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재판받아야” 권성동 주장 노림수

헌법 84조 형사상 불소추특권 명시
법조계 “재직 중 중지가 적절” 기류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1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떤 권력자라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등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진행을 정식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소재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서 “법의 심판이 이재명 단 한 사람을 피해 가는 나라가 됐다”며 “5000만 국민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사법부의 엄정한 심판을, 이재명 단 한 사람만 피해 갈 수 있는 나라는 공정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년 안에 끝내야 했을 재판을 2년7개월이나 끌었다”며 “대장동 위례 신도시 사건으 2년3개월 동안 질질 끌었는데, 아직도 1심을 선고하지 못하고 잇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에 이 사건 판결을 내릴 의지가 있었느냐? 사법부는 대선 전엔 선거 때문에 (재판을) 못한다고 하더니, 대선이 끝나고 나선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며 “다음엔 또 무슨 핑계를 대겠나? 그냥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재판을 끌어왔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 버리고, 스스로 원칙을 허문 사법부의 공정함을 기대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재명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재판 지연이 이뤄지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범국민 릴레이 농성과 서명운동 등을 계속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김기현·추경호 의원등은 ‘재판 연기 헌법 파괴’ ‘재판 속개 헌법 수호’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사법 위에 정치 없다” “사법 정의 지켜내자” “재판 중단하면 정의가 파괴된다” “당장 재판 속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죄가 없다면 재판 진행을 수용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 본인이 선거 과정서 밝힌 것처럼 모든 기소가 조작에 불과하고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 진행을 수용할 것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는 서울고법의 입장에 대해선 “새로운 재판을 위한 기소가 불가능하다라는 뜻이지, 이미 법원에 계류된 재판까지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며 “판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사법의 일관성과 권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단호한 자세로 이 사건을 항고해 헌법 제84조 해석에 대한 대법원 해석을 받길 바란다”고 요구한 그는 “하급심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을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사법체계의 붕괴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사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 및 국민의힘 지도부의 주장은 ‘법 앞에선 그 누구도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처럼 이 대통령은 재판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단순한 야당의 이 대통령 발목잡기에 불과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야 할까?

법조계에선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갖고 있어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돼있다. 이는 국가 원수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헌법서 보장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권 중 하나로, 재직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개념이다.


퇴임 후엔 형사소추 권한이 다시 적용돼 기소가 이뤄지거나 재판을 받게 된다. 즉, 권 원내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법적으로 재임 중인 이 대통령은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만,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이 당선 후 심리의 중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소추’라는 법률용어가 형사소송서 소를 제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형사재판 중 검사의 역할 수행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재직 중에는 중지되는 게 맞다는 해석이 강하다.

이외에도 재판 심리 중지를 ‘소추의 과잉’이라고 해석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과 헌법 제84조의 취지가 ‘안정적인 국가 운영’에 있는 만큼 중지돼야 한다는 의견, 국정 운영에 지장을 미치는지의 여부에 따라 진행 여부를 판단하자는 절충 의견 등도 존재한다.

앞서 대법원은 특정 재판 진행에 헌법 제84조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재판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는 상급 법원이 하급 법원의 심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으로, 법조계서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대통령중심제인 미국의 경우 형사상 불소추특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관행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형사소추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로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자격으로도 특검 기소가 취소됐으며 역대 대통령 중 재직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기소나 수감된 전례는 전무하다.

이날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부 겁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내란 수괴 앞에선 순한 양처럼 한마디도 못하더니 신임 대통령 앞에서는 호통치는 모습이 낯뜨겁기까지 하다”며 “똑같은 법원의 결정인데 민주당에 불리하게 보이면 수용하고, 유리하게 보이면 수용하지 않는 이중잣대는 꼴사납기 짝이 없다. 헌법을 부정할 셈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일각에선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가 헌법 제84조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재명정부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시돼있는 내용인데 이를 엉뚱하게 해석해서 정쟁의 대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재판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면 같은 잣대를 들이댔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헌법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식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면서도 “탄핵 정국서 국민의힘이 보였던 윤 전 대통령 감싸기 행태를 벌써 잊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은 헌법 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서 오는 18일로 예정돼있었다.


다음날 서울중앙지법도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기일 추후 지겅이란 법원서 재판 일정을 바꾸거나 다음 기일의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상 재판 절차의 중단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지법 재판부’가 상급 법원인 ‘고법 재판부’의 공판기일 일정 변경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고법이 추후 지정으로 변경하자 기다렸다는 듯 하루 만에 중앙지법도 동일한 결정을 내린 탓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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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