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9.15 01:01
올해도 추석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뜨겁다. 과일·한우·건강식품부터 생활용품과 여행상품까지 할인전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먼저 휴대전화 쇼핑앱을 연다. 명절 선물을 고르고 주문하며 배송 상황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이 이제 이커머스 안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코 여는 쇼핑앱의 국적을 보면 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쿠팡의 모회사는 미국 법인이고,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중국기업이다. 세계 정치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대한민국의 처지가 이커머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만든 거대한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플랫폼이 주도권을 다투고, 한국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추석 대목 장악한 온라인 장바구니= 과거에는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가 명절 경기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지금은 새벽배송과 당일 배송, 예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이 추석 소비를 주도한다. 부모님 댁으로 보낼 선물도,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고기도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주문한다. 명절 소비의 출발점이 매장 진열대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바뀐 것이다. 플랫폼들은 명절 특수
최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농지 처분명령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종전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이제는 “명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이를 지시하거나 직접 명령할 수도 있다. 농지 처분이 지자체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집행해야 할 의무가 된 것이다. 언론 보도만 보면 농사를 짓지 않는 순간 곧바로 땅을 빼앗기거나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처분명령은 외지인이 농지를 소유했다거나 잠시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았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질병과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농지은행을 통해 적법하게 임대한 농지는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 25%의 이행강제금도 이번 개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2021년 농지법 개정 때부터 시행됐고, 이번에는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자의적으로 생략하지 못하도록 집행체
11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서 접촉한 자살 시도자의 정보가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신속히 연계되지 않거나 상담과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소방·응급실·정신건강복지센터 중 한 곳에서 연결고리가 끊기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놓인 사람이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자살 시도자 관리체계부터 빈틈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살 예방 정책에는 이보다 더 큰 빈틈이 있다. 지금의 정책은 자살을 시도했거나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사람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번이라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자살 위험자가 사전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거나 주변에 뚜렷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불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때 이를 막아낼 현장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으로 전년보다
정치권의 개헌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출발점으로 제시하면서 권력구조 개편도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언급하면서도 “연임하지 않겠다”거나 “재판받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임기 연장과 재판 지연을 위한 개헌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성일종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앞서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도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정 회장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지난 8일 오후 김민석 대표를 만나 1987년 개헌 이후 8명의 대통령이 개헌을 약속하거나 공약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한국전력공사 차기 사장 인선이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중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한 가운데 최종 추천 후보가 이 기간 안에 결정돼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장관 제청, 한전 임시주주총회 의결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9월 말이나 10월 초 새 사장이 취임할 수 있다. 당초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종환 전 한전 부사장,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정 전 사장이 빠지고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보 추천안이 한전 이사회에서 아직 정식 의결되지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후보군이 실제로 바뀐 것인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조정된 것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한전 안팎에서는 전문성과 경영 능력보다 정치적 관계와 지역적 이해가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후보 선정은 단순히 한전 사장 한 사람을 고르는 절차가 아니라, 이재명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의 수장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 필자의 칼럼을 읽은 친구가 한마디 했다.