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못 벗는 이재명 노림수

이대로 잡혀갈 줄 알았지?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무색하게 ‘방탄’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를 주시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있어 8월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얽힌 대북 송금 관여 정황을 진술한 게 뇌관이 됐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표면화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구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실마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게 핵심이다. 같은 해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관련 사업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청탁 관계에 대해 이 대표도 묵시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이미 7월 중순 재판서 이 대표를 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 송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납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을 북한이 요구하자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바통을 받은 걸까? 지난 20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도중 “쌍방울에게 (도지사)방북 추진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해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해왔다. 연일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던 그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인 듯했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측은 그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변호사 해임 신고서도 제출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옥중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 지사(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이 적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재판서 변호인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두 개의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다음 달 9일 열릴 재판서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
발등에 불 떨어진 친명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들썩이자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였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영치금 계좌번호가 게시됐다.

‘검찰 독재 정치 탄압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민형배, 김승원, 주철현 의원은 지난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관한 특별면회를 신청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를 불허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에 이 대표를 끼워 맞추는 진술을 회유받고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 장관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에 가까운 행위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탄력받은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자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영장 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격에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 장관의 태도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게이트키퍼인 만큼 그가 법정서 무너질 경우, 곧바로 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계획을 본인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작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고 견제했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민 시선을 민주당으로 돌렸다는 셈이다.

불리한
진술들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기는 다음 달이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이 다음 달 9일인 만큼 그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 차례 부결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2월27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이 진행됐지만 방탄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완벽한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당에 균열이 생겼다.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 나오면서다.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가결에 가까운 부결”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칼을 갈고 나올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영장의 또 다른 활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자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고 뜻을 같이했다.


‘정당한’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당시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이 단서가 향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출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심사는 사법부인 법원이 결정할 문제인 만큼 특정 당이 스스로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8월 대위기설 초긴장

민주당 내에서도 영장 발부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지난 7월28일을 끝으로 다음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까지 휴회기를 갖는다. 이후 국회가 시작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비회기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본회의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이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석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더 이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갈라진 당심도 봉합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회기 중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회기 중 체포영장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아마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당내 갈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가 시작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 의원을 시험 잣대에 올리려는 윤정부의 명분이라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두고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혁신위가 돌연 ‘기명 표결’ 방식을 제안했다. 의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누가 어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기명 표결 제안 및 8월이 시작되면서 민주당 방탄 논란의 제2막도 함께 열렸다.

총선 전
수박 색출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대에 맞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제1차 혁신안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 공직자와 당직자의 비위 의혹 책임조사 및 대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찰 시스템 구축 ▲‘돈봉투 의혹’ ‘코인 보유 의혹’ 관련 탈당자에 관한 책임 대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방식으로 변경 ▲‘현역의원 평가’ 시 도덕성 항목의 비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명 표결의 필요성을 두고 혁신위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서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주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입법 사안인 만큼 조기에 기명 표결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은경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투표 결과에 관해 국회의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와 궤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을 걸러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조차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서 방탄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셈이다.

투명한 기명 표결?
‘속’까지 다 보일라

혁신을 위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오히려 꼼수로 비치는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우려도 커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으로 변경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낙인이 찍힐 경우 다음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기명 표결 혁신안에 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영장설’이 도는 지금 기명 표결을 운운하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명 표결 혁신안이 공개된 시점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착된 민주당에 과연 혁신의 바람이 불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해당 혁신안을 두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방탄을 쥐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진행됐던 2월처럼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의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 방식이 정쟁으로 번지자 혁신위는 “입법자가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기명 표결은 이미 양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인 만큼 정쟁의 요소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서 규정한 취지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안
후폭풍

혁신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명 표결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법안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해야 하는 혁신안인 만큼 하루아침에 법안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기명 표결에 찬성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을 거치기 위한 또 다른 기명 표결인 셈이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은 결국 수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끝내 방탄 국회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권 포기는 싫고 생색은 내고 싶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기명 표결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선언’ 제안을 두고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과 ‘부결’뿐인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굳이 새로운 표결 방식을 운운하는 행동을 저격한 셈이다.

한 장관은 표결 방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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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