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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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