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이재명 진짜 속내

믿거나 말거나 미련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불체포특권’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특권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본인이 이를 알뜰살뜰 사용하면서다. 그러던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 속내를 두고 정치인들이 각자 점치기에 나서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불체포특권이란 현행법상 현직 의원이 현행범이 아닐 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회기 전 체포·구금된 경우 국회의 요구로 석방될 수 있다. 다만 정기회나 임시회 등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됐다. 과거 이 대표를 둘러싼 불체포특권 발언과 사법 리스크가 얽히고설키며 각종 구설에 올랐던 탓이다.

그래도…
갑자기 왜?

이전부터 이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5월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서도 그는 불체포특권 제한에 적극 동의했던 바 있다. 이 대표는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 따윈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3·9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가 펴낸 공약집 역시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이란 문구가 정치개혁 항목에 기재돼있다. 청렴한 정치인을 강조하던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28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기업들로부터 억대의 후원금을 받아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최종 결재권자이자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뺐다고 봤다. 이로써 약 1830억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약 4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동시다발로 정조준하며 압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2월16일,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그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격분했다. 표결을 앞두고는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했다.

‘턱걸이 부결’에 쪼개진 당심
끝까지 ‘더불어’ 갈 수 있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늘 강조하던 바가 아니냐’며 맞불을 놨다. 과거 본인 입으로 끈질기게 강조해오던 ‘불체포특권 폐지’가 막상 자신을 찔러대니 억울하냐는 입장이다.


당시 대장동 게이트 등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국민에게는 특혜처럼 보일지 몰라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서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8일에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공무원의 인허가 및 인사 알선, 각종 사업 도움,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예행 연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지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당시 민주당 송영길 대표 후보의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6000만원을 받아 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에게 100만원,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1000만원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같은 해 4월 윤 의원에게 돈봉투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2일,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서 줄줄이 부결되자 정치권에서는 방탄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사법 사냥’으로 규정했다. 자신은 모든 소환 요구에 응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이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 사유 역시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엎어라
뒤집어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이 대표 본인이 냈던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선창한 사람이 이재명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여야가 입씨름을 주고받는 사이 지난 2월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었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온 이 대표의 예상을 비껴간 모습이다. 결국 그는 ‘방패가 뚫리고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진단서를 받아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내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으겠다”면서도 “윤석열정권이 정적 제거, 야당탄압, 전 정권 지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도 좀 더 써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현 정권에 대한 날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역사를 뒤로한 채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권리 포기를 재차 선언하면서 국회 안팎은 다시 술렁였다. 정가에선 저마다 빠르게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가 자신의 국면을 예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새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를 내정했는데 혁신위원 중 일부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게 무슨 혁신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비명(비 이재명)계의 반발을 사전 억제하겠다는 의지”라고 반발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탈표가 30표가량 나오면서 발생한 ‘찜찜한 부결’ 역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전에 불체포특권이라는 카드를 던짐으로써 흔들리는 민주당 내의 리더십을 다지고, 갈등의 불씨를 진화한 셈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결국 ‘명분 쌓기’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나는 포기했는데 동료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승부수
실효성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깨트릴 승산을 내다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법정 진술이 수시로 바뀐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엉터리 증거로 구속’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미뤄봤을 때 이 대표가 자신의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법원 역시 영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를 흔든 이 대표 본인은 모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노웅래(민주당), 윤관석·이성만(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두고 김 대표는 “지나간 버스를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만시지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며 말을 얹었다. 불체포특권은 단순히 개인의 포기만으로 표결 절차를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책임지겠냐는 의문만 남았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해 당내 구성원을 설득할 수는 있겠만, 헌법과 국회법 등에 조항이 명시돼있는 만큼 개인 의사만으로는 투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2012년1월 국회 입법조사처서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특권이자 국회 특권이므로 의원 개인이 이를 포기할 수 없다.

특권 내려놓겠다는 국민의힘
민주당 기다리겠다 선전포고

이후 국민의힘은 보란 듯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진행했다. 지난 20일 김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3대 정치쇄신 공동 서약’을 발표한 지 하루,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김 대표는 “국회가 드디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며 “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이날 서약에는 김 대표를 비롯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의원 67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본인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서약합니다”라고 적힌 서약서에 서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다른 의견이 있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입장이 다른 분들을 무리하게 동참시킬 생각은 없다”며 민주당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은 민주당이 띄웠으나 행동에선 국민의힘이 빨랐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실효성을 막론하고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행동에 나섰지만, 막상 민주당 일각에선 선부터 긋는 분위기다. 당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 탓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절대 반대’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냐는 설명이다. 송 전 대표는 CBS 라디오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명 망신주기용 소환’ 이야기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검찰서 이 대표의 소환 시점을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단단히 못 박은 만큼 이번에는 역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정 의원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검찰이 정기국회까지 끌다가 추석 때나, 국정감사 때 국면 전환을 위해 ‘망신주기용’으로라도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과 같은 당 송갑석 최고위원도 각각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에 선을 그었다.

모두 동의?
당 분위기는?

우 의원은 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 의원 모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는 셈이다. 송 의원 역시 “(불체포특권 포기는)이 대표 외의 다른 의원들의 경우엔 사안마다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단 한 명의 정치인이 내뱉은 발언을 두고 양 정당은 물론 같은 당 내서도 여러 갈래로 해석이 나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불체포특권이 이날을 기점으로 또 다시 국회서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체포특권 포기 권성동, 그때 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과거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화두에 올랐다.

권 의원은 지난 2월16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관심이 최고점을 찍을 당시 논평을 통해 일침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단 한 줌의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불체포특권부터 포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8년 권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를 두고 ‘방탄 국회’ 논란이 이어지자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조정했다.

이 대표 역시 실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7~8월에 임시국회를 개최하지 않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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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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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