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심판대 오른 여론조사

20대 망신, 21대 반타작, 이번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의 묘미는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는 데 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긴 쪽은 모든 것을 갖지만 진 쪽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총선이 패자에게는 무덤이 되는 셈이다. 패자 외에도 총선 결과를 기다리면서 벌벌 떠는 것이 있다. 바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오차범위 내 접전, 오차범위 밖 우세, 초접전 등의 단어가 언론을 오르내린다. 이 숫자를 근거로 전문가는 결과를 예측한다.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가 희비를 가른다. 오차가 적을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 선거철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무덤이냐

여론조사는 타 후보와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과정서 불공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국이 요동쳤다.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한 업체가 공천 과정서 비 이재명(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 업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이 업체가 당내 경선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사안은 일단락됐지만 경선 탈락자의 재심 요구가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또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연유로 선거 6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이른바 ‘깜깜이’ ‘블랙아웃’ 기간으로 불리는 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선거일에 임박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공표돼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경우 이를 반박하고 시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국회는 법 개정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중앙선관위서 공표 금지기간 폐지 의견을 내고 21대 국회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4·10 총선의 경우 지난 3일 밤 12시까지 조사한 결과만 공표가 가능하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6일 동안 판세가 요동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사전투표 이틀, 본투표 하루 등 총 3일에 걸친 표심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가 다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본투표 당일 방송3사 등이 대규모로 진행하는 출구조사는 1차 성적표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서 KBS, SBS, MBC 등 방송3사 출구조사는 3개 조사기관이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000여개 투표소서 투표자 약 50만명, 선거일 전 사전투표 예측 전화조사에 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 마감 시각인 오후 6시에 방송3사를 통해 공표한다. 

이후 개표를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오면 여론조사 역시 최종 성적표를 받게 된다. 실제 결과와의 차이에 따라 여론조사 무용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격차가 크면 클수록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모종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제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이벤트처럼 느껴질 정도다. 


선거 때마다 무용론 나와
안심번호 사용에 정확도↑

당장 지난 20대 대선서도 여론조사 무용론이 불거졌다.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그 격차는 조사기관마다 달랐지만 승자는 거의 윤 후보였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0.6%p의 초박빙 결과였고 실제는 0.7%p 차이였다. 불과 25만표 차이로 두 후보의 당락이 갈렸다.

여론조사와 비교해 출구조사의 조사 대상은 ‘넘사벽’으로 많다. 1000~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와 수십만명 단위의 조사는 그 오차범위부터가 다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막판 투표장으로 몰린 20~30대 여성의 표심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총선 때는 여론조사 무용론과 허상론이 크게 힘을 받는 시기다. 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는 1당과 2당이 바뀌는 수준으로 예측에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은 총선 직전까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크게 밀렸다. 정당지지율서 큰 차이를 보였고 지역구 민심도 나빴다. 

전문가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이 개헌선인 180석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비록 1석 차이였지만 민주당은 123석,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

제3지대인 국민의당이 38석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19대 총선은 또 반대였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론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압도한 상황이었다. 야권의 승리가 예상됐던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등 야권은 140석에 그친 반면,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던 새누리당은 152석을 차지했다. 

그나마 4년 전에 치른 21대 총선에서는 체면치레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하면서도 그 규모까지는 맞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압승’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국민의힘에 크게 이겼다. 국민의힘은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 

승패가 완전히 뒤바뀐 과거 조사와 달리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일정 정도 소각됐다. 여론조사 과정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안심번호’가 정확도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심번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 전화번호다.

유선과 무선을 혼합해 조사하는 과거 방식과 비교해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활이냐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대 양당뿐만 아니라 제3지대의 등장으로 승패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접전지가 수십 군데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각 당은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있다. 오는 10일 각 당의 후보들이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친다. 여론조사는 승자의 편에 설까, 패자의 편에 설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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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