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너 몰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장롱 속 수상한 현금 뭉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4선 중진의 국회의원이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의 수렁에 빠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 의원은 계속 결백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엄호사격’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차하면 ‘방탄 프레임’이 덧씌워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쪽짜리 편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다. 다음날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노 의원은 현재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돌아선 당심
찬밥 신세?

노 의원은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서 4선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1957년8월3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공덕동에서 태어난 그는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노 전 부의장은 5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 재선 마포구청장을 역임했다. 야권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출마한 선거에서 전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노 의원은 공덕초등학교와 대성중학교를 거쳐 대성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이 노 의원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다. 당시 이 상임고문은 노동운동가 활동을 하는 동시에 대성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노 의원은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MBC로 이직해 2003년까지 몸담았다. 그는 MBC에서 보도국 기자로 시작해 사회부 차장까지 맡았다. 1990년 ‘혜영 용철 사건’을 보도해 영유아 보육법 제정에 일조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BC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 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던 노 의원은 2004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제17대 총선에 출마했다. 지역구는 서울 마포구 갑이었다. 이곳은 부친인 노 전 부의장이 제13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으로 10여년이 지난 뒤에 아들이 지역구를 넘겨받은 셈이다.

노 의원은 당시 크게 일었던 ‘탄핵 역풍’의 도움을 받아 초선에 성공했다. 득표율 44%를 기록하면서 39%를 얻은 한나라당 신영섭 후보를 제쳤다.

국회에 입성한 노 의원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게 2.7%p 차이로 낙선했다. 정권교체·서울 뉴타운 개발 등의 영향으로 한나라당 우세가 일찍이 예견된 선거였다.

노 의원은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7대 총선에서 만났던 신영섭 후보과의 리턴매치서 승리했다. 이후 노의원은 2014년까지 민주통합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노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지역구 단수 공천을 받은 뒤 무난하게 과반을 차지했다. 공천 당시 당 지도부가 해당 지역구에 조응천 의원을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결국 터줏대감인 노 의원이 공천됐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당초 출마를 준비하던 강 수석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의석 탈환에 차질을 빚었다.

민주 4선 중진 뇌물수수 의혹…진실은?
녹취록 이어 집서 수억원 돈다발 발견


노 의원은 비교적 무난하게 당내 중진 반열에 들어선 반면, 원내대표 도전에서는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노 의원은 3선 의원이던 2016·2018·2019년 총 세 번이나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노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원내대표 4수 도전 여부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함께 비문(비 문재인)계로 분류되던 정성호 의원이 출마하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당시 여론조사 2위를 기록하는 등 무난한 당선이 예견됐다. 실제 개표 결과, 총득표율 13.17%(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당선 약 8개월 만에 최고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4·7 재보선서 참패하면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기 때문이다. 이후 친문(친 문재인)계 도종환 의원을 주축으로 임시 비대위가 구성되자, 노 의원은 “국민들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노 의원의 비판은 기우로 끝났다. 도 의원과 임시 비대위의 활동 기간은 단 일주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 직후부터 일주일 뒤 윤호중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노 의원은 지난해 6월 제9대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예정된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지만, 지난 9월 사의를 표했다. 노 의원이 지난달까지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이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로 무언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양측 간의 묘한 긴장감은 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7월 ‘지방선거 평가보고서’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지목했다. 이 대표를 비호하던 강성 지지층은 당시 뜨거웠던 ‘수박 논란’으로 노 의원을 몰아붙였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사용하던 일종의 멸칭이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수박의 특징에 빗대 이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를 ‘민주당인 척하는 보수인사’로 낙인찍는 용어다. 당시 노 의원은 수박 인사로 내몰린 데 이어 사퇴 요구에 휩싸였다.