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집에서는 아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대통령 된 지 1년 조금 지났는데 벌써 그렇게 평가해요? 좀 더 지켜봐요.” 그런데 뜻밖에도 평소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지인까지 같은 말을 했다. “나도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한다고 봐.” 서로 정치적 생각도 다르고 이재명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른 세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하자 필자도 생각해봤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주고 평가해야 할까? 취임 100일이면 충분한가, 1년이면 되는가, 아니면 임기 절반은 지나야 하는가. 이 대통령의 5년 임기를 정치의 시간표가 아니라 자연의 시간표 위에 올려놓아 봤다. 그랬더니 지금 이재명정부가 어디쯤 와 있는지가 의외로 선명하게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4일 임기를 시작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은 60개월이고 이를 4등분하면 15개월씩이다. 첫 15개월을 봄, 두 번째 15개월을 여름, 세 번째 15개월을 가을, 마지막 15개월을 겨울이라고 해보자. 물론 달력의 계절이 아니라 대통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불과 248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17일이나 빨리 7000억달러 고지를 밟았고, 지금 추세라면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조달러도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은 ‘수출 신기록’과 ‘수출 강국’이라는 말로 이 소식을 반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를 향해 계속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도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12월 초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093억달러를 수출한 한국은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선다면 일본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4위 규모로 올라설 수 있다. 인구 5200만명도 안 되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수출 4강의 문턱
정부가 지난 1일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첫 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거점국립대 3곳을 선정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도록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은 20곳이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모두 제한되는 대학이 16곳, 일부 제한되는 대학이 4곳이다. 이제 어느 대학이 다음에 문을 닫을지를 넘어 대학 자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8월15일에는 사립대학 구조개선법도 시행됐다. 경영 위기에 놓인 사립대학의 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은 해산과 청산까지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법은 2035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갖는 한시법이다. 앞으로 약 10년이 대한민국 사립대학의 운명을 가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그 해법의 출발점을 대학 숫자가 아니라 ‘대학생’의 정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조조와 유비, 관우와 장비, 제갈량은 안다. 적벽대전과 도원결의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중국 위·촉·오의 역사는 서진 시대인 3세기 후반, 역사가 진수(233~297)가 편찬한 정사 <삼국지>에 기록됐고, 훗날 원말·명초인 14세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통해 거대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그 결과 약 1800년 전 중국의 정치인과 장수들이 지금도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역사적 인물이 문화적 인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에게도 고구려·백제·신라라는 삼국이 있었는데 왜 중국의 <삼국지연의>에 견줄 만한 ‘한국판 삼국지’는 없을까.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근초고왕과 진흥왕, 선덕여왕과 김춘추, 김유신과 계백, 연개소문과 의자왕까지 인물의 면면만 놓고 보면 중국 삼국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쟁도 있었고 외교와 동맹, 배신과 복수, 사랑과 충성도 있었다. 이야기의 재료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우선 중국의 삼국시대와 우리의 삼국시대는 역사의 길이부터 크게 다르다. 중국의 위·촉·오 삼국시대는 위나라가 세워진 220년부터 오나라가
며칠 전 한의원 원장, 방송국 국장과 함께 서울 교대역 근처 바지락칼국수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방송국 국장이 취재 이야기를 꺼냈다. 네팔처럼 먼 나라에서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가 현장에 곧바로 들어가기 어려워 우선 들어오는 영상을 보여주며 국내 전문가들이 상황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을 보고 설명하는 것과 기자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는 현장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의원 원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우리 몸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내시경도 결국 눈에 보이는 영상을 의사가 해석하는 것이잖아요.” 위내시경은 위 안으로 들어가지만 주로 점막을 보고, 대장내시경도 장의 안쪽 표면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상을 찾는 데는 뛰어나지만 장기 조직 깊숙한 곳의 변화까지 직접 보는 것은 아니라며 그는 “지금의 내시경은 장기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외시경에 가깝다”고 했다. 필자도 한마디 보탰다. 시사칼럼 역시 인터넷 기사와 통계, 자료만 모아서는 살아 있는 글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자료를 모으고 크로스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면 당사자나
