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7.26 15:45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 회고록을 남긴다. 나라 경영의 책임자로서 크고 작은 일들을 정리하고 이를 성찰하는 것은 뜻깊고도 엄중하다. 재임 기간에 보고된 사건들은 결국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다. 그때마다 국정 책임자로서 숙고하며 고뇌했을 것이다. 중요한 나랏일을 결정하는 과정과 배경을 살피고 심경과 소회를 밝히는 것은 후대에 대한 의무일 수도 있다. 회고록을 통해 미래 세대들은 지혜와 교훈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회고록은 비록 지난 일을 서술하지만, 과거에만 매여 있지는 않다. 모든 대통령은 성공한 지도자로 남고 싶어한다. 또 자신의 정책과 업적을 역사가 후하게 평가해 주길 바란다. 아마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비록 독재자라도)국민에게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회고록은 진실이 생명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건만 여론이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 잘못한 것들은 불가피했고, 잘한 일은 자기 능력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또 측근이나 각료들은 그러한 대통령의 심기를 읽어내고 실정(失政)을 위장하거나 업적을 과대 포장해 대통령을 자기도취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
우리는 신냉전 구조 속에 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정치 한복판에 서 있는 대한민국은 무엇보다 대리전쟁에 끌려들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올 연말 미국의 대선 결과가 초래할 위기와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이 언젠가는 결말이 나겠지만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현상을 유지한 가운데 은인자중하면서 자주국방 태세를 확립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확보해야 한다. 미 군사전략과 한반도 정세 변화 미국은 패권 도전국인 중국을 저지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핵 강국 사이의 직접 충돌로 인한 공멸을 회피하고 제국의 신장과 소진을 막고자 대리 개입 전략을 택한다. 동맹국들과 집단방위체제로 중국을 봉쇄하고 유사시 동맹국들이 비핵전쟁으로 중국을 소모하게 하고 자국은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 소모된 중국은 도전 능력을 상실하고 동맹국들도 함께 소진돼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된다. 미국은 동아시아서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 봉쇄망을 운영하려 하고, 일본은 미국에 편승해 자국의 독자적 세력권을 도모한다. 아베와 기시다는 한반도를 자국의 세력권으로 만들고자 미일방위협력지침(2015)과 미·일 정상
북한이 끊임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더니 급기야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4월3일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을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대남 적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되 민족통일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1945년 일제의 식민지 통치서 벗어나 독립했으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였다. 1948년 남북이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한반도는 분단됐고 북한의 남침으로 참혹한 6·25 전쟁을 치렀다. 그후 전쟁을 종식하지 못함에 따라 정전 체제에 의해 장기간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분단이 관리되고 있다. 북, 실질적 핵보유국…국제사회 협력 긴요 6·25 전쟁은 1000만 이산가족을 낳았고 남북의 이념과 체제 대결, 군사적 적대관계를 심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남과 북은 단일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인 만큼 분단을 해결해야 하는 정당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소원인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국제정세와 북
한때 동북아에 공동체 비전이 크게 이야기되던 때가 있었다. ‘동북아 공동의 집’ ‘원 아시아’와 같은 담론이 유행했다. 지역 협력과 통합의 비전을 내세운 지역공동체들이 크게 번창할 때다.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걸프 협력 이사회(GCC), 아프리카연합(AU) 등이 그런 성격의 모임들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처음 시작된 것도 이 같은 국제적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 지금의 한·중·일 정상회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상회의 출범의 역사와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역사와 배경 한·중·일 정상회의는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서 개최된 ASEAN+3 정상회의에 참가한 ‘+3’ 정상(김대중 대통령, 주룽지 총리, 오부치 총리)들의 비공식 조찬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한 해 전 김대중 대통령의 ‘동아시아 비전 그룹’ 창설 제안(1998)과 오부치 일본 총리의 ‘동아시아 구상’(1998)이 나왔다. 아시아지역 통합의 비전이다. 3국 정상모임은 이후 매년 개최됐는데 2003년 10월에는 ‘한·중·일 3국 협력 증진에 관한 공동선언’이 발표됐다. 동남아 국가들이 아세안(ASEAN) 발족을 선언한 1967년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및 공포됐다. 제헌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함으로써 이를 확인하고 있다. 사실 민주공화국의 현대적 의미가 국가의 최고 권력인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제2조는 제1조를 내용상으로 더 명확히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민주공화국 규정과 조문을 달리하던 주권재민 원리의 선언 규정은 5·16 쿠데타 이후 군정기에 새로이 개정된 이른바 ‘제3공화국 헌법’부터 제1조로 통합돼 현행 헌법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제헌헌법 이래 조문의 구성은 달라졌으나 자구 하나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오는 주권재민의 원리를 제76주년을 맞는 제헌절을 맞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제헌헌법의 한국 헌정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여전히 개혁돼야 할 점이 적지 않고 그 개혁의 기본 방향은 주권자 국민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더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는 목표에 있을 수밖에 없다. 명암 교차하는 헌정의 현주소 제헌헌법이 제정된 1948년을 기점으로 76년 동안 한국 헌정은 비약적인 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검사, 국무위원을 가리지 않고 정략적 탄핵안을 남발하고 있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시초를 쌓기 위한 절차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번 더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 벌어질 일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거부권 뒤엔 채 상병 특검법 국회 재의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로 선출될 경우, 이 문제가 윤·한 관계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 편에 서서 특검법 부결로 나선다면, 민주당과 이 전 대표는 적절한 시점을 골라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촛불 시위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까지 거부한 뒤에 시작할 것이다. 지금의 이런 민주당의 정략적 정치 행위가 민주주의의 타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기존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과 규범이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양보와 타협보다는 서로 적대
