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누워서 침 뱉은 주진우 의원

‘주객전도’ 탈탈 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난데없이 불똥을 맞았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24일, 청문회장의 이목은 예기치 않게 주 의원에게 집중됐다. 주 의원이 병역 문제로 여당의 공격을 받으며 청문회의 초점이 옮겨간 것이다.

문제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측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재명 대통령 모두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어 도덕성과 책임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소년공 시절 프레스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고, 김 후보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수감 경력으로 병역 의무에서 제외됐다.

김 때리다
역풍 맞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윤석열은 부동시, 어떤 분은 급성간염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며 맞대응했다. 누군가를 특정해 지목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발언 직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주 의원은 “박선원 의원이 말한 급성간염은 내 이야기”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간염을 앓아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타인의 질병을 언급했다. 어떻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그는 급성간염은 일반적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병역판정 기준상 면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청문회가 끝난 후 급성간염 병역 면제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관심은 청문회의 주인공이었던 김 후보자에서 주 의원의 방향으로 옮겨갔다. 언론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주 의원의 병역 처분 경위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다.

주 의원은 1994년 10월 첫 징병 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 대상이었지만, 병역 처분 변경원을 제출해 1995년 3월 재검사를 받았고, 간염을 사유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면제 사유는 ‘급성간염’으로 기재돼있다.

당시 시행되던 병역 신체검사 기준에 따르면, 급성간염은 일시적 질병으로 간주돼 7급 재검 판정 대상이며, 일정 기간 치료 후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검사를 거쳐 현역 판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5급 전시근로역은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이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12개월 이상 간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계속됐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만성간염으로 확진된 경우 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받은 병역 처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학계 관계자들도 “급성간염으로 5급 면제 판정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시적인 간 수치 이상이나 단기 질환의 경우 대부분 재검을 통해 재판정을 받는 절차를 따른다”고 전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징병 신체검사에서 급성간염으로는 5급을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간염 보균자가 워낙 많아 간염만으로 군 면제를 받는 건 매우 어렵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2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각종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다.

병역 처분으로 치열한 진실공방
‘급성간염’으로 면제? 도마 위


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 의원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흥분된 발언은 사실상 자백”이라며 “본인의 병역면제가 떳떳하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전날 청문회에서 주 의원의 반응이 그랬다”고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공개한 병역 자료를 인용하며, “주 의원은 첫 신체검사에서 면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병역 처분 변경원을 제출해 간염을 사유로 5급 판정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다면 주 의원은 급성간염인가? 만성간염인가? 급성간염으로 5급 판정을 받는 건 제도상 불가능하다”며 “급성간염이라면 병역 비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급성간염은 염증이 6개월 이내에 소멸되는 질환으로, 군 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1995년 병역신체검사 규정에도 급성간염은 재검(7급) 대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면제는 치료 후 재검을 통해 현역 복무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또 만성간염이라고 하더라도 면제받기 위해서는 12개월 이상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야 하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만성간염 확진을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의 평소 행적과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만약 주 의원이 말한 대로 고등학교 때부터 간염을 앓아왔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음주는 절대적으로 금해야 한다. 그러나 주 의원이 술을 즐긴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성간염 환자가 음주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반한다. 만성간염이라면서 술을 즐긴다면 사람입니까? 외계인입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병역 문제는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그는 “주 의원은 징병 신체검사 기록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의무기록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며 “대를 이어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주 의원은 이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총리 청문회
주인공으로

박 의원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급성간염은 한두 달 치료하고 나면 재검을 받고 군에 입대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주 의원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해당 이슈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청문회 직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주 의원의 신체검사 경위에 대해 각종 분석과 추정이 쏟아지고 있다.

병무청 규정상 간염은 단기 치료로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며, 병역 처분 변경 신청 후 5개월 사이에 3급에서 5급으로 변화된 점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다. 특히, 주 의원이 받은 5급 처분이 단기간 내 만성질환으로 악화된 것이 맞는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의학적 기록이 있는지 등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주 의원은 앞서 군 관련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주 의원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특검법을 반대하며 나선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고인의 죽음을 군 장비 파손에 빗대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었다.

