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성남시-마이다스아이티 ‘허술한’ 매매계약서

‘다만’ 문구에 70개월 밀린 공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공사를 하다가 피치 못한 사정으로 중단한 게 아니다. 아예 삽질 한번을 안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금싸라기’라고 하는 땅이 5년 넘게 놀고 있다. 그동안 건물을 세웠어도 두 채는 올렸겠다는 한 시민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입지 조건이나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목 좋은 곳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 이 땅에 존재하는 건 잡초뿐이다. 수백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한 업체는 각종 이유를 들어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고 있다.

텅텅 빈
금싸라기

정자동 163번지에는 원래 보건소가 들어서기로 돼있었다. 분당구 인구가 늘어나는데 보건소는 부족해 그 땅에 짓기로 한 것이다. 원래대로면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섰어야 했지만 성남시가 재정수입을 확보하고 민간투자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2832.2㎡, 약 850평에 이르는 시유지를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20년 벤처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정자동 163번지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2020년 2월14일 성남시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4월 토지 소유권이 이전됐다. 매각대금은 424억원에 이른다.

당시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유지 매각 사실을 알리면서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들어선다고 밝혔다.

의아한 점은 2015년 성남시가 공공청사 부지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까지 매각한 땅이 왜 여전히 놀고 있는지다. 일반적으로 매매계약이 이뤄지면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정자동 163번지의 매도인은 성남시다.

매수인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성남시는 마이다스아이티에 정자동 163번지를 팔면서 ‘지역사회 기여 계획’을 검토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 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으면서 지역주민이 누릴 예정이었던 혜택들도 연기된 상태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일요시사>는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가 작성한 ‘시유재산(토지) 매매계약서’와 그보다 앞서 진행한 ‘정자동 163번지 시유지 매각을 통한 벤처기업 집적시설 설치·운영 협약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계약서는 A4 용지 5장 분량, 매매계약에 앞서 2020년 1월3일 맺은 협약서는 17장 분량이다.

<일요시사>는 ▲마이다스아이티와 성남시가 정자동 163번지의 매매계약을 맺은 과정 ▲계약 및 협약 내용 ▲계약 이후 상황 등을 들여다봤다. 시유지 매각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5년에 계획이 수립됐고 2020년 은수미 전 성남시장 때 최종 계약이 이뤄졌다.

424억 걸린
계약서 5장?

▲어떻게 마이다스아이티가? = 정자동 163번지 매각 과정에는 부침이 많았다. 기업 유치를 위해 정자동 163번지를 매각하는 안건은 2016년 성남시의회에서 두 번 부결된 끝에 세 번 만에 가결됐다. 매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2017년 5월 성남시가 정자동 163번지를 팔겠다고 공식화하면서다.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모 계획’을 발표했고 2018년 5월 보안 인증 기업 드림시큐리티가 적격자로 선정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는 2020년 8월 완공을 목표로 993억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의 소프트웨어 진흥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림시큐리티가 2018년 10월 매입 의사를 철회하면서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성남시는 재차 시유지 매각을 시도했고 2019년 3월 마이다스아이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정자동 163번지를 사고 팔았다는 점이다.

성남시는 <일요시사>의 취재에 “정자동 163번지 공유재산을 활용해 우수기업 유치 사업을 추진했지만 2회 공모 결과 무응찰로 유찰됐다”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근거해 (수의계약을) 추진했다”고 답했다. 이후 2020년 1월 협약, 2월 매매계약, 4월 소유권 이전 등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한가지 포착됐다. 마이다스아이티에 정자동 163번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있는지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13~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십억원대 사이버 견본주택을 발주할 당시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2019년 ‘2년 입찰 제한’을 받았다.

같은 이유로 2018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LH가 부과한 입찰 제한 기간은 마이다스아이티가 정자동 163번지 매입을 위해 성남시와 논의하던 때와 겹친다. LH 측은 “(LH에서) 제재를 받았다고 해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건 아니”라면서도 “지자체에서 입찰공고를 낼 때 업체가 받은 제재 등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마이다스아이티와의 매매계약은 첨단산업육성위원회 심의를 거쳐 진행했다”며 “(마이다스아이티의) 입찰 담합과 관련해서는 마이다스아이티에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일요시사>의 취재에 우선협상대상자 공모에 참여한 시기는 LH로부터 입찰 제한 제재를 받기 전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밝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모 참여 시기는 2018년 12월10일이다. 성남시가 정자동 163번지 우수기업 유치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은 전 시장에게 보고한 시점은 2018년 12월7일, 마이다스아이티의 주장대로라면 시장 보고 후 사흘 만에 우선협상대상자 공모 절차가 시작된 셈이다.

