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9.16 16:57
대한민국이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오는 11월까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에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자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란은 한국이 병력을 주둔시키거나 군사작전에 참여하면 침략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간주하겠다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과 이란의 보복 위협 사이에 선 한국의 모습에서 400여년 전, 광해군이 떠오른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이란 측의 요청으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 장관과 약 15분간 통화했다. 조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파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의 힘과 외교 지평을 키우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직 국민과 국익에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겠다”는 말에는 파병을 국익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국내 반대 여론은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성인 10
한 법정 영화에서 젊은 변호사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다. 의뢰인의 범행을 알고 있지만, 화려한 말솜씨와 치밀한 증인신문으로 배심원과 재판부를 설득해 결국 무죄를 이끌어낸다. 영화가 서늘한 이유는 악마 같은 범죄자가 등장해서가 아니다. 법률가의 화려한 언변이 어느 순간 ‘승소’와 ‘진실’ 사이의 경계를 흐려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분쟁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제기된다. 법정에서는 증거와 법리가 판단의 기준이지만, 법정 밖에서는 때때로 강렬한 숫자 하나가 사실상 판결문처럼 소비된다. 그 숫자가 대중의 분노와 결합하면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여론이 먼저 결론을 내려버릴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 이상원 변호사의 발언이 있다. 지난 2023년 11월 법원 앞에서 이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쓴 돈과 관련해 “2015년 이후만 봐도 1000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 발언은 강렬했고 수년간 이어져 온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의 복잡한 법률관계보다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훨씬 빠
요즘 AI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존재로 자주 묘사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AI는 다르다. 센서가 온도·진동·영상을 숫자로 바꾸고, 그 숫자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계산해 기계를 움직인다. 이것이 피지컬 AI다. 핵심은 똑똑함이 아니라 감지-추정-예측-행동-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다. AI는 “공장이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진동이 늘고 온도가 올랐다는 데이터로 위험 확률을 계산할 뿐이다. 그래서 센서가 틀리면 AI도 틀린다.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입력이 오염되면 잘못된 제어가 나온다. 다만 한 가지는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AI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장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철학적 입장이다. 계산과 이해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는 아직 학계에서도 결론이 없다. 그래서 이 칼럼은 ‘이해 여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무엇을 믿고 맡길 수 있는가’라는 실무 질문으로 논의를 옮기려 한다. 강원의 세 도시는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보여준다. 춘천 바이오는 온도·습도·배양 조건이 통제된 환경이다. AI는 실험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데이터로 최적 조건을 찾아 장비를 정밀 조절한다. 동해는 변수가 많다. 시멘트 공장과 항만은 하중과 기상이
구급 환자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실 뺑뺑이’ 소식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지방의 경증 외래 환자마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려드는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역 환자 유출이 지방 병원의 경영난을 가속하고, 수익성이 낮은 응급의료나 필수 의료 인프라의 위축으로 이어진 결과가 응급실 뺑뺑이다. 대형병원은 고난도 중증·입원 진료에 집중하고, 동네 의원은 외래 및 만성질환 관리를 전담한다는 동일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의료수가 체계와 환자 관리 방식의 차이가 한국과 일본 간에 판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 행정적 형식과 경제적 부담을 병행하고 있다. 요양급여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의뢰서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손쉽게 발급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매스컴 노출이 잦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적절하지 않은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전원 갈 병원의 선택을 오로지 환자의 주관적 선호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환자를 직접 진료한 1차 의료기관 의사가 의학적 필요성에 입각해 판단하고, 전원 갈 병원의 의료진과 사전에 직접 소통해
국회가 인사청문회 주간에 들어섰다. 지난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이어 15일에는 김승원·이형일·이소영 장관 후보자, 16일에는 강신철·홍지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각 열린다. 그러나 김성수 후보자 청문회에는 증인과 참고인이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고, 나머지 5명의 청문회에도 채택된 증인과 참고인은 없다. 후보자의 해명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사람 없이 질문하는 의원과 답변하는 후보자만 마주 앉는 ‘증인·참고인 0명 청문회’가 사흘 연속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증인과 참고인을 요구했지만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이어 15일과 16일 청문회를 치르는 장관 후보자 5명을 검증하겠다며 증인과 참고인 90여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철거민 특별분양 의혹, 이형일 부총리 후보자의 경제 정책 등을 확인할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신청 명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김성수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나머지 5명의 청문회에도 증인과 참고인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물론 야당이 신청한 90여명을 모두 불러야 한다는
