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보좌관 갑질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코로나19 유행 당시 병원에서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방역 지침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 17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지난 2023년 7월26일 가족이 입원한 서울 소재 한 종합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시기로 ‘72시간 이내 PCR 음성’ 결과가 있는 사람만 병동 출입이 가능했으나, 강 후보자는 음성 결과 없이 면회를 요구했다.
간호사들이 “PCR 결과 수령 후 보호자로 등록하고 와야 한다”며 출입을 막자, 강 후보자는 “나 국회의원이야. 알아? 국회 보건복지위원이라 이 병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병원의 이상한 방침에 대해 모두 다 알리겠다”며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당시 강 후보자는 병원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었다.
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중앙일보>에 “2023년 8월 아프리카 방문을 앞두고 필수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며 “갑질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22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위장전입했다는 고발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강선우 후보자의 가족이 종로구 자택에 거주하는 반면, 강서구 주소만 명의상 남겨둔 것”이라며 제보를 토대로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자택 비데 수리를 지시하고 타 의원실 채용을 방해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연일 불거지는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에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인 17일에도 “이번에 병원에서 갑질⋯‘갑질의 여왕’ 강선우 후보는 즉각 사퇴하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는 국회 의원회관에 이어 병원에서도 갑질을 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이면 보좌진에게 집 쓰레기 치우게 하고, 변기 수리하게 하고, 병원 간호사에게 규칙 위반을 강요해도 되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라면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용감한 간호사를 격려하기는커녕 평소 보좌진 대하듯이 갑질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갑질 의혹이 사실이라면 강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간호사를 찾아가 정중히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자세이자 인간적 도리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연일 제기되는 갑질 의혹에 여당 내부에서도 ‘인사 실패’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구태의연한 카더라식, 막무가내식 인신공격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공식 발언을 줄이는 추세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가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문회를 통해 해명을 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고 기대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감성팔이와 본질을 벗어난 자기 방어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8일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후보자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주 주말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의 사퇴 여부가 결정될 것임을 암시했다.
우 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진행자의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 등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주말에 결정할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오늘 청문회가 끝나면 내일쯤 (이재명 대통령에게) 종합 보고를 드리게 돼있다”며 “대통령께서 당면 현안들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에 대한 지침을 주시면 저희가 그 지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여론도 있고 사퇴하라는 여론도 있는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다 (이 대통령에게) 보고드리고 있다”며 “대통령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주시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후보자들에 대해 대통령실이 부정적인 기류로 돌아섰다는 평가에 대해선 “다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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