해당 발언은 순직 군인을 기계나 사물처럼 다룬다는 인식을 준다는 이유로, 야당과 유가족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주 의원은 지난해 7월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무제한 토론 당시 “만약 이게 사망 사고가 아니라, 예를 들어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며 “조사관들이 일주일 만에 8명에게 군 설비 파손 책임을 묻고 집을 압류하고 소송을 진행한다고 하면, 해당 군인들이 그 결과에 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던 바 있다.

이어 “물론 이번 일은 사망사건이다. 하지만 사망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 절차의 형평성과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면제 불가능”

주 의원의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불러왔다. 특히, 사건의 경중이 전혀 다른 군 장비 손괴와 병사의 사망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했다는 점에서, 발언의 본의와 무관하게 “사람을 장비 취급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젊은 해병의 순직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며 “국민의힘의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인면수심 정권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같은 당 강유정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고, 손괴가 아니라 사망”이라며 “장비는 새로 사면 되지만, 아들은 어디서 되찾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은 자기 논리를 세운다고 사람을 장비와 같은 선상에 두는 사람”이라며 “자기가 얼마나 비윤리적인지도 모른다”고 맹폭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도 “채 상병 어머니가 책임자 처벌을 요청하며 밝힌 심정을 생각하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망언”이라며 “공감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어떻게 하면 스무 살 청년의 목숨이 20년 된 낡은 기계 부품처럼 보이느냐”며 “주 의원이 반사회적이고 반인격적인 발언으로 채 상병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본회의장 내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졌고,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그래도 되느냐” “사람과 장비를 어떻게 비교하느냐”고 고함을 쳤다.

연단에 올라 발언을 마친 주 의원은 항의를 받은 뒤 “제 발언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고함이 아니라 반박 논리로 대응하라”며 맞섰고, “지금 이 내용은 생중계되고 있으며 국민이 보고 계신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주 의원은 군 계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병, 이병, 상병, 병장”이라고 손가락으로 세며 말해 병 계급의 순서마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군대 내 병 계급은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순이지만, 주 의원은 이를 “일(1)병, 이(2)병” 순으로 이해하고 말한 것이다.

주 의원이 군 계급 상식이 없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이후, 민주당은 주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실언의 수준을 넘어서 사람의 생명을 물건 취급한 것”이라며 “공직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물 파손 시 행정조사가 남용되어 병사들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사망 사고는 보다 중대하므로 더욱더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엄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 발언을 ‘순직 해병의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빗댔다’고 왜곡한 민주당의 인권 의식이 오히려 문제”라며 “발언의 본질이 정치적으로 오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사망과 손괴를 예시로 연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치료 중
“술 좋아한다고 소문 자자”

주 의원은 본인과 가족 재산 문제로 민주당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부동산 40억원, 예금·증권 31억원 등 총 70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했다. 특히 2005년생인 아들의 예금이 7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 살겠느냐”며, 동갑내기 김 후보자 아들의 예금 200만원과 비교해 비판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도 “고작 20세인 아들이 무슨 수로 억대 예금을 저축했느냐”고 공세를 펼쳤고, 사인 간 채무 역시 도마에 올랐다. 주 의원은 본인 명의 1억원, 배우자 명의 1억8000만원의 채무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현금성 자산이 많음에도 채무를 유지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위장 채무 가능성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 의원은 “아들 예금은 조부로부터 받은 증여로, 증여세를 모두 완납했다”며 “변호사 수익, 양가 상속 등으로 형성한 재산이며, 납부한 세금만 33억2000만원에 이른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선원·강득구·한준호 의원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으며,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는 “조직적 인사 검증 방해”라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검사 출신 법조인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197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중·고교를 다니고,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 임관 이후 대구지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대검찰청 등을 거쳤고, 2017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며 문재인정부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두 차례 압수 수색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좌천성 인사로 검찰을 떠났다.

검사직을 내려놓은 주 의원은 변호사 개업 이후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해 법률 자문을 맡았고,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초대 법률비서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장을 지냈다. 윤 전 대통령과는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해운대갑에 단수 공천돼 당선됐다.

재산 문제
논란 확산

이날 청문회가 열린 목적은 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역량 검증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민석 청문회가 아니라 주진우 청문회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 주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발언에 직접 반응하고 타 의원들이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문회장에서 제기된 사안이 사생활 영역과 병역 문제로 번지면서, 청문회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 목소리도 나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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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