예산은 나라의 살림살이, 즉 재정지출의 계획이다. 지출(세출)과 그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세입을 총칭한 것이 재정이고,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게 재정정책이지만 흔히 재정정책은 정부의 지출, 즉 세출에 관한 정책에 국한된 협의의 뜻으로 이해된다. 재정지출은 잘 발달된 시장경제하에서도 정부가 직접적인 지출을 통해 국가 운용에 필요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즉,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해 조세 등으로 조달된 재원으로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혹 불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는지, 방만한 운용은 없는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재의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이 역할을 주로 국회(의회)가 담당한다. 다만 감시는 대부분 국회가 하지만 전체 규모는 행정부와 협조해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전체적인 틀 안에서 운용의 세부 내용은 행정부가 결정한다. 과도한 재정적자는 물가 불안 야기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쟁점이 되는 것은 재정지출의 전체 규모다. 규모의 크고 작음은 상대적인데 이는 정부가 하는 사업들이 ‘꼭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에 근거하게 된
지난 4·10 선거서도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여성 당선자는 남성 당선자 80%의 벽을 넘지 못했고 비례대표 24명, 지역구 36명 등 총 60명(20%)에 그쳤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2명, 국민의힘 21명, 조국혁신당 6명, 개혁신당 1명이다. 선수로는 6선 1명, 5선 2명, 4선 4명, 3선 8명, 재선 15명, 초선 30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서 최초로 여성 2명(7명 중 28.6%)이 배출되고, 경기가 14명(60명 중 2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11명 (22.9%), 경북 3명(23.1%), 부산 3명, 대구·광주, 전남은 각 1명이었다. 인천·울산, 충북, 제주, 세종은 제헌 이후 21대까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2대는 지역구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여성 최초로 6선 기록을 세웠으며, 5선으로 나경원·김희정(국민의힘)·이언주·전현희(민주당) 의원이 3선으로, 김현·최민희(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비례대표엔 조배숙(국민의힘) 의원이 5선으로, 김예지(국민의힘)·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이 자리했다. 특히 대전은 최초 여성 의원으로 대덕구청장 출신 민주당 박정현 당선자와 대덕단지 과학자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밤’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흔히들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하지만, 4·10 총선 이후 여소야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의 특검 공세, 20%대 국정 지지율인 상황서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은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으로 나뉜 당 분열 현상으로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잠자리에 편히 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법은 ‘통합’이다.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통합은 위기 속에서 산적한 난제들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요, 비법이다. ‘첩첩산중’인 22대 국회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뚝심 좋은 바람의 파이터형’의 지도력과 국정운영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지만, 집권 3년 차에는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핵심은 ‘통합’이다. 정치학자들 사이서 ‘오케스트라 정치’ ‘가능성의 예술’로 불리는 통합정치는 ‘갈등을 해결해 서로 돕는 정치’로 ‘4협’(협의-협상-협력-협치)을 꼽는다.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에게 통합정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
윤석열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풀지 못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고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어려움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준엄하다. 분단된 한반도에는 실질적 핵보유국 북한이 있고, 대미 항전을 불사하는 중국도 건재하다. 또, 아시아 헤게모니를 꿈꾸는 일본과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있다. 여기에 북·중 ‘특수관계’와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관계 사이의 차별성도 존재하고 최근에는 러·북 접근까지 얽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까지 출현했다. 윤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북한 문제를 기준으로 국제관계를 재단하던 틀에서 벗어나 자강불식을 강조하는 외교 원칙을 천명하면서 경제·군사 능력을 유연하게 발휘하는 ‘실용 외교 노선’을 채택해, ‘안전 보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보였다. 특히 한미동맹의 복원 및 강화, 한·미·일 협력 공조 체제를 통해 안전을 담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대미 경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서방 올인’ 전략 때문에 러시아
