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누워서 침 뱉은 주진우 의원

‘주객전도’ 탈탈 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난데없이 불똥을 맞았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24일, 청문회장의 이목은 예기치 않게 주 의원에게 집중됐다. 주 의원이 병역 문제로 여당의 공격을 받으며 청문회의 초점이 옮겨간 것이다.

문제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측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재명 대통령 모두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어 도덕성과 책임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소년공 시절 프레스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고, 김 후보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수감 경력으로 병역 의무에서 제외됐다.

김 때리다
역풍 맞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윤석열은 부동시, 어떤 분은 급성간염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며 맞대응했다. 누군가를 특정해 지목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발언 직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주 의원은 “박선원 의원이 말한 급성간염은 내 이야기”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간염을 앓아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타인의 질병을 언급했다. 어떻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그는 급성간염은 일반적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병역판정 기준상 면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청문회가 끝난 후 급성간염 병역 면제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관심은 청문회의 주인공이었던 김 후보자에서 주 의원의 방향으로 옮겨갔다. 언론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주 의원의 병역 처분 경위를 둘러싼 사실관계가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다.

주 의원은 1994년 10월 첫 징병 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 대상이었지만, 병역 처분 변경원을 제출해 1995년 3월 재검사를 받았고, 간염을 사유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면제 사유는 ‘급성간염’으로 기재돼있다.

당시 시행되던 병역 신체검사 기준에 따르면, 급성간염은 일시적 질병으로 간주돼 7급 재검 판정 대상이며, 일정 기간 치료 후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검사를 거쳐 현역 판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5급 전시근로역은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이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12개월 이상 간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계속됐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만성간염으로 확진된 경우 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받은 병역 처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학계 관계자들도 “급성간염으로 5급 면제 판정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시적인 간 수치 이상이나 단기 질환의 경우 대부분 재검을 통해 재판정을 받는 절차를 따른다”고 전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징병 신체검사에서 급성간염으로는 5급을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간염 보균자가 워낙 많아 간염만으로 군 면제를 받는 건 매우 어렵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2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각종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다.

병역 처분으로 치열한 진실공방
‘급성간염’으로 면제? 도마 위

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 의원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흥분된 발언은 사실상 자백”이라며 “본인의 병역면제가 떳떳하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전날 청문회에서 주 의원의 반응이 그랬다”고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공개한 병역 자료를 인용하며, “주 의원은 첫 신체검사에서 면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병역 처분 변경원을 제출해 간염을 사유로 5급 판정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다면 주 의원은 급성간염인가? 만성간염인가? 급성간염으로 5급 판정을 받는 건 제도상 불가능하다”며 “급성간염이라면 병역 비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급성간염은 염증이 6개월 이내에 소멸되는 질환으로, 군 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1995년 병역신체검사 규정에도 급성간염은 재검(7급) 대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면제는 치료 후 재검을 통해 현역 복무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또 만성간염이라고 하더라도 면제받기 위해서는 12개월 이상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야 하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만성간염 확진을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의 평소 행적과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만약 주 의원이 말한 대로 고등학교 때부터 간염을 앓아왔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음주는 절대적으로 금해야 한다. 그러나 주 의원이 술을 즐긴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성간염 환자가 음주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반한다. 만성간염이라면서 술을 즐긴다면 사람입니까? 외계인입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병역 문제는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그는 “주 의원은 징병 신체검사 기록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의무기록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며 “대를 이어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주 의원은 이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총리 청문회
주인공으로

박 의원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급성간염은 한두 달 치료하고 나면 재검을 받고 군에 입대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주 의원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해당 이슈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청문회 직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주 의원의 신체검사 경위에 대해 각종 분석과 추정이 쏟아지고 있다.

병무청 규정상 간염은 단기 치료로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며, 병역 처분 변경 신청 후 5개월 사이에 3급에서 5급으로 변화된 점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다. 특히, 주 의원이 받은 5급 처분이 단기간 내 만성질환으로 악화된 것이 맞는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의학적 기록이 있는지 등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주 의원은 앞서 군 관련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주 의원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특검법을 반대하며 나선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고인의 죽음을 군 장비 파손에 빗대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었다.