정치권에서 사람 쓰는 것을 인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정부의 인사를 보면 사람을 ‘쓰는 것’인지 ‘이용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지난해 말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을 때 정치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이번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고 두 사람 이름에는 똑같이 ‘혜’가 들어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지명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철학과 능력,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장관 후보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특정 후보자에게 야당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다른 인사의 검증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물소떼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를 평가하면서 각료를 한 명씩 발표하지 말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물소들이 포식자가 기다리는 강을 건널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가 지난 1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기존 ‘델리민주’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민주당TV의 약칭은 ‘민티’, 아침 프로그램 이름은 ‘민티07’이다. 오전 7시부터 생방송하며 김민석 대표가 첫 방송에 직접 출연해 주요 현안과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2주간 시험 방송을 거쳐 오는 14일부터 평일 주 5일 정규방송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당에서 생산되는 뉴스와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기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첫 방송에서 그날그날 민주당의 기조를 엄선해 전달하는 ‘기조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단순히 회의나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채널이 아니라 진보와 중도를 아우르는 열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정당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과 당원에게 정책과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반응을 바로 확인하겠다는 취지만 놓고 보면 이해할 만하다. 유튜브가 정치 소통의 중요한 무대가 된 현실을 정당만 외면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방송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방송 시간이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겹치는 오전 7시로 잡히면서 민주당이 김씨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법리가 뒤집히지 않는 한 임기 후 재개될 2심에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통해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면 정치적·법적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권과 정치적 뿌리를 공유하는 조 원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조 원장의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무겁다. 검찰의 기소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그것이 조작됐다는 사실부터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했다고 조작 기소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이 조작이라고 규정한다고 법적으로 그렇지도 않다. 문제가 있는 검사가 있다면 법무부나 대검찰청의 감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등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조작 기소’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공소부터 없애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특히 새겨들을 대목이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다면 반드시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장동이나 대북송금 사건을 포함해 이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나
오늘 9월1일 정기국회가 막을 올린다. 국회는 오후 2시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을 열고 12월9일까지 100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정기국회는 임시국회와 무게가 다르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정부를 감사하고 법률을 만들며 다음 해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을 결산하고 다음 1년을 설계하는 기간이다. 올해 임시국회는 1월부터 8월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열려 모두 여덟 차례, 220일간 회기를 이어왔다. 90%가 넘는 기간 국회가 회기 중이었던 셈이다. 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와 재난 안전,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한 것은 성과다. 그러나 특검과 사법개혁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와 강행 처리, 본회의 파행이 되풀이됐고 부동산 등 주요 민생 현안은 정기국회로 넘어왔다. 국회 문은 오래 열려 있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큼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기국회가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국정감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잘못된 행정은 없었는지를 따져 묻는다. 두 번째는 입법이고
우리는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배워왔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하루 2리터 물 마시기, 피부를 위해 물 마시기, 다이어트를 위해 물 마시기까지 물은 건강의 상징처럼 돼 왔다. 생수·정수기·기능성 음료·수소수·미네랄워터 등 거대한 건강산업도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믿음과 함께 성장했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상식 앞에 “과연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은가”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 한의사가 있다. 최근 신간 질병을 보는 새로운 눈 <담음병리학>을 펴낸 안양 백제한의원 이진홍 원장이다. 1987년부터 약 40년간 환자를 진료해 온 그는 남의 이론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임상과 사유를 하나의 병리체계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도전적이다. 몸을 구성하는 진액의 총량과 구성 비율이 달라지고 정체·축적되면 조직과 기능에 변화가 생겨 질병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진액 총량 구성 비율 ▲물은 생명이라는 말의 절반= 물은 분명 생명의 근원이다. 인체에서 물은 혈액량을 유지하고 영양분을 운반하며 체온을 조절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래서 탈수는 위험하고 더운 날이나 운동할 때는 평소보다 많은 수분이 필
