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16 10:57:46
  • 호수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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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리고 잘릴 친윤 운명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3대 특검법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당 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흐름을 타고 당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 법들은 윤석열정부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를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하루 만에
일사천리

이 중 국민의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검법은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이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엔 명태균 게이트 수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특검법 3개 모두 “수사 과정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윤정부와 국민의힘 인사 모두를 겨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한 특검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며 “지금은 여권이 검찰을 직접 지휘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일부 국민의힘 의원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각종 문서를 파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당 체질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안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비상계엄 옹호 시 윤리위원회 징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내년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방안들은 지난 9일, 5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다른 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거의 모든 의원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를 부적절하게 여겼다”며 “의원 한두 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 ▲오는 16일 진행되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논의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지명했다. 후보 교체 시도 피해자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이에 대한 감사를 시도한다면, 보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지난달 1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김 전 장관을 밀어내고, 한 전 총리를 새 대선후보로 지명하려고 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1시 김 전 장관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3대 특검법 통과 이어 김 공세
장외에선 홍준표 해산 부채질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는 그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본관 비대위원장실서 32종의 서류를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상식적인 진행이었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분노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원투표서 후보 교체 안건을 부결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서 “징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없다면 없는 대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시민과 당원에게 알리려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엔 자발적으로 당무감사위의 면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다수의 당원이 분노했던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지는 자체가 가담자들에겐 보복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정당서 이 같은 파행이 진행됐다는 자체가 정당 해산 근거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파행의 전모를 밝히고 교정하는 게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만, 이해당사자는 시야가 좁아진다. 당무감사 이후 따라올 순서는 국민의힘 내부 징계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권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을 ‘4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실무를 지휘했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서 당시 사태를 변명하려고 했던 이양수 의원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홍 시장은 지난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서 반민주 행위·정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낙선 직후인 지난 4일, 관악산에 올라가 턱걸이를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이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서도 만 73세의 고령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따라서 김 전 최고위원이 올린 영상에 대해선 “당권·차기 대권 도전에도 따라다닐 나이 문제를 불식시키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턱걸이하는
열혈 청년

김 전 장관이 당권 도전을 암시하는 상황서 그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큰 피해를 볼 뻔한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한다면, 당의 재편성 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이 당권을 확보하려면 친윤(친 윤석열)을 친김(친 김문수)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은 지난 11일부터 당무감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자신을 따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경한 친윤 의원은 본보기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 교체 시도 가담자들이 김 전 장관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재편성 이후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또 향후 진행될 특검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이 운 좋게 특검 수사망을 피했을 경우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회의 실질적 권한 행사 능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가 포함돼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관련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령 해제를 위해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으로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를 따른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당사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 성향 의원들이었다. 당시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추 전 원내대표를 일컬어 “의원들이 국회로 못 가도록 계속 헷갈리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고 있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표결 30분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부수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진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엉뚱한 장소로 안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다니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 요구안을 가결했고, 추 전 원내대표를 용의자에 포함한 상설특검법을 가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또 지난해 12월28일엔 경찰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곡소리가…
줄초상 위험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도했던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로 집결한 사건도 재조명될 수 있다.

내란 특검법 수사 범위엔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당시 행위는 시도 자체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로 해석돼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도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행위는 또 다른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추 전 원내대표만이 적극적 참여 가능성을 의심받는 것과 달리,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줄초상’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내용 중엔 명태균 게이트가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인사개입 의혹 ▲선거 관련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 등이 거론된다. 명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도 김 여사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의혹이 거론됐던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현재는 탈당한 홍 전 시장이다. 오 시장에 대해선 “명씨가 13회의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가 제보자 강혜경씨를 회유하려고 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씨와 강씨를 고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전 시장에 대해선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10회에 걸쳐 3700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21년 진행된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과 관련해서도 “아들 친구가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 측은 “명씨가 홍 전 시장의 아들을 통해 홍 전 시장과 교류했고,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에도 경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장 한동훈 재등판?
당 수습 후 지선 지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2021년엔 무소속이었던 윤 의원을 명씨가 복당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는 지인과 통화하면서 “내가 윤 의원을 국민의힘에 복당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지만,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연루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당 대표 경선서 이 의원에게 패배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명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당시 전당대회 여론조사엔 20대 남성 표본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명씨가 이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 규모를 140명으로 보고 있다. 명씨의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황금폰을 포렌식하니, 명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전·현직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14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검사 40명 등을 포함해 최대 205명 인원으로 구성하고,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와 기간이라면, 국민의힘을 충분히 들쑤실 수 있다.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법률적 진실로 확정된다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맞느냐”는 의문과 연결돼 정당 해산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시장은 연일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이 주장하는 정당 해산 근거는 앞서 언급한 후보 교체 시도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 수사가 끝나면,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미국 하와이에 머물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홍 전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개혁신당 입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됐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 “개혁신당 입당설은 낭설”이라면서도 “홍준표 중심 신당을 만들어달라”는 지지자의 요구에 “알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홍 전 시장에 대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이 주도하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더 이상
윤 없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이 몰아치고 있는 중에 홍 전 시장이 그 이삭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안에선 김 전 장관이 외부 상황을 이용해 ‘차도살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친한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한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한 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친윤은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조치에도 반발하는 등 상황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안팎으로 썰리고 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거부권을 총 25회 행사하면서 자신과 계파의 생존을 추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없다. 친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김 전 장관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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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 ‘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