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숨은 킹메이커’ 신계륜 살벌한 경고

“안전한 길로만 가면 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으로 겪을 수 있는 흥망성쇠를 다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고 사건에 연루돼 감옥에도 갔다.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장면마다 지근거리에 자리했다. 지난해 복권돼 8년 만에 다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내릴 판결에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달려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탄핵 심판 사건에 또 하나의 변수를 던졌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변수가 많아 전문가들 사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

정치권은 변수가 등장할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탄핵 인용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러면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장외로 나서는 의원들을 말리진 않고 있다. 그 사이 국론은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 정국서 나타난 일련의 정치적 흐름을 읽지 못하면 본선서 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탄핵 반대 세력이 거대해진 점에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탄핵 찬성, 반대 집회에 모두 참석해 봤다는 그는 “(탄핵 반대 집회에)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0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에 선출된 신 전 의원은 그해 5월 ‘서울의봄’ 당시 학생들을 이끌고 계엄령 철폐 시위에 나서는 등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서 있던 인물이다. 1991년 신민주연합당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던 그는 14대, 16~17대, 19대 총선서 당선돼 4선을 지냈다.


신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에 나섰을 때는 청년위원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후보 비서실장으로 역할을 했다. 민주당서 나온 3명의 대통령 가운데 2명의 당선에 기여한 것이다. 동시에 17대 국회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2017년 입법 로비 사건으로 정치 활동이 중단됐다.

그로부터 8년 후 신 전 의원은 다시 정치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동안 2008년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 대패 이후 설립한 사단법인 신정치문화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물밑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몰두했던 그였다. 신정치문화원의 핵심사업인 ‘걸어서 평화 만들기 한라에서 백두까지’도 꾸준히 진행 중이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신정치문화원 사무실서 신 전 의원을 만났다. 사무실에는 그의 정치 인생을 상징하는 물건이 많이 있었다. ‘걸어서 평화 만들기 한라에서 백두까지’ 행사를 하면서 맞춘 조끼가 벽 한쪽에 진열돼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한 사무실에는 2007년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기념하면서 제작한 시계가 걸려 있었다.

신정치문화원 이사장으로
8년 만에 정치적 메시지

신 전 의원은 “당시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측에서 (시계를)스무 개 제작해 갔는데 북한서 청와대를 상징하는 용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 그래서 고스란히 다시 들고 왔다. 이후에 기념으로 받은 것을 걸어뒀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신 전 의원의 정치 인생과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 대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망가진 남북 관계에 안타까움을 표했고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빠른 판결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조용히 응원하면서도 현재 당내 상황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동시에 탄핵 정국을 통해 싹트기 시작한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해 “내가 틀렸다”면서 흥미로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못 내는 소리를 정치 원로인 내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창당 선언”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이를 막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을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터트렸다. 민주당의 탄핵, 입법 폭주에 왜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느냐는 분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담화, 편지, 헌재 변론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말했다. 내가 놀란 대목은 윤 대통령의 말에 상당수 사람이 공감을 표했고 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물론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사람이 있었지만, 표면화되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른바 극우 보수 성향을 띤 국민이 전체의 20%는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나라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분화를 통해 정치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과거 민주화가 간절했던 시기에는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사이에 두고 정권 연장과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충돌했다.

일단 이겨야 다음 행보를 모색할 수 있기에 정당은 ‘승리’에 사활을 걸었다. 빼앗으려는 쪽과 지키는 쪽의 대결은 ‘결집’을 불렀다. 보수진영은 ‘3당 합당’을 감행하면서까지 정권 유지에 매달렸고 진보진영은 그 벽을 부수기 위해 몇 번이고 두드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정치 상황은 양당제로 나아갔다.

