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위법 논란 “사과한다”면서도 버티는 이진숙

법 위반·교육 철학 부재 등 ‘3종 세트’
“카피킬러 신뢰도 의문” 답변도 도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둘째는 언니가 갔으니 (조기유학) 간 경우였다. 그때는 그게 불법인지 알지 못했다.”

이 발언은 자녀 조기유학,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 ‘논란 백화점’으로 불리고 있는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변명 중 일부다.

이 후보자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6개월 밀려서 미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인데, (불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저의 큰 실수였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후보자 부부는 지난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동안 방문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했다. 당시 첫째 딸이 미국 현지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해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녀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료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위 법령인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르면 자비 유학은 허용하지만, 자녀가 중학교 졸업 이상이어야 하고 부모가 동반해야 예외가 인정된다.

이 후보자의 차녀는 2007년 무렵부터 중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친 후 미국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기숙형 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해당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도적적 문제를 넘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과연 이 후보자가 교육부 수장으로서 공교육 회피 등 의무교육 준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들이 생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면서도 “지난 30여년간 저는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학문의 진실성 탐구를 해왔고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반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다수의 교수들이 지지 성명을 냈다”면서 “36년간 학자로 살면서 그렇게 비판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다. (장관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거부 입장을 냈다.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논문 표절 주장에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카피킬러’는 모든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지만, 돌려서 그냥 나오는 것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표절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의 ‘미신뢰’ 입장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카피킬러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기업 등 3000여개 이상의 기관에서 채택해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사이트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AI 생성 텍스트 판별 기능을 통합해 약 99%의 정확도로 AI로 작성했는지의 여부까지 분석하는 데다 최근엔 생활기록부 검출 기능까지 도입해 기능을 확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일 문서를 여러 기관에서 검사할 경우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상태나 설정에 따라 결과값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많은 교육계 및 관련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국내의 대표적인 표절 검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자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하루 법정 수업일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그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전국 1만여개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망설이다가 정 의원이 “나이스(NEIS)”라고 말하자 “나이스입니다”라고 되풀이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하루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해결책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조속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교사 부담이 많다. 최소 성취보장제로 보충수업까지 이뤄져야 한다”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후보자의 자질을 지적하는 비판 목소리는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님도 논문과 자녀 문제에만 빠져서 그런지 다른 질문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AIDT에 대해 ‘교육자료냐 교과서냐’는 질의엔 왜 답을 못하느냐? 이 부분에 툭 하고 질문만 나와도 술술 후보자님의 교육 철학이 나와야 하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AIDT는 기존 종이 교과서의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선호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제공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플랫폼형 교과서를 말한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의 입법적 결단을 토대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AIDT의 법적 지위나 현장의 혼란 방지 방안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후보자가 법정 수업일수, 고교학점제, AIDT 등 기본적인 질문에 뚜렷한 비전 제시는커녕, 명확한 입장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위법·자질·교육 철학 부재 등 총체적 난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이 후보자의 입장은 ‘자진 사퇴 불가’였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에게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후보자가 물러나지 않는 것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라는 공식 석상을 통해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닌, 위법 사항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까지 내놓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나 교육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과한다거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과거의 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관련 단체 등에서도 그에 따른 책임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마저 이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던 건 이들 역시 ‘부적절한 인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5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전교조는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조기유학을 선택한 사람이 공교육의 수장 자리를 맡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용 없이 자신을 제1저자로 올린 것은 명백한 표절로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제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도 사퇴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여대야소라는 정치 지형도와 국회 비준 절차 없이 임명이 가능한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거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들도 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 인사청문회를 두고 ‘실효성 없는 절차’ ‘요식행위’라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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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