지금 네팔은 대홍수의 상처 한가운데 있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급류가 마을을 덮치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사람이 실종됐다. 도로와 다리가 끊기고 주택과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되면서 국가적 재난으로 번졌다. 세계의 시선은 히말라야의 참혹한 자연재해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대홍수를 보면서 네팔에서 오래전부터 계속돼 온 또 하나의 ‘대홍수’를 떠올렸다. 일자리를 찾아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청년들의 대홍수다. 네팔은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자리한 작은 내륙국가다. 북쪽으로 중국 티베트자치구와 맞닿아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인도와 국경을 공유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는 교통과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지만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제공하는 최고의 자산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인도와 밀접하고 최근에는 중국도 도로와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네팔의 숙명이다. 문화적으로도 네팔은 두 문명권이 만나는 곳이다. 국민 다수가 힌두교를 믿지만 부처의 탄생지 룸비니를 품은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자연과
며칠 전 포천 산자락에 있는 한정식집을 찾았다. 계곡을 끼고 난 도로를 따라가는데 양쪽 산자락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햇볕도 잘 드는 곳에 멋진 별장과 전원주택 서너채가 자리 잡고 있었고, 필자가 찾아가는 한정식집도 그 마을에 있었다. 반대편은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 낡은 집 두어 채가 겨우 자리 잡고 있었다. 도로에서 바라보면 어느 쪽이 살기 좋은 곳이고 어느 쪽이 명당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한정식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자동차 워셔액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마침 길 건너 산비탈 쪽에 허름한 카센터 하나가 보여 차를 세웠다. 카센터 주변에는 오래된 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폐자재 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고 옆에는 낡은 집 몇 채가 있었다. 워셔액을 보충하는 동안 카센터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계곡 건너편 별장마을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가 “건너편은 정말 좋은 동네네요. 저 정도면 명당이라고 하겠어요”라고 하자 주인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사람들은 다 저쪽이 명당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여기가 명당입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눈앞의 모습만 비교하면 아무리 좋게 봐도 이
북한 경제에 최근 주목할 만한 숫자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2023년 3.1%, 2024년 3.7%에 이어 2025년까지 3년 연속 3%대 성장이다. 한국은행은 북·러 경제협력 확대와 대중 무역 증가, 국가 주도의 지방개발 사업 등이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업은 6.6%, 건설업은 6.3% 성장했고 대외교역 규모도 31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이 숫자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보통 한 나라가 수출입을 제한받고 원유와 정제유 반입까지 통제되며 해외 노동자 파견과 금융거래가 차단되면 경제가 위축되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로 북한도 강력한 국제 제재가 본격화된 직후에는 경제가 크게 후퇴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재가 풀린 것도 아닌데 오히려 3년 연속 3%대 성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단순히 ‘제재를 계속하면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지금도 유효한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의 경제제재가
요즘 TV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뉴스 아나운서부터 기상캐스터, 기자, 시사프로그램 패널까지 긴 머리를 한 여성 상당수가 머리카락의 한쪽을 어깨 앞으로 내려놓고 등장한다. 한쪽 긴 머리는 뒤로 두면서 다른 한쪽만 가슴 앞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모습이다. 필자는 이 모양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말꼬리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한쪽 어깨 앞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 끝이 마치 말꼬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용실에서 공식적으로 ‘말꼬리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헤어스타일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말꼬리 스타일’은 긴 머리 한쪽을 어깨 앞으로 빼내 가슴선을 따라 길게 늘어뜨린 방송 여성들의 머리를 필자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붙인 표현이다. 얼굴 옆선을 감싸는 앞머리인 ‘사이드뱅’과도 다르다. 필자가 말하는 ‘말꼬리’는 긴 본머리 한쪽을 어깨 앞으로 길게 내려놓은 모습이다. 채널을 돌려도 비슷한 머리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물론 모든 여성 방송인이 이런 머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단발도 있고 묶은 머리도 있으며 짧은 커트도 있다. 그러나 긴 머리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넣고 한쪽만 어깨 앞으로 내려놓는 스타일이 요즘 방
검찰청 폐지를 한 달여 앞두고 경찰개혁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경찰의 기강해이와 치안 문제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 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앞으로 경찰이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김민석 대표 직속 경찰개혁추진단 설치를 발표했다. 단장은 변호사 출신 김남희 의원이 맡고, 10명 안팎의 위원 가운데 절반을 전문가·시민사회·피해자 대표 등 외부 인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과 오는 검찰청 폐지 이후 커질 경찰 권한을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대통령과 여당이 같은 날 경찰개혁을 화두로 던졌다는 것은 지금이 형사사법개혁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의미다. 오는 10월2일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검사의 직접수사권도 사라지면서 일반 형사사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