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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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보단 제 밥그릇 챙기기가 먼저요!

[일요시사=정치팀] 정치권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잇달아 치르면서 여야 모두 치열한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펼쳤다. 흡사 국회의원만 되게 해주면 국민의 종복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비쳐졌다. 그런데 선거가 모두 끝나자 여야 간엔 전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듯하다. 바로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이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른 국회의원들의 이중적 행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동안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특권포기를 외쳤다. 의원정수 감축, 세비 30%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연금 폐지 등 구체적인 약속도 잇달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은 새해벽두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정치권이 약속한 국회의원 세비와 의원연금 등이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새해예산안이 통과된 까닭이다.

기억상실증?

특히 국회는 새해예산안을 역대 처음으로 해를 넘겨 늑장 처리한데다 여의도의 모 호텔방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자의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 큰 역풍을 맞았다. 또 이 와중에 예산안을 심사했던 예결위 소속 9명의 의원들은 새해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아프리카 등지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급히 귀국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출장길에 부인이 동행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야말로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만 되면 앞 다퉈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던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한 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민생은 고사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연금 관련법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기간 폐지를 약속했던 국회의원 연금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힘들다는 이유로 그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다. 여야가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폐지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수년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다. 국회의원 연금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재산이 많고 적음도 따지지 않고 금배지를 단 하루라도 달면 65세 이후에 종신토록 매달 120만원 가량의 연금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6월엔 새누리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전액 반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음에도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을 거듭해 국회가 개원되지 못하자 세비 반납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당장 반발이 이어졌다. 국회가 개원되지 않은 게 원내지도부 탓이지 의원 개개인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록 국회는 개원하지 못했지만 정책 개발이나 지역구 관리, 법안 제출 등 일반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일부 의원은 세비를 반납할 경우 지역구 관리는 물론 당장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선거만 끝나면 돌변하는 의원님들
어제 한 약속도 불리하면 '모르쇠'

지난 총선기간에는 모든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비를 반납하게 되자 이견을 표출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강력히 밀어붙인 끝에 새누리당은 당시 150명의 의원 중 144명이 세비를 반납했다. 하지만 만약 그해 12월 대선이 없었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비 반납이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마지막 승부수였던 세비 30% 삭감 약속도 현재까진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다.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에선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 법안은 의원수당의 지급기준에 따른 세비를 30% 삭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19대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1억3796만원 정도다. 여기서 30%를 줄이면 9657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에 대해 전형적인 이벤트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의 반발도 심하다. 세비 반납과 정치 혁신이 무슨 연관이냐는 것이다. 차라리 남은 임기동안 세비를 동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대선기간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참해 발의한 법안이었다. 

여야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약속했던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방안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교수, 기업체 사외이사, 변호사 등을 겸직하면서 국회의원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겸직활동을 하면서 정작 국회의원 본연의 활동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을 금하는 법안이 제출됐었지만 18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되기도 했다. 의원들의 겸직을 완전히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들 사이에서 의원들의 겸직 금지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의원의 겸직이 금지될 경우 전문지식을 가진 고급인력들의 국회 진출이 어려워져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겸직 중이다.

뻔뻔한 의원님

이 밖에도 여야는 다가오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의원의 공천폐지 약속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추진의지를 내비쳤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고, 민주당은 아예 공천을 하기로 이미 결론을 내려버렸다. 지난 대선 때는 여야 모두 기초단체장 및 의원 공천이 지방을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폐지를 약속했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포기를 약속했던 여야는 총선이 끝난 후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의 대부분을 부결시키거나 아예 표결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을 그저 어리둥절하다. 선거 때만 되면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펼쳤던 여야가 선거만 끝나고 나면 돌변해 특권 안 내려놓기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실이 무척 실망스러울 뿐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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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