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위법 논란 “사과한다”면서도 버티는 이진숙

법 위반·교육 철학 부재 등 ‘3종 세트’
“카피킬러 신뢰도 의문” 답변도 도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둘째는 언니가 갔으니 (조기유학) 간 경우였다. 그때는 그게 불법인지 알지 못했다.”

이 발언은 자녀 조기유학,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 ‘논란 백화점’으로 불리고 있는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변명 중 일부다.

이 후보자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6개월 밀려서 미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인데, (불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저의 큰 실수였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후보자 부부는 지난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동안 방문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했다. 당시 첫째 딸이 미국 현지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해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녀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료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위 법령인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르면 자비 유학은 허용하지만, 자녀가 중학교 졸업 이상이어야 하고 부모가 동반해야 예외가 인정된다.

이 후보자의 차녀는 2007년 무렵부터 중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친 후 미국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기숙형 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해당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도적적 문제를 넘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과연 이 후보자가 교육부 수장으로서 공교육 회피 등 의무교육 준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들이 생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면서도 “지난 30여년간 저는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학문의 진실성 탐구를 해왔고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반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다수의 교수들이 지지 성명을 냈다”면서 “36년간 학자로 살면서 그렇게 비판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다. (장관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거부 입장을 냈다.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논문 표절 주장에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카피킬러’는 모든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지만, 돌려서 그냥 나오는 것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표절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의 ‘미신뢰’ 입장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카피킬러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기업 등 3000여개 이상의 기관에서 채택해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사이트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AI 생성 텍스트 판별 기능을 통합해 약 99%의 정확도로 AI로 작성했는지의 여부까지 분석하는 데다 최근엔 생활기록부 검출 기능까지 도입해 기능을 확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일 문서를 여러 기관에서 검사할 경우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상태나 설정에 따라 결과값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많은 교육계 및 관련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국내의 대표적인 표절 검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자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하루 법정 수업일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그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전국 1만여개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망설이다가 정 의원이 “나이스(NEIS)”라고 말하자 “나이스입니다”라고 되풀이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하루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해결책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조속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교사 부담이 많다. 최소 성취보장제로 보충수업까지 이뤄져야 한다”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후보자의 자질을 지적하는 비판 목소리는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님도 논문과 자녀 문제에만 빠져서 그런지 다른 질문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AIDT에 대해 ‘교육자료냐 교과서냐’는 질의엔 왜 답을 못하느냐? 이 부분에 툭 하고 질문만 나와도 술술 후보자님의 교육 철학이 나와야 하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AIDT는 기존 종이 교과서의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선호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제공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플랫폼형 교과서를 말한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의 입법적 결단을 토대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AIDT의 법적 지위나 현장의 혼란 방지 방안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후보자가 법정 수업일수, 고교학점제, AIDT 등 기본적인 질문에 뚜렷한 비전 제시는커녕, 명확한 입장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위법·자질·교육 철학 부재 등 총체적 난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이 후보자의 입장은 ‘자진 사퇴 불가’였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에게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후보자가 물러나지 않는 것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라는 공식 석상을 통해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닌, 위법 사항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까지 내놓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나 교육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과한다거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과거의 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관련 단체 등에서도 그에 따른 책임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마저 이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던 건 이들 역시 ‘부적절한 인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5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전교조는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조기유학을 선택한 사람이 공교육의 수장 자리를 맡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용 없이 자신을 제1저자로 올린 것은 명백한 표절로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제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도 사퇴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여대야소라는 정치 지형도와 국회 비준 절차 없이 임명이 가능한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거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들도 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 인사청문회를 두고 ‘실효성 없는 절차’ ‘요식행위’라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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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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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