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륙’ 한동훈 진짜 속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3.09 12:00:47
  • 호수 1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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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 입성’ 나선 이유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박3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제명됐지만, 국민의힘의 본가 격인 지역을 방문해 ‘보수의 적자’란 입증을 받으려고 한다.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이 갖는 전략·전술적 함의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부터 3일 동안 대구를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29일 한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대구를 방문했고, 제명 이후엔 첫 방문이다.

제명 후
첫 방문

오는 6월3일엔 지방선거·재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이와 관련된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돌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한 전 대표 제명 직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게 본인의 변수를 키울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안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나란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맞대결할 것”이란 추측도 돌았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한 전 대표와 조 대표가 전 의원의 지역구 부산 북갑에서 맞붙을 것”이란 형태로 변형됐다.

한 전 대표에 이어 제명된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출마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한다”며 “부산·대구에 지역구를 둔 참모들도 ‘출마할 수 있으면 좋겠다’거나 ‘출마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시·도지사 선거보다 재보궐선거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대구에 출마할 경우는 국민의힘 내 대구시장 후보가 결정된 이후 출마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사퇴 시한은 오는 5월4일이다.

국민의힘이 대구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하고, 이때 시장 후보로 선출돼 사퇴하는 의원의 지역구에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유영하(달서갑) 의원 ▲윤재옥 의원(달서을) ▲주호영 국회부의장(수성을) ▲추경호 의원(달성군) ▲최은석(동구·군위갑) 의원(이하 가나다순) 등이다.
원외 후보 중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상 가나다순)이다.

한 전 대표의 대구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선 그의 대구 방문을 강하게 경계·비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당권파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김예지·박정훈·배현진·안상훈·우재준·정성국·진종오 의원과 국민의힘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에선 그날 바로 제명됐을 사안”이라며 “당원의 뜻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는 집단지성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박3일 방문…국힘 이어진 ‘벌떼 비판’
시도지사 선거 아닌 재보선 출마 사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2일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의원들에 대해 “해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억울하게 제명됐는데, 저와 동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보수 정치인이 할 일이냐”며 “해당행위가 아닌 해장 행위”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 같은데, 이는 한 전 대표의 체급을 스스로 깎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대표의 해당행위 발언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선거 출마는 자유지만, 어떤 선택이 국가에 이득이 되고, 본인의 정치 일정에 도움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등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애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지난 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당의 후보가 아닌 무소속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분의 행사에 호응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정치 도의 이전에 상식의 문제고, 논란의 여지 없는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선택해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 출마하는 취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당권파가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을 강하게 경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대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본가·텃밭이다. 한 전 대표가 대구 재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되면, 한 전 대표는 보수의 적자라고 인정받는다.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부산 북갑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민주당 소속으로 3회 당선됐지만, 현재는 국민의힘 6선 중진 의원이다. 민주당 최인호(사하 갑)·박재호(부산 남구) 전 의원은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까지 했다가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전 의원은 현재 부산 유일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댐을 무너트릴 수 있는 ‘구멍’을 자신의 힘으로 메우고 당당히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명분을 만들 수 있다.

해당 행위?
해장 행위?

한 전 대표가 부산·대구의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면, 장 대표 등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국민의힘 당권파도 정치적 명분·정당성을 잃는다. 만약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까지 겹치면, 지도부가 무너질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장 대표의 향후 정치적 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송 원내대표가 “한 전 대표의 체급을 스스로 깎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던 이유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선거 출마 행보가 서울·부산 등 격전지 광역자지단체장이 아닌 재보궐선거 출마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정치 상황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내 유력한 대권주자 중 1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장동혁 지도부에 당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접수를 포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5선 했지만, 국회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초선 임기만 마무리했다. 여의도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국민의힘과의 거리도 멀어졌단 평가는 오 시장을 꾸준히 따라다니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오사카부지사는 지난 2월 3선에 성공했고, 일본유신회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부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정당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후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되기까지 1년 동안 여의도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질 시간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1년을 활용해 친이(친 이명박)계를 형성해 경선·본선을 다졌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 당시 원외 정치인으로서 설움을 맛봤다. 원래 국회 본회의장엔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당시 한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 있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2024년 12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신변 보호를 위해, 내가 본회의장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을 선택해 비판 받았다. 이 대통령도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오랫동안 지내면서 국회의원 경험·기반이 없었다. 일각의 비판을 감수한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은 지난 2024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빛을 발했다.