해당 발언은 순직 군인을 기계나 사물처럼 다룬다는 인식을 준다는 이유로, 야당과 유가족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주 의원은 지난해 7월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무제한 토론 당시 “만약 이게 사망 사고가 아니라, 예를 들어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며 “조사관들이 일주일 만에 8명에게 군 설비 파손 책임을 묻고 집을 압류하고 소송을 진행한다고 하면, 해당 군인들이 그 결과에 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던 바 있다.

이어 “물론 이번 일은 사망사건이다. 하지만 사망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 절차의 형평성과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면제 불가능”

주 의원의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불러왔다. 특히, 사건의 경중이 전혀 다른 군 장비 손괴와 병사의 사망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했다는 점에서, 발언의 본의와 무관하게 “사람을 장비 취급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젊은 해병의 순직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며 “국민의힘의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인면수심 정권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같은 당 강유정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고, 손괴가 아니라 사망”이라며 “장비는 새로 사면 되지만, 아들은 어디서 되찾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은 자기 논리를 세운다고 사람을 장비와 같은 선상에 두는 사람”이라며 “자기가 얼마나 비윤리적인지도 모른다”고 맹폭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도 “채 상병 어머니가 책임자 처벌을 요청하며 밝힌 심정을 생각하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망언”이라며 “공감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어떻게 하면 스무 살 청년의 목숨이 20년 된 낡은 기계 부품처럼 보이느냐”며 “주 의원이 반사회적이고 반인격적인 발언으로 채 상병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본회의장 내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졌고,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그래도 되느냐” “사람과 장비를 어떻게 비교하느냐”고 고함을 쳤다.

연단에 올라 발언을 마친 주 의원은 항의를 받은 뒤 “제 발언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고함이 아니라 반박 논리로 대응하라”며 맞섰고, “지금 이 내용은 생중계되고 있으며 국민이 보고 계신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주 의원은 군 계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병, 이병, 상병, 병장”이라고 손가락으로 세며 말해 병 계급의 순서마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군대 내 병 계급은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순이지만, 주 의원은 이를 “일(1)병, 이(2)병” 순으로 이해하고 말한 것이다.

주 의원이 군 계급 상식이 없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이후, 민주당은 주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실언의 수준을 넘어서 사람의 생명을 물건 취급한 것”이라며 “공직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물 파손 시 행정조사가 남용되어 병사들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사망 사고는 보다 중대하므로 더욱더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엄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 발언을 ‘순직 해병의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빗댔다’고 왜곡한 민주당의 인권 의식이 오히려 문제”라며 “발언의 본질이 정치적으로 오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사망과 손괴를 예시로 연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치료 중
“술 좋아한다고 소문 자자”

주 의원은 본인과 가족 재산 문제로 민주당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부동산 40억원, 예금·증권 31억원 등 총 70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했다. 특히 2005년생인 아들의 예금이 7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 살겠느냐”며, 동갑내기 김 후보자 아들의 예금 200만원과 비교해 비판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도 “고작 20세인 아들이 무슨 수로 억대 예금을 저축했느냐”고 공세를 펼쳤고, 사인 간 채무 역시 도마에 올랐다. 주 의원은 본인 명의 1억원, 배우자 명의 1억8000만원의 채무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현금성 자산이 많음에도 채무를 유지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위장 채무 가능성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 의원은 “아들 예금은 조부로부터 받은 증여로, 증여세를 모두 완납했다”며 “변호사 수익, 양가 상속 등으로 형성한 재산이며, 납부한 세금만 33억2000만원에 이른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선원·강득구·한준호 의원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으며,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는 “조직적 인사 검증 방해”라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검사 출신 법조인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197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중·고교를 다니고,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 임관 이후 대구지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대검찰청 등을 거쳤고, 2017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며 문재인정부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두 차례 압수 수색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좌천성 인사로 검찰을 떠났다.

검사직을 내려놓은 주 의원은 변호사 개업 이후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해 법률 자문을 맡았고,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초대 법률비서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장을 지냈다. 윤 전 대통령과는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해운대갑에 단수 공천돼 당선됐다.

재산 문제
논란 확산

이날 청문회가 열린 목적은 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역량 검증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민석 청문회가 아니라 주진우 청문회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 주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발언에 직접 반응하고 타 의원들이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문회장에서 제기된 사안이 사생활 영역과 병역 문제로 번지면서, 청문회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 목소리도 나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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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