현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가 배정 완료된 22대 여소야대 국회는 긴장감에 싸여 있다. 새롭게 선출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선량으로서 민생을 위한 입법안 준비에 집중하기보다는 야당의 일방적인 반쪽짜리 국회 운영에 따른 각종 특검법 발의와 대정부 전운이 드리워져 있다. 4·10 총선서 민주당은 압승하고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함으로써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 구도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입법적 공격을 가속할 것이 명확하다. 현재 국회 구도는 지난 21대와 유사하나 3년 후 대통령선거(대선)이 있고 민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 22대 국회는 더욱 치열한 여야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4·10 총선서 국민이 보내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협치다. 국민은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지선)서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기대했던 협치와는 거리가 먼 독단적 정치를 해온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완고한 통치 지도력과 소통 결핍이 민주당의 21대 국회 입법 독주와 다수의 횡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또 대통령이 거침없이 거부권을 8차례나 행사하고, ‘형사 피고인’이라며 거대 야당의 대표를 대화 상대
22대 국회가 문을 연 가운데, 과연 21대 국회는 얼마나 생산적인 국회였을까 의구심이 드는 요즘이다. 여느 국회와 다를 바 없이 21대도 ‘비생산적 국회’로 역사에 오명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기능의 측면서만 평가해 보자면,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법안 가결률 10%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2만4506건의 법안을 발의해 그중 2357건의 법안을 원안 및 수정 가결함으로써 9.6%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10개 법안 중 1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으니 말 그대로 생산성 제로에 가까운 식물국회와 다를 바 없다. 20년 전인 16대 국회와 비교해 보면 법안의 발의 건수는 10배 이상 늘어났지만, 가결률은 37.7%서 9.6%로 대폭 줄었다. 액면상 생산량은 4배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왜 법안 발의 건수는 폭증했지만, 가결률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을까? 발의 건수의 폭증은 법안 발의의 중심이 정부서 개별 의원으로 옮겨간 데서, 가결률의 감소는 여야 간 정쟁의 격화로부터 각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까다로운 법안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부 발의 법안보다 별도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
윤석열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22대 총선서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동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역대 정부 최초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 확정되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책무 외에 내각 총괄과 국가 개혁 수행상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에 집권 후반기 국정 수행 방향 및 해법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야당 대승으로 끝난 지난 4월의 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중간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다. 임기 후반기 대통령의 정책 입지는 더 좁아지고, 대통령 정책에 대한 저항은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해 국정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중 제일 많다. 탕평인사,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쇄신을 주문하는 기사들도 넘쳐난다. 대통령 국정기조의 근본적 전환과 쇄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고, 국정 성과를 내서 국민들로부터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이번 총선 이후 윤정부는 최소한의 국정운영을 위해 야당에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제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국가 존망조차 위태로울 것이란 위기의식도
지금 한국 정치는 교착상태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가야 할 길은 9만리인데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국이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진국으로 커버린 국가에서 국민이 언제까지 이런 후진 정치의 답답함을 인내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때로는 이러다가 무슨 변고라도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능률의 추락은 물론이고 헌정 중단까지 우려해야 하는 단계다. 지난 4월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 ‘혹시나’ 하며 기대했지만, 협치의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이태원법을 여야 협의 끝에 수정해 통과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였는데, 바로 그날 그 자리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일방적으로 통과됨으로써 협치 기대는 ‘3일몽(夢)’으로 끝났다. ‘3일몽’으로 끝난 협치 사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4·10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자, 언론에서는 여야 협치를 위한 영수회담을 연일 압박했고 윤 대통령은 패장(敗將)의 처지에서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먼저 전화를 걸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제의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우리나라 정치는 한동안 행정부 위주였지만, 이제는 권력이 국회로 많이 이동돼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회가 법 무시 스스로 권위 훼손 그런데 현재의 여소야대 정치 환경은 22대 국회도 정상화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당파성이 강화돼 여야 협치가 쉬울 것 같지 않다. 사실 의회 정치의 진수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인데, 서로 자기 주장만 하다가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할 위험이 크다. 게다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이 많이 낮아진 상태여서, 만일 조금이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면 온갖 질타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불리한 상황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를 위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22대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법을 지키는 국회가 되라는 것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인데, 그동안 우리 국회는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적지 않게 보여 스스로 권위를 훼손했다. 