만 경기·서울 통합 시 수도권만 지나치게 비대해지지 않겠는가?

▲수도권 인프라 중 상당수는 비수도권이 없으면 누릴 수 없다. 전력 생산과 송전망이 대표적이다. 다만 수도권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수록 지방에 흘러드는 낙수효과의 폭도 커진다. 이 낙수효과를 좀 더 체감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무릇 경기지사쯤 되면 경기 도민뿐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에도 책임있게 임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합리적인 방안을 적절한 때 공개할 것이다.

-기초·광역의회 통합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로 인해 지방분권 및 자치 역량이 줄어든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지방의회가 국민에게 기억되는 방식은 외유성 해외 출장이나 성추문 등이다. 지방의원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왜 그럴까. 기초지자체는 너무 작고 광역지자체는 너무 넓다. 이들의 업무가 중복돼 있고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도 문제다.

지방정치가 효능감을 주지 못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저변에 넓게 깔려 있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강선우·김병기 두 국회의원 사태를 보라. 지방의회가 국회의원에 종속돼 시녀화된 구조를 깨야 한다. 나는 기초·광역의회 통합을 통해 도리어 지방의회의 힘을 강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대만처럼 통·반장과 이장의 역할을 내실화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조국, 김민석 같은 운동권 세대가 장기간 집권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과 부조리가 누적돼있다. 이로 인해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삶의 질이 나빠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애, 결혼 및 출산을 회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나라 전체가 스스로 소멸을 선택하고 있다.

4050세대(X세대, M세대)는 민주당, 6070세대는 국힘이 이를 해소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넌센스다. 거대 양당은 기득권과 부조리를 만들고 이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02030세대(제트세대, 알파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갈 데를 몰라 방황한다.

변혁의 시기였던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에서 배워야 한다. 그때만 해도 30대의 나이로 경기도지사 직을 수행한 분들도 있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그들이었기에 그 시기의 대한민국이 고도성장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나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제트 혁명’을 한국에서 추동하고 싶다.

-정 예비후보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국 사태 이후 한결같이 제3지대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제3지대는 부침도 심하고 당장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의 30대는 무한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30대가 저물고 선거 중에 40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만큼 이번 도지사 선거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을 바치려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도전이 가능함은 물론, 끝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낼 것이다. 변혁 친화적인 경기도민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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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