아내 통해
수수 혐의

이후 양측은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해촉 여부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남 부원장은 10·29 참사 직후 SNS 실언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노 의원은 당 지도부에 남 부원장 해촉 의사를 전했지만, 이를 당 지도부가 뭉갰다는 것이다. 남 부원장은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그러던 중 노 의원이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의혹 불똥이 노 의원에게 번졌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씨에게 정치자금 3억여원, 인사청탁금 7억여원 등 총 10억원 남짓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말 박씨의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면서 전 청와대 관계자와 야권 중진 정치인이 이 전 부총장에게 금품을 전달 받았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검찰은 언급된 야권 중진 정치인으로 노 의원을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박씨의 아내 조모 씨를 통해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2월25일 박씨 아내 조모씨로부터 박씨 운영 발전소 납품 사업 관련 부탁을 받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 ▲같은 해 3월15일 조씨 통해 박씨가 추진하는 용인 물류단지 개발사업 실수요검증 절차 관련 청탁을 받고 1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같은 해 7월2일 한국철도공사 보유 폐선부지를 빌려 태양광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 ▲같은 해 11월22일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자택·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 의원의 자택 장롱에서 3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노 의원은 이 돈이 2014년과 2017년 부의금, 2020년 1월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의원이 이자 수익을 볼 수 있는 은행 예금 대신 자택에서 거액을 보관해 온 점을 수상히 여기고, 돈의 출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해명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금 뭉치 일부가 띠지로 묶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노 의원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뭉치 3억 원 중 일부가 2020년 하반기∼지난해 초 날짜가 찍힌 띠지로 묶인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띠지에 적힌 시기와 노 의원 주장에 따른 현금 확보 시점이 맞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해당 현금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재산 내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의원이 조씨를 만날 때 요구 사항 등을 메모한 의원 일정표,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조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미한
엄호사격

검찰은 지난 6일 노 의원을 불러 소환조사한 뒤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 명시된 혐의는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발견한 3억원에 관한 혐의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이어 준비해온 사진을 가리키며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앞서 밝힌 자금 출처 중)일부는 봉투조차도 뜯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십여개의 봉투에서 그 돈들을 일일이 꺼내봤다. 여기 당시 현장에 있던 축의금·조의금 봉투와 이를 꺼내서 돈뭉치로 만드는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다”면서 “압수수색 영장에도 없던, 목록에도 없던 걸 이렇게 불법으로 돈뭉치를 만들어서 저를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명백한 증거 조작이고, 증거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 묻겠다”며 “왜 각각의 봉투에 있던 돈을 다 꺼내서 돈뭉치로 만들었는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현상 그대로 보전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것이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야당 정치인을 수사하는 방식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가 제출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 15일 국회에 접수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노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한다. 국회는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노 의원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대적인 ‘엄호사격’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과 정부를 매섭게 비판하면서도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은 채택하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
가부 상관없이 ‘가시밭길’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직후 “노 의원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노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노 의원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하는 과잉 청구로, 노 의원의 방어권과 의정활동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의원은 그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사정이 없는데도 검찰은 피의사실 유포 등을 통해 노 의원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려 한다”고 맹폭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결과를 의원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노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했지만,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체포동의안 가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부결을 밀어붙일 경우 기존의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이 의총에서 신상 발언을 요청해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정하게 수사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해 검찰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도부는 자율 투표로 가더라도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지도부 안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아예 당론으로 박아둬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노 의원 건이 가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는 것이다.

여론이 
더 무섭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당초 지난 16일 본회의 상정이 유력했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함께 미뤄졌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부 여부와 상관없이, 노 의원 앞에는 당분간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망이 점차 조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국민 절반 “폐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했다.

가부 여부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 국민 절반 이상이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2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5월17~18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3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1%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중대범죄에 제한해서 불체포특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23.0%를 기록했다.

반면 ‘현행 유지’ 응답은 16.7%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양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체포특권 찬반 논쟁이 일었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제21대 국회의 첫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가 아닌 노 의원 몫이 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3.3%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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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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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