대표적인 것이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이 법정시한보다 한참 늦어지는 일이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총선 1년 전에 선거구획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22대 국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최근 <다국적기업들의 아·태(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미국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내수시장을 보고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과정서 한국과 싱가포르·일본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데다 전력·정보기술(IT) 등 산업 인프라가 뛰어나 ‘차이나 대탈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암참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기업 유치 성과도 비교했다. 싱가포르에 아태 본부를 둔 기업은 50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100개도 안 된다. 수많은 기업이 떠난 홍콩(1400여개)에도 못 미친다. 암참은 뛰어난 기반과 생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해외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규제’를 꼽았다. 규제 혁파란 ‘규제나 제도를 획기적으로 없앤다’는 말인데, 이를 실행하게 될 경우 긍정적인 효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 규제를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한다고 정한다. 헌법 제102조는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 미국 및 유럽의 대법관 정수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대법관 및 각급 법원 법관의 정수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11조 2항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수인 9인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미국 헌법은 하나의 최고재판소를 둔다고 정하고 200여년 전부터 헌법이 위임한 재판소 법에 따라 9명의 연방대법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은 14명이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9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처리한다. 현재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는 9명의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돼있고 일본은 15인의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일반사건과 헌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법원 제도를 채택하면서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현재 128명의 대법관,
며칠 후 역사 속 사라질 21대 국회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추악한 모임이었다. 금배지를 단 선거 사범은 임기를 마치도록 재판이 끝나지 않아 누릴 호사들은 모두 누리고, 형사 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여의도의 민낯을 보였다. 물론 확정판결 이전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운다면 더 논의할 일이 없겠지만, 우리의 현실에는 이제 수치마저 사라졌다. 초등학교 사회생활 교과서에 수록된 최소한의 양식도 이제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초선의원들에게 바라는 바는, 첫째로 정치를 애증이나 사사로운 복수의 도구로 쓰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회서 나라 장래를 걱정하던 중, 누가 “우리나라의 정체를 ‘대통령 격노 중심제’라고 하기에 나는 한술 더 떠서’ 대통령 복수 중심제”라고 응수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대통령만 바뀌면 지도급 인사 몇 명이 자살하거나 의문사를 겪었다. 100명 정도가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형량을 합치면 대략 징역 200년 정도였다. 육군 대장이 당번병에게 구두를 닦도록 하고 꽃밭에 물을 주게 한 것이 병사의 인권을 짓밟은 죄가 돼 구속된다면 이는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니다. 권력을 잡아 이
현재 북한에서는 남북한 간에 공용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용어들이 날벼락 맞듯이 사라지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란 단어에 사용금지령이 내려졌다. 한 핏줄을 나눈 ‘민족’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도 사라진다. 남북한을 통틀어 지칭하는 ‘삼천리’라는 말도 없어진다. 김정은 발언 배경 김정은이 지난 연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1월15일의 최고인민회의, 그리고 2월8일의 북한 건군절 행사에서 곧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단호한 어조의 연설로 이상의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입에 올리면서 윤석열정부를 비난했다. ‘남녘 땅’ ‘남조선’이라는 말도 쓰임이 끝났다. 김정은은 건군절 행사 때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은 우리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며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평정, 합병하기로 한 것은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의 애국가의 첫 구절인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서 ‘삼천리’를 빼고 그 구절을 ‘이 땅에’로 바꿨다. 남북한은 전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45년간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대 사회주의 계획경제 간 체제경쟁은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로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나면서 탈냉전시대를 열었다. 탈냉전 속 국제질서 변화 전후 세계질서는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및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행정/세계무역기구(GATT/ WTO)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제도에 기초해 미국이 경제력과 달러의 힘으로 유지비용을 감당함으로써 가능했다. 최대 수혜국도 미국이었으므로 유지될 수 있었다. 탈냉전의 단극체제인 국제질서는 이 같은 자유주의의 국제 경제체제와 안보 질서가 진영을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경을 초월해 가장 효율적인 재화와 노동력을 결합하고, 전 세계를 생산 기지화하는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자국을 중심으로 독일, 일본 및 신흥국인 중국 사이에 국제적 분업구조를 구축했다. 이 시기에 미국과 서방은 IMF와 세계은행을 동원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을 시작하면서 러시아를 미국 주도의 단일 국제체제로 편입시키면 세계질서가 안정화될 것으로 봤다. 외부 용역 확산으로 노동자가 실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