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가까운 권력’ 질문 앞에 서다

전국 12개 도시 타운홀 정치가 보내는 질문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늘 ‘멀리 있는 권력’이었다. 대통령 일정은 철저히 준비된 행사 중심으로 진행됐고 질문과 토론은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은 메시지를 발표했고 국민은 그것을 듣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대통령의 공간은 청와대와 정부 청사 같은 권력의 장소에 머물러 있었고 시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질문 받고
즉석서 답

권력과 시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와 형식이 존재했고 그것이 대통령 정치의 기본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9개월 동안 한국 정치에서는 이전과 다른 장면이 반복됐다. 대통령이 시민과 마주 앉아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모습이 전국 여러 도시에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작한 ‘타운홀 미팅’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찾아가 질문을 듣고 정책을 설명하는 정치 방식이었다.

이 장면은 대통령 정치의 형식을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이자 권력의 거리를 줄이려는 정치 실험이었다.

대통령 정치의 형식 바꾼 실험=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보통 연설하는 존재였다. 국민 앞에 서지만 질문을 받는 구조는 아니었다. 정치 일정은 대부분 사전에 준비된 메시지 중심으로 진행됐고 공개 토론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이 시민 질문을 즉석에서 받고 답하는 장면은 매우 드물었다. 권력의 형식 자체가 일방적인 전달 방식으로 설계돼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공식을 바꾸려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찾아가 직접 질문을 듣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을 시작했다. 시민이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구조였다. 정치의 방향이 연설 중심 정치에서 토론 중심 정치로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권력과 시민 사이의 거리 자체를 줄이려는 방식이었다.

타운홀 미팅은 정치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정치 제도 실험이었다. 대통령이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시민이 권력에 질문하는 장면이 더 돋보였다. 정치가 일방 전달이 아니라 대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 실험은 대통령 통치 형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12개 도시, 9개월 정치 순회= 이 대통령의 타운홀 정치 실험은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시작됐다. 이후 대전, 부산, 강원, 대구, 경기 북부, 충남, 울산, 경남, 전북을 거쳐 최근 충북까지 이어졌다. 취임 이후 약 9개월 동안 전국 11개 지역을 돌며 시민과 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이 일정은 단순한 지역 방문과는 성격이 달랐다. 기존 대통령 일정이 행사 중심이었다면 타운홀 미팅은 토론 중심이었다. 시민 질문이 정치 일정의 중심이 되는 구조였다. 정치 일정의 주도권 일부가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에게 이동한 셈이었다.

지난 9개월간 과거에 못 본 장면 반복
대통령과 시민 마주한 ‘타운홀 미팅’

이제 남은 마지막 12번째 순회지는 제주다. 제주 타운홀 미팅이 열리면 전국 순회 실험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대통령이 9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시민들과 토론한 정치 일정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참여 정치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일정이었다.

광주, 민주주의 도시서 시작된 정치= 첫 번째 타운홀 미팅이 열린 광주는 민주주의의 상징 도시다. 그래서 시작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민주주의 도시에서 참여 정치 실험이 출발한 셈이다. 정치적 상징성과 정책 토론이 동시에 담긴 출발이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참여 정치의 실험이 한 공간에서 만난 장면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인공지능 산업단지와 미래 산업 전략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광주가 추진하고 있는 AI 산업 전략이 시민 질문으로 이어졌다. 기술 산업이 지역 발전 전략과 연결되는 토론이었다.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 성장 모델이 함께 논의됐다. 미래 산업을 둘러싼 국가 전략과 지역 전략이 동시에 등장한 자리였다.

광주 타운홀 미팅은 정치 상징성과 정책 토론이 결합된 자리였다. 민주주의 도시에서 시작된 참여 정치 실험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컸다. 이후 이어질 전국 순회 토론의 방향을 보여준 출발점이었다. 시민 질문이 정치 의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참여 정치가 실제 정책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첫 장면이었다.

대전, 과학기술 국가 전략의 질문= 두 번째 타운홀 미팅이 열린 대전에서는 과학기술 정책이 중심 의제가 됐다.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한 국가 연구개발 전략이 시민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과 우주산업, 연구개발 예산 문제가 핵심 화두였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이 시민 토론의 주요 주제로 등장한 자리였다.

대전은 한국 과학기술 연구의 중심 도시다. 시민 질문 역시 연구개발 정책과 과학기술 전략에 집중됐다. 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토론의 중심이 됐다. 과학기술 정책이 단순한 연구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지역마다 
다른 주제

연구개발 예산과 과학기술 인재 문제도 중요한 질문이었다. 과학기술 정책이 단순한 연구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전략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타운홀 정치가 지역 특성과 정책 의제를 연결한 사례였다. 과학기술 정책이 시민 토론의 주요 의제가 된 점도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부산, 해양 경제와 국가 물류 전략=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는 해양 경제와 가덕도 공항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북항 재개발과 해양 물류 전략도 중요한 질문이었다. 부산 경제의 미래와 국가 물류 전략이 동시에 논의됐다. 동북아 해양 물류 중심지로서 부산의 역할이 시민 토론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부산은 한국 해양 경제의 중심 도시다. 시민 질문 역시 해양 산업과 물류 전략에 집중됐다. 지역 경제와 국가 전략이 연결된 토론이었다. 해양 산업이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구조가 시민 질문을 통해 확인된 자리였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 역시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지역 개발과 국가 물류 전략 사이의 균형 문제가 등장했다. 부산 타운홀 미팅은 지역 경제 전략과 국가 산업 전략이 동시에 논의된 자리였다. 항공과 해운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전략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강원, 안보와 관광 사이의 균형= 강원 타운홀 미팅에서는 관광산업과 접경지역 개발 문제가 중심 의제로 등장했다. 군사 규제와 지역 발전의 충돌은 강원도의 오래된 문제였다. 시민 질문 역시 규제 완화와 지역 발전 전략에 집중됐다. 접경지역의 안보 환경 속에서 지역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토론 주제가 됐다.

