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못 놓는 의원님들 속사정

밀어주고 당겨주는 이상한 관행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20대 국회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바람으로 뜨겁다. 정치권은 연일 앞에서는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뒤로는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논의는 많았지만 폐지된 특권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행보가 19대 때와 마찬가지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을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본인 및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을 채용하려면 그 사실을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률안 제출

보좌직원 보수 일부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지급토록 강요하거나 보좌직원을 허위로 임명해 그 보수를 유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백 의원이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제출한 날인 지난 20일,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친딸 인턴비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서 의원의 딸 장씨는 2013년 10월 서 의원 의원실 인턴비서로 채용됐다. 5달가량 국회 국정감사와 법안발의를 위한 각종 자료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5달치 임금 480여만원은 서 의원의 후원금으로 쓰였다. 이에 서 의원은 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것은 맞으나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지난해 자신의 동생을 5급 수행비서로 채용해 구설에 올랐기 때문에 벌써 두 번째 채용 관련 의혹이다. 서 의원 딸이 국회 인턴 경력 이후 서울 모 사립대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19대 국회에서 사시존폐 논란을 두고 다툴 때 서 의원은 폐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리사욕을 위해 사시폐지를 주장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 의원 논란에 대해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공공의 채용과정은 무시하고 알게 모르게 자신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행이 횡행한 것”이라며 “서영교 의원 논란도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서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5개월간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점도 드러났다. 500만원은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데 4급 보좌관인 정씨의 월급이 대략 500만원인 점을 감안 하면 월급의 5분의 1을 후원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은 같은 당 이목희 전 의원도 일었다. 지난 2012년 이 전 의원실에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A씨가 매달 100만원씩 5개월간 500만원을 이 의원실에 송금한 것. A씨는 2년 동안 이렇게 송금 하면 4년 동안 고용해주겠다는 말에 돈을 부치다 지역사무소 채용 소식이 없어 중단한 뒤 2013년 1월 사직했다.

이 의원은 “누구의 강요도 없었고 A씨 스스로 제안한 일이라며 송금 받은 돈은 운전기사와 인턴에게 나눠줘 문제가 없다”고 에둘러 해명했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식구 챙기기 도마
말만 번지르르…호언장담 또 흐지부지


국회의원의 보좌진 채용 및 갑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보좌진 인사에 전권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보좌진은 의원의 말 한마디면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의원은 보좌진을 해고하고 싶으면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 앞으로 면직요청서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이번 서 의원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20대 국회는 개원부터 특권 내려놓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와 국민이 가까워지기 위해 불필요한 특권이 있다면 단호히 내려놔야 한다”며 “특권을 내려놓는 범위와 내용에는 성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면책특권, 불체포특권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덴마크 국회의원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에게 화제가 됐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국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직에 부여됐던 혜택과 지원 중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들은 주저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해 정 국회의장이 말한 ‘국민 눈높이’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의 상위 1%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불체포특권과 면책 특권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장 및 각 당 수장들의 주장처럼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면책특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불체포특권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뇌물을 받거나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동의안이 필요하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중 과반이 출석해 이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되고 72시간 이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면책특권도 손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면책특권을 이용해 막말로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에서처럼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는 국민들의 정치쇄신 요구에 발 맞춰 국회 개혁을 외쳤었다. 이에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개정안’은 19대에서만 15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밖에 국회법 개정안, 출판기념회 금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도 발의됐다. 하지만 19대 국회 4년 동안 처리된 법안은 의원연금 폐지와 관련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 업무 종사 금지를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 1건만 통과됐다.

공염불 되나

개원 이후 국회를 강타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 바람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 개원 이래로 반복된 주제였지만 항상 ‘용두사미’로 끝났다”면서 “한마디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20대 국회는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배지 폐지안 보니…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백재현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의원 상징인 국회의원 배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의원 배지가 책임과 봉사의 상징이 아닌 특권과 예우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의원 배지를 처음 만들 때에 일본의 의원배지를 모방한 만큼, 일제 잔재의 청산이란 측면에서도 폐지가 마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미 의원들에게는 ‘20대 국회 국회의원증’이라는 출입증이 있어 신분 증명이나 국회 출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장은 이날 윤리특위 활동 계획을 밝히면서 국회의원 금배지 폐기,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 국회 윤리 메뉴얼 작성 등 국회 3대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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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