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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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보단 제 밥그릇 챙기기가 먼저요!

[일요시사=정치팀] 정치권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잇달아 치르면서 여야 모두 치열한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펼쳤다. 흡사 국회의원만 되게 해주면 국민의 종복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비쳐졌다. 그런데 선거가 모두 끝나자 여야 간엔 전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듯하다. 바로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이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른 국회의원들의 이중적 행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동안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특권포기를 외쳤다. 의원정수 감축, 세비 30%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연금 폐지 등 구체적인 약속도 잇달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은 새해벽두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정치권이 약속한 국회의원 세비와 의원연금 등이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새해예산안이 통과된 까닭이다.

기억상실증?

특히 국회는 새해예산안을 역대 처음으로 해를 넘겨 늑장 처리한데다 여의도의 모 호텔방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자의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 큰 역풍을 맞았다. 또 이 와중에 예산안을 심사했던 예결위 소속 9명의 의원들은 새해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아프리카 등지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급히 귀국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출장길에 부인이 동행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야말로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만 되면 앞 다퉈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던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한 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민생은 고사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연금 관련법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기간 폐지를 약속했던 국회의원 연금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힘들다는 이유로 그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다. 여야가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폐지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수년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다. 국회의원 연금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재산이 많고 적음도 따지지 않고 금배지를 단 하루라도 달면 65세 이후에 종신토록 매달 120만원 가량의 연금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6월엔 새누리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전액 반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음에도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을 거듭해 국회가 개원되지 못하자 세비 반납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당장 반발이 이어졌다. 국회가 개원되지 않은 게 원내지도부 탓이지 의원 개개인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록 국회는 개원하지 못했지만 정책 개발이나 지역구 관리, 법안 제출 등 일반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일부 의원은 세비를 반납할 경우 지역구 관리는 물론 당장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선거만 끝나면 돌변하는 의원님들
어제 한 약속도 불리하면 '모르쇠'

지난 총선기간에는 모든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비를 반납하게 되자 이견을 표출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강력히 밀어붙인 끝에 새누리당은 당시 150명의 의원 중 144명이 세비를 반납했다. 하지만 만약 그해 12월 대선이 없었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비 반납이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마지막 승부수였던 세비 30% 삭감 약속도 현재까진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다.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에선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 법안은 의원수당의 지급기준에 따른 세비를 30% 삭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19대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1억3796만원 정도다. 여기서 30%를 줄이면 9657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에 대해 전형적인 이벤트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의 반발도 심하다. 세비 반납과 정치 혁신이 무슨 연관이냐는 것이다. 차라리 남은 임기동안 세비를 동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대선기간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참해 발의한 법안이었다. 

여야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약속했던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방안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교수, 기업체 사외이사, 변호사 등을 겸직하면서 국회의원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겸직활동을 하면서 정작 국회의원 본연의 활동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을 금하는 법안이 제출됐었지만 18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되기도 했다. 의원들의 겸직을 완전히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들 사이에서 의원들의 겸직 금지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의원의 겸직이 금지될 경우 전문지식을 가진 고급인력들의 국회 진출이 어려워져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겸직 중이다.

뻔뻔한 의원님

이 밖에도 여야는 다가오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의원의 공천폐지 약속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추진의지를 내비쳤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고, 민주당은 아예 공천을 하기로 이미 결론을 내려버렸다. 지난 대선 때는 여야 모두 기초단체장 및 의원 공천이 지방을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폐지를 약속했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포기를 약속했던 여야는 총선이 끝난 후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의 대부분을 부결시키거나 아예 표결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을 그저 어리둥절하다. 선거 때만 되면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펼쳤던 여야가 선거만 끝나고 나면 돌변해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실이 무척 실망스러울 뿐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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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