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브레이크 풀린 민주당 막전막후

시동 걸자마자 거침없는 폭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거대 의석수를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상임위까지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이 반격에 나섰지만 피켓과 목소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민주당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이날 선출된 11명의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모두 야당서 배출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시작부터
갈라지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에 각각 민주당 박찬대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나머지 상임위 역시 모두 민주당 출신으로 ▲교육위원장 김영호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맹성규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정 의원이 선출됐다.

특히 법사위와 운영위는 주요 상임위로 여겨지는 만큼 당의 강경파 의원이 고삐를 쥐게 됐다.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특검법을 다루기 위해 국회의 허들은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 모여 규탄 집회를 벌였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 오늘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며 “이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 놀음에 빠져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의총서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저마다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국회 독식을 규탄한다”고 소리 높였다.

민주당은 이 모든 상황은 정부여당이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국회서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이었다. 민주당이 민의를 받들어 발의한 법안은 법사위 문턱을 겨우 넘었을뿐더러 만일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해 휴지 조각이 됐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나머지 7개의 상임위원장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를 전면 거부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나머지 단추도 마저 끼워야 22대 국회가 본 모습을 갖춘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7개 상임위도 신속히 구성을 마칠 수 있게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를 받아들이는 대신 ‘투 트랙 전략’을 택하면서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임위에 출석하는 대신 15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꾸려 민생 현안을 챙기겠단 구상이다.

민주당은 상임위가 꾸려지자 곧바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는 등 법안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하는 간사 선임안과 소위 구성안 등도 이날 가결했다.

국회의장에 상임위 11개도 ‘쓱싹’
사라진 협치…무리수 두는 속내는?

정 위원장은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지, 관례 국가가 아니다”라며 “법사위는 앞으로 회의를 예정된 시간 정시에 시작하겠다”고 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이날 처리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된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했다. 지난 특검법은 ‘수사외압 의혹’에 국한됐지만 새로 발의된 특검법은 추가로 밝혀진 외압 의혹과 더불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과정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은 상임위에 회부된 뒤 약 20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상정된다. 하지만 이날 야권 의원들은 의결을 통해 이를 생략한 뒤 하루 만에 상정했다. 민주당은 고 채 상병의 1주기인 7월 초까지 해당 특검법을 본회의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이미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안을 특검법으로 해결하는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부터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특검 정국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난달 31일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는 이른바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는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쌍특검법을 재정비해 발의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기존에 다루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비롯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이 추가됐다.

사흘 뒤인 지난 3일에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조작 특검법’이 발의됐다. 여권 측에서는 그동안 발의된 법안이 용산을 공격하는 용도였다면 이번에는 이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민주당 측은 검찰이 이 대표를 표적 수사할 목적으로 쌍방울그룹 주가조작 사건을 대북송금 사건으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 수사를 받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상대로한 ‘술자리 진술 조작 회유’ 의혹이 추가되면서 특별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처럼
방패처럼

이날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이하 대책단)은 특검발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첫 사례”라고 규정했다. 대책단은 “검찰은 전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유린하며 위법 수사와 진술 조작, 증거 날조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며 “정치검찰은 수사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방탄을 위한 특검법’이라는 지적에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위법·범법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며 “방탄 특검으로 몰고 가는 건 비약을 넘어 상상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단독 상임위 개최에 이어 잇따라 발의되는 법안에 국민의힘은 ‘국회 폭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독주’ ‘독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민주당이 속도조절을 하지 않는 데에는 ‘총선 민심’이 뒷받침된다. 상임위 단독 의결이든, 특검법이든 “민주당을 뽑은 민의를 받든 결과”라는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이 민주당에게 준 한 표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 국회를 독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기 직전인 44.6%(4월1주)에서 ▲37.0%(4월2주) ▲35.0%(4월3주) ▲35.1%(4월4주) ▲36.1%(5월1주) ▲40.6%(5월2주)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후 5월3주차는 34.5%로 하락했다가 ▲33.9%(5월4주) ▲33.8%(5월5주) ▲35.6%(6월1주)를 유지하는 등 30%대서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른 사례도 있었다. 국회의장 선거 결과 등이 지지율에 소폭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지만 대체적으로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6일 공휴일 제외)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무선(97%)과 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 걸기 방법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 2.7%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2%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하는 법인데 민주당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며 “여의도 밖에서 국민이 봤을 때 민주당의 독주라고 비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은 환호할지 몰라도 중도층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여야 모두가 서로의 반사이익에만 기대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악순환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집어든
방탄복

민주당은 이 대표 연임에 열쇠가 될 당헌·당규 규정안도 빠르게 처리했다. 최근 민주당은 제80조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자동 정지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일부 중진 의원의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표·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기존 당헌·당규 조항도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도 최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기어코 민주당이 ‘당 대표 사당화’에 정점을 찍었다”며 “이제는 공당의 헌법격인 당헌·당규까지 입맛대로 바꾸면서 이 대표의 독주체제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활주로가 깔릴 것만 같던 이 대표 연임론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사법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데 이어 이 대표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당에 비상이 걸렸다.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과 달리 민주당은 오히려 입법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 리스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법안도 우후죽순 발의된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거대 야당의 방탄용 입법’이라고 다시 한번 소리 높였다.

지난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다.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 원도 함께 선고했다.

재판부가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과 관련된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대북송금 여부를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재판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힐 위기에 처하자 민주당은 지난 3일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으로 맞섰다. 특검을 통해 검찰의 사건조작 실체를 전 국민에게 명명백백히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형법 개정안인 ‘수사기관 무고죄’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수사기관이 타인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행위에 가담할 시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화영 실형에 이재명 기소
비상 걸린 당, 법안만 줄줄

민주당은 법원을 대상으로 한 ‘법 왜곡죄’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판사·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 혹은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만일 해당 법안이 입법되면 피의자가 재판에 불복해 판사를 고발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의원 개개인의 생각을 모두 알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 (연임에)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민주당이 각종 특검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나. 자승자박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검사 탄핵 카드도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사 과정 등에서 검찰의 위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진욱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쓴다면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와 검사장의 탄핵소추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검사가 의도를 갖고 사건에 특정 프레임을 씌워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이라며 “검사에게 책임을 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탄핵’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했다. 위원장과 간사는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유상범·주진우 의원이 각각 맡았다.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법부 파괴도 모자라 사법부도 파괴하려고 들고 일어나기에 우리가 전면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에 특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기소된 뒤 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는 “어떻게든 (사법 리스크를)피해 보려고 특검법도 발의하고 검사·판사 탄핵에 판사 선출제를 운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이 대표의 방탄 국회가 될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앞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위기에 처한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만하다고도 비꽜다.

싸우다
끝날라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이다. ‘국회 독식’ ‘국회 독주’라는 단어에 비교적 덜 타격을 받는 위치에 있다. 정부의 거부권이 계속된다면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그만큼 희석된다. ‘여당의 국회 독식’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여의도 곳곳서 울려 퍼지는 파열음이 국회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성장통’에 비유되기도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금만 참고 기다려준다면 일하는 국회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그동안 민주당을 따라다니던 ‘180석 무용론’을 끊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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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