이후 2019년 5월 첨단산업육성위원회 회의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석연찮은
선정 과정

▲재매수권? 면책 조항? 다만? = 정자동 163번지 개발은 크게 보면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의 공동사업이다. 실제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가 맺은 협약서 3조에 양측이 정자동 163번지 개발에서 맡은 역할이 명시돼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건물을 세우고 성남시는 이 과정에 필요한 제반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협약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12조에 기재된 ‘재매수권’ 관련 조항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정자동 163번지 부지를 제3자에게 양도하려면 성남시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경우 성남시가 우선 재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재매수 가격은 토지는 매각 가격, 건물은 감정가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자동 163번지가 5년 넘게 공터로 있는 상황을 지적한 국민의힘 정용한 성남시의원은 지난 10월 시정연설에서 이 협약서의 ‘재매수권’ 조항을 언급했다. 당시 정 시의원은 “만약 건축허가가 취소되더라도 마이다스아이티는 최초 매각금액으로 성남시에 땅을 되팔 수 있다”며 “기업은 땅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며 사업을 지연해도 손해볼 것이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매매계약서 검토 과정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이 손해 면책 조항을 삽입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반영된 사실도 드러났다. 매매계약서 5조 ‘원상복구 및 손해배상의 책임’ 조항이다.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가 매매계약을 맺기 전 세 곳의 법무법인이 계약서를 법률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계약서 5조 4항은 ‘매수인의 책임은 천재지변, 정부 규제, 법령의 개폐 또는 사회통념상 이에 준하는, 매수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상호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우수기업 유치 대상자 결정에 따른 정자동 163번지 매매계약서 검토 보고’ 자료에 따르면 ‘상호 협의한다’는 부분은 원래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상호 협의 하에 경감 될 수 있다’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변호사는 “원래 문구는 계약 해제의 책임을 마이다스아이티에도 일정 정도 지우는 내용이었지만 ‘상호 협의한다’로 바뀌면서 때에 따라서는 마이다스아이티가 아예 책임지지 않아도 되게끔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약서에 기재된 ‘다만’이라는 문구가 성남시와 마이다스아이티의 ‘방패’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약서 9조(개발용도 및 개발기한 지정) 3항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착공 신고를 해야 한다. 착공 신고는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이제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지자체에 알리는 절차를 말한다.

협약서 내용대로라면 마이다스아이티가 정자동 163번지의 소유권을 확보한 시점은 2020년 4월13일, 즉 2022년 4월12일 이내에 착공 신고를 해야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아디스아이티는 2022년 3월10일 착공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성남시는 엿새 뒤인 3월16일 승인했다. 2023년 2월22일에도 마이다스아이티는 착공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했고 성남시는 같은 해 3월7일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건물을 짓기 전 허가를 받는 절차인 건축허가는 2022년 12월19일에 신청해 2023년 4월7일에 완료됐다. 그리고 이듬해 4월22일 건축물 착공 신고가 수리됐다. 소유권이전 기준으로 4년 만에 착공을 위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해당 조항에 따라붙은 일종의 단서 문구 덕분이다. 협약서에는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마이다스아이티는 성남시와 협의해 공사 착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성남시와 협의해’ 등의 문구가 양측의 의무와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실제 성남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건축법 11조의 내용을 준용해 우수기업 유치 제안요청서에 토지 사용 가능 시기로부터 2년 이내 공사에 착공할 것과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성남시와 협의를 통해 개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이다스아이티가 제시한 ‘불가피한 사유’를 묻자 “비공개 사항”이라고 답했다.

성남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절차 자체가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건축허가를 득한 뒤에 착공 신고를 하는 게 순서인데, 마이다스아이티는 두 번이나 착공 연장부터 신청했고 성남시는 그걸 받아들였다. 건축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공사 나중에 할게요’라고 말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한 변호사는 “성남시는 건축허가 취소, 계약 위반에 따른 해제 등 행정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협약서에도 해지 조항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내버려 두고 있지 않나. 또 불가피한 사유라는 문구도 너무 두루뭉술하다. 400억짜리 거래인데 이렇게 허술한 계약 사례는 처음 본다”며 “어떤 배경인지는 몰라도 성남시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제3자 고발 등을 통해 성남시에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협약서 10조(협약의 해지)에 따르면 성남시는 사유에 따라 마이다스아이티와의 협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협약서에 기재된 협약 해지 사유는 총 7가지다. 이 중 마이다스아이티의 귀책사유로 협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곤란한 경우, 미리 협의한 개발 용도 및 개발 기한, 사업계획 등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등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성남시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상황을 용인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정자동 사옥 건립 계획은 ‘외관은 성남시민을 위한 선물, 내부는 구성원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성남시와의 협의에 따라 더욱 좋은 공간을 제공하고자 설계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사옥 건립이 다소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 상반기까지 설계 변경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각 당시 2023년 완공을 예고했던 건물이 2026년에야 첫 삽을 뜬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확정 시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내부 레이아웃 변경 및 건축물 외관 디자인 변경에 따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건축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착공 시점은 내년 4~5월경으로 예상된다.

▲의심의 눈초리?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다스아이티가 공사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적절한 시점에 땅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자동 163번지의 토지 시세는 1000억원을 호가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로서는 성남시의 승인만 받으면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할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시세차익으로만 수백억 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확정 안 된
첫 삽 시기

마이다스아이티는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성남시와의 계약상 의무를 준수해 반드시 정자동 사옥을 완공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마이다스아이티의 부인에도 현 상황을 바라보는 성남시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한 성남시민은 “이미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늦어도 한참 늦은 상황”이라며 “성남시의 직무유기, 마이다스아이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시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박탈당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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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