따라서 한 전 대표에게 국회 입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해 친한(친 한동훈)계의 결속을 다진 후 친한계 외연 확장→당권 장악→대여 투쟁→대권 도전 등 흐름으로 정치 일정을 진행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선택해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 일단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한계가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의 출마지에 당력을 모두 기울여 한 전 대표의 국회 입성 저지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선택?
필수!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 대표 등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쉽게 당선되도록 꽃길을 깔아주지 않기 위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한 전 대표에게 맞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에 이어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던 배현진 의원에 대해서도 지난달 13일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확정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법에 징계 처분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배 의원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민의힘이 징계 사유에 관한 충실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균형을 벗어난 징계 양정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배 의원이 피보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3일부터 3일 동안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전화 면접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달 2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45%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집계됐던 16% 다음으로 적다.

대구·경북에선 양당이 각각 28%의 지지율을 얻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민주당이 39%의 지지율을 얻었고, 국민의힘은 23%의 지지율을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민주당도 대구·경북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대구 2·28 민주화운동 기념탑을 참배한 후 2·28 민주화운동 기념회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승리해 대구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정해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양한 압력에 직면한다. 친한계가 한 전 대표를 뒷받침하면, 당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보수 매체들은 이미 장 대표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한 지 오래다.

지지율 17%? 민주당도 대구 공략 시동?
가긴 갔는데…보수 적자 입증 방법은?

장 대표가 전씨·고성국씨 등 일부 유튜버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세력만으로 이 모든 압력에 맞서긴 힘들다. 천하의 명장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포위 공격엔 답이 없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일으킨 고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바르카스도 포위 공격은 이겨낼 수 없었다. 당시 공화정 로마는 파비우스의 지구전 전략을 대전략으로 채택한 후 ▲스키피오 가문의 에스파냐 공략 ▲마르켈루스의 시라쿠사 공략 등 전선을 광범위하게 확장하면서 보급로 차단에 주력해 한니발을 물리쳤다.

이런 상황을 물리친 전례로는 56만명 규모의 반 항우 연합군을 불과 3만명의 군대만으로 물리친 항우의 팽성 전투 승리 사례가 있다. 하지만 항우는 불멸의 야전 사령관이었고, 연합군은 팽성 함락 후 기강이 매우 해이했단 사실을 참작해야 한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공략의 한 축이 돼 재보궐선거에서 이겨 금배지를 다는 전술적 승리를 거두면, 전략적 승리까지 함께 거둘 수 있다.

<손자병법> 허실편엔 ‘공기소필구’란 문구가 나온다. “적이 반드시 구하러 올 수밖에 없는 곳을 공격하라”는 의미를 가진 표현이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대표의 대구·부산 방문을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단 것은 한 전 대표의 전술적 선택이 통했단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 전 대표의 대구·부산 방문 그 자체가 전략적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판을 흔들어 전술·전략적 승리를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항우가 유방과 맞서는 사이 꾸준히 항우의 근거지 팽성을 습격하면서 보급로를 끊고 후방을 교란했던 군벌은 팽월이었다. 팽월은 게릴라전의 명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한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거두려는 승리는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이탈리아 원정 성과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나폴레옹 1세는 오스트리아군·영국군의 해상 보급 차단에 맞서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이어 오스트리아를 돕던 사르데냐 왕국·밀라노 공국을 연결하는 산악지대를 점령한 후 오스트리아군과 이들의 연결을 끊었다. 이어 아르콜 다리 전투·리볼리 전투 등을 치르면서 연이어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해 이탈리아반도 북부를 장악했다.

이후 나폴레옹 1세는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종신통령을 거쳐 황제에 즉위했다.

두 가지
성공 조건

한 전 대표로선 대구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선 소규모 유격전 성공과 대규모 포위망 돌파를 모두 이뤄내야 한다고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아직은 전장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이에 대비한 상륙작전은 치렀다. 한 전 대표의 본가 입성·적자 입증은 성공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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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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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