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위법 논란 “사과한다”면서도 버티는 이진숙

법 위반·교육 철학 부재 등 ‘3종 세트’
“카피킬러 신뢰도 의문” 답변도 도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둘째는 언니가 갔으니 (조기유학) 간 경우였다. 그때는 그게 불법인지 알지 못했다.”

이 발언은 자녀 조기유학,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 ‘논란 백화점’으로 불리고 있는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변명 중 일부다.

이 후보자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6개월 밀려서 미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인데, (불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저의 큰 실수였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후보자 부부는 지난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동안 방문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했다. 당시 첫째 딸이 미국 현지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해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녀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료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위 법령인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르면 자비 유학은 허용하지만, 자녀가 중학교 졸업 이상이어야 하고 부모가 동반해야 예외가 인정된다.

이 후보자의 차녀는 2007년 무렵부터 중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친 후 미국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기숙형 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해당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도적적 문제를 넘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과연 이 후보자가 교육부 수장으로서 공교육 회피 등 의무교육 준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들이 생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면서도 “지난 30여년간 저는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학문의 진실성 탐구를 해왔고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반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다수의 교수들이 지지 성명을 냈다”면서 “36년간 학자로 살면서 그렇게 비판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다. (장관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거부 입장을 냈다.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논문 표절 주장에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카피킬러’는 모든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지만, 돌려서 그냥 나오는 것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표절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의 ‘미신뢰’ 입장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카피킬러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기업 등 3000여개 이상의 기관에서 채택해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사이트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AI 생성 텍스트 판별 기능을 통합해 약 99%의 정확도로 AI로 작성했는지의 여부까지 분석하는 데다 최근엔 생활기록부 검출 기능까지 도입해 기능을 확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일 문서를 여러 기관에서 검사할 경우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상태나 설정에 따라 결과값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많은 교육계 및 관련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국내의 대표적인 표절 검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자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하루 법정 수업일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그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전국 1만여개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망설이다가 정 의원이 “나이스(NEIS)”라고 말하자 “나이스입니다”라고 되풀이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하루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해결책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조속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교사 부담이 많다. 최소 성취보장제로 보충수업까지 이뤄져야 한다”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후보자의 자질을 지적하는 비판 목소리는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님도 논문과 자녀 문제에만 빠져서 그런지 다른 질문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AIDT에 대해 ‘교육자료냐 교과서냐’는 질의엔 왜 답을 못하느냐? 이 부분에 툭 하고 질문만 나와도 술술 후보자님의 교육 철학이 나와야 하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AIDT는 기존 종이 교과서의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선호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제공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플랫폼형 교과서를 말한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의 입법적 결단을 토대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AIDT의 법적 지위나 현장의 혼란 방지 방안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후보자가 법정 수업일수, 고교학점제, AIDT 등 기본적인 질문에 뚜렷한 비전 제시는커녕, 명확한 입장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위법·자질·교육 철학 부재 등 총체적 난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이 후보자의 입장은 ‘자진 사퇴 불가’였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에게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후보자가 물러나지 않는 것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라는 공식 석상을 통해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닌, 위법 사항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까지 내놓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나 교육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과한다거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과거의 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관련 단체 등에서도 그에 따른 책임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마저 이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던 건 이들 역시 ‘부적절한 인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5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전교조는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조기유학을 선택한 사람이 공교육의 수장 자리를 맡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용 없이 자신을 제1저자로 올린 것은 명백한 표절로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제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도 사퇴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여대야소라는 정치 지형도와 국회 비준 절차 없이 임명이 가능한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거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들도 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 인사청문회를 두고 ‘실효성 없는 절차’ ‘요식행위’라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ar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