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100여명이 모여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이하 공취모)라는 조직을 결성하는 등 소란을 피우는 모양새다. 민주당 원내 모임인 공취모가 지난 23일, 출범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 조작으로 억울하게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들에 대해 사법부의 공소 취소를 끌어내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모임인데 출범식에는 민주당 의원 60여명이 참석했고 참여 의원은 105명에 달한다. 사실상 당내 최대 규모의 모임이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는 사법 정의 실현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선언했다. 상임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특정인을 구제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고, 간사 이건태 의원은 “윤석열 정치검찰의 결과물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현일 의원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공소가 유지되는 헌정사상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취모의 주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 위증교사 등 8개 공소 사실이 정치적 목적의 조작 기소이기 때문에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공판 중에도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공소 취소의 파장은 단순하지 않다. 한번 취소되면 재판은 즉시 종결된다. 증거를 둘러싼 다툼도, 상소 절차도, 유죄 또는 무죄에 관한 판단도 없으므로 대통령 퇴임 이후에 이어질 수 있는 사법 리스크가 일거에 정리된다. 그 점 때문에 더 엄격하고 신중한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재판은 헌법 제84조(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의해 중지된 상태다. 따라서 지금 재판을 공소 취소하라는 의원들의 요구는 법적으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불온한 의도로 곡해해 보자면, 중단된 재판을 다시 열라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들릴 지경이다.
게다가 대통령 본인이 원치 않는 일이다. 임기 초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을 염두에 둔 입법하지 말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해 11월 강훈식 의원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쟁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는 비단 여야 간의 다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당내 권력 암투에 자신의 이름이 팔리는 것을 이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등 쓸모없는 짓임에도 굳이 ‘세 과시’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진정 대통령을 위해 권능을 행사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그냥 실행하면 그만이다. 굳이 ‘몇 명이 모였네’ 하며 떠들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170여석을 가진 압도적 과반 여당이다. 당론으로 정해 입법이나 국정조사를 강행하려 한다면 국회 내에 이들을 막을 합법적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들은 행동 대신 목소리만 높이며 세를 과시하는 데 열중하는가?
국민의힘의 지리멸렬함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의 미약함 속에서, 권력에 취한 민주당 의원들은 나라가 온통 자기들 것 같을 것이다. 당원과 국민의 의사 반영만 적절히 차단한다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의회 과반을 영구히 점유하며 귀족처럼 권력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 끝에는 어쩌면 ‘내각제 개헌’이라는 음모론적인 야욕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1당원1표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뭉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저지하고, 그 세력을 이어가기 위해 뜬금없이 공취모를 조직한 것이라고 본다. 자기들끼리는 힘이 부족하니 ‘지방선거 공천’을 빌미로 다른 의원들을 포섭했을 것이고, 그 도구로 활용한 것이 민주당의 트라우마인 부동산 강박증이다.
최근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엄청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낙선’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대통령의 추진력에 발을 맞추지 않고 있다. 즉, 입법으로 대통령을 지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공취모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제 해야 할 입법 활동에 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범여권 인사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많은 사람이 미친 것 같은 짓을 하면 그들이 미쳤거나 제가 미쳤거나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진 않다”고 직설했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문제의식은 명료하다. 공취모 주장대로 윤석열정부 검찰의 조작 기소라면 재판을 통해 조작을 입증하면 된다.
위법 수사라면 국정조사와 제도 개편 등으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런데 그런 절차도 없이 공소 사실 자체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건 순서가 뒤바뀐 주장이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소 취소 요구 집회를 하고, 집단 압박하겠다는 것은 입법부 외피를 쓴 범죄행위”라고 날 선 비판을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공취모가 진정으로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 대통령이 혈안이 되어 주창하는 정책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권한을 집중시켜야 한다. 또 약속했던 각종 개혁 과제를 단계적으로 완수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지지율을 공고히 다졌을 때, 임기 말 제도적으로 개선된 사법부가 억울한 기소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소 취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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