강원은 관광산업이 중요한 지역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역 경제 전략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 문제가 토론의 중심이 됐다. 사계절 관광과 지역 경제 다각화 전략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접경지역 개발이었다. 군사 규제로 인한 발전 제한 문제가 시민 질문으로 등장했다. 안보와 지역 발전 사이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정책 문제가 다시 제기된 자리였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 여건과 지역 경제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산업 전환 도시들의 고민=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는 산업 구조 전환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섬유 산업 중심 도시였던 대구는 로봇과 미래 자동차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와 산업 재편 문제가 주요 질문이었다. 산업 도시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한 토론 주제로 등장했다.

울산에서는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 전환 문제가 등장했다. 전통 제조업 도시가 전기차와 수소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이 논의됐다. 산업 전환의 충격과 미래 전략이 동시에 등장했다.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경쟁력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산업 안정성
미래 경쟁력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는 조선산업과 지역 경제 안정 문제가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조선업은 한국 산업의 핵심 축이지만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산업 안정성과 지역 경제 구조가 중요한 토론 주제가 됐다. 조선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수도권 내부의 균형 문제= 경기 북부 타운홀 미팅에서는 군사 규제와 접경지역 개발 문제가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수도권이지만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지역이다. 교통 인프라와 산업 유치 문제가 시민 질문의 중심이었다. 수도권 내부의 균형 발전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는 반도체산업 전략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천안과 아산을 중심으로 반도체산업이 성장하는 지역이다. 국가 첨단산업 전략과 지역 경제가 연결된 토론이었다.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성장 전략도 중요한 화두였다.

최근 열린 충북 타운홀 미팅에서는 청주국제공항과 첨단산업 전략이 논의됐다. 충북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지역이다. 중부권 산업 전략 속에서 충북의 역할이 중요한 질문으로 등장했다. 청주공항의 중부권 거점 공항 역할도 함께 논의됐다.

이전 정부의 소통 정치와 비교=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소통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통령이 시민 질문을 직접 받는 방식을 시도했다.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대통령과 국민이 토론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대통령 정치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았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청원 제도’를 통해 시민 참여 창구를 만들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민이 정책 의제를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참여 정치의 통로를 제도화하려는 시도였다. 시민 의견이 정치 의제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시민과 공개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은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이재명정부의 타운홀 정치는 기존 소통 정치와는 다른 형식의 참여 정치 실험이었다. 대통령이 시민의 공간으로 직접 들어간 정치 방식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타운홀 정치의 성과와 과제= 타운홀 미팅은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정치 실험이 확실하다. 대통령이 시민과 직접 토론하는 장면 자체가 새로운 정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행사 전 과정을 생중계로 공개한 점도 정치 투명성을 강조한 시도였다. 대통령 정치의 형식을 바꾸려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했다.

그 자체가 새로운 정치 방식
반영은? 정책 연결성은 과제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질문 선정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시민 참여 방식 역시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토론이 특정 이슈에 편중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여 방식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또 하나의 과제는 정책 연결성이다.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참여 정치가 정치 이벤트로 끝난다면 의미는 줄어든다. 제도적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으로 이어지는 장치가 필요하다.

타운홀 정치, 제도로 남을 것인가= 타운홀 미팅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정치 이벤트를 넘어 제도로 남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시민과 직접 토론하는 장면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그것이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참여 정치의 핵심은 장면이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민 질문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제도가 된다.

세계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방식의 정치가 제도화돼있다. 미국의 타운홀 미팅은 지방 정치와 의회 정치에서 오래된 전통이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시민 토론회와 공론장에서 나온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정치가 시민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제도로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다.

한국 정치도 이제 ‘대통령의 전국 타운홀 미팅이 단순한 정치 이벤트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참여 민주주의의 새로운 제도로 발전할 것이냐’는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시민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타운홀 정치는 하나의 정치 실험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광장서 시작된 정치= 9개월 동안 이어진 전국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대통령 일정 이상의 의미를 보여줬다. 권력의 중심에 있던 대통령이 시민의 공간으로 들어와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장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 변화 자체가 대통령 정치의 형식을 바꾸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권력이 시민과 같은 공간에 앉는 정치가 처음으로 전국에서 반복된 것이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의 물리적 공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같은 권력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강당과 시민 공간에서 정치가 이루어졌다. 권력의 무대가 바뀌자 질문의 내용도 달라졌다. 시민은 지역 산업과 교통, 일자리, 규제 같은 생활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정치가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문제로 연결되는 장면이었다.

추상적 담론
삶의 문제로

그러나 타운홀 미팅이 대통령 한 사람의 정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 질문과 정책 토론이 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그때 타운홀 정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정치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마도 이 대통령의 9개월의 정치 실험에서 시작됐다고 기록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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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