최근 기소와 수사의 완전 분리와 함께 경찰력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빈번하다. 전통적으로 경찰력을 증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인력의 증원이겠지만, 이 또한 사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바로 예산의 문제 때문이다. 국가 자원은 당연히 한계가 있고, 제한된 자원은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처와 정도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그래서 자연스러운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핵심은 바로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도를 찾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력 운용의 효율화는 대체로 과학과 기술 활용의 극대화, 민영화와 민간화로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란 공공 서비스를 민간 분야에 위임하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는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곳에서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응답이다. 물론 경찰의 완전한 민영화는 있을 수 없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경찰 예산과 자원의 부족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와 정도의 민영화를 시도하고, 이미 상당 부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경비’로 알려지고 있는 대표적인 경찰 민영화의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자신의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군을 적어둔 메모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와 함께 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훈식’과 ‘원식’으로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원식 전 국회의장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최 여부에 강한 확신을 드러내며 당 차원의 준비를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쾌하다”며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의 꿈을 꾸다가 낙선한 민석, 영길 등이 좋은 후보이니 수첩에 적어 놓으시라”고 비꼬았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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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추석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뜨겁다. 과일·한우·건강식품부터 생활용품과 여행상품까지 할인전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먼저 휴대전화 쇼핑앱을 연다. 명절 선물을 고르고 주문하며 배송 상황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이 이제 이커머스 안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코 여는 쇼핑 앱의 국적을 보면 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쿠팡의 모회사는 미국 법인이고,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중국 기업이다. 세계 정치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대한민국의 처지가 이커머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틈바구니 생존 고민 한국 소비자가 만든 거대한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플랫폼이 주도권을 다투고, 한국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추석 대목 장악한 온라인 장바구니= 과거에는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가 명절 경기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지금은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예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이 추석 소비를 주도한다. 부모님 댁으로 보낼 선물도,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고기도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주문한다. 명절 소비의 출발점이 매장 진열대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바뀐 것
최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농지 처분명령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종전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이제는 “명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이를 지시하거나 직접 명령할 수도 있다. 농지 처분이 지자체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집행해야 할 의무가 된 것이다. 언론 보도만 보면 농사를 짓지 않는 순간 곧바로 땅을 빼앗기거나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처분명령은 외지인이 농지를 소유했다거나 잠시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았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질병과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농지은행을 통해 적법하게 임대한 농지는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 25%의 이행강제금도 이번 개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2021년 농지법 개정 때부터 시행됐고, 이번에는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자의적으로 생략하지 못하도록 집행체
11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서 접촉한 자살 시도자의 정보가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신속히 연계되지 않거나 상담과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소방·응급실·정신건강복지센터 중 한 곳에서 연결고리가 끊기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놓인 사람이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자살 시도자 관리체계부터 빈틈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살 예방 정책에는 이보다 더 큰 빈틈이 있다. 지금의 정책은 자살을 시도했거나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사람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번이라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자살 위험자가 사전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거나 주변에 뚜렷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불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때 이를 막아낼 현장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으로 전년보다
정치권의 개헌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출발점으로 제시하면서 권력구조 개편도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언급하면서도 “연임하지 않겠다”거나 “재판받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임기 연장과 재판 지연을 위한 개헌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성일종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앞서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도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정 회장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지난 8일 오후 김민석 대표를 만나 1987년 개헌 이후 8명의 대통령이 개헌을 약속하거나 공약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판교에서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짜고, 이천에서는 그것을 돌릴 반도체가 나온다. 같은 시각 안산의 작은 공장에서는 반장이 형광등 아래 부품을 하나씩 들어 눈으로 흠집을 본다. 포천에서는 어르신이 병원 가는 버스를 한참 기다린다. 네 장면이 차로 두어 시간 거리 안에서 벌어진다. 경기연구원이 도민 4700명에게 물었더니 76.1%가 AI는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70.6%는 일자리가 줄 것 같다고 했다. 동네에 AI를 배우거나 써볼 곳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응답은 77.5%였다.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어디서 배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다. 그래서 ‘AI 나루’를 제안한다. 다리는 건널 힘이 있는 사람의 길이고, 나루는 아직 건너지 못한 사람을 배에 태워 건네주는 자리다. AI를 아직 못 쓰는 공장과 사람을 먼저 건네주자는 뜻이다. 첫째, 일터에 나루를 놓자. 안산의 반장이 눈으로 하던 검사는 카메라와 AI가 대신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요즘 피지컬 AI라고 부른다. 그런데 경기연구원이 스마트공장을 갖춘 도내 제조기업 200곳을 조사해보니, 이 기술을 실제로 쓰는 곳은 여덟곳에 한 곳뿐이었다. 경총 조사에서 전국의 큰 제조기업은 절반
