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불체포특권 없애겠다”던 이재명, 공약 잊었나?

“찬성표 던질 것”…비명계 이탈?
체포동의안 가부에 정치권 촉각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검찰이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장동 사업 4000억원대 배임 ’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장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야당 당수인 이 대표가 구속수사를 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물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바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의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국회의원들의 찬반을 물은 후 본회의 표결 관문을 거친 후 ‘가결’돼야 비로소 법원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회는 ‘여대야소’ 정국으로 민주당이 과반 의석(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당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가결이라는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

이날 비명계 인사인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직접 영장심사를 받으면 깔끔하겠지만 본인의 결단사항이고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에 대한 게 국회의원 특권이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우리 당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고 지난 대선 때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찬성은)거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고 강제 당론은 헌법과 국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부결 당론에 대해 우려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열 배 백 배 더 들을 각오로 이 대표께 호소한다.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권력 앞에 도망가는 이재명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해서 국민을 지키는 이재명을 원한다”며 “희생하는 정치인, 결단하는 이재명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혼란(구속수사)을 극복하는 열쇠는 희생이”라며 “그것이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사는 길이다. 먼 훗날 오늘을 회고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게다가 최근 야3당 중 정의당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찬성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정의당 의석수는 6석으로, 체포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115석의 국민의힘, 1석의 시대전환까지 합할 경우 총 122석이다. 자칫 민주당에서 28석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본회의를 통과할 수도 있는 셈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다투는 과정이기 때문에 범죄 유무를 국회가 판단해서 체포동의안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론으로 영장실질심사 자리서 이를 다투는 과정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건 하나의 특권이라고 판단해왔다”고 찬성 입장임을 시사했다.

이어 “불체포특권에 대한 의원 특권을 내려놓자는 게 정의당의 당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일관되게 지는 것”이라며 “검찰 소환 조사에 성실히 임했던 것처럼 체포동의안 문제도 당당하게 임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불체포특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국회의원들의 죄를 막아주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회의원들이 사법부로부터 구속 여부를 판단 받아도 좋은지 고민하는 국회 차원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회의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구속되는 건 아닌 만큼 의원 개개인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대장동 의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만큼 본회의 부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집결해 ‘윤석열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이날 규탄대회 참석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김건희 수사 언제 하나’ 등의 손피켓과 파란색 풍선을 들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했다.

다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무조건 이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히 맞서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오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다.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성남시민들에게 되돌려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 없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사 독재정권이 야당 죽이기 본색을 드러냈다. 정부 실정, 무능을 덮기 위한 카드로 야당 정적 제거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민주공화국인 선진 대한민국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현대판 사화”라며 “국가 공권력은 최소한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 제1당 현직 대표이자 대선 당시 유력 경쟁자를 체포, 구속하려는 의도는 야당을 무력화, 분열시키려는 치졸한 정치탄압이자 법치주의, 민주주의 파괴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당시 내놨던 공약이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선거 유세 도중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된다는 주장에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불체포특권 같은 것은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이 탈탈 털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죄 짓지 않은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가 과연 과거에 뭘 했느냐가 고려되지 않고, 그의 범죄행위와 사법처리의 필요성에 따라 다른 국민과 똑같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인과응보가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국민들의 꿈인데 이 꿈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높은 지위와 많은 돈을 가졌으므로 혜택을 받고 예우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나라를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도 말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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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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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