민주화의 주역
1991년 정계로

신 전 의원은 탄핵 정국이 만들어낸 현 상황이 다당제로 가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위 합리적 보수 성향의 분들은 국민의힘에 남고 극우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창당의 깃발을 꽂으면 된다. 현 상황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가 함께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치 세력화하기 시작한 극우 보수층 가운데서도 20~30대 남성의 마음을 잡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20~30대를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 공허하고 구호적인 얘기만 던졌다. 이들은 민주화가 간절한 시대에 살지 않는다. 이미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상태서 ‘나한테 중요한 게 뭔지’를 따지는 세대다. 그들의 손에 민주당이 정말 필요한 걸 쥐어주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전 의원은 민주당이 이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탄핵 반대 집회에 사람이 모이는 걸 보고 민주당서 ‘일시적인 현상’ ‘순간적인 반발’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잘못됐지만 거기까지 몰아붙인 민주당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분명히 실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을 구속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과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꽤 들었다”며 “(민주당이)비상계엄 사태에 너무 놀라 허둥지둥하면서 조급하게 군 부분이 드러났다고 본다. 헌법에 따라, 법에 따라 절차대로 탄핵하고 수사하면 되는데 ‘사형시켜야 한다’는 등 과한 표현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든 부분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구속 취소 청구 인용으로 변수가 생겼다”면서도 “헌법상 비상계엄 선포 배경(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은 인정될 것 같지 않아 결국 탄핵안은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 전 의원은 “대통령 경선 현장서 이 대표가 연설하는 걸 처음 봤는데 감탄했다. 미국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가 떠오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연설은)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직접적이었다. 손에 딱딱 쥐어주는 듯한 연설이었다”며 “연설 이후 이 대표에게 ‘잘 들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고맙습니다, 선배님’이라고 답이 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신 전 의원은 이 대표를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부정적 인식이 많은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이 대표는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 윤석열정부의 집중 표적이 된 점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이 대표가 자초한 부분도 절반은 차지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능력 좋은데
인성은 결격

신 전 의원이 특히 지적한 부분은 ‘인성’이었다. 능력 부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인성 부분에서 결격 사유가 많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측근에 대한 언행이 아쉽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는 “대북 송금 사건을 보자.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으로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돼있는데, 이 대표는 이들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부분은 법정서 다툰다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그들의 상관으로서 ‘내 책임’이라는 발언이 있어야 했다. 이 대표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인물이 연루된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죄송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말 바꾸기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신 전 의원은 “판단이 빠른 건 좋지만 상황에 따라 말이 자주 바뀌는 부분은 좋지 않다. 특히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더니 본인이 연루되자 말이 없어졌다. 이 외에도 이 대표의 말 바꾸기 사례가 참 많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신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좀 더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대로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면 이 대표 85%, 나머지 후보 15%의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신 전 의원은 ‘일극 체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 현재 민주당 상황서도 이 대표가 안전한 길로만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원 사이서 85%를 득표한다는 것은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본선이다. 수많은 선거를 겪어본 입장서 안전한 길만 찾는 후보는 낙선한다. 국민이 모를 것 같아도 다 알아본다. 어떤 후보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지 전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신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진행할 때는 협상단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약체로 꼽히던 후보다. 여론조사로는 이회창 후보는 물론, 정몽준 후보에게도 지는 걸로 나왔다”고 회상했다.

탄핵 반대 집회 인원에 놀라
여당은 분립, 야당은 위험천만

이어 “하지만 단일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은 내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조금도 관여하지 않았다. 협상에 쟁점이 생겨도 ‘내가 다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곁에서 지켜본 노무현의 리더십은 ‘내던지는 것’이었다.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지지를 철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나. 그 ‘내려놓음’이 상대 후보를 이겨내는 힘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많은 선거를 치러본 신 전 의원은 후보는 가장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가 봐도 이기는 상황서도 질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1명의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내면 대선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내에 다음 대선서 ‘여당’이 되리라는 생각이 팽배한 지금 가장 ‘위험천만’한 때라고 분석했다.

신 전 의원은 “민주당원의 추대만으로는 이 대표의 인성이 야기한 위태로움을 극복할 수 없다. 특히 이런 단기간의 비상시국에는 양보와 희생 없이는 비토 세력을 설득하기 어렵다. 나는 이 대표에 앞서 민주당과 평생을 함께한 정치인이다. 이번에는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이 주장하는 방식은 ‘오픈프라이머리’, 즉 완전국민경선제다.

그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거르고 나머지 국민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르는 방식을 채택하길 바란다. 무수한 선거를 치러본 입장서 역선택 방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방식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후보와 다른 야당 후보가 또 한 번 경선을 치러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 더 좋다. 이 대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면 사법 리스크에도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민은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헌‧당규가 문제가 된다면 비상시국임을 감안해 이 대표가 조치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은 이 대표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대표에게 열혈 지지자가 아닌 국민의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라고, 나를 죽이든지, 살리든지 국민에게 모든 걸 맡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 전 의원은 당내 소위 말하는 ‘비명(비 이재명)계’ 정치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만 기댄 채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뭔가를 하고 싶으면 나서서 ‘깃발’을 들어야 한다. 깃발도 들지 못한 채 뒤에서 수군거리기만 하는 건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처럼
던져라

신 전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좋은 상황을 생각하고 선거를 치르는 후보는 바보다.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게 내 선거 철칙이다. 과거 이회창 후보는 5년 내내 여론조사에서 1위였다. 그런데 본선에서는 졌다. 내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내게 불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 거기서 오는 감동이 국민의 선택을 좌우한다”고 힘줘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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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