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이재명 진짜 속내

믿거나 말거나 미련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불체포특권’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특권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본인이 이를 알뜰살뜰 사용하면서다. 그러던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 속내를 두고 정치인들이 각자 점치기에 나서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불체포특권이란 현행법상 현직 의원이 현행범이 아닐 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회기 전 체포·구금된 경우 국회의 요구로 석방될 수 있다. 다만 정기회나 임시회 등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됐다. 과거 이 대표를 둘러싼 불체포특권 발언과 사법 리스크가 얽히고설키며 각종 구설에 올랐던 탓이다.

그래도…
갑자기 왜?

이전부터 이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5월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서도 그는 불체포특권 제한에 적극 동의했던 바 있다. 이 대표는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 따윈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3·9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가 펴낸 공약집 역시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이란 문구가 정치개혁 항목에 기재돼있다. 청렴한 정치인을 강조하던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28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기업들로부터 억대의 후원금을 받아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최종 결재권자이자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뺐다고 봤다. 이로써 약 1830억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약 4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동시다발로 정조준하며 압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2월16일,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그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격분했다. 표결을 앞두고는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했다.

‘턱걸이 부결’에 쪼개진 당심
끝까지 ‘더불어’ 갈 수 있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늘 강조하던 바가 아니냐’며 맞불을 놨다. 과거 본인 입으로 끈질기게 강조해오던 ‘불체포특권 폐지’가 막상 자신을 찔러대니 억울하냐는 입장이다.


당시 대장동 게이트 등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국민에게는 특혜처럼 보일지 몰라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서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8일에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공무원의 인허가 및 인사 알선, 각종 사업 도움,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예행 연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지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당시 민주당 송영길 대표 후보의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6000만원을 받아 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에게 100만원,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1000만원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같은 해 4월 윤 의원에게 돈봉투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2일,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서 줄줄이 부결되자 정치권에서는 방탄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사법 사냥’으로 규정했다. 자신은 모든 소환 요구에 응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이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 사유 역시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엎어라
뒤집어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이 대표 본인이 냈던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선창한 사람이 이재명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여야가 입씨름을 주고받는 사이 지난 2월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었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온 이 대표의 예상을 비껴간 모습이다. 결국 그는 ‘방패가 뚫리고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진단서를 받아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내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으겠다”면서도 “윤석열정권이 정적 제거, 야당탄압, 전 정권 지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도 좀 더 써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현 정권에 대한 날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역사를 뒤로한 채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권리 포기를 재차 선언하면서 국회 안팎은 다시 술렁였다. 정가에선 저마다 빠르게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가 자신의 국면을 예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새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를 내정했는데 혁신위원 중 일부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게 무슨 혁신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비명(비 이재명)계의 반발을 사전 억제하겠다는 의지”라고 반발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탈표가 30표가량 나오면서 발생한 ‘찜찜한 부결’ 역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전에 불체포특권이라는 카드를 던짐으로써 흔들리는 민주당 내의 리더십을 다지고, 갈등의 불씨를 진화한 셈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결국 ‘명분 쌓기’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나는 포기했는데 동료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승부수
실효성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깨트릴 승산을 내다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법정 진술이 수시로 바뀐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엉터리 증거로 구속’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미뤄봤을 때 이 대표가 자신의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법원 역시 영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를 흔든 이 대표 본인은 모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노웅래(민주당), 윤관석·이성만(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두고 김 대표는 “지나간 버스를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만시지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며 말을 얹었다. 불체포특권은 단순히 개인의 포기만으로 표결 절차를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책임지겠냐는 의문만 남았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해 당내 구성원을 설득할 수는 있겠만, 헌법과 국회법 등에 조항이 명시돼있는 만큼 개인 의사만으로는 투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2012년1월 국회 입법조사처서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특권이자 국회 특권이므로 의원 개인이 이를 포기할 수 없다.

특권 내려놓겠다는 국민의힘
민주당 기다리겠다 선전포고

이후 국민의힘은 보란 듯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진행했다. 지난 20일 김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3대 정치쇄신 공동 서약’을 발표한 지 하루,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김 대표는 “국회가 드디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며 “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이날 서약에는 김 대표를 비롯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의원 67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본인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서약합니다”라고 적힌 서약서에 서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다른 의견이 있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입장이 다른 분들을 무리하게 동참시킬 생각은 없다”며 민주당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은 민주당이 띄웠으나 행동에선 국민의힘이 빨랐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실효성을 막론하고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행동에 나섰지만, 막상 민주당 일각에선 선부터 긋는 분위기다. 당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 탓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절대 반대’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냐는 설명이다. 송 전 대표는 CBS 라디오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명 망신주기용 소환’ 이야기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검찰서 이 대표의 소환 시점을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단단히 못 박은 만큼 이번에는 역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정 의원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검찰이 정기국회까지 끌다가 추석 때나, 국정감사 때 국면 전환을 위해 ‘망신주기용’으로라도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과 같은 당 송갑석 최고위원도 각각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에 선을 그었다.

모두 동의?
당 분위기는?

우 의원은 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 의원 모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는 셈이다. 송 의원 역시 “(불체포특권 포기는)이 대표 외의 다른 의원들의 경우엔 사안마다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단 한 명의 정치인이 내뱉은 발언을 두고 양 정당은 물론 같은 당 내서도 여러 갈래로 해석이 나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불체포특권이 이날을 기점으로 또 다시 국회서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체포특권 포기 권성동, 그때 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과거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화두에 올랐다.

권 의원은 지난 2월16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관심이 최고점을 찍을 당시 논평을 통해 일침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단 한 줌의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불체포특권부터 포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8년 권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를 두고 ‘방탄 국회’ 논란이 이어지자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조정했다.

이 대표 역시 실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7~8월에 임시국회를 개최하지 않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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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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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