정치인의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원칙이 달라진다. 야당일 때는 “철저한 검증”을 외치다가 여당이 되면 정쟁을 걱정하고, 권력을 감시할 때는 증인을 요구하다가 권력을 지켜야 할 때는 “증인 없는 청문회도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이 딱 그렇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나오자 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을 채택한 적도 별로 없고, 증인 없이 가는 것이 보통의 인사청문회”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증인이 되는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문제는 이 말이 단순한 절차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출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있다. 즉 증인은 청문회의 장식품이 아니라 국회가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마련해 놓은 장치다. 물론 증인이 반드시 있어야 청문회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서 위원장의 말이 법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는 여
한국전력공사 차기 사장 인선이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중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한 가운데 최종 추천 후보가 이 기간 안에 결정돼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장관 제청, 한전 임시주주총회 의결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9월 말이나 10월 초 새 사장이 취임할 수 있다. 당초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종환 전 한전 부사장,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정 전 사장이 빠지고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보 추천안이 한전 이사회에서 아직 정식 의결되지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후보군이 실제로 바뀐 것인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조정된 것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한전 안팎에서는 전문성과 경영 능력보다 정치적 관계와 지역적 이해가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후보 선정은 단순히 한전 사장 한 사람을 고르는 절차가 아니라, 이재명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의 수장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 필자의 칼럼을 읽은 친구가 한마디 했다.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집에서는 아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대통령 된 지 1년 조금 지났는데 벌써 그렇게 평가해요? 좀 더 지켜봐요.” 그런데 뜻밖에도 평소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지인까지 같은 말을 했다. “나도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한다고 봐.” 서로 정치적 생각도 다르고 이재명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른 세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하자 필자도 생각해봤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주고 평가해야 할까? 취임 100일이면 충분한가, 1년이면 되는가, 아니면 임기 절반은 지나야 하는가. 이 대통령의 5년 임기를 정치의 시간표가 아니라 자연의 시간표 위에 올려놓아 봤다. 그랬더니 지금 이재명정부가 어디쯤 와 있는지가 의외로 선명하게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4일 임기를 시작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은 60개월이고 이를 4등분하면 15개월씩이다. 첫 15개월을 봄, 두 번째 15개월을 여름, 세 번째 15개월을 가을, 마지막 15개월을 겨울이라고 해보자. 물론 달력의 계절이 아니라 대통
청와대가 8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며 사실상 지명 철회 입장임을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민적 검증의 장이고, 청와대도 인사 시스템을 거쳐 대통령이 지명한 만큼 국회의 청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청문회는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후보자를 임명해도 되는지를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다. 청와대가 “청문회까지 가겠다”고 밝힌 순간 국민은 “청문회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지명을 철회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청와대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의혹을 해소하는 절차인 동시에 대통령에게 재고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인데 정치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청문회가 이상하게 변질됐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 “청문회에서 검증하겠다”고 하고 청문회에서 의혹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국회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야당이 청문경과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내면 ‘정치 공세’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모든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이런 방식이라면 청문회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불과 248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17일이나 빨리 7000억달러 고지를 밟았고, 지금 추세라면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조달러도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은 ‘수출 신기록’과 ‘수출 강국’이라는 말로 이 소식을 반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를 향해 계속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도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12월 초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093억달러를 수출한 한국은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선다면 일본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4위 규모로 올라설 수 있다. 인구 5200만명도 안 되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수출 4강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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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읍에서 실종된 한 여성이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음에도 담당 경찰관은 신고 접수 2시간 반 만에 실종자를 찾았다고 허위로 종결 처리했다. 또 다른 60대 남성도 사망한 채로 발견됐지만, 같은 담당 경찰관이 생존해 있다고 허위로 종결해 민심을 발칵 뒤집어놨다. 기소와 수사의 완전 분리로 경찰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지게 된 시점이 다가올수록 국민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광주에서의 유착 비리로 인한 사건의 암장이나 그와 유사한 문제를 걸러낼 수 있었던 검찰의 수사, 재수사 기능이 없어짐으로 앞으로 그와 유사한 사건들이 완전히 묻혀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제주 사건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호라는 사명을 방기했고, 그것도 일선 경찰관 한 사람의 일탈이 빚은 사건이라는 데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경찰관의 개인적 일탈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바로 경찰 시스템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법률적 문제나 한계다. 아동과는 달리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에는 경찰이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부족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