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끄 논현’ 점거 두산건설 고무줄 계산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06 16:02:39
  • 호수 1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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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문 걸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보타니끄 논현’ 현장이 진흙탕 소송전에 휘말렸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라미드그룹에 ‘절감’을 약속한 두산건설은 ‘200억원 증액 청구서’를 내밀었다.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분양 막고
입주자 볼모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200억 더 내놔”···계약 뒤 42% 추가 요구
절감 약속했지만···코스트앤피 구조적 허점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산건설은 코스트앤피 계약방식에 대해 “다수의 사업을 운영하는 시행사에서 계약 조건을 모르고 계약했다는 발언이나,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 중 돌연 기존 계약 내용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구는 이미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책임 준공을 완료한 당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발주처(시행사)에서 제시한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공사비 산출이 진행되나, 해당 사업장은 계약 당시(21년 10월) 도면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약했고, 향후 도면 확정 시 공사비 산정방식을 계약 기준에 따라 상한도급공사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갈등
유치권 행사

이들은 “계약 조건에는 상한 도급 공사비 합의가 안될 경우, 기존의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발주처의 선택에 따라 계약해지도 가능하게 돼있다”며 “이후 두산건설은 1년여 동안 공사비 협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공사비가 오르자 돌연 PF기준 금액인 439억원이 상한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며,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부정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당사는 부득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산건설은 라미드관광이 공사 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관광 측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주지 않아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고, 분양 물량은 정상적으로 입주했다”고 반박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앤피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이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절반 가까이
오른 청구서

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

라미드그룹은 “코스트앤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 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하는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관광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시행사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최근 자재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앤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활용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유치권 포기 각서 내고도 불법 점유 논란
“회장 개인 재산 가압류” 감정적 압박까지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코스트앤피는 발주자가 검증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제한 청구’가 가능한 위험한 계약 구조”라며 “두산 사례는 계약의 불투명성과 대형 건설사 중심의 시장 권력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 원가 감사 의무화와 유치권 남용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은 투명한 원가 구조를 내세워 수주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 투명성은 법정 공방으로 바뀌었다. 한국 건설산업은 오랜 기간 ‘브랜드 신뢰’와 ‘갑질 관행’ 사이에서 흔들려왔다. 이번 논란은 한 건의 민사소송을 넘어 ‘코스트앤피’라는 제도적 허점이 어떻게 대기업의 무기가 되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다.

투명성 없는 절감 제안은 결국 또 다른 폭리의 시작일 뿐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라미드관광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한편,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던 보타니끄 논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보타니끄 논현’의 일부 계약자들은, 시행사인 라미드관광과 분양·홍보를 담당한 솔렉스마케팅이 ▲건물 입면 설계 ▲세대별 야외 테라스 제공 ▲지하 세대 창고 제공 등과 관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절감형 공사”
함정 빠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5개월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이달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원 교육 자료 및 상담 자료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없거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여서 무혐의로 판단했으며, 블로그와 홈페이지 게시물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위법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라미드관광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억울한 오해를 해소하게 돼 다행”이라며 “입주민들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강남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스트앤피’ 불공정 사례

시공사가 실제 투입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여 청구하는 방식인 코스트앤피는 투명한 원가 정산을 위한 제도였지만, 검증 장치가 없는 경우 발주자가 공사비 통제력을 잃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회계감사기관의 실시간 검증 의무화로 악용 여지를 차단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법적 관리체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초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인 A 건설에게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수개월간 지급하지 않던 이유도 코스트앤피 계약 때문이었다.

해당 공사는 S-OIL이 발주한 울산 RUC&ODC(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프로젝트로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2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준공했다.

A 건설은 배관 및 기계 설치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의 하도급업체로, 같은 해 4월 공사를 완료했지만 총 공사 대금 304억원 중 42억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설 측은 “당초 받아야 할 금액은 66억원이었으나 대우건설 측이 삭감을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대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감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우건설 측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7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못 주고 있어 파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서 ‘코스트앤피’ 계약이므로 발주처인 에쓰오일 측이 공사 대금을 주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A 건설이 요구하는 공사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에쓰오일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주장하고 있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발주처인 에쓰오일과 원청인 대우건설 간의 문제로, 표준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우건설과 A 건설 간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이 자사의 공사 대금 지급 의무를 에쓰오일 측에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만일 대우건설이 A 건설 측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라면 대우건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A 건설 측과 잔여 공사 대금을 이미 24억원이나 삭감한 42억원에 협의해놓고도 여전히 공사비가 과다하다며 A 건설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해당 공사를 통해 A 건설뿐 아니라 다수의 하도급 업체에게도 공사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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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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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