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이재명 안갯속 앞날

총선 끝나면 더 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의 결과는 당 수뇌부의 정치생명과 맞물려 있다. 이기면 자리를 보전하고 지면 내려와야 한다. 이는 그간의 선거서 공식처럼 적용된 정치판의 법칙이다. 4·10 총선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가 유독 주목받은 선거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를 치른 야당 대표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쪽이 이기면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 국회의원 선거는 300석의 자리를 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쟁하는 정치 이벤트다. 지역구서 254명, 비례대표로 46명을 뽑는다. 사전투표 이틀, 본투표 하루 등 사흘 동안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고 정당의 운명이 갈린다. 

한쪽은
죽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제3지대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공천 파동으로 인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결과다. 이 과정서 눈길을 끄는 지점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패배 후 3개월 만인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은 상임고문이었던 이 대표를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생긴 공석이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던 이 대표가 ‘방탄’을 목적으로 선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당선됐다. 이 대표는 4‧10 총선서도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 대표의 맞상대로 공천하면서 인천 계양을은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서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다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직행했다. 국민의힘이 친윤(친 윤석열)‧반윤(반 윤석열) 논란으로 어수선하던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치 경험이 없던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험지나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됐지만 선거에 나가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선거 구도가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로 재편됐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시기상 대통령의 임기 중간 무렵에 열리는 만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선거 구도가 야당 대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4‧10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비대위원장이 더욱 부각됐다. 각 당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과거에 비해 더 높다는 뜻이다. 

선거 기간 3일 재판 출석해
무단 불출석 강제구인 언급

그러다 보니 총선 이후 두 당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이 선거 후 정국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줄줄이 밀려 있는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도중에도 재판에 참석해야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 중요한 순간에 제1야당 대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저의 심정을 우리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선거 전날인 9일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가 현재 연루돼있는 재판은 총 3건이다. 서울중앙지법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등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배임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은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선고 시기가 늦어졌고, 위증교사 사건도 올 초 이 대표가 피습당하면서 재판이 늦어졌다.

결국 이 대표는 총선 기간 중에도 재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겨도
암울해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출석하며 “정말 귀한 13일의 선거 기간이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면서 “이것 자체가 검찰 독재국가의 정치 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강제구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대표를 압박하자 재판에 참석하면서도 볼멘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총선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아 2022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심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 열린 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법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불출석했다. (불출석이)지속된다면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여러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선거 때까지(재판에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판장은 이 대표가 불출석할 경우 강제소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인장 발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구인장은 법원이 심문을 목적으로 피고인 또는 증인을 강제소환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을 뜻한다. 

이 대표가 재판 일정으로 총선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 이후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총선 이후에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이후 정계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거취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판 3건
발목 잡아

특히 위증교사 사건이 변수다. 검찰은 2019년 2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넘겨진 재판 1심서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 KBS 피디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시장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이 같은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검사 사칭 사건은 2002년 이 대표가 분당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기 KBS 최모 피디와 함께 검사를 사칭하며 당시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답변을 받아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이 대표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계가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서 “피디가 검사를 사칭했고 옆에서 인터뷰 중이어서 도와주다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했고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증교사 사건이 터지면서 이 대표는 또다시 벼랑으로 몰리게 됐다. 이 대표가 연루돼있는 대장동 사건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사건은 수사 기록이 적어 올 하반기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서 위증교사에 대한 판단이 한 차례 나온 것이 결정적이다.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아내 김혜경 사건도 8월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봤지만 해당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앨 가능성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위증교사 사건의 1심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같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 멤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 관련 재판이 오는 8월경 선고가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씨는 2021년 8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서 민주당 인사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수원지법 형사13부는 지난 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모두 정했다.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 기일 등을 모두 미리 지정한 재판부는 “오는 8월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이 대표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자신의 수행비서인 배모 경기도 사무관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배씨가 김씨의 지시로 결제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씨 측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기소며 배씨가 결제한지 몰랐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선거마다
족쇄 될 듯

민주당 경선 과정서 대장동 사건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가는 길목마다 족쇄가 되는 모양새다. 모든 당이 총선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서 이겨도 져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대표의 ‘사면초가’ 상태는 언제쯤 끝날까?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5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